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90화 (90/250)

90. 아니 내 말이

“으하하하! 어서 오게! 내 친구 알렉스!”

“...”

아주 좋아서 입이 찢어지려고 하는 트럼프였다.

바로 내 친구가 나오네.

“마음에 드시지요? 지지율이 7%나 올랐던데요?”

“그럼! 지지율 1% 올리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나? 그런데 빠지는 것은 바닥 모르고 빠지는 것이 빌어먹을 지지율이지. 하여간 고맙네. 내가 재선하면 계속 자네를 신경 써주겠네!”

“...”

신경 안 써주는 것이 도와주는 거랍니다.

그리고 재선?

꿈 깨세요.

내가 그 꼴을 못 보니까.

“그래, 무엇을 도와주면 될까?”

“소소하게 두 가지만 도와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뭐든지 말하게! 이 위대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도와주지!”

이 인간 진짜 웃기는 인간이다.

뭘 자꾸 도와준다고 하냐고?

내가 먼저 주고서 정당한 대가를 달라는 것인데.

하아, 그냥 넘어가자.

“첫 번째는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의 완전한 폐기입니다.”

“뭐, 뭐? 미사일? 아니 여기서 미사일이 왜 나와?”

트럼프가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하였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요구지.

민간 투자가인 내가 국가 간의 민감한 협정의 폐기를 느닷없이 요구한 것이니까.

아니, 협정도 아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글자 그대로 ‘지침’이다.

실질적으로 한미 양국이 협의하여 시행하는 것이지만, 형식적으로 어디까지나 한국이 내부적인 자율 규제 지침을 만들고 미국에 통보하는 것이니까.

“그게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간 투자가인 내가 도널드에게 요구할 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래서는요? 이참에 우리나라에 좋은 일이라도 하자고 생각한 것이지요.”

“흐음? 혹시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은 것인가? 민간인이 자발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엉뚱한데?”

“따지고 보면 아주 민간인도 아니지요.”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이래 봬도 대한민국 해군 예비역 중사입니다. 제 파일을 보셨으면 아실 텐데요?”

“그랬나? 글쎄 군대에 있었던 것은 기억나는데, 자세히 보질 않아서···.”

“...”

망할 인간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봤구먼.

“하여간 저는 아직 예비역이라고요. 그것도 중사 출신이라 45살까지는 말입니다.”

“예비역이라고 전부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좀 민망한 이야기지만, 제 취미가 밀리터리입니다.”

“취미가 밀리터리야? 으하하! 이거 나와 자네는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엥?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 지지자들도 그런 친구들이 많다네. 전부 무장을 하고 다니지!”

“...”

이 양반아!

나를 어떻게 그런 레드넥 같은 놈들하고 비교하냐고?

“하여간 그래서? 한미 미사일 지침?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도널드가 이미 두 차례에 걸쳐서 풀어줬어요. 사실 이제는 거의 규제 받는 것이 없습니다.”

“내가? 내가 언제?”

“아니, 도널드가 몇 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 우리 대통령이 풀어달라고 요청하여서 풀어줬었잖아요!”

“아! 그거? 별 이상한 계약도 아니고 협정도 아닌, 이상한 규제를 하고 있길래 알았다고 한 거였는데? 그런데 자네 지금 나에게 화내는 거야?”

“아니 누가 화를 낸다고 그러세요?”

“지금도 화내는 것 같은데?”

“...”

하아, 허탈하였다.

우리나라 안보에 극도로 중요한 사안이, 이 늙고 덩치가 크고 고집이 센 미국 대통령에게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화내지 말자.

“정말 화내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도널드가 그랬던 적이 있어요.”

“그럼 대체 뭘 해달라는 거야?”

“우리 한국이 미사일은 자체적으로 제한 없이 개발할 수 있게 해주세요. 지금은 사거리가 800km로 제한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사거리만 제한을 없애주면 그거 무슨 지침이라는 것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말이지?”

“네, 도널드”

“그럼 그러지 뭐. 그게 무슨 일이라고?”

“응?”

이렇게 쉽게?

“아니 유럽 놈들처럼 국방비를 덜 쓰겠다고 꼼수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더 쓰겠다는데 내가 뭐라 하나? 밑에다 확인해서 문제가 없으면 바로 풀어주겠네. 되었나?”

“아, 예. 고맙습니다.”

유럽에 고마워해야 하나?

하긴 트럼프가 유럽에 국방비를 너무 안 쓴다고 지랄하는 것은 나도 이해한다.

유럽은 냉전이 끝난 후 너무 풀어져 있었다.

저러다가 진짜 큰일 한번 나지 싶었다.

적어도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먹은 이후로는 정신을 차렸어야지.

하여간, 유럽은 유럽이고, 이제 큰 거 하나가 남았다.

“그래 다음은?”

“이것도 사실 도널드가 지난번에 한국에 왔을 때 한 번 나온 이야긴데···.”

“또? 뭔데?”

“SSN”

“뭐?”

“SSN,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이요.”

“워, 원자력? 그걸 가지게 해달라고?”

여태껏 희희낙락하던 트럼프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졌다.

“안 돼! 그건 안 돼!”

“왜 안되는데요?”

“하여간 안 돼! 나도 잘 모르는데, 하여간 안 돼!”

“아니 그러니까 이유를 말씀해 달라는 말입니다? 브라질도 가지려고 하는데, 우리가 미국에 브라질만도 못한 동맹이었습니까?”

제기랄!

왜 우리만 이렇게 안 되는 것이 많냐고?

주변은 다 되는데?

막말로 우리가 무슨 일본처럼 전범국이냐?

그것도 아니잖아?

한국전쟁부터 시작해서 월남전을 거쳐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의 전쟁에는 빠짐없이 참전하였던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 전쟁이 정당하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그런데 왜 안 되냐고?

“하아, 이봐 알렉스”

“네, 도널드”

“자네가 말한 것처럼, 이 이야기는 한국 측에서 2017년도에 내게 꺼낸 적이 있었어. 이건 확실히 기억하지”

“그런데요?”

“나는 처음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였지. 북한이 이미 핵폭탄을 가진 상황에서 그깟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했었거든?”

“아니 내 말이!”

내 말이 그 말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마당에 왜 우리만 가지고 지랄이냐고?

“그런데 내부적으로 난리가 나더라. 안보보좌관이고 국무부고 국방부고 간에 모두가 벌떼처럼 일어나서 반대하더라고? 심지어는 일본의 아베 놈에게서도 전화가 와서 난릴 쳐대고 말이야?”

“아니 이런 아베 개새끼가!”

“방금 뭐라 했나? 한국말이야?”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어째 욕설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흐음, 하여간 그런 일이 있었다네. 이봐, 알렉스”

“네, 도널드”

“내가 대통령이지만, 저렇게 모두가 일치하여 반기를 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솔직히 나는 아직도 의문이야. 왜 고작 원자력 잠수함 가지고 난리를 치는지 말이야.”

“...”

이거 어떻게든 밀어붙여야 하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그놈들은 더 반대할 것이 뻔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원자력의 군사 전용에 대하여 더 반대하는 놈들이었으니까.

어떻게든 꼴통인 트럼프가 저질러 줘야 한다.

“하나씩 따져 보자고요.”

“뭘 따지나? 안 된다고 말했는데? 따지지 마!”

“우리가 왜 원자력 잠수함에 목을 매는지 아십니까?”

“진짜 거 왜 그러는데? 북한은 한국에게 상대가 안 되잖아? 특히 해군은 말이야?”

“왜긴 왜입니까? 중국 때문이지요?”

“중국?”

“솔직히 까고 말해 보자고요. 우리가 누구랑 싸우겠습니까? 아! 일단 북한 거지 놈들은 빼자고요.”

“그래서?”

“러시아? 우리와 러시아는 그리 나쁘지 않아요. 한국전쟁의 원흉이지만, 소련이 해체된 이후로는 그나마 주변 강국 중에서 제일 낫지요. 영토 같은 문제도 적어도 아직은 없고요. 게다가 러시아는 솔직히 부동항인 블라디보스토크 말고는 신경도 안 쓰지요?”

“그 자식들은 자기들이 유럽인이라 생각하는 놈들이니까”

“그러니까요. 결국, 러시아와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을 하지 않는 이상은 말입니다.”

“흐음, 듣고 보니 그러네. 그리고?”

듣고 보니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거다.

러시아와 우리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 거의 없다.

만약에 통일이 되어 국경을 접하게 되면 몰라도.

“그리고, 일본? 일본이 우리와 사이 안 좋은 것은 잘 아시죠?”

“일본 이야기는 할 것 없어. 너희 두 나라가 얼마나 원수인지는 나도 잘 아니까”

“하여간 일본하고는 그런 사이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전쟁이 벌어질 일은 절대로 없어요.”

“우리 미국이 그 꼴은 못 보지”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그럼 이제 어디가 남지요?”

“중국! 차이나!”

“빙고!”

하아, 힘들다.

이거 무슨 초등학생 데려다 놓고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들이 정말 중국을 그렇게 경계하나? 난 솔직히 그게 가끔 의심이 가거든?”

“이거 왜 이러세요? 중국 놈들 때문에 한국전쟁에서 통일 직전에 다시 반 토막이 된 나라인데?”

“그런데 우리가 느끼기는 그렇지가 않거든?”

“도널드, 이건 진심으로 내 말을 믿어요. 적어도 2015년 이전에는 그나마 나쁘지 않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은 황금의 땅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잖아요? 미국도 마찬가지였고?”

“어흠···.”

“그런데, 사드(THAAD) 미사일 사태 이후로는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아시죠? 얼마나 우리가 중국에 혹독하게 당했는지? 아니,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하지요. 우리가 그 정도로 당하면 미국이 쉴드를 쳐줬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디까지나 미군이 배치하는 미사일인데?”

“에이, 왜 자꾸 우리 미국은 끌고 들어가고 그래?”

“말이 나와서 하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 믿고 뭘 하겠어요?”

“어허! 하던 이야기나 계속하지?”

이 정도에서 그만 타박하자.

더하면 진짜로 화낼 것 같다.

“하여간 그래요. 그거 말고도 습근평이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을 얼마나 괴롭혔어요? 우리 역사를 자기들 역사라고 하질 않나?”

“어, 참. 습근평이가 내게 한 말이 있었어. 한국은 남쪽이고 북쪽이고 간에 전부 중국의 일부였다나?”

“그런 개새끼가 다 있나!”

“이봐, 알렉스. 자꾸 내 앞에서 한국말을 할 건가? 아무리 봐도 욕 같은데? 캐새키?”

“아, 죄송요. 제가 좀 흥분했네요. 하여간, 지금 한국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세요. 10명 중의 9명은 싫다고 할 것이니까”

“그렇군”

“트럼프나 다른 각료가 오해하는 것은 아마 우리 한국이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대놓고 싫다고 하지 못해서 그런 걸 겁니다. 일본만 해도 내수 시장이 크지만, 우리 한국은 그렇지 않아요. 하고 싶은 소리 다 하고 살다가는 쪽박 찬다고요.”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네. 하여간 그래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원자력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말이잖아?”

“바로 그겁니다! 북한? 그건 핑계에요, 핑계. 거 어디서 옛날 나룻배 같은 거나 몰고 다니는 북한 해군이 우리에게 상대나 됩니까?”

“흐음···.”

“도널드, 중국 싫어하시잖아요? 아니, 미국은 필연적으로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 잘 아시지요?”

“아주 잘 아네. 빌어먹을! 하여간 이쪽이고 저쪽이고 간에 전임 대통령들이 중국을 너무 키워주었어! 아주 개 같은 일이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살다 보니 내가 트럼프에게 동감하는 날이 다 있네.

진심으로 이건 트럼프의 말에 100% 공감한다.

미국은 빌 클린턴 시절부터 중국을 경계했어야 한다.

아니, 애초에 키신저 그 등신 같은 인간이 소련을 경계한답시고 중국을 끌어들이는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망할 늙은이는 아직도 살아 있지?

욕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죽기 전에 최소한 남미에는 참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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