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훌륭한 취미십니다!
내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사양하여, 조용히 청와대로 들어갔다.
이상철 대표와 남정원 사장과 함께.
“이거 제가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 했는데, 이제야 보는군요. 대통령입니다.”
“제가 미국에 거의 있다 보니 대통령님의 요청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사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송구합니다.”
청와대에서 한번 보자는 연락은 진작부터 있었는데, 나는 바쁘다거나 미국에 있다는 핑계를 대고 요리조리 만나는 것을 피하였었다.
특별히 현재 대통령에게 감정이 있는 것을 아니었지만, 불필요하게 만나서 언론에 거론되거나 정치적으로 엮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나온 이상 더는 만남을 회피할 수 없었고, 오히려 후속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우리 측에서도 만날 필요가 있어서 오늘은 만남에 응하였다.
“아닙니다, 바쁘신 분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양해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원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강 회장께서 해주고 계시잖습니까? 사다리 센터의 운영부터 이회영 선생과 김홍일 장군의 기념관,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방역 물자의 확보와 백신까지. 이거 저로서는 강 회장을 업어주기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강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과찬이십니다.”
“전 세계가 우리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저도 덕분에 각국 정상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로 업무를 못 볼 지경이에요. 하하하!”
대통령은 진심으로 즐거운 표정으로 파안대소를 하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원자력추진 잠수함과 한미 미사일 지침까지 해결해 주셨습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시작된 이후에, 강 회장님 정도로 국가를 위하여 힘을 쓰신 분은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원자력추진 잠수함과 한미 미사일 지침! 제가 그렇게나 트럼프 대통령을 졸랐던 사안인데 이렇게도 해결이 되는군요. 덤으로 F-15 신형 전투기까지 사주신다니요? 정말 놀랍습니다. 제가 그 소식을 듣고서 가슴이 너무 벅차올라서 잠을 설쳤어요.”
“운이 따랐습니다만, 후속으로 취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렇지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제 시작이지요.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습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며칠 이내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을 하여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폐기를 통보할 것입니다.”
“준비는 다 되어있습니다. 이제 우리 미사일들은 탄두 중량과 사거리 제한이 없는 상태로 양산이 될 겁니다.”
“예? 개발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응? 왜 웃는 거지?
내 말에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배석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그리고 삼군 참모총장들이 같이 폭소를 터뜨렸다.
“저기 왜 웃으시는지···.”
“아, 죄송합니다. 이건 극비인데 회장님께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이미 우리 현무 시리즈 탄도 미사일들은 사거리와 탄두 중량의 제한을 넘는 상태로 개발되어 있거나 개발이 막바지에 있습니다,”
“아···.”
“이미 기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그마저도 지난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탄두 중량 제한을 풀어준 뒤에는 조만간 완전히 제한이 풀릴 것을 예상하여 미리 개발을 거의 마쳤습니다. 이제 분위기를 봐서 제대로 시험 발사를 하면 됩니다.”
“하하! 그러셨군요.”
“네, 핵무기를 가질 수 없는 우리로서는 북한과 그리고 잠재적인 주변 적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 보복 수단이기에 미국이 제한을 한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미국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들이 모를 리가 없지요. 물론 그들의 예상보다도 우리는 더 나아갔지만 말입니다. 아마 대놓고 문제 삼기 어려워 방관하고 있었다는 것이 맞을 겁니다. 우리가 선을 넘지도 않았었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말입니다. 하하하!”
정부는 알게 모르게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언제라도 양산할 수 있겠군요.”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 체면은 좀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미국 체면이라니요?”
“아니, 오늘 풀어주었는데 내일 1,000km짜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 얼굴이 뭐가 되겠습니까?”
“아하! 하하하!”
“하하하!”
생각해보니 그러네.
형식적으로라도 개발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텀을 두어서 발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한미 미사일 지침은 제가 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지요. 일단 F-15 전폭기부터 말씀을 드리지요.”
“네, 저희도 그게 궁금하던 참입니다. 갑자기 F-15 전폭기 구입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트럼프가 끝까지 승인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리저리 당근을 제시했음에도 말이지요.”
“당근이라니요?”
“그건 모르시는 것이 낫습니다. 제가 가진 가장 무기를 생각하면 쉽게 추정할 수 있겠지만요.”
“아···.”
내가 가진 무기는 결국 돈이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이 정도 설명하니 대통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건 제가 모르는 것이 낫겠군요. 어쨌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요. 하여간 그래서 쐐기를 박으려면 뭔가를 더 제시해야 했습니다. 그게 F-15 전폭기지요. 트럼프를 만나러 가기 전에 원자력추진 잠수함 승인을 받으려고 제가 제일 마지막으로 준비한 카드였습니다. 세인트루이스 보잉 공장의 가동이 위태로웠던 것을 알았거든요?”
“아, 인력 고용?”
“네, 맞습니다. 미주리주의 선거인단은 10명으로 대형주 몇 개를 제외하면 경시할 수 없는 주입니다. 그 부분을 어필한 거였지요. F-15 EX 40대면 한동안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하하!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이리 공군 참모총장님 입을 벌어졌거든요?”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KFX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은 되고 있지만, 노후화가 극심한 F-5, F-4 전투기로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시름 놓았습니다.”
배석하였던 공군 참모총장이 정중하게 내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였다.
“네, 저도 그래서 F-15 EX 전폭기를 생각했던 겁니다. 마침 생산 공장이 폐쇄 위기라 트럼프에게 어필하기에 적절하였고요.”
“감사합니다.”
“다만, 몇 가지는 알고 계셔야 합니다.”
“네, 말씀하시지요.”
“우선, 제가 F-15 전투기를 구매하는 비용은 어디까지나 플라이어웨이 유닛 코스트(Flyaway Unit Cost) 기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하하! 당연하지요.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총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통령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공군 참모총장에게 물었다.
“네, 대통령님. 전투기는 가격을 말할 때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그래요?”
“네, 보통은 순수 기체 가격만을 의미하는 유닛 코스트가 있고, 무장이나 부가 장비, 스페어 부품, 교육 훈련비에 개발비까지 포함하는 프로그램 유닛 코스트(Program Unit Cost)로 나누게 됩니다.”
“아, 그래요?”
“네, 그중에서 방금 강 회장님이 말씀하신 플라이어웨이 유닛 코스트는 기체에 엔진을 장착한 코스트를 말씀하는 겁니다. 따라서 F-15 EX 40대라면 대략 5조 원에서 6조 원 정도의 비용을 대시겠다는 것이고요.”
“오오, 그렇군요. 그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금액은 얼마나 됩니까?”
“다행히도 기존에 F-15K를 이미 운용하고 있어서, 교육 훈련이나 부대 장비의 비용이 많이 절감됩니다. 무장은 연도별로 나누어서 구입해도 되고요. 그래도 대략 3조에서 4조 원 정도는 더 들어갈 겁니다.”
“아···.”
이 양반아.
내가 무장 비용까지 대줄 수는 없잖아?
“스페어 엔진까지는 제가 비용을 대지요.”
조금만 더 쓰자.
“아!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그런데, 강 회장님은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아시는 겁니까?”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밀덕입니다.”
“예?”
“밀리터리 마니아라고요.”
“아···.”
“아···.”
“오, 훌륭한 취미십니다!”
“...”
훌륭하기는 개뿔.
보통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을 다 아는구먼.
어쨌든 내가 대는 비용이 약 5조 원 정도 추산되는데, 전투기가 생산되고 배달되는 기간이 4년은 걸릴 것이기에 매년 연부금 형식으로 분할하여 지급하는 것이기에 생각보다 큰 부담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네, 회장님”
“이번의 F-15 구입이 KFX 양산 수량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됩니다. 이건 대통령께서 보증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얼마든지 보증하지요! 제가 퇴임 후에 일어날 일들이니, 아예 문서로 써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마지막, 제일 중요한 원자력추진 잠수함이다.
“그럼 제일 중요한 것이 남았군요.”
“원자력추진 잠수함···.”
“네, 그렇습니다. 우선 트럼프는 적어도 당분간은 비밀로 진행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승인은 해주었지만, 많이 부담스러운 것 같았습니다.”
“그렇겠지요.”
“특히 일본을 무척이나 의식하였습니다. 아베에게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일본은 아마 난리를 칠 겁니다.”
“하여간 일본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네?”
“백신으로 입을 닥치게 할 생각이니까요.”
“아하! 하하하! 그럼 우리 정부가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백신도 없다고 하세요. 우리 백신은 최고예요. 다른 나라에서 그 정도의 백신을 구하려 기다리다가는 난리가 날 겁니다.”
“알겠습니다. 백신을 가지고 이러는 것은 좀 걸리지만, 일본이니까요.”
“네, 일본이니까요.”
지금 여기저기서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1년 전에 개발에 들어간 우리 백신을 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서방 1세계에서 백신은 우리가 갑이다.
이참에 갑질 좀 하자.
“그리고, 비밀도 철저히 지켜주시고요.”
“가능하다면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완전히 비밀로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지금 시작하려면 도산 안창호급 배치 3 와도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데, 국회의 눈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흐음···.”
이것이 문제였다.
우리가 독재 국가라면 모를까, 아무리 예산을 분산하고 하여도 얼마 못 가서 세상에 알려질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국회가 협조하면 좋으련만, 믿을 놈이 따로 있지, 국회의원을 믿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소리였다.
그렇게 내가 잠시 고민하는데, 나에게 쓸리는 눈길이 심상치가 않았다.
대체 왜들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데?
“하아···. 일단 진행하는 것으로 하시지요. 필요한 비용은 제가 대겠습니다. 일단입니다! 일단! 전체 비용은 절대로 아니에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애초에 어느 정도는 각오했었다.
그리고 일단이다, 일단.
본격적으로 돈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또 나보고 도와달라고 해봐라.
이젠 절대로 안 도와줄 거다.
그런데, 느낌이 왜 이리 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