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69화 (69/250)

69. 내가 지금 누군지 잊었어요?

백신을 직접 개발하기로 결정한 후, 민명기 선생을 카르마 홀딩스의 의료사업 부문 부사장급 부문장으로 채용하였다.

사실 영리적인 목적보다는 공익적인 목적이 거의 전부여서 정화재단으로 보내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랬다가는 일의 진행이 아예 안 될 것이다.

정화재단은 사회복지법인으로 영리사업을 벌이기가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국, 남정원 사장이 위에서 컨트롤해 주는 것으로 하고 카르마에 자리를 만든 것이다.

민명기 부사장은 곧장 과거 메르스 사태 당시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난 방역과 감염병 전문 전직 공무원을 영입하여 팀을 꾸렸고, 거기에 남정원 사장이 공무원 출신들로만 뽑아서는 곤란하다고 하여 경력으로 사기업 출신 몇 명을 보강하였다.

“아이바이오로직스?”

“네, 우리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제약사입니다. 업력은 아직 10년이 채 안 되어 짧지만, 기술력이 탄탄하여 상당히 주목을 받는 회사입니다.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백신을 개발하였거나 개발 중입니다. 몇 년 전에 상장하였고요.”

“민 부사장님 의견은요?”

“저도 찬성입니다. 따로 확인해 보았는데, 기술력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것에도 적합해 보였고요. 무엇보다 여기보다 큰 회사는 덩치가 너무 커서 우리가 가져오기가 사실상 부담스럽고, 작으면 개발 능력이 떨어집니다.”

“남 사장님, 얼마나 들 것 같아요?”

“제법 들 것 같습니다. 창업자 지분이 작은 대신에 기관투자가 몇 곳이 지분을 꽉 쥐고 있어서요. 50% 이상 지분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면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 없습니다. 돈이 더 들더라도 경영권 확보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돈 몇백억 가지고 이러고 저러고 할 시간은 없었다.

“일단 경영권을 확보하여 우리 뜻대로 움직이게 하시고, 나머지 주식들도 공개 매수든지 하여 상장 폐지를 시키세요. 옆에서 간섭하는 것은 싫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경영권만 확보하면 시급한 것은 아니니까, 올해 안으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고, 민 부사장님은 백신도 백신이지만 다른 방역이나 치료 기기 등의 확보에도 신경을 써주세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남 사장님께 말씀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았다.

한국으로 와서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고 나서는 악몽도 꾸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였고.

띠리링! 띠리리링!

한 시름을 놓고서 슬슬 미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의 벨이 울렸다.

응? 엄마?

엄마가 웬일로?

“응, 엄마”

- 아들!

“그래, 엄마 아들내미 전화 받았으니까, 소리는 지르지 마셔”

최근에 들어서 청력에 이상이 있으신지 엄마는 부쩍 목소리가 커지셨다.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이라도 받으라고 해야겠다.

- 이놈의 자식! 엄마에게 하는 소리 좀 봐?

“아이, 그런 거 아니고. 하여간 왜요?”

- 너 시간 있니?

“지금? 바쁜 일이 막 끝나서 특별한 것은 없는데?”

- 잘 됐다. 나 지금 소미하고 로체 잠실에 쇼핑하러 왔는데, 밥이라도 같이 먹게 나와.

“쇼, 쇼핑?”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여자들 쇼핑 기다리는 거다.

- 그래, 너 미국으로 가기 전에 외식도 하고, 네 티라도 몇 개 사게.

“...”

잠시 고민하였다.

거짓말로 바쁘다고 하고 도망치고 싶은 욕구가 샘 솟듯이 솟았다.

밥이라면 얼마든지 괜찮은데, 쇼핑은 절대 사양이니까.

“아, 아니, 엄마. 나 티 많아. 그냥 밥이나 먹지?”

- 하여간 나와. 그래야 착한 아들이지?

“네···.”

난 착한 아들이다.

착한 아들 노릇은 정말 하기 힘들지.

그래도 어쩌냐?

엄마가 내 생각해서 저러시는걸.

갑자기 좀비 모드로 변신하여 사무실을 나오는데 남정원 사장과 마주쳤다.

“무슨 일 있으세요? 어째 표정이 어둡습니다?”

“어머니하고 여동생이 쇼핑 중인데, 나오라네요···.”

“아아! 푸하하하!”

“웃지 마세요.”

“크큭! 그 심정 저도 이해합니다. 고생하시지요.”

“...”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대기하던 차를 탔다.

“선호야”

“네, 회장님”

“로체백화점 잠실점으로 가줘”

“네, 회장님”

보안회사를 설립하고 나서부터는 한국에 들어오면 내가 운전하지 않는다.

이상철 전단장님이 명색이 회장인데 혼자 다니는 거 아니라고 하면서, 운전기사 겸 경호원으로 직원을 보내주니까.

내가 한국에 오면 전담으로 배치되는 직원 지금 차를 운전하는 정선호였는데,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아래로 다른 대대에 있었지만 내 군대 후배였다.

그래서 편하게 말을 하는 것이고.

“선호야”

“네, 회장님”

“할 만하냐?”

“아유! 우리 회사야 최고지요!”

“진짜?”

“네, 회장님. 이 바닥에서 최고 대우입니다. 이상한 일에도 동원하지 않고요. 회장님께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하여간 열심히 해. 하다 보면 여러 기회가 생길 것이야.”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너 여자 친구는 있냐?”

“그럼요, 회장님. 제 나이가 몇인데요?”

“...”

몇 살이긴?

나보다 두 살 어리니 서른셋이겠지?

“미안하다, 이 나이 먹도록 여자도 없어서”

“죄, 죄송합니다.”

괜히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내 여자는 어딨는 거야?

“아들!”

“오빠!”

“아우! 눈부셔라!”

엄마와 소미는 내 예상대로 얼마나 쇼핑을 하였는지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 들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엄마가 재단의 일을 보면서 경호원 겸 비서로 붙여준 이미경 비서의 손에도 주렁주렁 들려 있었고.

아마도 족히 반나절은 쇼핑하였을 것이 틀림없을 것인데, 세 여자는 힘들어하는 기색은커녕 얼굴이 광채마저 나서 내 눈이 부실 정도였다.

“회장님 오셨어요?”

“어, 이 비서. 고생이 많아요.”

“호호호! 고생은요? 이런 고생은 매일 해도 좋습니다.”

“...”

이 비서도 여자란 말이었다.

그런데, 이미경 비서를 여느 여자로 봤다가는 큰 코가 다칠 것이다.

2015년에 남군과 동등하게 대우하기 위하여 해체된 특전사 707특임대 여군 중대 중대장이었고, 그 후에도 남자들로 구성된 특임대 팀을 여군으로서는 최초로 이끌었던 괴물이다.

우리 특전사가 채택한 이스라엘 격투기인 크라브마가도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무려 우리 엄마다.

이상철 준장이 그야말로 고르고 골라서 붙여주었다는 말이다.

하여간 이미경 비서는 우리 엄마와 뽕짝이 맞으면서 거의 우리 집안 집사 노릇도 하고 있었고, 엄마도 반쯤은 큰딸로 생각하는 듯하여 나도 함부로 못 하였다.

물론 소미를 경호하는 인원들은 따로 있었는데, 소미가 심하게 부담스러워하여 특수부대 출신 여군들로만 팀을 구성하여 떨어져서 경호하였다.

그들도 이미경 비서가 관리하였고.

“엄마! 쇼핑 다 하셨어?”

“아니, 이제 네 옷을 사야지?”

“나 옷 많은데? 그만 사면 안 될까?”

“왜? 엄마가 사주는 옷은 싫어?”

“하아···.”

내가 우리 엄마를 이겨보겠다고 한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수였다.

어쩔 수 없이 무려 1시간을 넘게 끌려다니면서 내 옷 몇 가지를 샀다.

“됐지? 된 거지?”

“하나만 더···.”

“엄마! 제발···.”

간절한 내 기도가 통하였는지, 엄마는 그만하고 식사를 하자고 하셨다.

한숨을 내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식당 층으로 이동하는데, 유·아동 층을 지날 때 유아동복 판매대 쪽에서 큰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벡화점 유·아동 코너는 거의 내가 통일한 상황.

나도 모르게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발걸음이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쪽으로 향하였다.

“꿇어! 끓으라고!”

이게 웬 돼지 멱따는 소리냐?

“꿇어! 끓으란 말이야! 이 여편네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아니나 다를까 대성어패럴의 브랜드 매장이다.

이 분위기, 매우 익숙하다.

보지 않아도 갑질일 것이란 감이 왔다.

서둘러 매장으로 가보니, 역시나였다.

웬 돼지 두어 마리쯤 잡아먹은 것으로 보이는 뚱뚱한 50대 아줌마가 악다구니를 써대고 있었고, 매장 매니저가 고개를 숙인 채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잘 아는 매니저였다.

변정희 매니저.

유·아동에서 만 거의 20년을 있었고, 대성은 박진호 이사가 오면서 데리고 온 분이다.

서른 몇 살에 남편을 사별하여 아이들을 키우기 위하여 매장 판매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하여 매니저를 하는 분인데, 경험이 많아서 웬만해서는 실수가 없는 분이다.

이 말인즉슨, 저 악다구니를 쓰면서 꿇으라고 염병하는 돼지가 블랙 컨슈머일 확률이 아주 높다는 소리다.

“꿇으라고! 너 따위가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내가 너 여기서 장사 못 하게 해줄까!”

“고객님···. 죄송합니다. 그러니 제발···.”

“꿇어!”

변정희 매니저의 무릎이 서서히 굽혀지는 것을 보고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였다.

서서히 무릎이 구부러지는 매니저의 어깨를 잡았다.

“매니저님! 끓지 마!”

“가, 강 팀장님?”

변정희 매니저가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나를 보고 놀랐다.

“응, 나야, 매니저님. 오랜만이네?”

“흑흑흑!”

매니저는 나를 보자 버티던 다릴 휘청이면서 내게 기대 울었다.

“괜찮아, 매니저님.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뒤로 빠져요.”

“어떻게···.”

“내가 지금 누군지 잊었어요?”

“아···.”

변정희 매니저가 울다가 환하게 웃으면서 조용히 뒤로 빠졌다.

내가 미국 파워볼 로또에 당첨되어 회사를 떠날 때 송별회를 가진 후 처음 보는 것일 테지만, 지금 내가 어떤 위치에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때 돼지의 악다구니가 내 귀청을 때렸다.

“넌 누구야!”

이 미친 여자는 다 반말이냐?

“브랜드 본사에 나온 사람입니다만?”

“오냐! 너 잘 만났다! 장사 이따위로 할래! 매장 빼고 싶어!”

“잠깐! 아줌마!”

“뭐? 아줌마? 아니 이 새끼가 감히 누구에게?”

“뭐? 이 새끼? 아니 이 아줌마가 감히 누구에게?”

“야 이···.”

“쓰읍!”

내가 눈을 부라리면서 한 걸음 다가섰다.

“한 번만 더 욕해 보세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웬만한 남자들도 내가 인상을 쓰면 겁을 먹는다.

이런 어디서 돼지 같은 아줌마가 버틸 상대가 아니다.

“이, 이익!”

“무슨 일인지 말씀을 하세요. 알아야 해결해 드리지 않겠습니까? 고객님!”

“내가 우리 손자 옷을 어제 샀는데! 저년이 내 손자에게 맞지 않는 옷을 주었단 말이야! 작은 옷을 입히려고 우리 손자가 상처를 얼마나 입었는데!”

“하아···.”

이게 무슨 소리야?

요즘 유아복은 옷에다 면도칼이라도 박아 넣는단 말인가?

아니, 사이즈가 안 맞으면 교환이나 환불해 가면 그만 아닌가?

“매니저님, 이게 무슨 소리야?”

“저 고객님이 어제 유아 우주복을 사면서 몇 개월 되었다길래, 거기에 맞춰서 옷을 드렸어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오셔서 작은 사이즈를 주었다고···.”

“아니, 그러면 환불이나 교환하면 되잖아요?”

“죄송하다고 그렇게 해드린다고 했는데, 아기에게 옷을 입히다가 상처를 받았다면서 피해 보상을 하라고···.”

“뭐, 뭐요?”

“그렇게는 본사 규정상 안 된다고 하였더니, 소리 지르고 욕하고···. 무릎을 꿇으라고···.”

“우와와!”

영업 팀장 노릇을 하면서 별의별 진상을 다 봤지만, 이 돼지 같은 아줌마는 신세경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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