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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59화 (59/250)

59. 고작 이런 놈에게 간 거였니?

연주가 서 있었다.

한때는 내가 사랑했던 여자.

그리고, 최악의 날에 나를 버리고 볼품없는 놈이라고 같이 욕하였던 회사 2세에게 시집을 간 여자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만, 설마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은 몰랐다.

아니, 원수까지는 아닌가?

“오랜만이야, 오빠”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내니?”

만나면 엄청나게 당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 감정이 동요되지는 않았다.

하긴, 벌써 4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까.

“나야 뭐, 그렇지. 오빠는? 오빠에 관한 이야기가 많던데, 사실이야?”

“어, 너와 헤어지고 나서 일이 잘 풀렸어.”

“그랬구나···.”

말하는 연주의 얼굴에 아쉬움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듯싶었다.

조금만 더 낚싯대를 드리웠으면 월척을 잡았을 텐데 하는 심정일까?

그러고 보니, 연주는 의외로 수척한 모습이었다.

부잣집에 가서 잘 먹고 잘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오빠, 엄청 많이 달라졌어.”

“그래?”

“웅. 살도 많이 빠지고 멋있어 졌네”

“뭐, 운동을 다시 시작하였으니까. 그런데, 여기는 웬일이야?”

“차를 좀 보려고 왔어. 오빠는?”

“어, 여동생 차를 사주려고”

“여동생 차를 벤츠로 사줘?”

“원랜 포르쉐 파나메라로 사줄까 하다가, 아직 어린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소박하게 벤츠로 사주려고 왔어.”

“소, 소박하게?”

내가 왜 이런지는 모르겠다.

허세는 아니지만, 내가 돈이 많음을 연주에게 자랑하고 싶어졌다.

부모 잘 만나서 잘 먹고 잘사는 네 남편 따위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부자라고 말이다.

뭐, 사실이기도 하고.

연주 시댁이 아무리 돈이 많아봤자, 지금 내 재산의 몇백 분의 하나도 안 된다.

남편 놈은 형제자매들과 쪼개서 상속받을 테니까, 그조차도 안 될 것이고.

부잣집을 찾아서 나를 떠났어?

그래, 진짜 부자는 나란 말이다.

그때, 차를 살펴보던 소미가 다가오면서 물었다.

“오빠, 누구야?”

“응, 오빠가 예전에 알던 사람”

“그렇구나”

소미도 여자다.

여자의 직감은 적어도 이런 방면으로 염주의 점지 정도는 귀싸대기 날릴 정도로 예리한 법이다.

소미가 곧장 내 귀에 입을 대면서 속삭이듯이 물었다.

“저 여자, 그 여자지? 오빠 차버리고 부잣집으로 시집갔다는 여자?”

“응”

바로 소미의 표정이 급변하며 턱이 도도하게 올라갔다.

하늘 같은 오라버니를 차버린 여자니, 곱게 보일 리가 없을 거였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오빠 여동생 강소미에요.”

“김연주라고 해요. 철식이 오빠가 예전에 그렇나 이쁘다고 자랑하였는데, 정말 이쁘네요.”

연주는 정말 감탄하며 말하였다.

당연히 이쁘지.

우리 소미의 미모는 이미 인간계를 벗어난 듯하였다.

그리고 나이는 여자로서 가장 아름다울 시기인 스물둘이다.

하루가 갈수록 활짝 피는 소미의 미모는 내가 신변을 걱정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었다.

“저도 언니 이야기는 말씀 들었어요. 참 안타깝네요.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에요.”

“...”

소미가 이렇게 가시 돋치게 말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

어지간히 미운듯하였다.

그런데, 이 와중에 출연자가 한 명 더 늘었다.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는지, 물기 묻은 손을 털면서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그놈이다.

“여보, 뭐 해?”

“아냐, 그냥요···.”

“그냥 뭐? 누군데?”

“그 왜···. 예전에 알던 사람이에요.”

“음?”

이놈도 무엇을 느꼈는지 심상찮은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는데, 정말 참 볼품이 없다.

사람을 외관으로 무시하면 안 되겠지만, 놈은 내게서 연주를 훔쳐 간 놈이다.

그래도 된다.

키는 170도 안 되어 보이는 데다가, 몸 관리도 전혀 하지 않는지 배가 만삭이다.

거기다가 얼굴은 참 왜 그리 못생겼는지, 보기가 거북할 정도였다.

연주야, 연주야.

고작 이런 놈에게 간 거였니?

“누구쇼?”

“그냥 예전에 부인을 알던 사람입니다.”

“어떻게 알았는데요?”

말투가 사뭇 시비조인데, 내가 참자.

“예전에 유아동복 업계에 있었어요. 그래서 아는 거니까, 말 좀 조심합시다. 불편한 모양이니 그냥 각자 일 보면 되는 것 아니요?”

“유아동복? 유아동복이라면 내가 누군지 알겠네요?”

“동양 어패럴 2세라고 말하고 싶은 거요?”

“흐흐흐! 잘 아시네? 그럼 댁은 어디에 다니쇼? 유아동 업계에 내가 모르는 회사는 없는데?”

“그만두었다니까 그러시네?”

“어디 다녔는데요?”

“대성에 다녔어요.”

“대성? 어? 그럼 혹시?”

놈이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눈이 커졌다.

그리고, 보다 못한 연주도 내 신분을 확인시켜 주었고.

“여보! 소문의 그 사람이에요. 함부로 하면···.”

“아아! 대성 직원이었다가 몇 년 만에 돌아와서 회사를 인수하였다는?”

“맞아요.”

연주의 말을 듣자마자 놈의 태도가 변하였는데, 태도가 좀 이상하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하하하! 아이고, 이거 진작에 말씀하시지요? 우리 업계에 최대 화제의 주인공을 몰라봤습니다. 나 동양 어패럴 부사장으로 있는 서규만입니다.”

“강철식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성이라면 그 흉포하기로 소문난 홍 사장님 밑에 있었다는 거잖아요? 아니, 회사를 인수할 재력이 있으신 분이 어떻게 그런 사람 밑에 있었어요? 게다가 JD 스타일과 성인복 회사도 인수하고 엄청나게 투자하시던데?”

“...”

아무리 우리 홍 사장이 포악한 사장이었지만, 이놈 입에서 거론되니 가뜩이나 불편한 마음이 더 좋지 않아졌다.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으니, 소미 차는 다음에 사는 것으로 하고 자릴 피해야겠다.

갑자기 정중해진 것 같으면서도 뭔가 뼈가 있는 듯한 저놈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홍 사장님이 그렇게 막 나가시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업체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좀 그렇고요. 회사를 인수한 것은 운이 좋았습니다. 그럼···.”

“오오! 옆에 계신 미인 분은 누구십니까?”

아니 이 새끼가?

내가 말하는데 어디다 한눈을 파는 거야?

그것도 내 여동생에게?

내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지는 것도 모르고, 놈은 그저 계속 나불거렸다.

“연예인? 아니 이렇게 미인인 연예인은 보질 못하였는데? 강 형 이겁니까? 으하하! 이거 부럽습니다! 직원이던 분이 운이 좋아 이런 미인도 데리고 다니고요? 어려 보이는데, 스물? 스물하나?”

“...”

놈이 드디어 선을 넘었다.

품평하듯이 소미의 위아래를 흩어 보다니?

놈의 눈에는 음심이 가득하였다.

자기 마누라를 옆에 두고서 말이다.

누구도 내 동생을 저런 식으로 쳐다봐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당장 연주가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가족에 대한 내 애정과 집착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야···.”

“하하···. 야? 야라고 했습니까?”

“그래, 야 이 새끼야! 눈 깔아! 이게 어디서 내 동생을 가지고”

“아, 아니···. 모르고 한 말 가지고, 너 깡패냐?”

“여보! 그만해요!”

연주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뭐야? 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쳐봐, 새끼야! 하여간 이래서 근본 없는 새끼들은 안 돼요. 어디서 횡재를 해서 돈을 벌면 뭐해? 기본이 안 되어있다니까? 기본이?”

“하하하!”

우스웠다.

재벌도 아니고, 중견 의류회사 2세 따위가 감히 개기는 것이.

“왜 웃냐? 새끼야?”

이 새끼, 하는 짓 보면 뭔가 내게 단단히 꼬여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결론은 아무래도 연주와 내 과거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시비를 거는 일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개차반인 놈이라고 하여도.

“야, 너 솔직히 말해 봐. 너, 모른 척하였지만 내가 누군지 아는 거지? 그렇지?”

“뭐 임마?”

“이거 왜 이러시나? 과거에 내가 연주와 사귀었던 것을 아는 거지? 그지?”

“이 새끼가!”

발끈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었다.

처음 들었으면 처음에는 당황하였을 터인데.

“이야! 이거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원래 내 것을 뺏어간 놈이 누군데 지가 성질이야? 생긴 것도 병신 같이 생겨서, 지 아빠 돈으로 행세하는 병신이?”

“이, 익!”

“왜? 치려고? 쳐 봐! 쳐 보라고!”

나는 아까 놈이 한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병신같은 새끼가 그 주먹으로 누굴 치겠다는 거야? 돼지같이 살이 쪄서 정권도 잡히지 않는 주먹으로?”

“이 새끼! 너희 회사 아주 업계에서 매장시켜 버리겠다!”

“푸하하하!”

환장하겠다.

업계에서 나를 매장해?

“야 이 등신 같은 놈아! 네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은데, 동양 따위가 나를 매장해? 머리통은 장식이냐? 모자걸이야? 너, 부사장이라는 놈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모르는 거야?”

“무, 무슨 말이냐?”

“이 등신아! 내가 한국에서 의류업에 박은 돈이 2,000억이 넘는데, 내가 전면에 나선 거 봤어?”

“뭐?”

“하아! 머리 나쁜 놈하고는 말싸움도 피곤하구나. 야, 투자한 회사가 어디라고 하디?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라고 기사에 안 쓰여 있어? 신문도 안 보냐?”

“...”

우와와!

이 새끼는 정말 뉴스도 안 보나 보다.

“하아···. 기가 막혀서 말도 하기 싫네. 됐고, 집에 가서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란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나 좀 알아보고 덤비지? AMD나 엔비디아도 모르지? 그지?”

“그게 뭐지?”

“...”

정말 모르나 보네···.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졌다.

이런 돌대가리하고 상대하는 내가 나쁜 놈이다.

“네가 이겼다. 더는 말하기 싫으니까, 이만 각자 갈 길을 가자고. 그리고, 집에 가서 너희 아빠에게 꼭 말해.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오너하고 싸웠다고 말이야. 꼭 말해야 해? 아빠에게 업계에서 매장하자고도 말하고?”

“...”

놈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는지, 나를 노려보면서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소미야!”

“웅, 오빠”

“가자! 차는 다음에 사줄게”

“웅”

소미 손을 잡고 나가면서, 연주에게도 한마디 하였다.

“솔직히 네가 행복하기를 바랐다는 둥 같은 개소리는 하지 않을게. 나는 그렇게 속 좋은 놈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게 뭐냐? 아무리 돈을 보고 결혼했다지만, 어떻게 저런 쓰레기하고 하냐?”

“...”

“행복하니? 행복해?”

“...”

연주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제기랄!

쓸데없는 말을 했네.

굳이 연주의 가슴을 후벼팔 일은 아니었것만.

그날 밤.

전화가 몇 번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

뜨는 번호가 연주 전화번호였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연락하면 뭐할까?

다시 합치기라도 하게?

이미 버스는 지나가도 한참 전에 지나갔다.

연주는 내가 거지였을 때 돈 있는 놈을 선택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연주가 져야 하는 것이고.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다.

그저 오늘은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렇게 잊어버리려 했는데, 다음 날 내 전화기에 모르는 번호가 뜨면서 내 평온은 다시 깨졌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네, 강철식입니다.”

- 나 동양 어패럴의 서창렬입니다. 우리 규만이 일로 전화드렸습니다.

아이 씨.

왜 자꾸 사람을 괴롭히는 거야?

그냥 지나가고 없던 일로 하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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