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95화 (95/250)

95. 점입가경이로구나.

우리 카르마 백신의 위탁 생산은 그만큼 복잡하고 미묘하였다.

미국이야 거의 라이센스 생산으로 북미지역을 한정하여서는 자유롭게 자신들이 알아서 생산하고 보급할 것이다.

물론 지역적으로 한정되어 있고, 판매가격도 우리의 통제를 받기로 되어있어 여러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의 위탁 생산과 비교하면 굉장한 혜택을 준 것이었다.

진짜 미국이니까 그렇게 해준 것이지 다른 나라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었다.

다른 나라?

모두 위탁 생산만 맡길 예정이다.

즉, 철저하게 우리 백신을 대신하여 생산할 뿐이고, 생산된 백신은 모두 우리 소유로, 유통과 판매에 대한 권한이 모두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물론, 생산국은 적어도 우선적으로 자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접종할 물량을 확보하고 더불어 경제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그뿐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백신이 전략 물자 취급을 받는 세상에서는 이조차도 대단한 것이다.

만약에 예를 들어서 생산 기반이나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당연히 생산권을 가져갈 것이 확실한 인도를 따져 보자.

인도가 남아시아 생산권을 가져가면 이웃 국가인 파키스탄은 인도에서 백신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철천지 원수지간이라는 것이지.

심지어 작년인 2019년에도 전투기를 동원한 공중전을 벌일 정도로 말이다.

그런 불구대천의 원수에게 백신을 공급받아야 하는 파키스탄은 그야말로 처참한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러니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아, 그거 진짜 문제네요.”

“네, 그렇습니다.”

“일단 그거 빨리 결정하자고요. 괜히 시간 끌었다가는 욕만 먹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예정입니다.”

“대략 생각은 하고 있을 거잖아요?”

“네, 기본적으로 생산권을 가져가려고 하여도 생산 기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져갈 나라는 한정됩니다.”

“설명해 보세요.”

“일단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우리가 직접 생산합니다. 워낙 생산 기반이 튼튼해서 모두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하긴, 사성 바이오의 3공장까지만 해도 생산용량 기준 전 세계 1위란다.

그밖에도 TK 바이오를 비롯하여 원래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그리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물량을 수탁 생산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니까.

“거기서 러시아와 중국은 또 제외합니다. 중국이야 자기들이 사백신을 개발하였고, 러시아는 과거 메르스 때문에 개발해 놓은 것이 있어서,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기반의 백신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합니다.”

“오! 러시아가 제법 하네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제대로 된 백신으로는 사실 우리를 제외하면 러시아가 제일 빠를 겁니다. 그리고, 남아시아는 당연히 인도지요.”

“인도 파키스탄에 제대로 공급되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네, 회장님. 그리고, 유럽은 몇 군데 찢어주면 될 것이고, 남미나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은 생산 기반이 있는 곳으로 주면 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아프리카에 생산 시설이 있는 곳이 있나?

“아프리카도 생산 기반이 있는 곳이 있나요? 개발도상국도 거의 없는 지역인데?”

“시설은 의외로 있기는 한데, 합성할 수 있는 곳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집트나 알제리,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도는 제법 시설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그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다른 나라들은 아무 생각 없고요. 솔직히 백신을 주어도 제대로 접종이나 할 수 있을지나 의문인데, 아프리카니까 그러려니 합니다. 아프리카는 우리도 어쩔 수 없습니다, 회장님”

“그렇군요.”

“네, 그렇습니다.”

불쌍한 아프리카.

그래도 신경을 좀 써주라고 해야겠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니까.

전부 구제할 수는 없겠지만.

“하여간 빨리 선정하여 끝내버리세요. 우리와 상관도 없는 동네는 정치적인 고려도 할 필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거 너무 잘 나가도 골치가 아프구나.

하여간 우리나라와 미국은 동시에 접종을 시작하여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미리 만 70세 이상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부터 접종이 시작되었는데, 이전부터 질병관리본부에서 철저하게 준비하여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미국이야 뭐, 세계 최강대국답게 역시 철저한 준비를···.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미국에서 영주권자로 살면서 느낀 점.

나라가 커서 그런지 의외로 시스템이 개판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건 좀 심했다.

순조롭게 접종이 진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어찌나 개판인지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백신이 분실되는 것은 애교고, 접종자 선정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시위가 벌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거 세계 최강대국 맞아?”

“응, 맞아. 이게 미국이지. 크크큭!”

역시 오랫동안 미국의 민낯을 많이 봤던 제프리 형은 그다지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하잖아? 무슨 아프리카도 아니고?”

“너 아직도 미국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냐?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

하다 하다 제프리 형으로부터 철 지난 아재 개그까지 들어야 하나?

하여간 역시 난 우리나라가 좋았다.

그렇게 혼란 속에서 차츰 안정을 찾고 미국도 비교적 순조롭게 백신 접종이 진행되던 8월 첫째 주.

“보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 존. 무슨 일인데요?”

“이거 좀 엉뚱하기는 한데···. 주미 일본대사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엥? 일본대사관이요? 일본대사관이 왜요?”

“글쎄요? 그건 제가 알 방법이 없는 영역인데, 뭐 뻔하지 않겠습니까?”

“...”

확실히 일본 애들이 나를 보자고 할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백신이지 뭐.

한국의 카르마 홀딩스가 미국의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의 100% 투자회사라는 것을 안 여러 나라에서 나를 보려고 하였지만, 나는 회사 대변인을 통하여 칼같이 선을 그었다.

백신 문제는 전적으로 한국의 정부와 한국의 카르마 홀딩스가 전담하니 그쪽하고 이야기하라고 말이다.

물론 눈을 가리고 아웅 하는 개소리지만, 워낙 내가 강경하게 선을 긋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하였다.

간혹 사이드로 라인을 타고 접촉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지만, 오히려 자꾸 이러면 백신 공급을 뒷순위로 돌리겠다고 공갈을 치자 그마저도 없어진 상태.

그런 마당에 일본대사관에서 나를 보자고?

이 양반들이 내 공갈을 진짜 공갈로 이해하였나?

“어떻게 할까요? 보스가 원하는 시간 언제든지 주미 일본대사가 찾아뵙고 싶다고 하는데요?”

“우리 방침을 알려주었어요?”

“네, 당연히 한국을 배제하고 우리하고 직접 접촉하려는 나라는 백신 공급에서 뒤로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그랬더니 이 말을 꼭 보스께 전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백신과 더불어 한일 양국의 현안에 대하여도 같이 논의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무슨 소리야? 한일 양국의 현안을 왜 나하고 말해요? 한국 정부와 말해야지?”

“보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편하게 말해요. 우리 사이에···.”

“솔직히 전 한일 관계는 잘 모릅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복잡하다는 것은 알지요.”

“...”

복잡하지.

아주 무지막지하게 복잡하지.

가깝고도 먼 나라니까.

“하지만,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공식적으로 정부 간에 논의하기 어려운 일도 기업인이 개입하여 풀어나가는 경우는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일본도 백신을 구하기 위하여 현재의 한일 문제를 같이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를테면,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에 백신을 주면 이런저런 문제는 우리가 양보하겠다, 같은 말은 못 하지만, 민간인인 보스께는 할 수가 있다는 말이지요.”

“흐음···.”

“무작정 거절하지 마시고, 일단은 한국 정부와 상의해 보심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상 미국 시민의 생각이었습니다.”

“푸하하하!”

“흐흐흐”

확실히 미국 시민 존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이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바로 남정원 사장에게 전화하여 상황을 알리고, 우리 정부에 물어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띠리링! 띠리링!

남정원 사장의 전화다.

“아, 남 사장님”

- 네, 회장님. 주무시는 것은 아니지요?

“하하! 저 그렇게 일찍 자지 않습니다. 이제 10시도 안 되었는데요?”

- 그럼 다행입니다. 회장님 지시대로 정부에 상황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좀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뭐라고요?”

“VIP께서 회장님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쪽의 보안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서 아마 청와대보다 나을 것이라 하였더니 30분 후에 연결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완벽하게 보안된 화상회의 시스템은 우리 집에도 회사와 동일한 시스템이 있었다.

그런데 VIP가 직접?

일단 들어보면 알겠지.

“네, 정확히 30분 후에 연결하는 것으로 하자고 하세요. 우리 측 요원에게 연결을 준비시킬 것이니, 그쪽 보안 담당자에게 연락하라고 하세요.”

- 알겠습니다.

정확히 30분 후, 화상으로 대통령과 연결이 되었다.

“하하하! 강 회장님. 이거 LA는 밤이 깊었을 텐데,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대통령님. 원래 12시는 되어 잠자리에 드는 편입니다. 오히려 한국시각이 이른 시간일 텐데 제가 송구하네요.”

“아유,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하여간 어젯밤 늦게 바로 강 회장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주미 일본대사가 회장님을 뵙고 싶어 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들으셨겠지만 저는 미국에서 철저하게 백신에 대하여 접촉을 피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와 접촉하려다가는 백신 공급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도 하였고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일 현안에 대하여 논의하자고 달려들고 있어서 제가 좀 난처하네요. 저는 일개 민간인이잖습니까?”

“하하! 아닙니다. 외교적으로 꼬여 있을 때, 저명한 민간인이 개입하여 푸는 경우는 종종 있었던 일입니다. 그렇게 이례적이라고 할 일은 아닙니다.”

“흐음···.”

역시 대통령도 존과 같은 말을 하였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는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하여 밤새 관계자들과 상의하였습니다.”

어째, 대통령의 안색이 지나치게 퀭하다 싶었더니, 밤새 이 문제로 논의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공무원도 참 피곤한 직업인 것 같았다.

“어떻게 결론이 났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강철식 회장님께서 직접 주미 일본대사를 만나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예? 저보고 주미 일본대사를 만나라고요? 아니 대통령님, 전 그저 민간 투자가이자, 민간인이라니까요? 제가 일본대사를 만나서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너무 부담가지지 마시고,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시지요? 우리 예상으로는 일본대사는 그저 전령일 겁니다.”

“전령이라니요?”

“스기야마 신스케 주미 일본대사가 일본의 전문 외교관으로는 최고위직이지만, 이런 종류의 일을 전권을 가지고 협의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그저 외교관일 뿐이지요.”

“그럼요?”

“아마도 아베 총리를 만나 달라고 요청할 겁니다.”

“네에? 아베요?”

아니 아베라니?

점입가경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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