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63화 (63/250)

63. 나는 다 잊었으니까

“회장님께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지주회사(持株會社. Holding Company)의 설립입니다.”

“지주회사요?”

“네, 제가 듣기로 회장님께서는 지금은 의류 관련 회사와 보안회사가 전부이지만, 앞으로는 여러 기업집단을 소유하고 지배하실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투자도 하실 것이고요.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현재는 미국 기업 위주로 미국에서 설립된 카르마 인베스트먼트가 투자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만, 투자를 꼭 미국에만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한국에도 조금씩 투자를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역시 지주회사를 설립하여 여러 기업을 지배하시는 것이 깔끔합니다. 지주회사는 사업 방식에 따라서 순순 지주회사나 혼합 지주회사 등으로 나누어지지만, 어차피 회장님은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전액 투자를 원칙으로 하실 것이잖습니까?”

“예, 일부만 소유한다거나 해서 누군가 간섭을 받는 것은 싫지요.”

“하하하! 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꼼수를 부리거나 적대 자본을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없으니까요.”

지주회사가 그렇게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거였나?

“그게 그렇게나 신경 쓸 일이 많은 거였어요?”

“아유! 말도 마세요. 국내 지주회사들이 자회사 지분을 몇 %나 가지고 지배력을 행사할 것 같습니까?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다르지만,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별로 없어요. 특히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하지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설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요?”

“네, 적대 자본으로부터 경영권 분쟁이나 M&A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온갖 잔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게다가, 국내법상으로는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한이 200%입니다. 그거 넘으면 인수 나 합병도 못 하지요.”

“아하!”

“하지만, 회장님처럼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아예 부채도 없이 100% 인수를 목적으로 한다면, 걸리적거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겁니다.”

“...”

뭔가 복잡하지만, 하여간 남 사장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 드릴 테니, 복지 사업 분야를 제외한 한국에서의 모든 사업은 남 사장님이 맡는 것으로 하시지요.”

“하하! 감사합니다. 제 모든 열정을 여기에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사성에 계실 때처럼 일만 하지는 마시고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제 인생의 슬로건입니다. 사모님과 아이들에게도 신경 쓰시면서 남는 열정을 쏟아주시면 됩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뭐하냐?

가정이 흔들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지.

“하하하!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집사람이 저와 한 2년을 같이 있었더니 제발 좀 밖에 나가서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예?”

“그게 그렇습니다. 20년을 집에서 잠만 자던 인간이 갑자기 집에서 안 나가고 간섭해보세요. 집사람 입장에서는 처음이나 좋지, 좀 지나면 엄청난 스트레스인 모양이더라고요?”

“아···.”

“몇 달 지나서부터는 엄청나게 싸우고, 잔소리도 매일 들었습니다. 자식들이요? 대학생 하나, 고등학교 2학년 하나 있는데, 인제 와서 좋은 아빠 노릇 하려고 하니 그게 됩니까? 그저 꼰대 소리만 들들뿐이었지요.”

“에이, 남 사장님 연배에 무슨 꼰대까지?”

“하하하! 하여간 자꾸 그렇게 부딪히는 일이 반복되니까 사이가 오히려 더 멀어지더군요. 어쩌다 보니 내 연배가 가정을 내팽개치고 회사에만 충성하던 마지막 세대가 된 것 같은데, 이제는 포기입니다.”

“...”

이거 좀 슬프네.

아비가 무슨 돈 벌어다 주는 머쉰도 아니고.

그래 놓고선 시집, 장가 갈 때는 해주는 것 없다고 난리 칠 거 아닌가?

하여간, 내가 더 말하기도 그렇다.

남정원 사장이 사성 기조실에 있으면서 비슷한 연배들보다 더 회사에 충성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도 본인 선택이니까.

남의 가정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알아서 잘하길 바라는 수밖에.

“뭐, 더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저와 일하면서는 가정에도 신경을 쓰셨으면 좋겠네요. 그만 말하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제프리 형”

“응? 왜?”

“형도 비슷하게 사나?”

“미쳤냐? 미국에서 남 형처럼 살다가는 바로 이혼인데? 난 아무리 바빠도 집에 신경 썼다고?”

“흐흐흐! 잘 하셨수”

“미친놈···. 너나 잘하세요. 네 나이 벌써 서른다섯이야. 요즘 한국이 아무리 만혼이라고는 해도, 늦은 나이야. 게다가, 넌 사귀는 여자도 없잖아? 네 허우대가 아깝다, 아까워”

“...”

어떻게 된 사람이 한 번을 안 지냐?

“어흠, 그러면 지주회사 설립하는 것으로 하고, 먼저 의류 파트 맡고 있는 분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일단은 그 양반이 의류 말고도 이거저거 신경 쓰고 있으니까, 인수 받을 것도 좀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재하 형을 오라고 하였다.

“재하 형, 내가 이야기 자주 하였지? 여기는 미국에서 나를 도와주고 계신 제프리, 제프리 장 변호사님”

“반갑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재하라고 합니다.”

“네,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알렉스, 그러니까 철식이의 멘토 시라고요.”

“멘토라기보다는 싫은 소리를 많이 하기는 했습니다.”

“하하하! 그게 그거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만나면 늘 싫은 소리만 하는데요, 뭘”

“하하하!”

대놓고 나에게 악담을 퍼붓는 유이한 존재들이다.

제프리 형과 재하 형.

“그리고, 여기는 남정원 사장님. 사성 그룹 기조실 출신이시고 설립할 지주회사를 맡아서 총괄하실 거예요.”

“반갑습니다, 이재하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남정원입니다.”

“재하 형”

“왜?”

“나보다 더 잘 알겠지만, 남 사장님이 어찌 되었든 직제상 윗사람이 되는 거예요. 적어도 업무적으로는 깍듯하게 부탁할게요.”

“흐흐, 내가 직장 생활 몇 년인데?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라. 그리고, 내가 적극적으로 권해서 시작한 일인데?”

하기야, 조직 생활이 철저하게 몸에 밴 양반인데, 쓸데없는 걱정이지.

“그리고, 남 사장님”

“예, 회장님”

“재하 형님은 제프리 형과 더불어 제 친형과도 같은 사람이에요.”

“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머리 좋은 사람이니, 이 정도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자! 그러면 좀 이르지만 나가서 한 잔···.”

띠리리링! 띠리리링!

나가서 한잔하자는 소릴 하려던 참에 내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기동이 형이네?

“어, 형님”

- 어, 난데, 너 지금 시간 되냐?

“어? 무슨 일인데?”

- 별일은 아니고, 전단장님 모시고 장 이사장님께 인사 왔다가 모처럼 회식을 할 것 같아서 전화했어. 시간 되면 넘어 오지?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 오라고 하시는데?

“그래?”

차라리 잘 되었나?

이렇게 되면 한국의 우리 식구들이 다 모이는 셈인데?

“제프리 형하고 남 사장님 괜찮겠어요? 저쪽에 오늘 무슨 날인지 전부 모여서 회식한다고 하는데, 같이 보시는 것이?”

“나야 좋지. 인사도 드리고”

“저도 좋습니다. 자주 뵈어야 할 분들인데요.”

“알겠습니다. 기동이 형, 우리가 그럼 넘어 갈게요.”

그렇게 해서 단체로 넘어간 곳은 강남의 한 한우 전문 고깃집.

안내를 받아서 들어가니 이미 판이 시작되었다.

“여어! 강 군! 오랜만이네!”

“안녕하셨어요? 이사장님?”

“하하하! 오랜만에 다들 모이게 되었는데?”

“하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장영동 이사장님, 박홍렬 변호사, 아버지, 그리고 기동이 형과 신호 형, 보안회사를 맡은 이상철 전단장님이 이미 거하게 드시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재하 형, 제프리 형과 남정원 사장까지.

이제 한국에서 나와 같이할 사람들이 전부 모인 것이다.

한 명, 한 명 인사하고 나와의 인연을 말하였다.

든든하고 즐거운 저녁이었다.

“남 사장이 합류하면서 동양 인수건이 급물살을 타는데?”

“그래요?”

“응, 역시 선수는 선수더라. 어디서 전문가들을 데리고 오더니, 그냥 해치워 버리더라고”

“대단하네요. 크지는 않지만 작은 물건도 아니데···.”

“하여간 이틀 이내로 결말이 날 것 같아”

“얼마에 인수하기로 하였어요?”

“홍콩의 리앤창이 600억이고, 서창렬 사장 지분은 400억으로 될 것 같아”

“서창렬 사장 지분이 좀 더 받는 것 아니유?”

“창업자고, 구매자를 데리고 온 공을 참작한 것 같더라. 리앤창에서도 이의 없다고 하고”

“그럼 딱 1,000억이네요? 더 들어갈 돈은 없고?”

“동양은 재정 상황이 나쁘지 않아. 보유 현금도 제법 되고 말이야. 인수 자금 말고는 들어갈 돈은 없어”

“그거 괜찮네요. 하여간, 형님이 박 이사 데리고 잘 해봐요.”

“알았다.”

내가 한국에 온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는데, 동양 어패럴 인수 건이 남정원 사장이 끼어들자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진행이 되어 내가 미국으로 가기도 전에 결말이 나게 생겼다.

재하 형 말로는 홍콩의 리앤창에서 최근 사정이 좋지 않은지 빠른 진행을 원하였다고.

덕분에 리앤창 지분을 싸게 매입할 수 있었는데, 리앤창은 1,500억을 넘게 주고 들어왔다가 600억만 챙겨서 손을 떼게 되었다.

최종 승자는 서창렬 사장이었는데, 이 양반은 거의 2,000억을 받고서 회사를 매각한 셈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말이다.

“하하하! 이거 이렇게 빨릴 일이 진행될 줄을 몰랐습니다.”

네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3일 전에 동양 어패럴 인수계약이 체결되었고, 동양은 우리 대성 계열 회사로 편입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 서창렬 사장이 둘이서만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지난번의 일식집에서 만났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번에 한국에 올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우리 직원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창업 공신들하고 근속기간이 되는 친구들은 별도로 챙겼습니다만, 그래도 많이 불안해하더군요.”

왜 안 그럴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기들 한참 밑으로 보던 회사가 공룡이 되어 자신들 회사를 집어삼킨 것이니까.

“이재하 대표에게 신경 써주라고 말해놓았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래도, 고인물들 일부는 조만간 정리될 것이다.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고, 이건 서 사장도 내심으로는 짐작할 거다.

다만, 이 자리에서 입 밖으로 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니, 입을 다물겠지만.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걸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뭔데요?”

“우리 아이, 결국은 며늘아기와 이혼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네?”

“못난 자식이 이번에 회장님을 보면서 자격지심 같은 것이 있었나 봅니다. 원래도 위태로웠는데, 며늘아기를 엄청나게 괴롭혔어요. 심지어는 손찌검도 한 모양이더군요.”

“...”

빌어먹을 자식이 손찌검까지?

하아, 주먹이 운다, 울어.

하지만, 내가 나설 일이 아니다.

“보다 못해서 내가 나서서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주었습니다. 아들놈은 길길이 날뛰었는데, 며늘아기가 더는 죽어도 같이 못 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위자료도 제가 따로 넉넉히 챙겨주는 것으로 하여 합의하였습니다. 이거 부끄럽습니다.”

“아닙니다.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렇군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서창렬 사장, 참으로 대단한 양반이다.

이 양반이 내가 관련이 없어도 이렇게 처리하였을까?

혹시나 해서 말한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내가 나중에라도 듣고 기분 나빠할 것을 우려하여 미리 말하는 것 같았다.

대단합니다, 서 사장님.

이틀 후, 공항으로 가는 길인데 내 전화기가 울렸다.

연주네.

받을까 말까 하다가 마지막일 것 같아서 수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오빠, 나···.

“응, 연주구나”

- 아버님이 그러던데, 내 이야기 들었다면서?

“응”

- 미안해, 오빠

“뭐가?”

- 그냥 모든 것이···.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다 잊었으니까”

- 그렇구나

“그래, 하여간 다 잊고, 행복하게 살아라”

- 그래요, 오빠. 오빠도 행복하고요.

“그래”

입맛이 썼다.

바보 같은 기집애가 잘 좀 살지.

에이, 모르겠다.

나도 빨리 여자를 만나든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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