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56화 (56/250)

56. 오늘 무슨 날인가?

영화 사업은 그저 내 취미일 뿐이다.

여기서 대박이 터져봤자, 몇 년 후에 기껏해야 투자금 대비 서너 배인 1억에서 2억 달러 정도를 정산받는 것이 고작일 테니까.

그 정도 돈은 지금의 내게는 푼돈이나 다름없지.

톰의 파티 다음 날, 제리가 내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자네, 어제 앰버에게 물릴 뻔하였다면서?”

“톰이 그래요?”

“푸하하! 둘이 나가려던 것을 아슬아슬하게 말렸다고 하더구먼?”

“에이, 톰 형은 진짜 쓸데없는 소릴 하고 그래···.”

부끄럽게 말이다.

“창피할 것 없어. 앰버 정도 되는 미녀가 유혹하면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그렇지요?”

“앰버는 미녀 천지인 할리우드에서도 눈에 번쩍 띌 정도야. 정말 하드웨어 하나는 최고지! 소프트웨어가 엉망이라 문제지만···.”

“아니 대체 소문이 어느 정도인데 그래요?”

“정말 몰라?”

“모른다니까요? 최근 몇 년간은 다른 곳이 신경 쓸 틈이 없었는데, 할리우드 뒷소문을 내가 어떻게 압니까?”

“똥을 쌌다고 하더군”

“똥이요? 인간인 이상 먹었으면 싸는 것이 정상 아닙니까?”

“물론 그게 정상이기는 하지. 똥을 싼 장소가 문제여서 그렇지”

“예? 장소라니요?”

“조니와 함께 쓰는 침대에다가 똥을 쌌다고 하더라고”

“치, 침대요? 침대에다가 똥을?”

“혹시 그런 쪽 취미가 있으면 사귀어 보지? 푸하하!”

“...”

아니, 뭐 이런 미친년이 다 있나?

무슨 개도 아니고···.

“헐, 정말 세상은 넓고 미친 인간들은 많네요.”

“흐흐흐! 할리우드에는 더 많지. 항상 조심해. 자네 정도의 재력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 꽃뱀(Gold digger)이 사단 병력은 될 거야. 잘못 물리면?”

“잘못 물리면?”

“몇 년은 소송으로 날 샐 생각을 해야겠지? 조니처럼 말이야.”

“허···.”

“이 바닥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딱 둘이야.”

“뭡니까? 그게?”

“마약하고 여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제리가 그런 소릴 할 줄은 몰랐다.

할리우드에서 뼈가 굳은 사람이라, 자연스럽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여자도 여자지만, 마약은 그야말로 파멸로 자네를 인도할 거야. 진심으로 말하는데, 정말 조심하라고”

“에이, 난 한국 사람이라 그런 것은 쳐다도 안 봅니다. 그런데, 의외네요? 할리우드의 제작자라면 마약에 좀 무덤덤 할 줄 알았는데요?”

“그런 소리 하지 말아. 가장 소중한 친구를 마약으로 잃었으니까”

“예? 누구를 말입니까?”

“내 친구 돈, 돈 심슨···.”

“아! 그분도 마약으로?”

“응, 그것도 심하게 했었어. 내가 여러 번 잔소릴 하였지만 듣지 않았고. 결국, 더 록을 찍을 때, 과다복용으로 저세상으로 가버렸지”

“아···.”

돈 심슨은 제리와 오래전에 신의 콤비를 이루어 공동으로 제작하던 사람이다.

오래전에 죽은 것은 알고 있지만, 마약으로 죽은 줄은 몰랐네.

“유감입니다, 제리”

“뭐 오래전의 일이니까. 자! 그런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어때? 시나리오를 읽어보니까?”

“이거 좋은데요? 잘하면 나쁜 녀석들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 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지?”

“다만, 액션이 좀 적게 들어간 것 같던데요?”“그게, 돈을 좀 적게 쓰려고···.”

“...”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제작비 얼마 모으셨어요? 총 9,000만 달러를 예상하신다면서요?”

“그중에 7,000만은 확정이야. 나머지는 미정이고”

“정말 9,000만으로 안 모자라요? 윌 스미스하고 마틴 로렌스의 출연료만 해도 엄청날 것 같은데?”

“대신에 감독이 싸잖아?”

“허···.”

사정이란 것이 이거였나?

“시나리오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액션이 부족해요.”

“자네 의외로 영화에 대하여 잘 아네? 잘 봤어. 하지만, 영화란 산업은 자본과 결합하는 장르라, 없으면 없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어”

“그럼, 이렇게 하지요. 시나리오 액션을 좀 더 넣으세요. 그냥 팡팡! 터뜨리시라고요.”

“그럼 돈은?”

“내가 드리면 되잖아요?”

“정말?”

“그럼요. 일단 6,000만 달러 투자하는 것으로 할 테니까, 우리 2편 수준의 예산은 맞추자고요.”

“으허허허! 이거 톰이 정말 좋은 친구를 소개해 좋구먼? 그래! 원하는 대로 빵빵 터뜨려 주지!”

“하하하!”

제리는 그밖에도 다른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더 투자하자고 유혹하였지만, 정중하게 사양하였다.

본업도 아닌데, 이 정도면 되었으니까.

우려하였던 엔비디아와 AMD의 주가는 우리의 걱정을 무색하게 계속 올라갔다.

특히나, AMD의 주가는 괄목할 만하였는데, 15달러 선이던 것이 9월이 되자 30달러대까지 올라갔다.

몇 달 사이에 무려 2배가 오른 것이다.

“엄청나게 오르는군요.”

“뭐, 전부 예상 범주에 있잖습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그래도 존과 나는 AMD 주식이 일부를 팔아치울 타이밍을 보는 중이다.

얼마 후면 떡락하기 시작할 것이 틀림없으니까.

“아까 리사에게서 전화 왔었어요.”

“뭐라고 합니까?”

“주가가 열심히 잘 올라가고 있으니까, 장난치지 말라고 하던데요?”

“역시 닥터 수는 대단합니다! 어떻게 우리를 그렇게 잘 알지요?”

“뭐 한 두 번 당해 봤어야지요?”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요?”

“당연한 말씀!”

“흐흐흐!”

“흐흐흐!”

존과 나는 마치 악당처럼 음소를 흘렸다.

“슬슬 매각을 시작하겠습니다.”

“어느 정도에 팔 수 있을 것 같아요?”

“당분간 30달러 선은 유지할 것 같은데, 우리 물량이 워낙 많아서 그 선에서 모두 팔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에서 가능하겠어요?”

“평균 27달러 선에 맞추어 보겠습니다.”

“오케이! 30%만 내놓으세요. 생각해보니 40%는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저도 40%는 좀 과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면, 28달러에 맞추어 보지요.”

“알겠어요. 혹시 내가 지원할 것이라도 있어요?”

“있습니다, 보스”

“뭔데요?”

“닥터 수가 제게 직접 전화만 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거면 전 만족합니다.”

“방탄은 나보고 해라?”

“항상 하시던 거잖습니까? 하하하!”

“...”

리사에게 이번에는 와인 회사라도 바쳐야 할 것 같네.

“험험, 엔비디아는 어떻게 되고 있어요?”

“여전히 60달러에서 70달러 초반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잖습니까? 8월 말부터 우리 물량은 매각을 시작하였습니다.”

“흐음, 엔비디아는 시총이 커서 우리가 천천히 팔면 크게 영향은 없지요?”

“네, 시가총액이 1,600억 달러에 달하니까요.”

“지금은 얼마나 팔았지요?”

“우리 보유 주식의 20%를 팔았습니다. 평균 매각가는 상승장에 집중적으로 팔아서 68달러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얼마나 될 거 같아요?”

“평균 67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음 달인 10월 초까지는 매각하셔야 할 거예요. 그다음에는 영 느낌이 좋지 않거든요.”

염주가 그리 말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 그리고 말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우리 직원이 제안한 겁니다만,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락할 것을 예상한다면 왜 공매도를 안 하냐고 합니다.”“공매도요?”

“네, 공매도란···.”

“아니. 공매도가 뭔지는 나도 알아요.”

“어떻게 할까요? 확실히 이익을 추가로 낼 수 있습니다만?”

“존이 생각은 어때요?”

“저는 좀 그렇습니다. 예전의 나라면 당연히 진행하였겠지만요.”

“이유는요?”

“기관만 있으면 상관하지 않겠지만, 엔비디아는 개인 투자가가 너무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공매도는 기본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번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도 폭락할 장세에다가 휘발유를 끼얹는 상황이 되겠지요. 투자하는 놈이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구조적으로 기관과 개인 투자가가 불공평할 수밖에 없는 게임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물론 보스가 지시하시면 이행하겠습니다.”

“호오?”

정훈이에게 듣기로는 존은 전성기 시절에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투자가였다고 하는데, 사람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았다.

물론 나는 변한 존이 좋았다.

“하하하!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굳이 공매도에 손을 대지 않아도, 우리 정말 잘하고 있잖아요?”

“맞습니다, 보스”

“그냥 하던 대로만 합시다. 그래도 천문학적인 이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보스!”

“대신에 엔비디아는 50%만 팔지 말고, 80% 이상을 파세요. 내년에 다시 사들이면 되잖아요?”

“알겠습니다, 보스”

설마, 젠슨 황이 전화질을 하지는 않겠지?

내 번호를 알지도 못할 것이고?

우리는 엔비디아 주식을 10% 이상을 보유하였음에도 이사회에 우리 이사를 박지도 않았고, 젠슨 황을 전폭적으로 지지만 해주었다.

내게는 아니지만, 존에게는 여러 차례 전화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사이가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아마도 언성이 좀 높아져서 존에게 전화할 것 같았다.

뭐, 내가 AMD를 커버치고 있으니, 존이 엔비디아 정도는 맡아 주어야지.

“그럼 엔비디아 재매입은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존의 생각은 어때요?”

“저는 35달러 선까지 내려가면 재매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절반을 생각하는군요?”

“네, 맞습니다. 그 정도가 한계로 분석되고요,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는 잘못하면 매입을 실기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나도 동의합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천천히 매입하세요.”“알겠습니다, 보스”

우리 생각대로 진행된다면, 엔비디아 주식은 두 배가 될 것이다.

“테슬라는 어떻게 할까요? 이게 제일 애매합니다만···.”

“지금 50달러 후반에서 왔다 갔다 하지요?”

“네, 그렇습니다.”

테슬라는 장기적으로 전략 투자하는 종목 중의 하나인데, 염주 반응이 단기적으로 영 시원치가 않았다.

존의 분석도 마찬가지였고.

“70달러 넘으면 일단 팝시다. 팔고서 내년에 다시 매입하는 것으로 하지요.”

“전량을 말입니까?”

“네, 전량 내다 파세요.”

“알겠습니다.”

10월이 되자 예상대로 AMD와 엔비디아의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쾅!

“아이고, 깜짝이야! 아, 노크 좀 해요! 노크 좀!”

리사가 전화도 없이 내 사무실로 쳐들어 왔다.

“알렉스! 너 정말 이러기야! 엉! 가뜩이나 코인이 하락하면서 GPU 매출이 떨어지는 판국에! 너까지 속을 썩여!”

“리사! 일단 앉아요! 앉아!”

“시끄러워! 기껏해서 주가를 올려놓았더니, 너까지 팔아 재끼는 거야?”

“30%!”

“뭐가 30%야?”

“우리가 보유한 주식 30%만 팔았다고요. 10월 들어서는 단 1주도 안 팔았잖아요?”

“진짜지?”

“맹세! 앞으로도 절대 안 팔 겁니다! 연말부터 다시 사들일 거고요!”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적어도 AMD는 이번이 마지막! 맹세한다니까?”

“너, 한 번만 더 그래라? 나 때려치울 거니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다.

리사는 AMD 그 자체니까.

“맹세한다니까요? 그리고, 혹시 와인 공장 가지실래?”

“시끄러워! 내가 무슨 와인에 목숨 거는 사람인가? 하여간 약속 지켜라, 알렉스!”

“얍!”

쾅!

들어올 때처럼 리사는 나갈 때도 문을 부서져라 쾅 닫고 나갔다.

“아이고, 내 주식 파는데 이게 무슨 난리야?”

그래도 상대는 리사다.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는 거지.

“휴우!”

토네이도처럼 리사가 내 사무실을 휩쓸고 지나간 후,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위스키를 언더락으로 따라서 입에 대었다.

벌컥!

“아이, 씨! 노크 좀 해요, 노크 좀!”

이번에는 존이다.

“보스!”

“왜요?”

“젠슨 황이 찾아왔습니다.”

“누구?”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왔다고요.”

“...”

오늘 무슨 날인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