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47화 (47/250)

47. 당신 영어 할 줄 알아?

포장지를 스칠 때 염주가 반짝이자 든 생각.

마치 한국의 페리커나 치킨이나 멕시깐 치킨에 투자하라는 느낌이었다.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염주가 허튼 수작이 아닌 허튼 반짝을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용히 내 방에 들어온 후에 컴퓨터를 켜고, 대체 이 치폴레라는 멕시칸 음식점이 어떤 회사인지를 검색하였다.

“우워워워!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치폴레 멕시칸 그릴(Chipotle Mexican Grill, Inc.).

이거 무슨 페리커나 치킨 같은 닭집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현재 북미를 씹어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멕시칸 패스트푸드 전문점으로 2017년 매출이 무려 48억 달러가 넘었고 영업이익 수억 달러다.

구멍가게가 아니라는 소리다.

“주가가 얼마야? 1월 5일 금요일 자 종가가 313달러에 시가총액이 80억 달러가 넘어? 허어!”

엄청나네?

보니까는 그나마도 엄청나게 떨어진 거였다.

2015년도에는 주당 700달러가 넘었었네.

시총이 무려 160억 달러가 넘었었고.

“그런데, 왜 이렇게 떨어졌지?”

계속 검색을 해보니, 그 이유가 바로 나왔다.

이 회사 엄청난 사고뭉치였다.

2008년 3월에 매장에서 간염에 22명의 고객이 감염되었고, 4월에는 노로바이러스까지 발생했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2015년에 또 노로바이러스에 살모넬라까지 발생하고 동년 대장균까지 나왔다.

이거 미국 맞아?

다른 것은 몰라도 대장균은 너무하잖아?

어떻게 미국 같은 나라 음식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지?

결국, 작년에도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했고,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라는 박테리아까지 검출되었단다.

한 매장에서는 쥐까지 들끓었다고 하고.

이 정도면 망해도 100번은 망했어야 하는데?

그런데, 웃기는 것이 장사는 여전히 잘되었다.

주식은 투자가들의 신뢰를 잃어서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지만 말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기가 막히는 와중에 추가로 조사해 보니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대체할 음식점이 없는 것이다!

같은 멕시칸 음식점인 타코벨이 전형적인 일반 레스토랑 형식이라 비싸고 팁까지 주어야 하는 것에 비하여, 이만큼 싸고 양이 많고 맛있게 한 끼를 때울 패스트푸드가 없는 것이다.

이러니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애들에게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었다.

다 좋은데 문제는 위생이다.

잦은 위생 사고가 발생한 원인이 로컬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에 있다고 하는데, 이 정책은 2015년도 이후로 폐지하였음에도 계속 위생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이지.

치폴레는 100% 직영점 정책이라 점주 탓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경영진들의 위생에 대한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데···.

이거 좀 껄끄러운데 어떻게 하지?

카밀라를 통하여 존재를 알게 되었고, 거기서 염주가 뜬금없이 반응하여 조사하게 되었지만, 이거 상당히 매력 있는 종목이었다.

그런데도 음식점의 기본인 위생에 문제가 있으니 많이 캥기는 것이고.

그래도 한 가지 믿는 구석은 있었다.

아무리 수익이 높아도 염주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에 투자하라고 신호를 보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에이, 당연하겠지? 그냥 질러봐?”

월요일에 존이 출근하자 치폴레 투자에 대하여 상의하였다.

“저도 이거 유심히 보던 종목입니다.”

“오? 그래요?”

“그럼요. 창업자인 스티브 엘스가 1993년에 창업하여 짧은 기간에 유례없이 성장한 멕시칸 음식 전문 체인점이니까요. 이거 2006년에 기업 공개(IPO)를 했었는데, 그때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상장 첫날에 100%가 뛰었거든요? 그것도 예정된 주가를 두 번이나 올렸었는데요?”

“호오?”

“맥도널드가 그래서 상당히 재미를 봤었지요. 초기부터 투자하다가 나중에는 주식의 90%를 소유했었으니까요. 바보같이 상장했던 2006년 말에 전부 손을 털고 나갔지만요. 그래도 거의 5배 가까운 수익을 봤습니다.”

맥도널드가 지금까지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면 정말 엄청난 수익을 올렸을 거다.

“아시겠지만, 문제는 위생입니다. 사고가 너무 자주 났어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치폴레는 왜 갑자기 관심이 생기셨습니까?”

“아니, 주말에 제니도 없고 해서 라면이나 끓여 먹으려 주방에 갔다가, 카밀라가 사 온 치폴레 부리또를 먹었어요. 그런데, 엄청 맛있더라고요?”

“하하하! 저도 가끔 사 먹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진짜 위생 문제만 아니었으면 미국 시장을 그냥 휩쓸었겠던데요?”

“젊은 대학생과 직장인, 그리고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음식이 없습니다. 다운타운 어디를 가더라도 점심때쯤에는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흐음, 하여간 존은 어떻게 생각해요?”

“잠시만요. 생각 좀 하고, 몇 가지 소문을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이틀 후에 다시 이야기하지요.”

이틀 후, 존이 밝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치폴레, 우리 지르지요?”

“음? 상당히 긍정적이네요?”

“여기저기 알아보았는데, 지금이 투자 적기인 것 같습니다. 치폴레에서도 이 상태로 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고서, 3월쯤에 타코벨 CEO 브라이언 니콜이 CEO로 영입된다고 합니다. 타코벨은 위생에 거의 문제가 없던 곳이었으니, 브라이언 니콜이 오면 위생에 관한 이슈가 더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좋겠지요.”

“오! 확실한 겁니까?”

“저는 정보가 확실하지 않으면 보스께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하하! 의심한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치폴레의 위생 문제는 이 정도면 오히려 치폴레만의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많은 위생 사고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고?

“어떻게 말입니까?”

“웬만한 음식 체인점 같았으면 진작에 망했을 위생 사고를 수도 없이 쳐놓고서도 이 정도입니다. 여기서 위생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앞으로는 웬만한 위생 사고를 쳐도 끄떡없다는 말이 되지요. 한마디로, 음식 사업에 가장 큰 리스크 중의 하나인 위 사고에 관해서는 백신을 맞은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아하!”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치폴레는 애초부터 컨셉이 고급 음식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지요. 거기다가 직접 원하는 재료를 초이스 할 수 있고, 무엇보다 팁이 없습니다. 팁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미국 문화인지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정말 미국 팁 문화는 좀 심해요.”

미국 팁 문화는 정말 문제가 많다.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보통 기본이 15%부터 시작해서 20%까지 주어야 하니 보통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거, 미국 사람들도 대부분 굉장히 불편하게 여긴다.

“게다가, 미국에서 히스패닉계 인구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서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거야 별론으로 하고 현실은 현실지요.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치폴레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좋습니다! 투자하지요?”

“하하! 그러시지요. 얼마나 할까요?”

“사이언티픽 게임즈 정리가 거의 끝났지요?”

“네, 끝나가고 있습니다. 대략 10억 달러가 좀 넘게 들어올 것 같습니다.”

“그거 전부 넣고, 거기다가 5억 달러만 더 넣지요?”

“알겠습니다. 15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바로 시작하시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2월 중에 투자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증시 전체가 한 번 조정을 받을 것 같아서요.”

“그럼, 그건 존이 알아서 하세요.”

“네, 보스”

오늘 점심도 치폴레다.

2월 5일.

미국 증시가 대폭락하였다.

하루 만에 다우지수가 4.6%, S&P 500지수가 4.10%, 나스닥이 3.78%가 급락한 것이다.

존의 말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상이 주범이라고 하고, 그 밖에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는 경기 둔화 공포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하였다.

우리야 존이 미리 어느 정도 증시 전체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 예상한 것도 있었고, 염주도 신호를 보내었기에 대비하여 오히려 많은 이익을 볼 상황이었다.

하여간, 이 시기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존은 250달러까지 떨어진 치폴레 주식을 솜씨 좋게 시장에서 주워 담았다.

원래는 블록딜도 알아보았지만, 몇 달 전에 이미 어떤 놈이 10% 가까이 쓸어가서 매물이 나오지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존은 존이다.

2월 말이 되었을 무렵에는 평균 매입가 주당 260달러로 15억 달러를 모두 소진하였으니까.

역시 재주꾼이었다.

우에에엥! 우에에엥!

엄청난 굉음이 내 고막을 두들기고 있었다.

여기는 중국 상하이,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이었으니까.

우에에엥! 우에에엥!

“아이고 시끄러워!”

정말 더럽게 시끄러웠다.

“알렉스! 엄청 시끄럽지?”

“리사, 나는 포뮬러 원 팬이 되기는 글러 버린 것 같은데요?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

“호호호! 나도 마찬가지야!”

리사 아줌마와 나는 엄청난 굉음에 서로 소리를 지르며 대답해야 했다.

“알렉스! 우리 저기 내려가 보자!”

“아이, 시끄럽게 저긴 왜 가요? 그리고, 저긴 아무나 못 들어가는 곳 같은데?”

“이거 왜 이래? 알렉스? 우리가 아무나야? 우린 VIP라고? 스폰서란 말이야, 스폰서! 네 가슴의 표찰은 폼으로 달고 다니나?”

“응?”

새삼 내 가슴과 리사의 가슴에 달은 표찰을 봤다.

크게 쓰여 있는 VIP.

아하! 이래서 우리가 어딜 가든 프리 패스였구먼?

“그런데 저긴 레이싱 머신들이 스타트 하는 곳 같은데, 왜 가보려고요?”

“일해야 할 거 아니야?”

“일? 무슨 일?”

내 물음에 리사 아줌마는 쟈켓 주머니에 무언가를 쏙 빼서 손에 들었다.

“이거! 이거 선전해야지?”

“아이고! 참, 대단하십니다!”

리사 아줌마가 주머니에서 빼 든 것은 라이젠 CPU다.

이걸 보는 사람마다 사진 찍자고 하면 손에 들고 찍는 거였다.

하여간 못 말리는 아줌마였다.

어쨌든 리사 아줌마에게 끌려가다시피 하여 그리드라고 하는 곳으로 내려갔다.

여긴 정말 아무나 출입이 안 되는 곳인데, 가슴의 VIP 출입증을 보여주자 보안 요원들이 정중하게 들여보내 주었다.

그렇게 둘이서 촌닭같이 얼쩡거리고 있는데, 한 백인 기자가 리사 아줌마를 붙잡았다.

아마도, 아무나 못 들어오는 그리드 구역에 웬 동양인 중년 아줌마가 얼씬거리니 눈에 띈 모양이다.

그런데, 기자 놈의 첫마디가 가관이다.

“하이! 당신 영어 할 줄 알아?”

맙소사!

리사 수를 몰라봐?

2018년도 기준으로 전 세계 컴덕들의 아이돌이자 빛사수로 추앙받는 양반을?

이곳에서도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그리고, 영어 할 줄을 아냐니?

리사 아줌마는 태어나기만 대만에서 태어났지, 줄곧 미국에서 자란 양반이다.

게다가, MIT 박사에다 반도체 관련 논문만 수십 개를 내었고.

그런데, 우리 리사 아줌마 참 쿨하다.

“응! 할 줄 알아(Yes, I do)!”

“당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나? 난 AMD 소속인데, 페라리 스폰서로 온 거야”

“어, 어?”

리사 아줌마가 유창한 영어로 가슴에 주렁주렁 달린 AMD 신분증과 VIP 출입증을 보여주자, 기자가 엄청나게 당황한다.

“그, 그래. 우워! 이거 봐? 당신 진짜 아무 데나 다 갈 수 있네? 페라리 스폰서? 하하···.”

“땡큐! 나 갈게”

“어, 음···.”

리사 아줌마는 언제나 그 쿨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다시 나를 잡고서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그 기자는 여전히 멍 때리고 있었고.

“리사, 기분 안 나빠요?”

“뭐가?”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물은 것 말이에요.”

“에이, 여긴 중국 상하이잖아? 그럴 수 있지 뭐”

“아니, 그래도 리사를 몰라보는 것이 말이 되나?”

본인이 아는지 모르지만, 리사는 이미 컴덕들 뿐만이 아니라 웬만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모를 수도 있지 않겠어? 아유! 배고프다! 알렉스, 밥이나 사지?”

“흐흐흐! 그래요.”

씩씩한 리사 아줌마를 데리고 밥이나 먹으로 갔다.

그리고, 그 기자는 내 예상대로 동영상이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되었고.

아무래도 박제가 되어 영원히 고통받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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