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78화 (78/250)

78. 아주 적당한 땅이 있습니다.

“세상이 멈추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정룡 부회장이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하였다.

황당할 거다.

일을 추진하는 나도 황당하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지구상의 모든 나라 국경이 닫힐 겁니다. 그리고 길거리의 상점은 문을 닫을 것이고요.”“저기,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스페인독감이 발생하던 20세기 초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21세기라서 메르스 사태 당시에 사성 병원에서는 30명을 집단감염 시켰나요? 부회장님이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했잖습니까?”

“그, 그건···.”

너무 훅 치고 들어갔나?

사실 당시 사성 병원은 좀 재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 병원 그 어디라도 당했을 일이니까.

그만큼 우리나라는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일에 무방비 상태였다.

그리고, 이 부회장에게는 상당히 뼈아픈 일이었을 텐데 괜히 말을 꺼낸 것 같았다.

“아, 미안합니다. 쓸데없는 일을 거론하였나 봅니다.”

“아닙니다.”

“하여간, 21세기고 자시고 간에 우리는 이미 한번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과학 기술을 맹신하면서 다시 같은 일을 당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인간의 맹신이지요.”

“메르스 사태가 뼈 아팠던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멈추는 수준까지 간다고 하는 것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부회장님 보고 믿어 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나는 그저 내가 믿는 바를 할 뿐이고요.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허어···.”

이정룡 부회장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여전히 믿기지 않습니다.”

“그러실 겁니다. 그래서 나 혼자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고요.”

“만약에 말입니다. 정말 만약에 강 회장님이 생각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내가 도와드릴 일이 있겠습니까?”

“못 믿는다면서요?”

“하하! 못 믿는 것은 못 믿는 것인데, 이상하게 찜찜하군요. 뭐 약간의 대비는 한다고 하여 나쁠 것도 없을 것이고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특별히 해주실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만 부탁한다면 사성 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완공을 서둘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허어! 강 회장님은 정말 조만간 팬데믹이 올 것을 믿으시는군요?”

“네, 믿습니다.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이 부회장이 입을 열었다.

“저기 회장님”

“네, 부회장님”

“가끔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요? 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말입니다. 저도 미국에는 자주 가니까 미국에서 편하게 만나도 좋고 말입니다.”

“그러시지요.”

“하하! 고맙습니다. 아, 보답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사다리 센터 아이들을 우리도 좀 돕겠습니다.”

“그래 주신다면 고맙지요.”

“일단 아이들 건강은 우리 사성 병원에서 책임지지요. 그리고, 출신 아이들 취업도 특별 채용이나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건 정말 고맙네요!”

“하하하! 저는 하도 욕을 먹고 살아서 조금이라도 이미지 회복을 해야 합니다. 오히려 그런 좋은 일에 숟가락을 올리는 것 같아서 민망합니다.”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 취업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가능한 한 많이 우대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뜻밖의 선물이고 횡재였다.

아이들 병원이야 우리가 돈 내고 치료하면 되는 문제지만 양질의 직장에 취업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완전히 자립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아서 환경 때문에 여러 가지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이 갈만한 양질의 직장은 거의 없었다.

그게 현실이니까.

그런데도 우리 카르마가 국내 기반이 약하다 보니 늘 아이들 취업이 걱정이었는데, 무려 사성이 도와준다고 하는 것이다.

아까는 정말 형식적으로 자주 보자는 이 부회장의 말에 대답한 거였는데, 이거 진짜 자주 봐야겠는데?

“오랜만이네, 강 회장”

“안녕하셨어요? 이사장님?”

오랜만에 장영동 이사장님을 뵈러 왔다.

차나 한잔 마시자고 연락이 왔는데, 아무래도 무슨 용건이 있지 싶었다.

차를 마시며 잠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 장 이사장이 먼저 용건을 꺼냈다.

“사성 그룹에서 부회장 비서실장이 다녀갔네”

“아, 그랬어요?”

“그래, 사성 그룹 전체에서 우리 아이들을 채용하는 것에 신경을 써주겠다고 하더군”

“하하하! 그거 잘 되었네요.”

“이거 자네에게 부회장이 한 약속이라고 하던데?”

“네, 그저께 저녁에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약속을 지켰군요.”

“하하! 잘했네. 그렇지 않아도 졸업한 아이들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나도 여기저기 취업 청탁을 하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길지는 몰랐구먼”

“제가 부탁한 것은 아닌데, 먼저 이정룡 부회장이 말을 꺼낸 겁니다. 자기는 욕을 많이 먹어서 이런 거라도 해야 한다고 하면서요.”

“하하하! 뭐 좀 그렇기는 하지”

“하하···.”

이정룡 부회장 이야기는 거기서 끝냈다.

내가 한 말에 장 이사장이 찜찜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대법관 출신이다 보니 여전히 재판 중인 사건도 있고 해서 더 거론하기가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그거 때문에 보자고 하신 거예요?”

“그럴 리가 있나? 진짜 차나 한잔하자고 부른 거라니까?”

“흐음? 아닌 거 같은데요? 이사장님 모르시죠?”

“뭘 말인가?”

“이사장님 난처한 부탁을 하려고 하면 이마가 살짝 붉어지신다는 거?”

“내, 내가?”

“하하하! 하실 말씀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허허! 내가 원체 재판만 하면서 살다 보니 아직 이런 거에는 약해. 하여간 솔직히 말하겠네”

“얍!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장영동 이사장 성격에 무리한 부탁이나 불의한 부탁을 할 리가 없다.

그러니 뭐든지 다 해드린다고 한 거다.

그래도 되는 분이시니까.

“고맙네. 다른 것이 아니라, 자네 혹시 독립운동을 하셨던 우당 이회영 선생을 아나?”

“예? 우당 이회영 선생이요?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화신이잖아요? 우당 선생을 포함한 6형제 분들이요?”

“허허허! 자네가 잘 아는구먼?”

“제가 사정상 대학을 못 갔지만, 공부는 좀 했지요. 게다가 이회영 선생의 6형제는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존경하는 분입니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그렇지만, 이회영 선생은 너무 저평가되어있어요.”

“그런가?”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회영 선생이 건국훈장 3등급인 독립장을 받은 것이 말이나 됩니까? 이승만 전 대통령의 비서였던 사람이 건국훈장 1등급이고, 일제에 친일 행적은 없었지만, 일제에서 관료 생활을 했고 항일 운동하고는 전혀 관련 없던 정치인도 1등급인데요? 뭐 이런 개떡···. 험, 죄송합니다.”

갑자기 흥분했다.

하여간 이게 말이 되냐는 말이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1등급인 대한민국장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건국에 최고로 공을 세운 분들에게 수여되는 것이 맞는데, 이건 뭐 정권의 입맛대로 전혀 객관성 없이 주었으니 문제인 것이다.

하긴, 나중에 취소되기는 하였지만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분도 받았으니 할 말이 없는 거지.

하여간, 독립운동에 대한 공훈을 등급으로 나누는 것이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아무래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의 객관성과 형평성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 이회영이 3등급 독립장이지?

아니 이회영뿐만이 아니다.

평생을 의용군과 광복군으로, 심지어는 중국 국민당군의 장군으로서 항일투쟁의 선봉에 나섰고,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국군이 되어서 한국전쟁 초반에 병력을 수습하고 지연 작전을 벌여서 반격의 초석을 다진 구국의 영웅 김홍일 장군은 대체 왜 3등급이고?

잘못되었다.

한참 잘못된 것이다.

“허허! 괜찮네. 그나저나 자네 참 많이 아네? 젊은 친구들은 대체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던데?”

“이사장님 모르셨어요? 아빠가 그쪽으로는 빠삭하신 거?”

“누가? 만수가? 아니 강 총장이?”

“...”

아빠와 이사장님은 현재 호형호제를 하신다.

매일 머리 맞대고 지내면서 끝나면 소주 한 잔씩을 하니 안 하면 그게 이상한 거였지만.

“예,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집에 관련 서적이 산처럼 쌓여 있었어요. 취미지만, 해방 전후사 쪽으로는 웬만한 전공자에 못지않을걸요? 망하면서 다 없어졌지만···.”

“험험, 그렇군.”

“그런데 갑자기 그분 이야기는 왜?”

“내 친우 중에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광복회 일을 보는 친구가 있어. 그런데 그 친구가 나를 찾아와서 한탄하더구먼···.”

“아니 왜요?”

“이회영 선생의 기념관이 원래 종로구 신교동에 아담하게 있네. 아주 작지. 개인 자금으로 마련하였다던가?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야.”

“거긴 저도 가봤습니다. 아주 작지요.”

“그래, 그래서 이번에 남산자락에 예장 공원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거기도 기념관이 생긴다고 하네”

“남산에요?”

“응, 원래 거기에 있으면서 남산 경관을 해치던 예전 중앙정보부 건물과 TBS 교통방송 건물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만드는데, 그 일부를 할애하여 이회영 기념관을 만든다는 거야”

“그래요? 그럼 좋은 일이 아닙니까?”

진짜 좋은 일 같은데?

“그런데 그게 좀 그래”

“뭐가 말입니까?”

“장소가 지하라네. 그것도 일부만···.”

“예? 지하요?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지하라니요!”

이건 말도 안 된다.

대체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가?

조선 최고의 갑부 집안의 모든 가산을 정리하여 독립운동에 사용하였다.

그리고서 정작 본인들은 일주일에 3번 밥을 하면 운수가 대통이라고 할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다.

둘째 이석영.

종2품 가선대부였던 분이 상하이에서 굶어서 아사하셨다.

셋째 이철영.

빈곤과 풍토병에 시달리다가 62세에 돌아가셨단다.

넷째 이회영.

중국 다롄에서 일제의 고문으로 옥사하셨다.

다섯째 이호영.

베이징에서 행방불명.

그나마 첫째 정3품 통정대부였던 이건영은 중도에 선산을 돌보기 위하여 귀국하여 돌아가셨고, 다섯째 이시영은 해방 후 귀국하여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내셨다.

그런데, 이런 분들을 이따구로 대접해?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강 회장···.”

“네?”

“아무리 흥분했어도 내 앞에서 눈에 흙이 들어오네 같은 소리는 좀···.”

“으헉! 죄, 죄송합니다.”

“어흠, 하여간 그래서 그 친구가 한탄하길래, 좋게 달래서 돌려보냈는데, 영 마음이 불편하더라고. 그래서 이거 자꾸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그, 그래 주겠나? 이거 내가 너무 미안해서···.”

“아니 이사장님이 왜 미안해하십니까? 이건 제 일입니다. 바로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고맙네. 강 회장. 하하하!”

“잠시만요, 일단 남산 지하는 절대로 안 되고, 이참에 좋은 곳을 알아봐야겠습니다.”

나는 바로 전화기를 들어서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항상 수행하기로 하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철봉 팀장을 들어오라고 하였다.

땅 하면 조철봉이지.

“부르셨습니까?”

“아, 조 팀장. 들어와서 앉아요.”

“네, 회장님”

“이사장님은 처음 뵙죠?”

“네, 회장님”

조철봉 팀장을 장영동 이사장께 인사시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이렇다고 하네요?”

“저런! 이런 개떡···.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고, 그래서 내가 따로 기념관을 제대로 만들고 싶은데, 적당한 부지가 없을까? 돈 걱정을 하지 말고, 가능한 사대문 안에 널찍한 장소로 말이에요?”

“흐음, 사대문 안으로 널찍한 장소라···.”

“당장 알아내라는 소리는 아니고, 시간은 넉넉히 줄 터이니 조 팀장이 제대로···.”

“있습니다.”

“천천히···. 응? 벌써?”

“아주 적당한 땅이 있습니다.”

“...”

“...”

뭐냐 이 친구?

머릿속에 서울시 지도라도 넣고 다니는 거야, 뭐야?

“아니 무슨 땅이길래 그렇게 바로 나와요?”

“사대문 안에서 널찍한 부지 아닙니까?”

“네, 그런 땅이 있어요?”

솔직히 내가 지시하였지만, 사대문 안에 널찍한 땅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진작에 다 개발되었겠지?

“안성맞춤이 있습니다. 혹시 코리안 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송현동 부지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송현동?”

그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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