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51화 (51/250)

51. 그냥 이대로 살래?(수정)

바닥은 그냥 흙바닥에다가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듯한 온갖 패널 같은 것으로 간신히 비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정도의 판잣집.

그 와중에 벽에는 내 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구석에는 약간 과장해서 강아지나 고양이만 한 쥐가 뛰어놀고 있었다.

웬만한 고양이는 사냥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냥을 당할 것 같았다.

막말로 좀 과장하면 한국의 축사보다도 못한 환경이다.

대체 이런 환경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까?

“오! 쉬엣!”

미국이 하는 전쟁이란 전쟁은 모두 쫓아다녀서 웬만한 광경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해리마저도 입으로 쉬엣을 연달아 외치고 있었다.

“엄마는 어디 있니?”

일단 애 엄마를 보는 것이 우선이다.

“아마 물을 길으러 갔을 거예요.”

“물을 길으러? 근처에 수돗가가 있어?”

“수도는 없고, 공동으로 쓰는 우물이 있어요.”

“하아···.”

할 말이 없다.

아마도 지구상에는 이보다도 못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남미, 인도, 그리고 캄보디아 같은 다른 동남아의 저개발 국가들의 상당수 아이가 그렇겠지.

그렇다고 내가 신이 아닌 바에야, 세상의 그 많은 아이를 돌볼 수는 없다.

그럴 능력도 되지 않고.

하지만, 이 아이는 누가 봐도 보는 순간 ‘아, 저 아이는 우리 한국 아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 핏줄을 강하게 타고난 아이다.

한국에 있었으면 하다못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선정이 되어 최소한의 인간답게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을 받았을 거다.

그런데, 씨를 뿌린 개자식이 나 몰라라 하는 바람에, 이 빌어먹을 필리핀 빈민촌에서 한국의 옛날 판잣집보다도 못한 곳에서 비참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내가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외면할 수는 있어도, 코피노 아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나와 너무나 닮았으니까.

한마디로 핏줄이 당긴다는 말이다.

“호세, 너 핸드폰 있어?”

“없는데요?”

“해리!”

“네, 보스!”

“누구 시켜서 핸드폰하고 간단하게 먹을 것 좀 사 오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해리가 바로 빈민촌 앞에 잔류한 팀에게 지시하여 핸드폰과 먹을 것을 사 오라고 하였다.

그때, 웬 초라하고 병색이 완연한 필리핀 여자가 집안으로 뛰어 들어와 겁에 질린 표정으로 호세를 안았다.

하긴, 뜬금없이 웬 백인 떡대들하고 딱 봐도 피부가 하얀 동북아시아 사람들이 들이닥쳤으니.

“%&*&%$%#@$”

우리보고 뭐라고 꽁냥꽁냥대는데 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따갈로그인지 뭔지 모를 필리핀 고유 말이었으니까.

“대체 뭐라는 거야?”

아이는 영어를 하는데, 엄마는 영어를 못 하다니.

“아저씨들이 누구냐고 물었어요.”

“네 엄마냐?”

“네”

“어떻게 너는 영어를 하는데, 너희 엄마는 영어를 못하지?”

“나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코피노 센터에서도 따로 배웠어요.”

“응? 코피노 센터? 너 그런 곳에도 다녔어?”

“네, 마닐라에서요.”

“원래 마닐라에서 살았던 거야?”

“네, 작년까지요.”

“그런데 왜 여기로 온 것이냐?”

“엄마가 몸이 약해져서 일할 수가 없어서 더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나 같은 코피노가 많은 여기로 온 것이고요.”

“여기는 월세가 싼가 보지? 그리고, 여기가 코피노가 많다니?”

“이 집은 월세가 500페소에요.”

“5, 500페소?”

500페소면 한국 돈으로 10,000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이런 거지 같은 곳을 돈을 받고 임대하였다고 속으로 집주인을 욕했는데, 500페소면 욕도 못 하겠다.

미안하다, 집주인아.

“그럼 코피노가 많다는 말은 무슨 말이니?”

“이 동네 아이들은 태반이 코피노나 자피노, 치피노들이 살아요. 그중에서 코피노가 제일 많고요.”

“자피노? 일본 혼혈들은 알겠는데, 치피노는 중국 혼혈이냐?”

“네”

“휴우, 엄마에게 물어봐 줄래? 아빠하고는 어떻게 된 거냐고?”

“네, 아저씨”

호세의 통역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자세한 말은 안 하지만, 애 아빠는 마닐라 말라떼의 LA 카페란 곳에서 만나서 일주일간 함께해서 호세를 낳았다고 한다,

임신해서 연락했는데 애아빠는 화를 내면서 연락을 끊었다고 하고.

이렇게만 이야기 들었어도 대충 그림이 나왔다.

말라떼 LA 카페.

일명 갈빗집으로 불리면서 필리핀을 드나드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필리핀 여자 선수들을 즉석에서 구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로 말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호세 엄마는 많은 필리핀 시골 여자들이 그렇듯이, 선수 생활을 하다가 애 아빠를 만나고 호세를 낳은 것이다.

아니, 대체 무슨 깡다구로 둘 다 피임을 안 한 거냐고?

솔직히, 애 엄마나 그대로 싸지른 애 아빠 놈이나 둘 다 똑같아 보였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밤이 너무 늦었다.

돌아가야 할 때다.

마침, 경호원이 스마트폰과 대충 먹을 것들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왔다.

“호세야”

“네, 아저씨”

“너, 계속 땅콩이나 팔면서 그냥 이대로 살래?”

“아니요, 기회만 된다면 공부해서 여기를 떠나고 싶어요.”

“아빠는 보고 싶지 않아?”

“전혀! 하나도 보고 싶지 않아요. 우릴 버린 사람이니까요.”

아빠에 대한 증오심 같은 것도 보였다.

하기야,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것으로 보이고, 코피노 센터나 여기에서 비슷한 아이들과 엮이면 자신이 어떻게 태어난 지도 알 것이다.

아빠를 좋게 생각할 리가 없지.

“그래 알았다. 아저씨가 생각 좀 해보고 내일 다시 올게. 여기 먹을 것하고 네 스마트폰이니까 이것으로 연락하마”

“이걸 절 주신다고요?”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 가져보는 스마트폰일 거다.

호세의 얼굴이 환하게 퍼졌다.

“그래, 동네가 험하니까 간수 잘하고. 내일 다시 오마”

“네, 아저씨”

여기서 우리가 머무는 리조트는 꽤 멀어서 거의 한 시간은 가야 한다.

리조트로 돌아가서 아빠에게 호세 일을 말하였다.

“그래? 넌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모르면 몰랐지, 알고서 지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럼, 정화재단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지원하게?”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이거 그냥 돈만 뿌려 줄 일도 아니어서 누군가가 여기에 매달려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믿을 사람도 없고요. 일부의 이야기지만, 내가 어학 연수받을 때도 말들이 많았어요. 무슨 구호 사업한다고 사기나 치는 종교인이 있지를 않나, 사업한답시고 서로 등 뒤에서 총질하는 놈들이 있지 않나···. 하여간, 여기 교포들 규모가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상한 놈들이 일부 섞여 있어서 조심해야 하거든요.”

“흐음,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봐”

아빠는 전화기를 들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필리핀이 한국보다 1시간이 느려서 아직은 통화해도 그리 결례가 되지 않는 시각이었다.

잠시 후.

“사람을 소개받았어. 세부에서 코피노에 관해서는 제일 잘 안다고 하더라. 사람도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하고”

“이렇게 빨리요?”

“인마! 내가 복지법인 정화재단 사무총장을 한 것이 벌써 언젠데? 영동이 형님이나 나도 제법, 이 바닥에서는 유명 인사야. 이런 계통으로는 아는 사람도 많이 생겼고”

“오오? 울 아빠 다시 봐야겠네?”

“이놈 자식이! 하여간 내일 오전에 보기로 하였으니까, 나랑 같이 나가서 보자”

“네, 아빠”

다음날, 엄마와 소미는 리조트에 머물게 하고 나와 아빠만 세부 시내로 나갔다.

“반갑습니다, 염기훈이라고 합니다. 필리핀에서는 20년째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정화재단 사무총장으로 있는 강만수입니다. 여기는 제 아들이고요.”

“강철식입니다.”

“어제 김 교수로부터 전화 받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다리 센터는 필리핀에서도 화제였거든요? 정말 좋은 일을 하십니다.”

“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사다리 센터가 한국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다고 하였는데, 여기까지 아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

“그래요, 코피노에 대하여 알고 싶으시다고요? 무슨 뜻으로 관심을 가지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관광객 등의 방문객들이 코피노 아이들을 목격하고 감상적으로 접근합니다만, 이게 보통 복잡한 문제가 아니에요. 코피노 아이들이 한둘도 아니고 말입니다. 게다가, 처음에는 감상적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뻥뻥 내지르다가 나중에는 연락마저 끊어져서, 오히려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만 남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제가 20년 넘게 필리핀을 살면서 아는 것이라면 뭐든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코피노가 어떻게 태어난 아이들이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넘어가지요. 그리고, 사는 모습이 어떤지도 어제 본 것으로만 해도 충분합니다. 문제는 이거라고 생각해요. 대체 아이들이 어떻게 저리도 아무런 대책이 없이 방치되고 있는 거죠?”

내가 제일 화가 나는 것이 이거다.

그래, 애를 버리는 것까지 백번 양보해서 이해한다.

한때 쾌락을 즐기기 위하여 놀러 온 것인데, 데리고 놀던 바바에가 덜컥 임신한 것이니까.

피임?

이것도 일단 넘어가자.

대체 무슨 똥배짱으로 필리핀까지 날아와서 성병이나 임신에 대한 걱정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고 생으로 사나이 국물을 싸질러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필리핀 여자도 잘한 것은 전혀 없다.

아무리 시골에서 태어나, 배운 것 없고 가진 것이 없어서, 외국인과의 결혼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해도 그렇지, 대체 임신하면 한국놈이 당신하고 결혼할 것이란 망상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게다가, 사실상 천주교 국가라 낙태도 하지 않으려 하거나, 하지도 못하면서?

하여간 일단 전부 넘어가자고.

문제는!

필리핀에 와서 놀아봤으면 여기 현실이 어떤지 뻔히 짐작할 애 아빠는 대체 뭐 하는 거냐고?

한 달에 우리 돈으로 20만 원이나 30만 원만 보내주어도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할 텐데?

그것도 싫은 거야?

“그게 그렇습니다. 일단 애들 아빠는 열에 아홉 이상은 무조건 자기 자식이 아니라면서 아예 연락하는 것 자체를 거부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반은 가정이 있는 인간들이 가정 파탄을 무릅쓰고 필리핀에 자기 자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놈은 없으니까요.”

“에이! 나쁜 인간들!”

“그리고, 가정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업여성이든 아니면 평범한 집 여자든 간에 같이 어울리는 필리핀 여자들은 전부 하류층입니다. 필리핀 상류층은 말할 것도 없고, 중산층만 되어도 적어도 이성으로는 한국 사람을 상대하지 않으려 하니까요. 아니 상대하면 그건 좀 낫지요. 그런 정상적인 교제에서는 코피노 문제가 발생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

“유학생과 어학연수, 또는 놀러와서 잠시 데리고 놀았거나, 싼 맛에 여자를 샀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총각들이, 장가도 아직 가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인정하겠습니까? 그렇다고 그 필녀와 결혼해요?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요.”

“하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돈도 돈이지만, 죽어도 자기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이런 상황 자체를 인정하기 싫은 겁니다. 뭐, 몹쓸 인간들이지요.”

진짜 나쁜 놈들이다.

“아니, 그러면 법적으로 강제로 양육비를 청구할 방법은 없습니까?”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양육비를 청구하려면 아버지가 누구인지 특정하여야 하는데, 태반이 애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몰라요.”

“아니, 애 아빠가 누구인지도 몰라요?”

“네, 모릅니다. 그냥 빠나 카페, 그리고 클럽 같은 곳에서 만나 일주일 정도 관계를 하다가 아기를 가지다 보니 한국 이름도 제대로 몰라요.”

“허어···.”

“그러니 대체 애 아버지를 어떻게 찾습니까? 그나마 유흥가 선수들이 아닌 일반 서민 필리핀 여자와 장기간 동거하여 신분을 안다고 해도 어려움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예요. 양육비를 청구하려면 먼저 법적으로 어떤 한국인의 자식이라는 걸 입증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이걸 인지청구소송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걸 입증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와 아버지로 의심되는 한국인의 DNA를 검사하여 일치해야 하는데, 어떤 미친놈이 순순히 그걸 응하겠습니까?”

“...”

정말 더럽게 복잡하네.

“결론은 아이 아버지로 의심되는 사람이 순순히 협조하지 않는 이상, 정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모든 관문을 뚫고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으면 뭐합니까? 돈 없다고 배 째라고 누우면 그만인 것을요? 특히, 유학생이나 어학 연수생으로 온 젊은 애들은 자기 명의로 된 재산도 없어서 강제 집행도 어려워요.”

“하아, 어렵네요.”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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