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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79화 (79/250)

79. 대체 그 집구석은 왜 그래요?

“코리안 항공 송현동 부지? 아! 혹시 경복궁 옆을 말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그래도 장 이사장님은 아시나 보다.

“이사장님, 아세요?”

“잘은 몰라도 기사에 난 것을 몇 번 본적이 있네”

“그렇습니까?”

기사에 날 정도로 유명한 땅이라는 말인가?

내가 궁금한 표정을 짓자, 조철봉 팀장이 답변을 시작하였다.

“회장님께서는 미국에 계셔서 잘 모르실 겁니다만, 지난 몇 년간 간간이 뉴스를 타던 땅입니다.”

“아니 왜요? 무슨 문제가 있어요?”

“왜냐면 그 땅 소유주가 코리안 항공이기 때문이지요.”

“코리안 항공이 땅 주인인 것하고 무슨 상관인데요?”

“실질적인 땅 주인이 땅콩으로 유명한 분이셨거든요.”

“땅콩? 웬 땅콩?”

여기서 땅콩이 왜 나와?

설마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아! 땅콩?

“설마 그 땅콩? 갑질로 유명한?”

“하하! 네, 맞습니다. 그 유명한 갑질 땅콩입니다.”

“그런데 땅콩이 실질적인 주인이라니요?”

“그게, 코리안 항공 그룹의 후계 구도에서 내부적으로는 장녀인 땅콩 주한나가 호텔 계열을 가져가기로 정리되었지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주한나가 코리안 항공 그룹의 호텔사업본부와 기내식 사업본부를 맡아왔습니다.”

땅콩 주한나라고 하니까 좀 우습다.

도산 안창호나 우당 이회영 같은 호도 아니고, 독검이나 풍객 같은 강호의 별호도 아니고 말이다.

땅콩 주한나 선생?

“그래서요?”

“그래서 사실상 주한나가 그 부지의 개발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뭐, 문제가 워낙 많아서 불발되었지만요.”

“개발할 수 없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우선 그 땅에 대한 히스토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히스토리? 아니 히스토리까지 있어요? 그리고 그 땅에 대하여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아주 그냥 줄줄 외우고 있었네?”

“하하! 그럴 수밖에요. 그 땅, 원래 사성 땅이었습니다. 아마 남정원 사장님은 히스토리뿐만이 아니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전부 아실 겁니다. 그 땅을 팔았던 실무 책임자셨으니까요.”

“아···.”

어쩐지, 지나치게 잘 알더라.

“하여간 히스토리를 말씀드리자면. 경복궁 옆이라는 위치에서 알 수 있듯이 참으로 우리나라 영욕의 역사를 같이한 땅입니다. 원래는 왕궁의 바로 옆으로 왕족이나 세도가가 살던 땅이었습니다. 그런 곳이 일본놈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일본 식산은행의 은행원 숙소로 쓰였습니다.”

“아···.”

“그러다가 다시 해방이 되어 이번에는 일본이 나간 자리에 미군이 들어왔고, 미군이 빠진 다음에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가 되었습니다.”

“...”

이제야 조 팀장이 우리나라 영욕의 역사를 함께한 땅이라는 말을 알 것 같았다.

나라가 망하니 왕족이 살던 왕궁 담벼락 옆의 땅이 외세에 연달아 점유된 것이다.

참으로 빌어먹을 일이네.

“그런 땅이 1997년도에 사성생명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당시에 1,400억 원이라는 액수로 말이지요.”

“사성은 그 땅을 왜 구입한 겁니까?”

“복합 문화시설로 개발하려고 했다던데,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적어도 사성은 그나마 거기다가 무슨 본격적인 영리 시설을 지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안 짓고 코리안에 판 거죠?”

“도저히 개발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응? 아니 왜? 무슨 이상한 건물을 짓겠다는 것도 아닌데요?”

“여기서부터 핵심이고, 재밌는 부분입니다. 그 땅, 정말 골치 아픈 땅이지요. 하하하!”

“잉?”

그 사성이 개발을 포기하다니?

“규제가 장난이 아닌 지역입니다.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웬만한 시설은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고, 높이도 잘해야 4층이고 그 위로는 짓지도 못합니다.”

“우와! 그런 땅이었어요?”

“그것만이면 사성이 어떻게든 풀었겠죠.”

“뭐가 또 있어요?”

“바로 옆에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과 여고가 있습니다. 그나마 풍문여고는 얼마 전에 이사를 하였지만, 덕성여중·고는 여전히 바로 붙어 있으므로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입니다. 이제 아시겠지요? 이 땅이 얼마나 규제가 심하고 제약이 겹친 땅인지를 말입니다?”

“히야! 완전히 엎친 데 겹친 곳이네?”

“하하! 그렇습니다.”

아니 그래도 미술관이라면 그거 짓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나름대로 공익성도 있고 말이다.

“그래도 사성이라면 미술관 정도는 지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회장님이 그 땅 넓이를 모르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거기, 무지하게 넓습니다. 무려 3만7,141㎡로 평수로는 거의 12,000평에 가까운 면적입니다.”

“그렇게나 넓어요?”

“네, 광활합니다. 사대문 안에 남은 땅 중에 아마, 공터로 시내 한복판에 남은 땅은 거기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니, 그 넓은 땅에 미술관 하나만 달랑 세우겠습니까? 미술관을 포함하여 여러 문화 복합센터를 지으려 했던 거지요.”

“그렇군”

“제가 입사 전의 일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사성의 힘으로 밀어붙였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이 부회장에게로의 불법 상속 문제로 여론이 좋지 않았고, 정부의 시선도 곱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에라 하면서 포기한 것이지요. 그것을 코리안이 좋다고 2,900억에 주워간 것이고요.”

“하하···. 정말 기가 막히는군”

정말 완전 공익적인 성격의 개발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인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 코리안은 왜 매입한 거예요? 그런 사실을 뻔히 알 텐데요?”

“자신이 있었나 봅니다. 사성은 상속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개발을 포기하였지만, 자신들이라면 어떻게든 성사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코리안도 미술관을 지으려고 했어요?”

“이게 진짜로 웃깁니다. 거기다가 7성급 호텔을 지으려고 하였습니다.”

“뭐? 호텔? 경복궁 바로 옆에다가? 미친 것들인가?”

“나름 한옥 호텔을 짓겠다고는 했는데, 미친 거 맞습니다.”

진짜 하는 짓들이 웃기는 것들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미치기도 했네?

아니, 광화문 옆에다가 호텔을 지어?

그것도 여중과 여고가 담벼락 하나로 붙어 있는 곳에다가?

“이건 요즘 와서 드는 생각인데요, 주한나가 호텔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 욕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성공시켜서 아버지에게 어필하려고 한 것이죠. 후계자는 남동생이 아니라 나라고 말입니다.”

“진짜 미친 것들이네?”

“하여간 어떻게 해서든 거기다가 호텔을 지으려고 별짓을 다 했습니다. 대법원에서도 안 된다고 하니까, 지금은 차디찬 곳에 계시는 VIP에게 청와대 재벌회동에서 짓게 해달라고 간청까지 했었고, 그도 안되니까 국회를 움직여서 법까지 개정하려고 하였지요.”

“에에? 국회까지?”

“네, 유흥시설을 빼고 지을 테니까, 유흥시설이 없는 관광 숙박 시설은 규제에서 제외하여 달라고 한 것이지요. 실제로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당연히 통과는 실패하였지만요.”

“우와와! 대단하다! 대단해! 법까지 개정해서 호텔을 지으려는 인간들이나, 그렇다고 움직여서 발의한 국회의원 놈들이나!”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어처구니가 없네.

그리고 그런 내 반응에 조철봉이 씁쓸하게 웃었다.

“뭐, 저도 재벌 밥을 먹었던 사람입니다만, 이번에 코리안 항공 그룹의 행태는 좀 심했습니다. 과거에야 막말로 정권과 야합하면 안 되는 일이 없었던 시절이지만, 적어도 21세기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거든요. 요즘은 야합을 하더라도 세련되게 하는데, 코리안은 완전히 무대뽀였습니다. 우리끼리도 뒤에서 수군거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주한나가 그룹을 먹으려고 무리한다는 말이 나왔고요.”

“대체 그 집구석은 왜 그래요? 이리저리 계속 시끄러웠던 것으로 아는데요?”

“그래서 항간에 이런 말이 나돌았지요.”

“무슨 말이?”

“결혼 정말 잘하자. 이상한 여자가 집안에 잘못 들어오면 집안 전체를 말아먹는다고 말이지요.”

“아···.”

뭐, 내가 볼 때는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그런데, 그런 땅을 우리는 괜찮다는 겁니까? 그리고 그 땅을 코리안이 내놓을까요?”

“우리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서울시에 추진하는 그 땅의 활용방안과도 매치 되고요.”

“서울시에서요?”

“네, 서울시에서 그 땅을 매수하여 공원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코리안에게 땅을 팔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코리안이 응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코리안은 왜 안 파는 겁니까? 여전히 미련을 가지고?”

“미련을 가지고 있을 리가 있나요? 최근 몇 년간 온갖 난리를 다 쳤는데요?”

“그런데 왜?”

“땅값을 제대로 안 쳐주니까 문제지요.”

“아!”

아무리 공공 목적이라도 그건 좀 아니지.

“하여간 우리는 100% 됩니다. 민족의 영웅분들을 모시는 일입니다. 누가 뭐래도 명분이 확실하지요. 게다가 땅이 워낙 넓어서 일부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공원으로 조성해도 되고요.”

“그러면 대체 땅값이 얼마예요? 아무리 제약이 심한 땅이라고 해도 위치가 위치고, 워낙 넓어서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시가로 현재 5,000억에서 6,000억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흐음···.”

요즘 한국에 박는 돈이 많아서 살짝 부담되기는 하다.

땅값도 땅값이려니와 공사비까지 생각하면 말이다.

그래도 할 것은 해야지.

“그럼 코리안 놈들이 확실히 땅을 팔기는 하는 겁니까?”

“그것도 100%지요. 요즘 코리안 그룹 내 사정이 말이 아니라서요.”

“응? 왜요?”

“모르셨습니까? 장년인 땅콩 주한나와 남동생이자 장남인 주양태 간에 경영권 분쟁이 생긴 것을?”

“그래요? 아니 아버지는 뭐하고?”

“몇 달 전에 죽었습니다.”

“엉? 죽을 나이가 아닌 것으로 아는데?”

“가족들이 속을 썩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좀 급작스럽게 죽었습니다.”

“허어!”

“그래서 주양태가 누나인 주한나 흔적을 그룹에서 지우려고 송현동 부지도 팔려는 것으로 압니다. 여러 가지로 코리안 그룹 사정이 좋지 않아서 돈도 필요한 상황이고요. 가격만 맞으면 100% 팔 겁니다. 그 땅은 워낙 커서 잘 팔리지도 않을 땅이고요.”

그럼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네?

“오케이, 알겠습니다. 그럼 모든 권한을 줄 터이니, 조 팀장이 추진하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런데, 그 땅 전부를 이용하실 생각입니까? 우당 이회영 선생과 형제분들을 위한 기념관으로만 사용하기는 너무 큰데요?”

“나는 사실 절반만 있어도 될 것 같아요. 이회영 선생과 형제분들하고 김홍일 장군 기념관을 만들 생각이거든요.”

“김홍일 장군요? 김홍일 장군이 누굽니까?”

“아니 김홍일 장군을 몰라요? 항일 독립투사이자 한국전쟁의 영웅을? 그것도 국방부가 공식 선정한 한국전쟁의 4대 영웅이신데?”

“모르겠는데요?”

“허어···.”

“...”

이거 봐라.

이래서 내가 기념관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국민에게 인지도가 낮은 김홍일 장군이다.

아마 길을 가는 젊은 애들에게 물어보면 우당 이회영 선생을 하는 놈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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