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61화 (61/250)

61. 적임자를 구한 것 같아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동양을 인수하다니요?”

“갑작스럽지만,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말입니다.”

“동양은 몇 년 전에 홍콩 자본이 대주주가 된 것으로 아는데요?”

“네, 맞습니다. 홍콩의 리앤창에 지분 70%를 팔았지요. 현재 제 지분은 30%입니다.”

“그런데요?”

“리앤창이 동양에서 손을 떼고 싶어 합니다.”

“음? 그래요?”

솔직히 놀랍지는 않았다.

이유야 뻔하였으니까.

“아시다시피, 홍콩 애들이 우리 동양을 인수한 것은 중국 진출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사드 사태가 있었지요.”

“네, 맞습니다. 사드 사태로 인하여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몇 년 정도 지나면 풀리겠거니 하여 기다렸습니다만,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요. 오히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과 서방이 대립하는 구도가 심화하면서 리스크는 더 커지기만 하였고요.”

솔직히 이제 중국 비즈니스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우리나라 출산율은 급작스럽게 폭락하여, 국내 시장을 바라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2015년도에 44만 정도였던 출산아 수가 작년인 2018년에는 무려 32만대로 떨어졌습니다. 이거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닙니까?”

“앞으로는 더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거 정말 아이들은 날의 미래인데, 대체 왜들 그렇게 아이들을 낳지 않고 결혼을 안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아니, 자신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아나?”

맞는 말인데, 자꾸 그러면 내가 민망하잖아.

나도 한국 나이로 35살 노총각인데.

“안 그렇습니까? 회장님?”

“험험, 미안합니다.”

“예?”

“결혼 안 해서 미안하다고요.”

“아···.”

아는 무슨.

“이, 이거 결례를 하였네요.”

“아닙니다. 전적으로 맞는 말씀인데요. 이재하 대표하고도 자주 하는 말들입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어쨌든 회장님도 얼른 결혼하셔야지요? 아니, 이렇게나 훤칠하신 데다가 한국 최고의 부자이신데, 왜 하지 않으십니까?”

“...”

차마 당신 아들내미가 내 여자를 뺏어가서 그렇다는 말은 못 하겠다.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하여간, 대체 이야기가 왜 자꾸 삼천포로 빠지냐?

하다 하다 이제는 내 결혼 이야기로 번진 거야?

“저기, 자꾸 이야기가 새는 것 같은데···.”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하여간 그래서 홍콩의 리앤창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지분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매입가격을 온전히 받기 힘들 텐데요? 상황이 많이 바뀌었잖습니까?”

“그거야 물론이지요. 그래서 헐값에라도 내놓겠다고 합니다. 막말로 얼마라도 건지고 싶은 것이지요.”

“흐음···.”

제값을 다 달라고 하면 몰라도, 헐값이라고 하니까 관심이 갔다.

누가 뭐래도 동양이 보유한 브랜드들의 가치는 여전하였으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장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그렇네요. 제가 우리 이재하 대표와 상의한 다음에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좀 적극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참에 제가 보유하던 30%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음? 아예 손을 떼시게요?”

“네,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일입니다. 이어서 받을 아이들도 없고, 이미 70%는 내 회사도 아닌데, 계속 대주주 눈치 보면서 관여하는 것도 좀 아니라서요. 이젠 좀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것도 고려해서 상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더 몇 잔을 마시면서 서 사장을 상대하다가 귀가하였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서 사장이 연주에 대하여 한 말이 계속 생각이 나서 한동안 잠을 못 이루었다.

말하는 뉘앙스가 결혼 생활이 대단히 불행한 것으로 보였으니까.

시아버지인 서 사장이 보기에도 위태로울 정도라니, 뭐 갈 데까지 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바보 같은 기집애, 날 버리고 갔으면 좀 잘 살던가.

에이, 모르겠다.

내가 거기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지 않나?

본인이 선택한 길이니,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나도 이제 슬슬 누군가를 만나기는 만나야 할 텐데, 이거 뭐 지난번에 앰버 뭐시기가 달려들다가 미수로 그친 일 이후로는 여자 만나기가 더 겁이 나니, 이것도 큰일이네.

아웅, 잠이나 자자.

인연이 되면, 누군가하고는 맺어지겠지.

“어디? 동양? 동양 어패럴?”

“응, 동양 어패럴”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말이지···.”

나는 어제 동양의 서창렬 사장과 있었던 일을 재하 형에게 자세히 설명하였다.

“참, 나! 그 양반도 어지간하다. 자식 놈 일을 가지고 만나자고 해서, 너에게 회사 팔아치울 영업을 한 거였네?”

“뭐 그런 셈이지”

“대단하다, 대단해! 나는 죽었다 깨어도 그런 것은 못 따라갈 거야”

“흐흐흐! 그렇지 뭐. 그나저나 어떻게 생각해요? 동양을 인수하는 건 말이야.”

“글쎄다? 박 이사는 어떻게 생각해요?”

재하 형이 옆에서 듣고만 있던 박진호 이사에게 묻자 바로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이 양반은 요즘 물 만난 물고기란다.

개인적으로는 연봉도 대폭 인상이 된 데다가, 차도 그랜저로 바꿔 주었고, 법인카드도 사유만 분명하면 제한 없이 쓸 수 있게 해주었다.

전에 홍 사장이 있었을 때는 법인카드 쓰면 하도 난리를 치니까 거의 제대로 쓰질 못하였는데.

아니, 아무리 중소기업이지만, 명색이 영업 본부장이 바이어 만나서 10만 원 넘게 썼다고 뭐라고 하면 대체 어떻게 하냐고?

그나마 나는 총각이니 정 써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냥 내 개인카드로 긁고는 했었는데, 처자식이 있는 중년의 가장은 그마저도 어려워서 늘 얻어먹고 다녔었다.

내 참, 한 번은 다른 회사 팀장이 너희 회사는 대체 영업 본부장이 왜 그리 얻어만 먹고 다니냐는 소릴 할 때는 정말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하여간 그래서 법인카드 제한도 없애주고, 알아서 적당히 쓰라고 하였더니 아주 기가 살아난 모양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밖에 나가면 우리 회사에 뼈를 묻을 것이라 공언하고 다닌다고 하니 말이다.

“저는 대찬성입니다.”

“설마 조직이 커져서 찬성한다는 말은 아니겠죠?”

“그럴 리가요?”

“그럼 이유가?”

“일단, 동양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위치입니다. 누가 뭐래도 현재 우리나라 유·아동 업계에서는 최고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요?”

“역시나 시너지 효과지요. 우리와 같은 연령대지만, 아시다시피 복종이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게다가, 중국은 어차피 포기해야 한다고 치더라도, 요즘 한류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이 시점에서 동남아나 심지어는 서양권 시장도 노릴 수 있습니다.”

“흐음···.”

“단, 비싸게 인수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적절한 인수 금액을 제시하면 좋은 거래가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나도 사양이다.

“아, 진짜! 인수 금액은 어떻게 달라고 하냐? 박 이사 말처럼 비싸면 소용이 없는 일이잖아?”

“본격적으로 협상해야 알겠지만, 서 사장의 말로는 대주주인 리앤창이 빨리 손을 떼고 싶어 해서 가격을 많이 낮추려는 모양이야.”

“그래?”

“물론 서 사장 지분은 뒤로라도 조금 더 주어야 하겠지만”

“박 이사, 예전에 홍콩 애들이 동양 지분 얼마에 인수했었지?”

“제가 듣기로는 1,500억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서 사장 지분까지 최대 1,500억에서 1,000억 사이로 생각하면 되려나?”

“확실하게 따져봐야겠지만, 대략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할래?”

내 생각에도 리앤창 지분을 과거 그들이 매입했던 가격의 50%에서 70% 정도 쳐준다고 하면 그 정도 금액이 나올 것 같았다.

물론 당연히 전문가들이 정확히 평가하겠지만.

“그럼, 일단 협상이나 해보지요. 전문가들 붙여 드릴 테니까, 형님이 박 이사와 함께 진행해 보세요.”

“그러자”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임하겠습니다!”

“...”

요즘 박 이사의 오버가 좀 심하다.

이러다가 필사즉생 골육지정 같은 소리도 나올라.

“아, 박 이사는 잠시만 자릴 비워주지? 내가 강 대표님과 따로 할 말이 있어서”

“알겠습니다.”

박 이사 내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왜요? 무슨 할 말이 있어요?”

“응, 긴요하게 이야기 좀 하려고”

“뭔데요?”

“너, 한국에도 계속 투자할 거냐?”

“뭐, 내가 미국에만 투자한다는 법은 없지. 괜찮은 종목이 보이거나 회사가 나오면 아마도 계속 투자하거나 인수하겠지? 그런데 그건 왜?”

“그럼 너, 제대로 된 사람을 구해”

“사람을?”

“응.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의류업 커버치는 것이 내 한계야. 그 이상은 내 능력 범위 바깥이라고”

“흐음···.”

“최근에 마곡 사옥 건 때문에 장영동 이사장님이나 기동이를 만나면서 느낀 것인데, 이제 슬슬 복지 사업 말고 영리사업 쪽으로 총괄할 사람이 확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재하 형의 말이 맞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절감하던 부분이고.

복지 사업 분야야 장 이사장님하고 아버지가 확실하고 쥐고 나가니 상관이 없는데, 영리사업 쪽은 이번에 동양만 인수하더라도 꽤 규모가 커지고, 거기다가 통합 신사옥이니 보안회사 등을 합치면 재하 형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닥치는 대로 그때그때 일을 벌이다 보니 너저분한 느낌도 들고 말이다.

확실히 한국에서의 영리사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어요.”

“그렇지? 네가 계속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나가줄 사람이 필요해. 현재는 이건 뭐, 하꼬방도 아닌데, 복지 사업에 의류에 보안회사까지 겹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 네가 아직은 본격적으로 투자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만약 여기서 네가 더 투자하면? 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흐흐! 알았어요. 내가 좀 알아보고, 사람과 시스템을 정비할게”

“그래, 서둘러야 할 거야”

“오케이”

그런데 막상 생각하니 막막하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

하지만, 내게도 믿는 구석이 있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

두르르륵! 두르르륵!

- 여보세요? 알렉스냐?

“어, 제프리 형. 통화 가능해요?”

- 응, 말해. 아, 참! 너 동양의 서 사장하고는 잘 해결되었냐?

“에이, 그거야 뭐 일도 아니지. 자식놈은 영 아닌데, 서 사장은 그래도 점잖더구먼?”

- 어, 나하고 거래한 지 몇 년 되었는데, 사람은 나쁘지 않아. 말이 좀 많아서 그렇지.

“푸흐흐! 그거 나도 느꼈어.”

- 그래, 그건 잘 처리되었다니까 다행이고, 그래 무슨 일이야?

“내가 항상 형에게 부탁하는 것 있잖아요.”

- 뭔데? 아! 사람?

“빙고!”

나는 자초지종을 제프리 형에게 설명하였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에서 영리사업을 총괄할 믿을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 하기는, 오히려 좀 늦은 감이 있지

“그렇지요?”

- 무슨 말인지 알았어. 내가 수소문해볼 텐데, 시간이 며칠 걸릴 거야

“에이, 그 정도야 뭐”

- 알았다. 최대한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구해보마

“항상 고마워요, 흐흐!”

- 자식!

그리고, 며칠 후.

제프리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제프리 형”

- 적임자를 구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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