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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68화 (68/250)

68. 돈! 그리고 더 많은 돈!

며칠 후, 권준호 과장이 소개한 전문가가 우리 회사를 내방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민명기라고 합니다.”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회장 강철식입니다.”

“카르마 홀딩스 대표 남정원입니다.”

간단히 인사를 한 후에 덕담 따위는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 공무원을 그만두셨다고요?”

“네, 국립보건원 방역과장으로 있다가, 여러 가지 회의를 느껴서 그만두었습니다.”

“실례지만, 그럼 지금은 하시는 일이?”

“한 1년 쉬다가 지금은 후배가 운영하는 철산동의 조그만 가정의학과 전문의원에서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 의사셨어요?”

“네? 당연히 의사지요? 모르셨습니까?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 중에서 의료와 관련된 기관들 간부들은 의사들이 많습니다. 권준호 과장도 의사고, 지금 질병관리본부 본부장도 의사고요.”

“아···.”

그랬구나.

전혀 몰랐었다.

하여간 그건 그렇고.

“권준호 과장님에게서 이야기는 들었습니까?”

“네, 들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더군요.”

“민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제가 주동하고는 있지만, 대체로 반응들이 허황하다는 반응들이 많아서요. 뭐, 그럴만하다고도 생각되고요.”

“절대로 아닙니다! 놈은 다시 돌아옵니다! 시기가 강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시기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펜데믹은 일어난다고 확신합니다”

“...”

이 양반들.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에 집단으로 뽕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대체 얼마나 많이 난타당했으면 이럴까?

민명기 선생의 눈에는 광기마저 번뜩이는 것 같았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 정말 힘드셨나 봅니다.”

“우리가 힘든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총체적인 대응 부실로 죽지 않았어야 할 38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독 우리나라만 극심한 피해를 당하였고요. 오죽했으면 메르스를 코르스 KORS(Korea Respiratory Syndrome)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까요?”

“...”

“지금도 잠을 못 잡니다. 자리에 눕기만 하면 그 일이 생각나서요. 제가 괜히 1년을 쉰 것이 아닙니다. 그나마 마음을 추스르기까지 그만큼 힘들었지요.”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쨌든 저는 강 회장님의 말씀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씀해 주세요. 뭐든 하고 싶습니다.”

“그럼 지금 병원 일은요?”

“어차피 후배가 저를 위해서 만든 자리입니다. 제가 빠지고 타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생각하는 것은···.”

나는 내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들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그렇게 바이러스로 인한 펜데믹이 일어났을 시에 필요한 방역 물자를 최대한으로 확보하고, 호흡기 질환자들이 폭증할 것에 대비하여 에크모와 인공호흡기 등 치료 기기 등을 대량으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그밖에 진단 키트 같은 장비 등도요.”

“훌륭하십니다! 정부 단위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을 개인이 대비하시다니요? 정말 대단하시고, 훌륭합니다. 다만···.”

“다만 뭡니까?”

“왜 백신 개발은 지원하지 않으십니까?”

“예? 백신 개발이 가능합니까? 권준호 과장님의 말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하였는데요?”

“아! 권 과장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는 알겠습니다만, 이놈들과의 전쟁은 결국 백신이 끝장을 낼 겁니다. 무조건 백신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리고, 발생하지도 않은 바이러스 백신을 어떻게 개발한다는 겁니까?”

“흐음···.”

민명기 선생은 잠시 생각을 정리라도 하려는 듯이 테이블을 톡톡 치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백신 자체는 개발하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 말씀은 권준호 과장님도 하였습니다.”

“그랬을 겁니다. 백신 개발은 어렵지 않으나, 그 백신이 임상을 통과하여 FDA 승인을 받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겪어야 합니다.”

“그렇습니까?”

“네, 임상 3상을 진행하려면 최소 3만 명 이상을 모집해야 FDA가 승인을 해줍니다. 그 비용이 막대하지요. 여기에만 천억 이상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시간도 시간이고요. 지금까지 가장 빠른 사례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이 승인을 받는데 들어간 시간이 5년입니다.”

“5, 5년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것도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빠른 것이고, 보통은 5년 이상에서 10년은 잡아야지요.”

“...”

그럼 말짱 꽝이다···.

대체 어느 세월에 백신을 만들자고 그러고 자빠져 있다는 말인가?

앓느니 죽고 말지.

“아니 그러면 헛일이 아닙니까? 짧게 5년을 잡아도 그사이에 전부 휩쓸고 지나갈 텐데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펜데믹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류 전체를 휩쓰는 상황이 되면, 그 절차가 압축되고 생략이 될 테니까요.”

“그렇게도 일이 진행될 수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요. 백신 승인을 엄격하게 하는 이유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가능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거치는 것이고요. 하지만, 당장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0. 몇 %의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작은 부작용은 감수하고서라도 웬만하면 백신을 승인하는 것이 나을까요? 그 웬만함이라고 하여도 최소한 90% 이상의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면은 말이지요?”

“...”

이건 물어보나 마나다.

당연히 약간의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백신을 사용해야지.

특이 체질 몇 명 때문에 수백만, 수천만이 죽거나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는 없으니까.

세상이 정지하여 생기는 경제적인 고통은 물론이고 말이다.

시간이 있다면야 FM대로 개발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 식약청이든 미국 FDA든 간에, 결국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자고 엄격하게 승인하는 겁니다. 펜데믹 상황이 닥치면, 어느 나라든 절차를 간소화하고 약간의 부작용은 패스해 버릴 겁니다.”

“그럼 어느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을까요?”

“보통 백신 개발은 사전 임상 단계가 15개월에서 30개월, 그리고 1차와 2차 임상이 각각 30개월을 잡고, 3차 대규모 임상 역시 30개월을 잡습니다. 하지만, 펜데믹이 덮치면 이 모든 과정을 1년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오우! 그렇게 빨리요?”

“백신은 사전 임상 단계에서 거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임상 단계에서 나오는 부작용이지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한다면, 1차와 2차는 각 6개월로 단축하게 할 수 있고, 3차 임상은 긴급 승인으로 하여 실제 사용으로 대신하면 되고요.”

“호오···.”

역시 사람은 닥치면 우리나라 전매특허인 ‘빨리빨리’를 하게 되는구나.

“그럼 미리 백신을 개발한다는 말씀은 어떤 겁니까? 어떻게 발생하지도 않은 바이러스 백신을 미리 개발할 수가 있지요?”

“우리는 미리 맛보기를 한 것이 있잖습니까?”

“설마 사스와 메르스를요?”

“빙고! 우리가 우려하는 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아과(Orthocoronavirinae), 베타 코로나바이러스(Betacoronavirus) 속,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 종입니다.”

“이것도 종속과목이 있는 겁니까?”

“네, 바이러스도 종속과목으로 분류합니다.”

“헐···.”

“여기에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ronavirus, MERS-CoV)는 우리가 2003년에 흔히 사스라 말하였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입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속이고, 앞으로 더 강력하게 우리 인류를 덮칠 바이러스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사스와 메르스를 기반으로 먼저 개발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펜데믹이 발생하면 이른 시일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유효한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정확하십니다. 바로 그거입니다.”

“흐음···.”

민명기 선생의 말이 이제는 이해가 가는데, 새롭게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하나만 더 여쭈어보겠습니다.”

“얼마든지요.”

“그렇게 대비할 수 있다면, 왜 다국적 제약사들이나 미국이나 유럽 정부에서 개발을 하지 않는 겁니까?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다면서요?”

“그거야 간단합니다. 사스와 메르스가 발병한 지역을 보세요.”

“네? 발병지역이요?”

“어디서 발병하고 유행하였습니까?”

“그야 사스는 중국이고, 메르스는 이름 그대로 중동하고 우리나라······. 아!”

이런 제기랄!

뜻밖의 사실이 내 후두부를 강타하였다.

“이제야 아시겠습니까? 사스는 중국에서 발생하여 홍콩,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지에서 유행하였지요. 그리고, 메르스는 중동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에서 집중적으로 유행하였고요. 모두 세계의 중심인 북미와 유럽과는 상관없는 지역에서 발병하고 유행하였습니다. 결국은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의 눈길을 못 끌었다는 말이지요. 돈도 될 확률이 없었고요.”

“빌어먹을 상황이군요.”

“맞습니다. 참으로 빌어먹을 상황이지요. 인간의 목숨값이 똑같지 않고 전부 다르다는 말이니까요.”

정말 빌어먹을 일이다.

한마디로 북미나 유럽에서 발생하였으면 진작에 대비하고 있을 거란 말이니까.

“그나마 메르스는 다국적 제약기업 몇 곳에서 관심을 가지다가 우리나라에서의 유행을 끝으로 사라져서 손을 떼었고, 러시아가 스푸트니크라는 백신을 거의 만들었다가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군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겁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유리하다니요?”

“우리나라는 사스도 3명에 불과하지만 감염되었던 일이 있습니다. 메르스야 말할 것도 없이 본산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덕분에 백신 개발에 필요한 바이러스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지요.”

“오오!”

“실제로, 서울대에 있는 국제백신연구소에서 메르스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백신연구소가 우리나라에 있습니까?”

“하하! 이거 아는 분들이 거의 없는데, 국제백신연구소는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유엔 개발계획(UNDP)가 주도하여 만들었는데, 어떻게 설립 당시인 1997년에 우격다짐으로 서울대에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빌앤멜린다 재단에서도 많은 기부를 하였고요.”

“...”

대체 얼마나 우격다짐을 했길래.

“하여간 백신 개발은 가능합니다. 신종 바이어스를 종결시킬 수 있는 끝판왕이기도 하고요. 무조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럼 필요한 것은?”

“돈! 그리고 더 많은 돈!”

“...”

결론은 역시 돈이었다.

“얼마나 들어갈까요?”

“일단 주도적으로 개발하려면 역량이 되는 제약회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개발을 시작하면 돈이 계속 들어가겠지요. 어림잡아도 1년 정도의 기간 안에 최소한 3,000억 정도는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흐음···.”

3,000억?

달러로는 3억 달러도 되지 않는 돈이다.

막말로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의 단기투자팀이 평균적으로 10일 정도면 버는 돈이고.

그 돈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확실하게 남는 장사라는 말이다.

이건 무조건 고다, Go!

“좋습니다! 3,000억 원이 아니라, 30달러가 들더라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우리 백신을 개발합시다!”

“훌륭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은 빼시지요···.”

“...”

어쨌든 백신을 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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