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60화 (60/250)

60. 이 집 정말 맛집이다.

“이 번호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 며늘아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아,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아드님과는 그저 해프닝이었고, 일이라고까지 할 것도 없었어요.”

- 저기, 그러지 마시고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시지요. 제가 이대로 지나가기에는 너무 찜찜해서 그렇습니다.

“서 사장님, 저는 다 잊었습니다. 솔직히 오랜만에 귀국하였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좀 당혹스럽습니다.”

- 솔직히 지금 강 회장님도 찜찜하지 않으십니까? 이런 일은 그저 책임 있는 사람끼리 만나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이 양반, 확실히 나에 대하여 알아보았구먼.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상당히 저자세인 것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계속 거부하는 것도 내가 못나 보일 거 같아서 다음 날 저녁에 만나기로 하였다.

다음 날 저녁.

서 사장이 말한 장소로 갔더니, 조용한 고급 일식집이었다.

입구에서 서창렬 사장과 약속이 되어있다고 하니, 종업원이 안쪽의 방으로 나를 안내하였다.

“서창렬 사장님?”

“하하!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몇 년 전에 판교 백화점 오픈식에서 먼발치에서나마 봤던 양반이다.

나이가 60이 넘은 것으로 아는데, 아들과는 달리 관리한 몸매였고 항상 깔끔하게 다닌다고 소문난 사람이다.

그런데 날 왜 상석에 앉으라고 하냐?

부담스럽게?

“아닙니다. 제가 상석에 앉을 수는 없지요.”

“하아! 이거 한국은 이게 참 불편합니다. 회장님이 계신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

음, 그건 인정.

결국은 서로 사양하다가 서 사장이 상석에 앉았다.

아무리 좋지 않은 일로 만나는 사이지만, 우리 아버지뻘 되는 사람 앞에서 상석에 앉기는 싫었으니까.

적당히 인사를 하고, 나오는 식사에 손을 대었는데, 이 집 참 훌륭하다.

실내장식도 완전히 독립적인 구조라 외부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분위기도 좋으며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이따가 가면서 명함이나 챙겨 가야겠다.

“어떻습니까? 음식이?”

“네, 맛있습니다.”

“하하! 아는 사람들만 아는 집인데, 조용하고 음식도 맛 좋기로 유명하지요. 소개가 없으면 예약을 안 받는 집인데, 제가 여기 실장에게 말해놓을 터이니 마음에 드시면 종종 이용하세요.”

“아! 고맙습니다. 종종 이용해야겠습니다.”

“하하하! 회장님이 좋아하시니 저도 좋습니다.”

서 사장, 이 양반 영업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긴 그러니 회사를 거기까지 키웠겠지만.

“자, 일단 한잔하시지요.”

“네”

그렇게 몇 잔을 연거푸 마시고 나서, 서 사장은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어제 자식놈이 회장님께 크게 실례를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이거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이 그저 투덕거린 것인데, 사장님이 사과하실 일은 아니지요.”

“이놈이 갑자기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를 아느냐고 물어보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요.”

“혹시 제 회사를 아십니까? 제게 부르는 호칭도 그렇고 어느 정도는 아시는 것 같은데요?”

“하하!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뒷조사한 것은 아니고요, 회장님께서 대성을 비롯한 국내 의류회사들을 인수하는 기사를 보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대성을 인수하셨던 일 자체가 우리 업계에서는 워낙 큰 사건이기도 하였고요.”

“그렇습니까?”

“그럼요? 영업부 직원이 다니던 회사를 인수한 것인데,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입니까? 거기다가 JD 스타일에다가, 대형 성인복 업체인 성창까지요?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당시에는 정말 업계 사람들 둘만 모이면 회장님의 정체에 대하여 수다를 떨었습니다.”

하기야,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일이었으니까.

“거기다가 저는 미국에 아는 지인들이 있어서 좀 더 물어봤었지요.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란 회사에 대해서요. 그게 아마 성창을 인수하였을 때일 겁니다. 그랬더니, 요즘 미국 투자가에서도 화제인 회사라고 하더군요. 한국인 알렉스 강이 설립한 회사인데, 몇 년 사이에 믿기 어려울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하였구요.”

“그게 전부입니까?”

“그때는 그저 호기심으로 물어봤었기에, 이야! 대단한 사람이구나! 정도로 말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자식놈이 또 물어본 것이지요.”

“...”

“그래서 무슨 일인데 네놈이 카르마에 대하여 안냐고 물었더니······. 하!”

서 사장은 목이 말랐는지 소주를 들이켜고 다시 입을 열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주절대더군요. 업계에서 매장을 시켜야 한다는 둥 말을 하면서 말입니다. 술도 처먹어서 횡설수설하길래 짜증이 나서 며늘아기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거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예?”

갑자기 잘 말하다가 말고 또 웬 죄송이지?

“근처에 따로 나가서 살기에 바로 불렀는데, 웬일인지 시가에 오기를 싫어하더군요, 목소리도 평소와는 많이 달랐고요. 느낌이 와서 무조건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며늘아기를 우리 집에 불러서 추궁을 하니, 낮에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더군요. 예전에 며늘아기가 우리 규만이 만나기 전에 사귀던 남자를 우연히 벤츠 판매장에서 만났는데, 우리 규만이가 회장님께 크게 실례하였다고 말입니다.”

“그러셨군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회장님에 대하여 제대로 아는 것이 순서인 것 같아서, 이번에는 미국에 있는 제 변호사에게 전화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 변호사고 유능한 사람이라 자세히 알 수가 있을까 싶어서요. 그랬더니, 아주 잘 안다고 하더군요.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는 물론이고 회장님에 대하여서도 말이지요.”

“예? 누가요?”

미국의 변호사가 왜 나를 잘 아는 것이지?

“그 변호사는 한국에서 돈 좀 있다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유명한 사람입니다. 아시지요? 제프리 장?”

“엉? 제프리? 제프리 형?”

아니, 형이 여기서 왜 나와?

“하하! 역시 잘 아시는군요.”

“아니, 제프리와 거래하셨어요?”

“저만이 아니지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나라 웬만한 재벌들하고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미국에 일을 벌이려면 필수적인 인물로 통합니다.”

“아!”

이 양반 생각보다도 더 거물이네?

“그래서 제프리가 뭐라고 했습니까?”

“먼저 무슨 일로 물어보냐고 하여서, 아들놈하고 트러블이 좀 있었던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하는 말이···.”

“하는 말이?”

“현재 미국 투자계에서도 최고 거물 중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시가총액 1,000억 달러가 넘는 IT 회사 여러 개의 대주주라고 하였고요. 게다가, 한국 부자 순위로 올라가지 않아서 그렇지, 제대로 순위를 매기면 100대 부자들 다 합쳐도 회장님 재산에는 못 미칠 거라고 하더군요.”

그렇게나 되나?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제프리 장 변호사와는 개인적으로도 친형제처럼 지낸다고 하면서, 만약에 내가 아들의 트러블을 해결하지 못하면 나와는 거래를 끊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

에이, 이 양반이 오버는.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늘 친형님처럼 생각하는 것을 확인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그런데, 서 사장이 돈이 그렇게나 많았나?

제프리 형과 거래하려면 웬만한 규모로는 되지 않을 거였다.

업계에서 예전부터 소문난 알부자였고, 지분을 홍콩 업체에 팔면서 큰돈을 챙기기는 하였지만, 제프리 형과 거래할 정도였는지는 몰랐다.

“제프리 형이 좀 오버한 것 같습니다. 제가 연락해서 잘 해결되었다고 할 것이니, 더는 서 사장님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거 한시름 놓겠군요. 마치 워런 버핏을 건드린 것 같아서 영 찜찜했습니다.”

“에이, 별말씀을. 워런 버핏은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이거 참 부끄럽습니다. 제가 너무 외아들이라고 오냐오냐하면서 키웠더니, 아이가 참···.”

서 상장은 이제는 아주 한탄하는 버전으로 대세 전환을 하였다.

“회장님보다는 몇 살 적은 나이인데, 왜 그리 못난 놈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젊었을 적부터 사업한답시고 밖으로 떠돌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참 나쁜 아빠였어요. 그래서, 그것을 대신한답시고 해달라는 것은 다해주고, 용돈을 달라는 대로 다 쥐여주었지요. 그게 자식들을 망치는 지름길임을 모르고 말입니다.”

“아니, 뭐···.”

“특히나 규만이 그 녀석은 외아들이라고 아이 엄마나 나나 더 오냐오냐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흔히 말하는 2세 개망나니가 되었지 뭡니까?”

“...”

이 양반아, 나보고 어쩌라고 왜 내게 신세 한탄이세요?

곤욕스러워하는데도, 서 사장은 술이 좀 되었는지 자식 한탄을 계속하였다.

“결혼이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제가 좋다는 여자하고 결혼도 시켰습니다. 다행히 어디서 클럽 같은 데서 자기랑 같은 개차반을 데리고 올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네에···.”

연주가 그 정도는 아니지.

솔직히 나를 차고 가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집안도 좋고 성격도 좋은 편이고, 외모도 길을 가다 보면 남자들이 되돌아볼 정도로 이쁜 아이였다.

“회사에서 근무 평도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성격도 참하였어요. 그래서 흔쾌히 결혼을 승낙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제 버릇 못 고친다고, 몇 달은 잠잠하더니 또 이리저리 바람이나 피우고, 술 처먹고 사고치고 다니지 뭡니까?”

“저런! 힘드시겠습니다.”

“에휴! 말해서 뭐합니까? 술이나 드시지요. 건배!”

“건배!”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지는구나.

“캬아!”

“크아!”

“결론은 어제 일로 결심하였습니다.”

“무슨 결심이요?”

“내가 준 돈을 모두 거두어들일 생각입니다.”

“네?”

“돈으로 망친 자식입니다. 돈이 떨어지면 생각을 바꾸겠지요.”

“그래도 나중에는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주어야 할 텐데요?”“오! 회장님도 아시는군요?”

“네, 어쩌다 보니···.”

내가 어떻게 알겠냐?

대성에 있을 때 홍 사장님이 자식들 이야기하면서 아는 것이지.

“유류분이라고 하지요. 패륜을 저지르거나 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지 못하는 이상,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은 무조건 상속인에게 주어야 한다더군요,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여간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돈줄을 끊을 생각입니다. 내가 죽고 나면 소송을 하던가 말던가는 내가 죽은 뒤이니 신경 쓸 것도 없고요.”

응? 그러면 연주는 어떻게 살라고?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며느리에게만 규만이 몰래 생활비를 줄 생각입니다. 친정에서 도움받는다고 하라고 하고 말이지요.”

그럼, 그렇지.

“솔직히 며느리가 얼마나 버틸는지도 모르겠어요. 참 괜찮은 아이가 그 망할 놈의 눈에 띄어서 참···.”

“뭐, 성인들이니, 알아서 하겠지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이거 회장님을 만나서 이렇게라도 속 시원하게 말하니까 속이 그나마 풀립니다.”

“...”

오늘이 이런 자리였나?

내가 참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이 집 정말 맛집이다.

계속 들어오는 안주가 왜 이리 입에 붙냐?

“저기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만···.”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혹시 동양을 인수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예? 동양을요?”

이게 무슨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여?

이 양반 설마, 나에게 회사 팔러 온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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