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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96화 (96/250)

96. 내 명예를 손상하였습니다.

“아니 아베가 왜 절 만나자고 합니까?”

“추정이지만 확실합니다. 지금 현재의 한일 외교 현안과 백신 문제를 한 방에 처리하겠다는 것이겠지요.”

“그건 대통령님과 할 이야기잖습니까?”

“씁쓸하지만, 아베와 저는 이미 정상적으로 대화할 선을 한참 전에 넘어섰습니다. 쉽게 말해서 아베가 저와는 말하기 싫다는 것일 겁니다. 아니, 저뿐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는 공식적으로 대화하기가 아베는 싫은 겁니다.”

“허어···.”

난 도대체 아베 놈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위안부나 징용 문제는 일단 넘어가자.

하지만, 한일 양국 간에 오랫동안 있었던 과거사 문제를 느닷없이 경제보복으로 전환시켰던 놈이 아베고, 그전에 초계기를 동원하여 도발하였던 것도 아베다.

이거에 대하여 말들이 많은데, 적어도 초계기 사건에 관해서는 내가 해군 출신으로, 현역으로 있는 내 후배들과 지인들로부터 웬만큼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은 발단은 공해상에서 북한 어선의 구조신호를 받고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함이 출동하여 구조 중, 일본의 신형 대잠초계기 P-1이 우리에 광개토대왕함에 접근하여 저공 위협 비행을 했는데, 우리 함정이 화력 통제용으로 사용하는 Stir-180 레이더로 조사하였다는 것.

물론 일본 애들은 저공으로 위협 비행을 한 적도 없는데, 우리가 화력 통제 레이더로 위협하였다는 주장이고.

그럼 우리 한번 따져 보자.

북한 어선의 구조요청에 출동한 함정은 우리 1함대의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이다.

이 함정은 우리 해군이 장비한 최초의 현대식 구축함이라 의미가 취역 당시에는 컸지만, 사실 여러모로 과도기적인 배로 제대로 된 현대 구축함이라 부르기는 약간 부족함이 있다.

게다가, 이 광개토함이 진수된 것은 1996년이고 해군이 인수하여 취역한 것은 1998년으로, 이미 20년이 되어 전투시스템이 수시로 다운되고 레이더 등의 장비도 툭하면 고장이 나서 사실 대대적인 개수가 예정되었던 함이다.

광개토대왕급 3번 함인 양만춘함을 시작으로 당시에 대대적인 오버홀과 전투체계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고 말이다.

한마디로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운용할 수 없는 상태의 함정을 해군의 초계 작전함 부족으로 억지로 운용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아니 우리 해군이 미쳤다고 그런 노후 함정을 가지고, 그것도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중에 일본의 최신형 초계기를 위협하냐고?

상식적으로 이게 맞을까?

사건 초기에 우리 국방부가 함정의 모든 레이더를 동원했다고 인정했다는 기레기의 가짜기사가 있었고, 그것을 가지고 일본 놈들은 물론이고 국내의 정신이 출타한 일뽕들까지 가세하여 우리가 잘못하였다고 난리를 쳐댔는데, 하아!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여간 복잡해지니까 폐일언하고, 팩트는 이거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최악의 외교 상황은 아베가 자신이 정치적인 입지로 활용하기 위하여 부풀리거나 어거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그런데, 이런 놈과 만나라고?

“그래서 제가 일종의 꿩 대신 닭이라는 겁니까?”

“하하하! 그렇게 비유하실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백신의 키를 강 회장님이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이고, 자신들의 처지에서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하는데 우리 정부보다는 강 회장님이 훨씬 적격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대통령님께서는 제가 아베를 만나기를 원하십니까?”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흐음···.”

“일단은 주미 일본대사를 먼저 만나보시고 결정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외교부와 우리 정부부서 판단으로는 현재 일본의 주미대사인 스기야마 신스케는 그래도 대화할 만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네, 일단 일본 외무성의 몇 안 되는 한국 전문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년 넘게 정무공사로 근무하기도 하였고요.”

“호오?”

“표면적으로는 우리 입장과 반대되는 짓을 많이 하였습니다.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기도 하고,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하여도 강경한 편이었고요.”

“예?”

“하지만, 그는 전문 외교관입니다. 자신의 사견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결국, 본국의 훈령에 따라서 대답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만나나 보지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필요하신 자료는 따로 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틀 후, 점심시간을 약간 넘긴 시간에 주미 일본대사인 스기야마 신스케 대사가 우리 회사를 방문하였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저는 주미 일본대사인 스기야마 신스케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평생을 일본 외무성 외교관으로 살았다는 노장이다.

외교관답게 빈틈없이 나에게 깍듯한 태도로 인사를 하였다.

그것도 ‘안녕하십니까?’는 완벽한 발음의 우리말로.

“반갑습니다.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알렉스 강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자리를 잡고 차가 나오자 대화를 시작하였다.

“우리말 인사가 굉장히 정확하시네요?”

“네, 오래전에 한국에서 꽤 길게 근무하였습니다.”

“그럼 혹시 우리말도?”

“아, 그건 아닙니다. 당시에는 좀 배워서 했는데, 그 후로 쓸 일이 없다 보니 다 잊어버렸습니다. 송구합니다.”

“아니 뭐, 송구할 것까지야···.”

진짜 송구할 일도 참 많네.

“그래요, 무슨 일로 저를 만나자고 하셨습니까? 아시겠지만, 저는 백신에 관련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저에게 직접 청탁하는 나라는 백신 공급 순위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는데요? 혹시 제 의지를 의심하신다면 곤란합니다.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고, 귀국 일본에도 해당이 됩니다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드리는 말씀을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말씀 잘하셔야 할 겁니다. 일본 국민이 중국제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은 저도 보기 싫으니까요.”

“······.”

스기야마 대사의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배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현재 서방 세계에서 제대로 된 백신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 카르마 백신이 유일하게 되어가는 중이다.

우리 백신이 워낙 신속하게 나온 데다가, 감염 예방효과까지 뛰어난 것으로 시간이 갈수록 판명이 되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백신 개발에 착수하였던 다국적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백신을 속속 포기하고 있었다.

뒤늦게 개발해 봤자, 돈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결국, 지구상에는 단 세 가지의 백신만 존재하게 되었다.

중국제 사백신, 러시아에서 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는 스푸트니크 V 백신, 그리고 우리 카르마 백신.

어느 쪽이든 일본은 우리 백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대중국 전선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고, 러시아와는 북방의 영토 문제로 사실상 적국이나 마찬가지다.

거기다가 손을 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말이라도 잘못해서 내 심기를 상하게 한다면?

아마 이 양반 자살이라도 할 거다.

그러니 이마에 땀이 나올 수밖에.

“먼저 우리 일본국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우리 일본국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공급 순위가 현저하게 뒤로 밀린 원인이, 최근 몇 년간 지속한 한일 관계의 악화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혀 아니라고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일본국은 단순히 백신 공급 순위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기보다는, 뒤로 밀리게 된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흐음,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회장님을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한 원인을 먼저 풀고, 그다음에 정중하게 백신 공급 순위를 조정해 주십사, 부탁을 드리자는 것이지요.”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럼요?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가 너무 빠르다.

“그런데 말입니다.”

“네, 회장님!”

“그걸 왜 저에게 말씀하십니까?”

“예?”

“아니 제가 한일 관계를 악화시켰어요? 이거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내가 한일 관계를 파탄을 낸 주범인 줄 알겠네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게다가 말입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당연히 우리 대한민국 정부와 말씀하시지, 왜 저에게 하십니까? 전 일개 투자가이자 기업인일 뿐인데요? 우리 정부 연락처 없어요? 알려드릴까요?”

“회장님! 그런 말씀이 아니잖습니까? 제발···.”

스기야마 대사가 거의 울려고 한다.

하아, 그만하자.

이 사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아니, 죄가 있나?

하여간, 이 양반은 그저 전령이다.

전령을 가지고 이럴 필요는 없는 거지.

나름 자국을 위하여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것인데.

“에휴, 우리 까놓고 솔직히 이야기해 봅시다.”

“네, 회장님.”

“왜 절 찾아온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려서, 현재 백신 공급은 한일 관계와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면 지난 몇 년간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하는데, 현재 한일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이지요.”

“그래서요?”

“네, 한국 표현으로 저도 ‘까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말 잘하시네요?”

“험험, 하여간 까놓고 말씀드려서, 우리 총리대신님과 귀국의 대통령님이 만나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려운 상황입니다. 갈 데까지 간 거지요.”

“왜요? 우리 대통령 말씀으로는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하던데요?”

“회장님, 제발···.”

“험, 그래서 나를 중간에 끼워 넣겠다? 양자 간에 감정의 골이 너무 깊으니까?”

“네, 단순하게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그럼 이 문제는 대사님과 할 이야기가 아닌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베 신조 총리대신께서는 가급적 이른 시일 안으로 강 회장님께서 우리 일본국에 방문해 주시기를 원하십니다.”

“흐음···.”

잠시 고민해봤지만, 결론은 같았다.

미운 것은 미운 것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현재 일본은 그야말로 똥줄이 타 있는 상태.

이번 기회에 뜯어낼 수 있는 것이 꽤 있을 거다.

지나치게 백신 공급을 미루는 것도 양국 감정이 너무 상하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고.

이럴 때는 그저 못 이기는 척 들어주는 것이 상수다.

“우리 정부와 상의해야겠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일정을 잡아서 귀국을 방문하겠습니다.”

“아! 회장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귀국 총리와 이야기가 잘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잘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글쎄요? 어떻게 보면 저는 우리 정부보다 더 까다로운 사람입니다. 많은 것을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게 본국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이거 한 가지는 꼭 답변을 준비하라고 하세요.”

“말씀하시지요.”

“귀국의 대잠초계기가 우리 함정들을 저공 위협한 사건! 아시지요?”

“예? 그 사건을 왜···.”

“그 사건은 내 명예를 손상하였습니다.”

“네에? 아니 그 일 하고 회장님하고 무슨 연관이 있길래···.”

“왜 연관이 없어요? 우리 대한민국 해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건인데?”

“아니 그러니까 대한민국 해군의 명예가 왜 회장님의 명예라는 겁니까?”

“모르셨어요?”

“무엇을 말씀입니까?”

“저 대한민국 해군 중사입니다. 물론 예비역이지만요?”

“······.”

몰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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