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57화 (57/250)

57. 좀 더 냉철하자!

“아니 젠슨 황이 여기에 왜 와요? 그것도 느닷없이?”

아무리 생각해도 황가 놈이 우리 회사에 올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주식을 대규모로 시장에 내다 팔자 좀 빡친 모양입니다.”

“아니, 그렇다고 갑자기 주주 회사에 쫓아와요?”

“성격이 좀 다혈질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제가 만났는데, 기어이 보스를 보고 가겠다고 난리를 쳐대는데요?”

“날 봐서 어쩌려고요?”

“해리 팀장을 부를까요?”

“에이, 내가 누구에게 맞고 다닐 사람인가?”

“흐흐흐! 그건 그렇습니다만”

“들여보내세요. 경우가 좀 없지만, 그만한 거물이 찾아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알겠습니다, 보스”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못 볼 이유는 없는 거지.

이유를 뻔히 짐작할 수 있어서 껄끄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잠시 후, 검정 가죽 재킷을 걸친 아시아인이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부리부리한 눈에 참 다부지게 생겼다.

키가 작아서 좀 그렇지만.

“어서 오세요, 미스터 황! 나는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의 대표 알렉스 강입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아시다시피 엔비디아의 젠슨 황입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미스터 황. 일단 앉으시지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젠슨 황은 생각보다 침착하게 굴었다.

“마실 것은 뭐로 드릴까요? 위스키? 아니면 차?”

“술은 되었고, 차로 주시지요.”

“그럼 용정차가 있는데, 괜찮으세요?”

“음? 용정차가 있습니까?”

“하하! 제가 차를 즐겨서, 차는 여러 종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용정차도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항주의 서호 용정차가 제일 낫더군요.”

“오오! 서호 용정!”

“기대하시지요.”

익숙한 솜씨로 다구(茶具) 세트를 꺼내어 금세 물을 끓이고 젠슨 황에게 차를 내놓았다.

“흐음! 오! 이거 정말 좋은 차군요!”

“하하하! 그렇지요? 이따가 가실 때 한 통 드릴 테니까, 가져가세요.”

“고맙습니다, 미스터 강”

굳어있던 젠슨 황의 얼굴이 좀 풀렸다.

역시 같은 문화권 출신이라 그런지, 이런 면에서는 좋았다.

“그래요, 미스터 황. 무슨 일로 이렇게 갑자기 우리 회사로 오신 겁니까? 제가 자리에 없었으면 어쩌실 뻔했어요? 미리 연락이라도 하시지?”

“험험, 그게 제가 좀 갑자기 흥분해서 그랬습니다. 그 점에 대하여는 사과드립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하여간 저로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뭡니까?”

“정말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아니, 그동안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와 우리는 정말 잘 지내고 있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다른 대주주와는 다르게 간섭이나 잔소리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의결권도 위임해 주어서 저는 정말 최상의 파트너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우리 회사는 대주주 지위를 획득하여도 그 어떤 간섭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경영진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천사로 보일 거였다.

“흐음, 그랬지요. 그런데요?”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가뜩이나 하락하려는 주가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왜 몇 년 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하다가 하필 이 시기에 우리 회사 지분을 팔아 치우는 거냐고요?”

다시 슬슬 열이 오르는 모양이다.

미국 회사 경영진들은 주가에 극도로 예민하다.

주가를 제대로 부양시키거나, 최소한 유지라도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사회를 통하여 해임될 수 있으니까.

창업자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 한동안 밖으로 돌지 않았나?

젠슨 황 역시 거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창업자인 젠슨 황의 지분은 3.6%로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거지.

물론 젠슨 황의 위상으로 보아서는 웬만한 주가 폭락이나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지 않는 한 쫓겨날 염려는 없지만, 세상이라는 것은 모르는 거다.

스티브 잡스가 쫓겨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러니, 가뜩이나 암호화폐 수요 폭락으로 인한 GPU 재고 누적과 새로 출시한 지포스 20시리즈에 대한 실망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판국에, 우리까지 팔아 재끼면서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열이 잔뜩 받았고, 보아하니 나름대로 참고 참다가 폭발하여 단숨에 여기에 달려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젠슨 황 당신 사정이라고.

“우리가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하는 이유가 궁금한 거였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동안 잘 해주시다가,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역시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되는 것이 동서를 막론한 법칙이구나.

잘 해주다가 갑자기 왜 이러냐니?

“미스터 황”

“네, 말씀하세요.”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가 어떤 회사입니까?”

“네? 어떤 회사라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회사가 뭐 하는 회사냐는 말이에요.”

“그야, 투자회사가 아닙니까?”

“투자회사가 왜 투자합니까?”

“그야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지요?”

“그럼, 투자회사가 투자한 주식이 오를 만큼 올랐고, 아무래도 곧 폭락할 것 같아서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보십니까?”

“아닙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 행위입니다.”

“미스터 황의 질문에 충분히 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네요?”

뭐냐 이 분위기는?

뭐가 이렇게 자연스럽지?

“그럼···.”

“아니, 이게 아니잖습니까!”

역시나, 너무 자연스러웠나 보다.

어, 어? 하면서 넙죽넙죽 대답하던 젠슨 황이 뒤늦게 이상함을 깨닫고 이건 아니라고 부르짖었다.

“아니 또 뭐요? 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누가 투자회사가 뭔지 몰라서 여기까지 제가 왔겠습니까? 잘 보유하고 계시던 주식을 갑자기 처분하는 이유를 물으러 온 것이지?”

“방금 말했잖아요? 이익을 봤고, 곧 주식이 떨어질 것 같아서 정리하는 중이라고? 아니, 그럼 투자회사에서 손실이 눈에 보이는데 미쳤다고 주식을 손에 들고 있습니까? 나는 워런 버핏이 아니에요. 십 년, 이십 년씩 우직하게 묻어두고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하필이면 꼭 이 시기에 파셔야 했습니까? 그것도 거의 전량을요?”

“아직도 원래 가지고 있던 지분의 30%는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유! 답답해!”

젠슨 황이 답답하다고 난리를 쳤지만,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막말로 우리가 친구 사이도 아니고?

아니,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라도 투자는 투자지.

냉정하게 판단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투자회사다.

“미스터 황”

“네, 미스터 강”

“대체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이유가 뭡니까? 우리 카르마가 대주주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미스터 황에게 불이익이 가는 것은 없잖아요?”

“아니, 경영자가 주가를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닙니까?”

“혹시, 만약에라도 미스터 황의 지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그래요?”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는···.”

허어!

그래서 이 난리를 치면서 쫓아온 거였구나.

젠슨 황은 욕심이 많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아니, 욕심이라기보다는 내가 보기에 지배욕이나 권력욕이 좀 큰 것 같았다.

그래서, 유난히 이사회에 변동이 생기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고 말이다.

“휴우! 미스터 황, 나는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락할 것을 예상하여 보유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기본적으로는 미스터 황과 엔비디아에 대한 비전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시적으로 대주주의 지위를 포기하였지만, 조만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이지요. 나는 정말 엔비디아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미스터 황의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말입니다.”

“진심이십니까?”

“나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몇 달 이내로 더 많은 돈을 들고서 다시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할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이전보다도 더한 대주주가 되겠지요?”

“그, 그렇겠군요.”

“그러면, 미스터 황이 걱정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우리가 대주주가 되면, 전폭적으로 미스터 황을 신뢰할 것이니까요.”

“감사합니다, 미스터 강”

“그러니 이만 돌아가세요. 다음부터는 꼭 연락하시고 오시고요.”

“아!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여기 내 직통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입니다. 이왕 이렇게 만나게 된 거, 우리 앞으로는 종종 봅시다.”

“하하하! 그래도 열심히 달려온 보람이 있군요. 젠슨이라고 불러주세요.”

“하하하! 나도 알렉스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서호 용정차 한 통을 손에 들려서 젠슨 황을 돌려보냈다.

힘들다, 힘들어.

이거 무슨 애도 아니고.

“젠슨 황이 가는 모습을 보니, 이야기가 잘 된 것 같습니다? 보스?”

“에이, 뭐 잘 되고 못 되고가 있나요? 어차피 뻔한 이야긴데, 그저 슬슬 잘 달래서 보냈어요.”

“잘하셨습니다. 우리가 엔비디아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도 아닌데, 젠슨 황 같은 거물하고 척을 져서 좋은 것은 없습니다.”

“네, 나도 그래서 좋게 좋게 해서 돌려보낸 거예요. 아, 지금 우리가 못 판 엔비디아 주식이 30%라고 했지요?”

“오늘 4% 더 매각하여 현재는 26% 남았습니다. 내부의 젠슨 황이나 우리나 되니까 조만간 폭락할 것을 예상하는 것이지, 아직은 시황이 그리 나쁘지 않아서 무리 없이 소진할 수 있었습니다. 내일 중으로 6% 더 소진하여 끝냈겠습니다.”

“흐음···.”

20%는 남기기로 하였으니, 6%를 더 팔고 끝을 내겠다고 하는데, 굳이 20%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처음에는 시장이 받는 충격도 고려하였고, 어차피 엔비디아는 이번에 정리하여도 장기적으로 갈 생각이라 20%를 남기라고 하였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20%라도 따블이면 그게 돈이 얼마인데?

기본적으로 내가 엔비디아를 대하는 태도는 AMD와 아주 달랐다.

AMD야 어쩌다 보니 5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고, 또 경영자인 리사가 완전한 전문 경영인이다 보니, 내 회사라는 소유 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다르지.

비록 창업자인 젠슨 황의 보유 지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워낙 위상이 강력하여 누가 생각하여도 젠슨 황의 회사이지 우리 회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AMD는 30%만 팔기로 한 것이고, 엔비디아는 20%만 남기라고 한 것인데, 아까 젠슨 황과 대화하면서 나 자신 스스로도 느끼는 것이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유할 생각이지만, 어차피 엔비디아는 남의 회사고, 나는 그저 지나가는 투자자에 불과한 것이다.

더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음에도 쓸데없이 20%를 남기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말이지.

“존!”

“네, 보스”

“엔비디아 주식 말이에요, 그거 20% 남기지 말고 전부 매각하세요. 며칠 지나면 진짜 폭락이 시작할 것 같으니까, 되도록 빨리 말입니다.”

“예? 혹시 젠슨 황이 난리 치고 가서 그러신 겁니까?”

“에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만?”

존이 눈을 가로로 새초롬하게 뜬 것을 보니, 진짜로 그리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니, 이 양반이 사람을 어떻게 보고···.

“존! 그런 것이 아니라니까? 젠슨 황과 말하면서 나도 느낀 것인데, 어차피 조만간 다시 사면 그만인 주식을 뭐하러 20%씩이나 들고 있어요? 그게 돈이 얼만데요?”

“물론 그렇지요. 우리 예상대로 반 토막이 날 것을 생각하면, 어림잡아서 대략 20억 달러는 손해를 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 말이요. 그런 짓을 왜 하냐고요? 전부 싹 팔아 치웁시다!”

“흐흐흐! 알겠습니다! 보스!”

씩씩하게 대답하는 존이,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뭡니까?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거예요?”

“하하하! 이제 보스도 진짜 투자가가 다 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나는 염주의 점지를 가지고 대충 오르고 내리고나 판단하였지, 냉철하게 투자할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

좀 더 냉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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