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89화 (89/250)

89. 손이 바뀌었습니다.

“보안은 확실하지요, 헨리?”

“네, 보스. 보스 전화를 받고 다시 점검했는데 이상 없습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비도 아니고, 제가 군대 시절의 인맥을 통하여 은밀하게 입수한 장비라 국가 안보국(NSA)이 달려들어도 감청이나 도청은 어렵습니다.”

화상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내 지시를 받고 점검차 회사에 나와 있던 이지스 컴퍼니 헨리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울은요?”

“그쪽도 제너럴 리가 우리가 보내준 동일한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수고했어요.”

이 정도면 안심이다.

내가 시작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내 전면의 스크린에 익숙한 얼굴들이 나타났다.

남정원 사장, 재하 형, 민명기 부사장, 그리고 정화재단에서는 박홍렬 변호사와 카르마 보안의 이상철 대표, 기동이 형, 선호 형까지.

장영동 이사장님과 아버지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

아무래도 이런 무거운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법률에 대한 자문은 박홍렬 변호사로도 충분했고.

“안녕하셨어요? 모두들.”

“네, 회장님.”

“오랜만이네.”

“여어! 반갑네!”

나와의 인연에 따라가기 다른 인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하하!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계신 모습을 보니 든든합니다.”

“이거 섭섭하네. 강 회장이 한국에 와도 우리는 잘 안 보고 가니 말이야?”

“아이고, 전단장님. 왜 그러세요?”

“허허허! 농담이야, 농담. 얼굴 보기가 힘들어서 푸념 좀 했네.”

“하하하!”

“허허허!”

이상철 대표의 농담에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고, 본론을 꺼내 들었다.

“여러분을 이렇게 모이라고 한 것은 상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 실은 제가 어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트럼프를요?”

“네, 남 사장님. 그게 어떻게 된 것이냐면···.”

나는 트럼프와 앞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물론 파워볼 관련한 이야기는 빼고.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응은 역시 격렬하게 쏟아져 나왔다.

“아니,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협박을 해?”

“강도예요? 완전 날강도잖아요?”

“망할 트가 놈!”

“완전 미친놈이잖아?”

“그래서 미국에 대한 지원을 더 짜보라고 했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이건 경우가 아니지.

“하여간 일이 이렇게 되었어요. 어차피 미국은 일 순위 지원 대상국이었잖아요? 좀 일찍 지원한다고 생각합시다. 제가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방역 물자는 좀 더 빼낼 여유가 있겠어요? 남 사장님.”

“민 부사장하고 이재하 사장과 함께 종일 머릴 쥐어짜 봤습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빼고, 약간은 무리지만 생산을 독려하여 추가로 40%를 미국에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고생들 하셨네.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문제는 백신인데, 며칠 내로 미국 측에서 추천하는 제약사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연락이 오면 이왕 해주는 거, 싫은 내색은 비추지 말고 잘 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정부와도 그렇게 협의하겠습니다.”

방역 물자와 백신의 수출은 무조건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사실상 전략 물자나 다름이 없었고, 현재는 세계 모든 나라들이 금수품 취급을 하는 상태다.

“정부에서도 미국이라면 뭐라 하지는 않은 겁니다.”

“미국이니까요···.”

그래, 미국이니까.

진짜 빌어먹을 일이지만 미국이니까 이렇게 해주는 거다.

“정부에도 최대한 생색을 내라고 하세요. 우리가 예수도 아닌데,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저기 회장님···.”

“네?”

“손이 바뀌었습니다.”

“응? 손이 바뀌다니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겁니다.”

“푸하하하!”

“하하하!”

“푸흐흐흐!”

에이, 왼손이면 어떻고 오른손이면 어떠냐?

알아들었으면 되었지.

“남 사장님, 은근히 까칠하시네?”

“송구합니다.”

“험, 하여간 트럼프도 선거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대대적으로 난리를 칠 겁니다. 거기에 편승하면 힘들이지 않고 홍보가 될 거예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네, 말씀하세요.”

“가격은 어떻게 할까요?”

“트럼프와는 과도하게 이윤을 붙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냥 적절하게 이윤을 붙이세요. 미국에 돈이 없는 나라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아! 단, 미국 이외의 지역에 수출할 시에는 우리에게 통제받는 것으로 하세요. 이윤도 제한받는 것으로 하시고. 죽 쒀서 개를 줄 수는 없잖아요? 뭐 미국이 개는 아니지만···.”

“하하! 당연하지요. 우리에게 싸게 사서 남에게 비싸게 팔아먹는 꼴을 볼 수는 없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흐음, 그럼 남은 것은 하나뿐이네요.”

미국에다 요구할 것이 문제다.

나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좋은 기회인데, 그냥 지나쳐 버릴 수는 없지.

“대체 미국에다 뭘 요구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그것참 막막하네요. 우리가 뭐 필요한 것이 있어야지요.”

“그러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경제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는 아쉬운 소릴 할 것이 없잖아요?”

“그러니까요.”

“그럼, 범위를 좀 넓혀서 우리 한국에 도움이 되는 것이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보자고요. 뭐 없을까요? 다들 말씀해 보세요.”

“무역 규제 같은 것을 말하면 안 되나? 왜 지난번에 트럼프가 FTA 가지고 한참 난리를 쳤었지 않나?”

박홍렬 변호사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건 나쁘지 않게 끝이 났습니다. 철강이 주요 안건이었는데, 쿼터 적용이 미국 내 철강 부족으로 예외 조치가 되었습니다. 그밖에는 픽업 차량의 관세 철폐 시기를 2021년에서 2040년으로 연장한 것이 있는데, 그건 트럼프가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요.”

“픽업트럭은 왜요?”

“사실상 미국 시장에 명함도 못 내미는 픽업트럭 규제를 연장한 것은 트럼프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함입니다. 표가 관련이 있는 한 트럼프가 양보할 리는 없는 것이지요.”

“아, 그렇군.”

남정원 사장의 대답에 박 변호사 약간 머쓱해했다.

“나머지는 미국 제약업계의 통상 보복 주장이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씨알도 안 먹힐 겁니다. 원래도 그랬고요.”

“이거 참, 말할 만한 것은 표가 관련이 있어서 안 되고, 그럼 뭘 요구하냔 말이지요?”

젠장, 차라리 중국이나 일본 같으면 요구할 것이 산같이 쌓였을 텐데 미국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대체 뭘 요구하지?

“경제적으로는 내가 봐도 요구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이건 어떤가?”

“아, 전단장님. 어떤 것을 말씀입니까?”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면 분명히 나중에라도 이런 팬데믹 상황을 이용했다고 역풍이 불 것이야.”

“그래서 고민인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참에 나라 좋은 일이라도 시켜주자는 거지.”

“예? 나라 좋은 일이요?”

“우리나라 국방에 관해서 숙원이 두 가지가 있네. 첫 번째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지.”

“아···.”

그게 있었구나.

“이미 트럼프가 두 차례에 걸쳐서 풀어준 바가 있으니, 이야기될 걸세.”

“지금 어디까지 와 있지요? 제한이 말입니다.”

“2017년에 3차 개정 시에 이전의 사거리 800km와 탄두 중량 500kg이었는데, 이것이 탄두 중량은 무제한으로 바뀌었고 사거리는 여전히 800km였지.”

“그랬군요.”

“그것이 몇 달 전에는 공식적으로 소소하게 ‘군사용 고체로켓’만 800km 이상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되었네. 즉, 민간용은 제한이 풀린 셈이지.”

“그럼, 거의 다 풀린 셈이네요?”

“그러니까 트럼프 입장에서는 들어주기가 편할 것이야. 사실 여기까지 왔으면 사거리 제한도 몇 년 이내로 풀린다고 봐야 할 상황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또 하나는요?”

“이건 솔직히 나도 크게 가망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데···.”

이상철 대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살짝 머뭇거렸다.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하다가 안 되면 그만이니까요.”

“뭐 다른 것이 있겠나? 바로 원자력추진 잠수함이지.”

“원, 원자력?”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너무 나가시는 것 아니야?”

스크린 너머로 일순간에 시끄러워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원자력추진 공격 잠수함(SSN).

해군 출신이자 밀덕인 내게는 꿈과도 같은 존재다.

무한에 가까운 동력으로 바닷속을 잠수할 수 있는 잠수함의 끝판왕이니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불가능할 것이 뭐가 있겠나? IAEA니 뭐니 다 필요 없어. 오직 미국만! 미국만 승인하면 끝이네. 그 빌어먹을 한미 원자력 협정만 개정하면 끝이라는 말이지.”

“지금 협정이 어떤 상황입니까?”

“2015년에 40여 년 만에 개정하여서 20% 이하의 저농축까지는 허용되었는데, 솔직히 협정도 필요 없어.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그만이야.”

“우리 정부의 입장은요?”

“두말할 것이 있나? 현 정권의 공약 사항이었는데?”

“허용하더라도 미국이 원자로를 팔거나 기술을 팔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개발이 가능한 겁니까?”

“내가 이래 봬도 해군 제독 출신이라네. 그쪽 분야는 아니었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미국만 승인하면 충분히 가능하네. 게다가, 자네가 조금 도와주면 금상첨화고.”

“······.”

내가 조금 도와준다는 말은 당연히 자금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뭐 된다고만 한다면 1조든 몇 조든 지원할 용의가 있다.

돈을 대면 태워는 주겠지?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무리할 것 없네. 그저 내가 우리 해군의 꿈을 말한 것뿐이니까.”

“흐음, 아닙니다. 그건 제 꿈이기도 하지요. 저도 해군 출신이잖습니까? 비록 해군 땅개 소리는 들었지만요?”

“으허허허! 맞아! 자네도 해군이지!”

“알겠습니다. 뭐 밑져야 본전이 아니겠습니까? 한번 추진해 보지요.”

“오오! 부탁하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아니 기대할 것이야! 으하하하!”

“······.”

미국에서는 때아닌 한국 열풍이 불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끈질기게 협상한 덕분에 한국의 카르마 그룹으로부터 방역 물자를 받아 내기로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백신.

그 백신을 한국이 세계에서는 가장 빨리 개발하고 있었음을 알리고, 역시 자신의 정치력으로 개발국인 한국과 동시에 최우선으로 미국에 공급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낭보에 미국은 그야말로 들끓기 시작했다.

지옥에서 희망을 본 셈이니까.

“우와와! 한국 최고다!”

“영원한 혈맹!”

“방탄돌격단의 나라!”

“가치 캅시다!”

젠장, 먼저 갈 수도 있었는데···.

하여간 미국이 한국 열풍으로 들끓으니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나도 미국 영주권자니까.

반면에 전 세계에서 백신을 우리도 달라는 요구로 한국의 카르마 본사와 정부는 엄청나게 시달려야 했다.

남정원 사장의 말로는 아예 퇴근을 포기했다고.

그리고, 트럼프의 지지율도 무려 7%나 급등하여 트가 놈을 기쁘게 했다.

“크하하하!”

아이고, 시끄러워.

트럼프 저 인간은 웃음소리도 왜 저래?

지금 나는 다시 백악관에 왔다.

요구 조건을 말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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