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회장님은 모르시는 겁니다.
2019년 12월 13일.
띠리리링! 띠리리링!
스마트폰의 벨이 울려서 보니 한국에서 온 전화다.
그것도 의료부문 담당 민명기 부사장이 전화.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이름을 보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민명기 부사장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거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직감적으로 드디어 무슨 일이 발생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보세요? 민명기 부사장님?”
- 네, 회장님. 저 민명기입니다. 통화할 수 있으십니까?
“네, 말씀하세요.”
- 공식적인 소식은 아닙니다만, 중국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 과거 2003년의 사스 건도 있고 해서, 중국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 몇 시간 전에 지인으로부터 중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증세를 물어봤는데, 독감과 비슷하고 폐렴이 심하다고 합니다.
“중국 어디입니까?”
- 후베이성이 우한(武漢)시입니다. 며칠 전에 우한시 보건당국에서 이미 중앙에 보고하였다는데, 중국 당국에서는 아직 은폐 중인 것 같습니다.
“소스는 확실합니까?”
- 밝힐 수는 없지만, 공무원 시절에 인연이 있었던 중국인 방역 당국 공무원입니다. 제게 크게 신세를 진 것이 있어서 혹시 원인 모를 질병이 발생하면 알려달라고 부탁을 해놓았었습니다.
이 정도면 확실하다.
아니, 전화기 벨이 울릴 때부터 이거라고 직감하고 있었다.
“바로 한국으로 넘어가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회장님.
“부사장님”
- 네, 말씀하세요.
“지금부터 의료부문은 비상체제로 돌입합니다.”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심호흡을 하였다.
이제 시작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존을 들어오라고 하였다.
“부르셨습니까? 보스?”
존이 웃으면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테슬라가 상승을 시작하면서 70달러를 넘었고, 엔비디아는 60달러를 향하여 전진하고 있었다.
게다가 AMD도 40달러를 넘어서 50달러로 순조롭게 상승 중이었고.
그러니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존이었다.
“네, 존. 앉아요, 잠시 할 말이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보스 표정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거울을 보지 않았지만, 지금 내 표정은 아마 무섭게 걷어 있을 것이다.
“휴우, 바로 한국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요? 갑자기 왜?”
내가 연말에 종무를 하지 않고 한국으로 가는 것은 존과 함께한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다.
“우려하던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
“내가 직접 한국에 가서 확인하고 챙겨야 할 것 같아서요. 미안합니다, 올해는 연말을 못 보고 가네요.”
“심각한 겁니까?”
“아마도···.”
“흐음, 알겠습니다. 회사는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고마워요, 존. 이번에는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매일 별도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부탁합니다. 아, 존!”
“네, 보스”
“우리 직원들 연초 휴가 말이에요.”
“네? 휴가요?”
“네, 이번에는 좀 길게 보내세요. 교대를 하더라도 말이지요. 가능한 미리 알려서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가라고 하세요. 회사에서 모든 비용도 부담해 주시고요.”
“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지금 못 가면 한동안은 어디도 못 갈 겁니다.”
“...”
“존도 에이미와 제인을 데리고 가고 싶은데 있으면 다녀오세요.”
“알겠습니다, 보스”
가까운 직원들과 이른 송년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짐만 챙겨서 곧장 공항으로 나가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한국행은 길어질 것을 직감하면서.
“현재 상황을 말씀해 주세요.”
한국에 도착하는 즉시 집에다 짐만 놔두고 곧장 회사로 가서 회의를 주재하였다.
참석자는 나와 남정원 사장, 재하 형, 그리고 민명기 부사장이다.
“중국에 모든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우한시의 정체불명의 폐렴이 계속 확산 일로에 있다는 소식이 전부입니다. 그거 때문에 중국 당국의 신경이 무척이나 곤두서 있고요. 남정원 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아는 모든 루트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뭐, 대부분 사성 인맥이지만요. 사성의 정보력은 세계 곳곳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중국은 특히나 대부분의 성에 지사가 있기에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겁니다.”
“계속 수고해 주세요. 나도 이정룡 부회장에게 협조를 요청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좀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럴 때는 정말 사성이 부럽다.
세계 곳곳에 직원이 없는 곳이 없으니 말이다.
나야 아직은 그저 자본가에 불과하고.
“먼저 재하 형, 아니 이 대표님, 방역 물자 준비 상황에 대하여 알려 주세요.”
“정남의 마스크 공장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현재는 마스크 기계들이 전부 입고되지 않았는데, 최대한 빨리 입고되도록 재촉하여 주야 22시간을 가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보호복은요?”
“어제 민 부사장님에게 이야기를 듣고서 비축 원단을 방출하여 최대한 생산을 독촉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완전가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서둘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마스크나 방역보호복은 재하 형이 알아서 잘 챙기고 있었다.
“민명기 부사장님 보고해 주세요.”
“네, 현재 의료부문은 진단키트와 백신, 그리고 에크모와 인공호흡기 등의 치료기기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진단키트는 검체가 없는데도 가능한 겁니까?”
“먼저 준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보통 소거법이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소거법이요?”
“네, 먼저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의 양성판정이 가능한 키트를 만들고, 기존에 발견되었던 코로나 변종 양성사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좁힙니다.”
“호오?”
“그렇게 진단 키트의 설계를 끝내고 대량 양산 준비를 하고서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확보하면, 바로 대량 양산이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방식을 판코로나 바이러스검사법(Pan-coronavirus testing method)이라고 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싸젠이라는 분자진단 전문 바이오 회사와 협업 중입니다.”
“업체에서 협조하던가요?”
“그 부분은 남정원 사장님이 해결하여 주셨습니다.”
“남 사장님이?”
내가 의아해 하면서 남 사장에게 시선을 돌리자, 남 사장이 희미하게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얼마 전에 보내주신 20억달러의 일부를 사용하여 경영권을 확보하였습니다. 시가총액이 5,000억이 넘는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라 지분 51%를 확보하는데 3,000억이 넘게 들었고요. 이번 일이 아니라도 전망이 밝은 회사라서 그렇게 하였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필요한 회사들은 적극적으로 매입하세요. 협조 요청하고 상담하고 어쩌고 할 시간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여간 그럼 진딘 키트는 이번에 발생한 바이러스 정보만 확보하면 바로 대량 생산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네요?”
“그렇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정보 확보 후 며칠 이내로 바로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합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얻는 것이 문제인데, 이건 사태의 시급성만 확인되면 질병관리본부에서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음? 어떻게 말입니까?”
“식약처 승인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신속승인을 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걸 도와주겠다는 것이지요.”
“아! 권준호 과장이?”
“권 과장도 도와주고 있지만, 정인영 질병관리본부 본부장님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거 잘 되었군요.”
“네, 아무래도 차관급 고위공무원이 협조해주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뿐만이 아니라 2015년 메르스를 경험했던 공무원들은 다들 대단히 협조적입니다.”
확실히 방역 관련 공무원들의 2015년 트라우마는 대단한 것 같았다.
위고 아래고 간에 다들 이리도 협조적이라니.
“메르스가 쎄긴 쎘나 보군요.”
“그랬지요. 다들 같은 마음입니다. 공무원 신분으로서 한계는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래요, 고마운 일입니다. 그럼 백신은?”
“백신 역시도 확보되어 있는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검체를 대상으로 한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10일 이내로는 우리가 애초에 목표하였던 사전임상 단계에 돌달할 예정입니다.”
“그럼 그 역시도 신종 바이러스의 정보만 확인하면 그에 맞게 변경이 가능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회장님”
“결론은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는가가 관건이네요.”
“네, 회장님”
“알겠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노력해 봅시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최선을 다해 보자구요!”
그렇게 호기롭게 말하고 모든 루트를 동원하여 검체 확보를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중국은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벼라별 짓을 하여도 시간만 흘러갈뿐 바이러스 확보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산타할배가 오는 12월 24일.
벌컥!
“회장님! 바이러스 검체를 확보하였습니다!”
남정원 회장이 내 방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고 들어오면소 소리쳤다.
“오오! 정말입니까?”
“네, 현재 인청 공항을 빠져나와서 아이바이오로직스로 이동 중입니다.”
“하하하! 이거 정말 산타가 있기는 있나 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그건 묻지 마시지요.”
“네?”
“회장님은 모르시는 겁니다. 저도 모르는 것이고요.”
“아...”
남정원 사장의 말은 정상적인 루트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불법적인 요소가 나는 모른척하라는 말일 터이고.
“이걸 확보하려고 70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통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숨겨서 들어오는 것이고요. 나중에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확보한 것으로 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들어간 70억의 비용은 제가 알아서 분산시켜서 회계 처리하겠습니다.”
어차피 팬데믹이 벌어질 상황이 되면 이런 일은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백신을 구하려는 전쟁이 벌어질 것인데, 개발을 어떻게 했는지 알게 뭐냐고?
12월 31일.
전 세계가 조금씩 이놈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도 한 통신사가 최초로 기사를 띄웠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원인 불명의 폐렴이 집단 발병해 보건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31일 중국 중앙(CC)TV 등은 "우한시에서는 이달 들어 총 27건의 바이러스성 폐렴환자가 보고됐고, 이중 7명은 위중한 상태“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CCTV에 따르면 2명은 증세가 완화돼 퇴원한 상태다.
폐렴 환자 대부분은 우한시 장한(江漢)구 화난(華南)해산물 시장의 자영업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세계 보건기구 WHO에서도 중국 우한시의 폐렴을 경고하고 나섰다.
내가 볼때는 이미 늦은 것으로 보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