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58화 (58/250)

58. 역시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며칠 후, 존은 현란한 솜씨를 자랑하며 엔비디아 주식을 모두 정리하였다.

우리가 그동안 보유하던 엔비디아의 지분은 총 12.7%였는데, 이것을 모두 정리하여 200억 달러라는 어마무시한 돈이 들어왔다.

싸그리 팔아치워서 혹시나 황가 놈이 또 발광하지 않을까 긴장하였는데, 다행히 다시 투자하겠다는 내 언질을 믿어서인지 잠잠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팔아치우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는데, 10월 24일에는 9.8%가 하루 만에 폭락하였고, 급기야 11월에 들어서는 11월 16일에 18.7%, 11월 29일에 12%가 폭락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주당 70달러까지 갔던 주가가 두 달도 안 되어 30달러대로 떨어졌으니 그야말로 대참사인 거지.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천천히 가자고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모양일 거예요.”

“알겠습니다, 보스. 35달러 밑으로 떨어질 때만 매수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러세요.”

우리가 9월에 우리 보유 지분의 30%를 팔아치운 AMD도 10월부터 맥을 못 춘 것은 마찬가지였다.

9월에 32달러까지 올랐던 주가가 10월 말에는 16달러까지 찍어버려서, 다시 매수하는 일까지 생겼다.

은근히 좀 더 팔아 치워버렸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AMD는 시총이 아직 엔비디아만큼 되지 않았기에, 우리가 물량을 더 쏟아부었으면 결딴이 났을 거였다.

그건 그냥 내 욕심일 뿐이었다.

게다가, 더 팔았으면 진짜로 리사가 빡돌았을 것이고.

12월 말이 되자 AMD 주가가 다시 16달러 대로 떨어져 집중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연말과 1월 초까지 매수하여 우리 지분율을 60% 이상으로 높일 예정입니다.”

“흐흐흐! AMD는 이제 완전히 우리 회사네요?”

“하하하!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다시 재매입을 하고도 수십억 달러가 남았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올해도 수고들 많았어요.”

벌써 12월 31일이다.

올해는 12월 31일이 월요일인데, 미국 증시는 악착같이 오늘까지 열렸다.

결국, 우리 회사도 말일까지 근무하게 되었고.

“직원들 휴가는요?”

“올해는 좀 짧습니다. 12월 31일까지 근무하게 되어서요. 1월 6일까지 쉬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AMD나 일부 종목은 제가 집에서 쉬엄쉬엄 매수하면 됩니다.”

“에이, 이 바닥은 정말 이게 문제네요? 증시가 열리면 꼼짝을 못 하니?”

“하하하! 어쩔 수 없지요.”

“보너스는 전부 돌렸지요?”

“네, 아까 함성 못 들었습니까?”

“하하! 그게 그 소리였군요.”

“네, 매년 있는 일이지만,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성과를 나누는 일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봤자 내게는 얼마 되지도 않지만.

“그리고, 보스”

“네, 존”

“슬슬 신사옥을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러지 않아도 그 말 하려던 참이었어요.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내년 연말쯤 되면 좁을 것 같던데요?”

“네, 벌써 직원 수가 70명이 넘었으니까요.”

“그럼, 조지하고 상의해서 근방으로 알아보세요. 이번에는 다시 이사할 일이 없게 좀 크고 넉넉한 곳으로 말이지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아예 최소 10년 이내로는 이사할 일이 없는 곳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요, 존. 자! 이제 난 비행기 시간 때문에 먼저 갑니다.”

“아, 보스. 다음부터는 프라이빗 제트기를 이용하세요.”“전용기요?”

“네, 굳이 자가가 아니라도 렌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간에 구애도 받지 않고 편하게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그건 지시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알겠어요. 그럼, 해피 뉴이어! 존!”

“편하게 쉬다가 오세요. 다만, 지난번처럼 몇 달씩은 곤란한 거 아시지요?”

“흐흐흐! 빨리 다녀올게요.”

지난번에 한국에서 오래 있었더니, 어지간히 식겁했나 보네.

작년에 연초를 정말 뒹굴뒹굴하면서 시체 놀이로 때우고 나서 올해부터는 무조건 연초 휴가는 한국에서 보내기로 하여, 곧장 LA 국제공항으로 가서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래,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지.

연말은 이미 글러 버렸지만 말이다.

“오빠! 오빵! 이제 좀 일어나! 12시가 다 되어간단 말이야!”

“아이 씨, 나 어제 새벽에 들어왔단 말이야.”

“아휴! 술 냄새! 웬 술을 그렇게 퍼마셨어!”

“아웅! 좀 내버려 둬···.”

밤새 기동이 형과 신호 형과 함께 술을 퍼마시고 들어와서 자는데, 소미가 일어나라고 난리를 쳐대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좀 더 자야겠다는 격렬한 의지를 보이자, 소미도 포기한 듯 내 방을 나갔다.

잠시 후.

“해장국 끓였으니까 먹어”

“엄마는 어디 가시고 네가 이 난리냐?”

“엄마는 아빠와 함께 재단에 가셨어.”

“응? 엄마가 재단에 왜 가?”

“오빠 몰랐어?”

“뭘 몰라?”

“엄마도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재단으로 출근하시는 거?”

“엉?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가 재단으로 왜 출근을 해?”

이게 무슨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야?

“정말 몰랐나 보네? 엄마가 집에 있기 심심하다고 해서 아빠 따라서 재단에 나간 지 좀 되었어.”

“어? 정말? 아니 엄마가 나가서 무슨 일을 한다고?”

“아빠 말로는 의외로 잘하신다는데? 엄마도 예전에 대기업 공채 출신이라면서?”

“그러기는 한데···.”

생각해보니, 엄마도 내가 초딩 3학년 때까지는 아빠와 맞벌이를 하셨었다.

아빠 사업이 잘되면서 그만둔 것이었고.

“엄마가 원래 계산이 빠르잖아? 그래서 지원부서 감독을 하는 모양인데, 의외로 적성이 맞나 보더라. 잘 되었지 뭐. 엄마 나 대학 들어가고 나서는 혼자 집에서 굉장히 무료 해하셨으니까”

“그렇다면야 뭐. 에에, 말씀이라도 하시지···.”

내가 뭐라고 할까 봐 그러셨나?

막말로 예전에 마트 캐셔 나가는 것도 아니라, 내가 반대할 이유는 일도 없구먼.

하여간 속 쓰리다.

일단 먹자.

후르룩!

“응? 맛이 왜 이래? 이거 누가 끓였어?”

이 정체불명의 맛은 절대로 엄마 솜씨가 아니다.

“왜? 내가 끓였는데? 맛없어?”

“으, 응? 그랬어?”

“맛이 없냐고?”

솔직히 맛없다.

하지만, 우리 이쁜 소미가 오빠를 위해서 솜씨를 부린 모양인데, 거기다가 어떻게 맛대가리가 없냐는 소릴 하나?

“아, 아냐”

“그런데 반응이 왜 그래?”

“그냥, 맛이 좀 독특해서”

“...”

그나저나 이 계집애가 웬일이지?

음식을 다 하고?

아니나 다를까, 간신히 해장국이라고 명명된 음식을 위에다 쏟아붓고 커피로 속을 달래는데, 소미가 본론을 꺼냈다.

“오빠, 나 차”

“어? 네가 왜 차? 보약이라도 지어줄까?”

얘가 수족냉증이라도 있나?

십전대보탕이라도 지어 주어야겠다.

그런데, 소미의 반응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이 씨! 내가 차다는 소리가 아니라, 차 말이야, 차! 카!”

“음? 카? 자동차 말이야?”

“오빠가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얌전히 지내면 차 사준다고 했잖아?”

“어, 어? 내가 그랬나?”

“에이, 증말! 오빠 이럴 거야?”

“흐흐흐! 기억난다,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너 운전면허는 땄어?”

“그럼! 대학 들어가자마자 바로 땄지”

“제대로 딴 거야 뭐야? 우리나라 운전면허 따기가 좀 쉬워야지 말이야?”

진짜 우리나라 운전면허 너무 심하다.

나도 그렇게 해서 땄지만, 이건 무슨 살인 머신을 양산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연수받으라고 해서 10시간 이상 받았고, 엄마에게도 따로 교육받았거든? 엄마 차 가끔 내가 몰기도 하고?”

“그래? 알았어. 사주지 뭐”

“우와와와와! 오빠 최고!”

“야! 야! 떨어져!”

얘는 왜 뻑하면 나를 껴안는지 모르겠다.

말만 한 기집애가.

“대신에 너, 한가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뭔데?”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리면 그날로 평생 다시는 운전대 못 잡을 줄 알아?”

“아이, 참! 사람을 뭘로 보고서?”

“뭘로 보긴? 아이로 보지? 시끄럽고, 알았지?”

“웅!”

소미도 우리 강씨 집안의 혈통을 이어받아서 술을 좋아하고 잘 먹었다.

그래서, 음주운전은 수시로 주의를 환기하여야겠다.

“근데, 너 무슨 차를 가지고 싶은데? 차는 정했어?”

“웅! 이거! 헤헤헤!”

아유! 이 귀여운 똥강아지!

혀를 날름거리는 동생은 정말 귀여웠다.

“짜잔! 보시라!”

“뭐냐? 응? 벤츠 C 클?”

“웅!”

“이거 가지고 되겠어?”

“에이, 아직 학생이잖아? 그리고, 이것도 학교에는 안 타고 다닐 거야. 주차도 주차지만, 괜히 얘들이 쳐다보는 거 싫어”

“하하! 녀석!”

나는 솔직히 포르쉐라도 사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박하게 벤츠 C 클 이면 만족하겠단다.

그리고, 학교에도 안 타고 다니고, 어디 놀러 갈 때나 탄다니, 사주어야지.

“자! 그럼, 씻고서 가즈아!”

“가즈아!”

인터넷을 검색하여 그냥 강남에서 제일 크다는 전시 판매장으로 무조건 쳐들어갔는데, 도어를 열고 들어가자 사람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이즈음 우리 남매가 함께 외출하면 항상 보는 현상.

나는 큰 키에 하루에 두 시간 가까이 매일 트레이닝을 한 지가 오래되어서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하였고, 소미는 그냥 아이돌 싸다구를 치고도 남는 여신급의 외모였다.

게다가,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걸치고 있는 것이 명품 아닌 것이 없었고.

특별히 일부러 명품을 사러 한 것도 아닌데, 돈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되었다.

하여간, 이러니 이목을 끌 수밖에.

게다가 판매장 전면에 주차한 차는 작년에 아빠에게 사드린 포르쉐 911이다.

아빠가 사달라고 말씀은 안 하였지만, 어릴 적부터 아빠의 로망이 포르쉐 911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드린 것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바로 다가와서 물었다.

“내 동생이 탈 차가 필요해서요.”

“오! 동생분이셨군요! 우리는 정말 보기가 드문 선남선녀시라, 애인 관계인지 알았지 뭡니까?”

“그냥 차 좀 보여주시지요?”

“험, 죄송합니다. 그럼, 어떤 차를 원하시는지요?”

“동생이 아직 어리니까, C 클 이나 E 클로 보여주세요.”

내 말에 소미의 눈이 둥그레졌다.

“오빠, 웬 E 클?”“봐서 둘 중에 하나 고르자”

“헤헤헤! 역시 오빠야!”

“짜아식!”

사실은 소미가 C 클 사달라고 할 때부터 E 클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 동생인데, E클은 타야지?

가격 차이라고 해봤자, 2천에서 3천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말이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런 이쪽으로 오시지요.”

신나하는 소미를 데리고 직원을 따라서 가자, C클과 E클의 여러 모델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였다.

여기 와서 알았는데, 벤츠는 같은 클래스 내에서도 모델이 의외로 많았다.

그렇게 소미가 직원이 소개하는 차에 앉아보기도 하고, 조작도 해보고 하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철식이 오빠?”

“...”

순간적으로 내 몸이 굳어졌다.

너무나 애증이 어린 목소리였기에.

설마 하면서 뒤를 돌아보자, 역시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연주였다.

“여,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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