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76화 (76/250)

76. 허, 귀신들이네.

“이사를? 분당으로?”

“아빠, 분당이 아니라 판교에요. 판교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 한다고?”

“아니, 분당이나 판교 나지? 어쨌거나 갑자기 왜?”

“아이, 오빠! 나 학교 멀어진다고?”

“그러게? 우리 소미 학교가 너무 멀어지잖아?”

“그러고 보니, 마곡으로 옮긴다는 사옥하고도 멀어지네? 우리 재단도 그리로 간다면서?”

“...”

역시나 내가 느닷없이 밀어붙인 작용이 나타났다.

내가 판교에 집을 계약했다는 말에 다들 떨떠름해 하면서 썩 내키지 않아 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저기, 일단 내가 상의드리지 않고 이사를 결정한 것은 죄송해요.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이해를 해주셨으면 해요.”

“아니 그래도···.”

“일단 우리 집 차가 몇 대에요? 무려 일곱 대야 일곱 대! 이거 민폐 아닌가? 보니까 신축한 지도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밤에 늦으면 차를 댈 곳도 없구먼?”

“...”

핑계로 급하게 꺼낸 이야기긴 하지만, 이건 진짜다.

이런 와중에 우리 집에서 차를 일곱 대나 굴리고 있으니 관리사무소에서도 등록을 어쩔 수 없이 받기는 받는데, 상당히 곤란하다고 하면서 일곱 대째를 등록할 때는 추가는 자제해 달라고 하였단다.

“게다가 자꾸 수행원이나 경호원도 늘고 있는데, 그 양반들도 불편하고 말이야.”

“...”

내가 한국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아빠와 엄마도 재단에서 고위직을 차지하다 보니 수행원과 경호원들도 그에 따라서 늘어났다.

그래서 아예 같은 동의 아파트 한 채를 추가로 매입하여 수행원과 경호원들이 사용하게는 하였는데, 아무래도 불편하다.

아파트 주민들도 웬 재벌이 서울 변두리 아파트에 사는가 하는 시선도 있었고.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겠죠? 우리가 인정하든 말든 간에 우리는 이미 이런 아파트에 살 때가 지났다는 말이야.”

“그런 인정하는데, 하필 왜 그렇게 멀리 가는 거냐?”

“나도 인근에서 알아봤는데, 우리가 살만한 곳이 없었어요. 천상 단독으로 가야 하는데, 가까운 단독 부지는 삼송 같은데 밖에 없었어요. 거기다가 1,000평짜리를 짓고 살 수는 없잖아? 남들 다 100평 내외로 짓고 사는 판국에 우리만 덜렁?”

“...”

“그렇다고 성북동이나 평창도 같은 전통의 부자 동네로 갈 수도 없잖아? 거긴 내가 싫더라고 전부 언덕배기에 지어져 있고 말이야.”

“그런 곳은 우리도 싫어”

“그러니까, 내 말이. 결국, 나오는 곳이 판교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사옥을 짓는 마곡이나 소미의 학교가 있는 신촌에서 멀어지는 것은 맞아. 하지만, 외곽순환도로 타고 가면 마곡이 그리 멀지 않다고요.”

“나는?”

소미가 발끈하고 나섰다.

확실히 소미의 학교가 겁나게 가깝다가 겁나게 멀어지는 것은 맞다.

지금 북가좌동에서 신촌까지는 막말로 운동 삼아 걸어가도 되는 거리였으니까.

“너도 차 사줬잖아? 게다가 내년에 이사할 예정이니까 4학년 한 학년만 더 다니면 되고?”

“이잉, 그래도 싫어. 오빠, 그냥 나는 이 집에서 혼자 살면 안 될까?”

“안 돼!”

“이놈의 기집애가 어디서?”

“시끄러워! 절대로 안 돼!”

엄마와 아빠와 내 입에서 동시에 절대 불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말만 한 기집애가 어디서? 넌 시집가기 전까지는 혼자 살 생각은 버려! 절대로 안 돼! 네버!”

“히잉···.”

소미가 우는 소리를 내었지만,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다.

지금도 지나치게 이뻐서 불안해 죽겠구먼.

“하여간, 그래서 결정을 내렸어요. 미리 상의 드리지 못한 것은 정말 죄송하고요.”

“뭐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다음부터는 이런 건은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구나”

“네, 저기 그러면 한 번 구경이라도 가시죠?”

“어딜? 판교에?”

“네, 어떤 곳인지는 보셔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러지 뭐”

다음 날, 식구들과 함께 판교로 항하였다.

“이야야! 엄청나네? 주변도 끝내주고?”

“어머! 뭐가 이렇게 넓어?”

“오빠! 정말 좋다!”

막상 새로 이사하기로 한 집을 본 가족들의 반응은 역시나 감동이었다.

그럼 그렇지.

부자들이 괜히 여기 모여서 사는 것이 아니랍니다.

한시름을 놓고 공사가 중단된 집을 활짝 웃으며 둘러보는 가족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의 벨이 울렸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음? 남정원 사장이네?

“여보세요? 남 사장님?”

- 아, 회장님. 저 남정원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 저기 다름이 아니라 사성의 이정룡 부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전화드렸습니다.

“예? 사성의 이정룡 부회장이요? 그 양반이 왜요?”

- 회장님을 뵙고 싶다고 하는데요?

“음? 저를요?”

- 네, 비서실도 안 거치고 제게 직접 연락하였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니 왜요?”

-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어보니 그저 한번 보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하는데요.

“흐음···.”

사성의 이정룡 부회장이라니?

말이 부회장이지 아버지인 이정인 회장이 자리에 눕고 나서부터는 사실상 회장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상속으로 꼼수를 부리다가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켰고, 게다가 전 정부와도 이상하게 엮여서 재판을 받고 어쩌고 하느라 제대로 회장 노릇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성이다.

대한민국을 사성 공화국이라고 그 사성 말이다.

그 사성의 부회장이 보자고 하니 내가 참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얼굴이나 보지.

특별히 서로 얽힌 것도 없는데.

게다가 사성은 이정인 회장이 온전할 때 제약에도 뛰어들어서 앞으로 일이 닥치면 협력도 해야 할 회사다.

겸사겸사 나쁘지 않았다.

“그러시죠, 뭐”

-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과 장소를 협의하여 보고드릴 것인데, 언제 어디서가 좋으시겠습니까?

“서울이면 아무 데나 상관없고, 내일까지 저녁은 괜찮아요.”

- 알겠습니다. 협의하고 보고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전화를 끊자, 가볍게 흥분이 되었다.

사성 그룹의 후계자이자 실질적인 회장이다.

그런 사람을 볼 줄이야?

“푸흐흐!”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니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제는 내가 꿀릴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아니, 꿀리는 것이 뭐야?

아무리 사성 총수 일가의 재산이 드러난 주식 자산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주식 이외의 모든 재산과 숨겨진 재산을 다 합쳐도 이제는 내게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뭐야? 인제 보니 나와 비교하면 서민이잖아? 흐흐흐!”

사성이 3대에 걸쳐서 축적한 대한민국에서의 영향력으로 따지면 내가 아직은 못 당하지만, 제프리 형의 말처럼 이 바닥은 돈 많은 놈이 갑이다.

즉, 내가 갑인 것이다.

“크하하하!”

나는 왠지 즐거워져서 광소를 터뜨렸다.

부모님과 소미가 보고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쟤 왜 저래?”

“그러게요?”

“오빠가 미쳤나 봐? 더위 먹었나?”

“...”

이틀 후, 나는 조철봉 팀장만 대동하고 약속 장소인 이태원동 상지원으로 향하였다.

“조 팀장, 상지원 가봤어요?”

“네, 업무차 여러 차례 가봤습니다. 좋은 곳입니다.”

“그래요? 어때요? 이제는 친정집으로 가는 기분이겠네?”

“하하! 그 정도는 아니고요, 사성에서 나오면서 다시는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약간 어색하네요.”

“마주쳐서 불편한 사람은 없죠? 있으면 지금이라도 내려 주고”

“그런 사람 없습니다. 있어도 상관없구요. 제가 뭐 죄지은 것도 아닌데요.”

“그래요?”

“네, 그리고 저는 나이가 어려서 핵심으로 갈 정도의 위치도 아니었습니다. 남 사장님이야 완전 핵심이었고요. 솔직히 사성의 이정룡 부회장님이 직접 남 사장님께 연락하셨다는 소릴 듣고 좀 놀랬습니다.”

“왜요?”

“아시겠지만, 이 부회장님과 남 사장님은 빈말로도 좋은 관계는 아니었거든요.”

“아···.”

어쩐지 남 사장의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더라.

대충 불편한지는 알고 있어서 같이 가자고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안녕하십니까, 강철식 회장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50대 후반의 중년인이 나와서 나를 응대하였다.

“회장님, 저는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이거 미안한데?”

“하하! 따로 식사도 나오고 아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회포나 풀고 있겠습니다.”

“아, 그럼 다행이네요. 이따 봅시다.”

“네, 회장님”

이윽고, 이정룡 부회장이 있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반갑습니다, 강철식 회장님. 사성의 이정룡입니다.”

“아, 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의 강철식입니다. 미국에서는 알렉스 강으로 움직이고 있고요.”

“하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앉으시지요.”

서로 명함을 교환하였는데, 역시 직통 휴대폰 번호가 있는 진퉁 명함이다.

나도 위치가 올라가면서 느낀 것인데, 우리 정도 지위가 되면 명함을 함부로 뿌리지도 않고, 설사 명함을 주더라도 회사 연락처를 주지 개인 휴대폰의 번호를 적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동급이나 진짜 친한 사람들에게만 따로 개인 휴대폰의 번호까지 적힌 명함을 주는 것이고.

별것이 다 뿌듯하네.

저녁 시간이라 곧 정갈한 음식이 이어서 나왔는데, 역시 맛집이네.

입맛에 정말 맞아서 열심히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한담을 나누면서 반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뭡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부회장님과 저는 접점이 없는데요?”

“하하! 솔직히 말씀드리면 몇 년 전부터, 그러니까 카르마 인베스트먼트가 AMD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부터 관심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우리 사성의 주력은 누가 뭐래도 사성전자니까요.”

“아, 네”

“그 이후로도 계속 보고가 올라왔는데, 정말 경이롭다 못해서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세상에 그런 수익률이라니요? 그래서 꼭 뵙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제가 지은 죄가 많아서 계속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하하!”

“...”

이 사람 의외네?

대놓고 자신이 치부를 드러내다니?

“그렇군요.”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흥미로운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뭐가요?”

“갑자기 한국에도 투자하시던데, 생뚱맞아도 너무 생뚱맞지 뭡니까? 의류 사업이야 원래 회장님께서 계셨던 분야이니 그렇다고 쳐요. 그런데, 느닷없이 의료 쪽이라니요? 그것도 규모나 크면 모르겠는데, 지금 회장님 사이즈에서는 관심도 안 둘 회사를 인수하시고 그러더란 말입니다.”

“흐음···.”

그거 자세히도 알고 있네.

“아, 혹시나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강 회장님에 대한 뒷조사로 알게 된 것은 아니에요. 전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을 가지고 우리 비서실에서 분석하여 보고한 것이니까요.”

“네, 오해하지 않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하여간 그렇게 보고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첩첩산중이더군요. 영세 산업인 마스크업체를 인수하지 않나, 방역복 업체를 인수하시지 않나 말입니다.”

“허허...”

“결국, 이주 전쯤에 우리 비서실에서 강 회장님의 최근 행보에 대한 종합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보고서의 의견은 이렇더군요.”

“어떤?”

“최근 강 회장님의 행보는 한 가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에크모와 인공호흡기 같은 호흡기 질환 치료 장비에, 백신 업체를 인수하였다. 게다가, 마스크와 방역복 등의 업체를 인수하여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카르마의 강철식 회장이 준비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그것은 바로···.”

“바로?”

“바로 2015년의 메르스 사태를 훨씬 뛰어넘는 팬데믹을 대비하는 것이 틀림없다! 라고 말이지요.”

“...”

허, 귀신들이네.

사성은 사성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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