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97화 (97/250)

97. 백신 맞기 싫어요?

스기야마 대사를 만나고 난 후, 다시 한국에 결과를 전달하니 대통령이 다시 화상으로 보자고 하여서 스기야마 일본대사와 나눈 이야기를 하였다.

“하하하! 좀 짓궂으셨습니다. 스기야마 대사가 진땀을 뺐겠어요.”

“뭐, 할 말을 한 거죠.”

“잘하셨습니다. 그럼, 언제쯤 일본에 가실 생각입니까?”

“일본에서는 가능하면 하루라도 빨리 오라고는 하는데, 그렇다고 냉큼 가면 재미가 없잖습니까? 채신머리도 없어 보이고요?”

“하하하! 그렇지요! 그래도 너무 기다리게 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일주일 후에 가려고 합니다. 그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서요.”

일주일이면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은 것 같았다.

나도 일이 있는 사람이고.

“흐음, 적당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어느 정도를 요구할 것이냐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님?”

“마음 같아서는 독도 문제,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모든 것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싶습니다만···.”

“안됩니까?”

“그런 것은 무리입니다.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 목숨을 가지고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니까요. 자치하다가는 심한 역풍이 불 것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처리할 문제도 아닙니다.”

“그렇군요.”

나도 대통령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일 관계의 모든 것을 2018년 12월에 있었던 일본 초계기 저공 위협 사건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반도체 공업 소재 수출 심사 강화 철폐와 그들의 백색 국가 리스트에 우리나라를 다시 등재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초계기 저공 위협 사건에 대하여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해명을 요구합니다.”

“그것뿐입니까?”

“아베에게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정도만 하여도 아베는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고요. 아, 여기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우리 한국과 협의할 것과 위안부 소녀상에 대하여 더는 반발하지 않는 정도의 플러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한 가지 더! 꼭 말씀하실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원자력추진 잠수함! 그거 이번에 꼭 양해를 받으시지요.”

“원자력추진 잠수함이요? 그거 우리가 굳이 알릴 필요가 있습니까?”

“지금은 모르겠지만, 조만간 일본은 반드시 알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일본은 그 정도 능력은 있는 나라입니다.”

“극비로 추진하여도 말입니까?”

“하아, 그 비밀이 계속 지켜지기를 저도 바라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내부에 친일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은 의외로 많으니까요.”

“...”

나도 안타깝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대놓고 단체로 몰려다니면서 위안부는 사기라는 등의 개소릴 대낮에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차라리 이번 일에 묻어서 일본이 반발하지 않도록 못을 박는 것이 낫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더 없는 것이지요?”

“네,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럼 제가 적당한 선에서 살을 살짝 붙이는 것은 괜찮을까요?”

“어떤 것을 붙이시게요?”

“글쎄요?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냥 이번 기회를 날리는 것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하! 적당한 선이라면 알아서 해주십시오. 다만, 앞에 말한 모든 조건은 우리가 먼저 통 크게 이웃 나라와의 선린우호 관계를 위하여 우리가 먼저 백신 공급순위를 조정할 것이고, 이에 대하여 일본이 감사의 표시로 성의 표시를 하는 형식이 될 것입니다.”

“왜 그렇게 하는 겁니까?”

“하하! 그게 나라 간의 외교입니다. 우리가 우위에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상대의 체면을 살려 주어야 합니다. 특히나 한일 관계처럼 복잡하고 미묘하면 더욱 신경을 써야지요.”

“그건 뭐 알아서 하시지요. 저야 기본적인 줄기만 말할 뿐이니까요.”

“아이고! 이거 미안합니다. 하하하!”

광복절을 며칠 남긴 날, 나는 전용기를 타고서 일본으로 향하고 있었다.

스기야마 신스케 주미 일본대사와 함께.

내가 일본으로 가는 날 자신도 따라 들어간다고 하길래, 내가 그냥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

비행기 정도야 못 태워줄까?

“하하하! 이거 정말 좋군요? 완전히 하늘을 나는 호텔입니다.”

주미대사는 어느 나라든 장관급이나 그에 준하는 최고위 공무원이다.

일등석만 타고 다니거나, 아니면 일본 정부 전용기도 타봤을 스기야마 대사도 어지간히 내 전용기가 좋은지 감탄을 하면서 신기해하였다.

나는 전세기를 이용하다가 얼마 전에 아예 내 전용기를 장만하였다.

기종은 에어버스 A-350-1000 ACJ(Airbus Corperate Jets).

ACJ는 보잉사의 BBJ라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에어버스사의 비즈니스 전용기 라인 중에서도 최상위 기종이다.

이코노미석으로 채우면 최대 475석이나 되는 쌍발 광동체기로 항속거리가 18,000km가 넘는다.

이런 비행기를 많아야 20에서 30명 정도만 탑승할 수 있게 개조하였으니, 그 호화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스기야마 노인네는 퀸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을 배정해 줬더니, 정말 좋아하였다.

하긴, 노인네가 장거리 비행하려면 많이 힘들 거였으니까.

“돈이 많아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편리함 중의 하나지요.”

“하하! 그렇군요. 그래도 이렇게 좋은 전용기는 처음 타봅니다.”

“편하게 지내세요.”

“감사합니다.”

한동안 두리번거리면서 아이처럼 좋아하던 것도 잠시, 특별히 할 일이 없어지자 내가 불러서 같이 차를 하게 되었다.

“대사님은 별로 긴장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긴장하시더니요?”

“하하하! 제가 맡은 임무는 회장님을 일본으로 모시는 것까지입니다. 이제부터는 총리대신께서 알아서 하시겠지요.”

“그래도 공무원이신데, 백신 공급순위 때문이라도 이번 만남에 관심이 가지 않으세요?”

“당연히 관심이 가고 걱정이 되지요. 하지만 저는 낙관적입니다.”

“호오? 어째서요?”

“사실 주고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회장님께서 한국 정부를 대신하여 우리 총리대신을 만나주시기로 수락한 이상, 회장님께서는 사실상 한국을 대표하시는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하였을 것인데, 여기서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요. 기업인이자 성공한 투자가인 알렉스 강 회장님의 행동은 예측하지 못하지만요.”

“하하하! 그렇군요.”

“네, 나라 간의 관계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요. 특히 한국과 우리 일본은 아무리 서로 싸워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또 왜 그런 것입니까?”

“우리 모두 미국의 동맹이니까요. 미국이 있는 한, 한국과 일본은 절대로 선을 넘지 못합니다. 뭐, 직업 외교관으로서는 천만다행이기도 하고요.”

“하하하!”

노인네가 그러면서 어깨를 으쓱하는 것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단순하지만 무려 일본의 주미대사가 하는 말이다.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졌다.

“하지만 대사님, 한국과 일본이 같은 미국의 동맹이라도 그 무게가 다르지 않을까요? 우리 한국이 많이 발전했다지만, 경제 규모는 여전히 일본의 3분의 1수준입니다. 정말 만일입니다만, 미국에 한국과 일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요? 아무래도 일본에 무게의 추가 기울지 않겠습니까?”

“흐음, 허허허!”

스기야마 대사는 너털웃음을 짓더니 내가 손수 우려준 남서 설록차 한 모금을 마시고 입을 열었다.

“이건 제 사견이니 어디까지나 참고로만 하시고 그냥 흘려보내세요.”

“네,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제가 워싱턴에 대사로 부임하여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한미 동맹? 일미 동맹? 같은 동맹이지만 그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지요.”

“호오? 어떻게 말입니까?”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같이 피를 흘렸던 경험에서 나오는 피의 동맹이라고 한다면, 일본과 미국의 동맹은 서로 총부리를 겨눈 적국에서 시작되어 우리 일본이 패전하게 됨으로써 시작된 일종의 화해 동맹입니다.”

어처구니없이 덤비다가 왕창 깨져서 무조건 항복한 것을 화해라고 하나?

하여간 이 양반은 일본인이니까 일단 넘어가자.

“당연히 미국의 현재 동맹국으로서의 무게는 우리 일본에 기운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 규모로 봐도 그렇고, 이념적으로도 거의 완전하게 한 팀인 상태니까요.”

“뭐 그렇게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워싱턴 정가에서 가끔 한일간의 현안으로 미국의 정부 인사나 정치인들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면, 가끔 듣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들으셨기에?”

“우리 미국과 한국이 같이 피를 흘린 동맹이란 사실을 당신들 일본인들이 잊어선 곤란하다, 고 말이지요.”

“아···.”

“이 말은 제가 강 회장님께서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모두가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그만큼 피의 무게를 중시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흠···.”

“그리고 이것은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전쟁에 참전하였던 파이브 아이즈 국가에 모두 해당하는 말입니다.”

“그렇군요.”

“한국인들은 대체로 보면 한미 동맹을 좀 낮추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일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택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요? 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현재의 우리 일미 동맹이 한일 동맹보다 더 무겁더라도, 어떤 중대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유효할 것인지는 의심스럽거든요. 어느 정도 대답이 되었습니까?”

“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허허허!”

역시나 늙은 생강은 매웠다.

“어서 오세요, 총리대신 아베 신조입니다.”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회장인 알렉스 강입니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8월 13일.

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총리관저에서 만났다.

우리 한국인에게 재수가 없는 외국 지도자를 뽑는다면 능히 세 손가락에는 들만한 인물이다.

1등과 2등은 당연히 김정은과 습근평이 될 것이고.

어차피 서로 환담 따위를 할 일은 없었다.

아베로서도 코로나바이러스로 벌어진 이 빌어먹을 상황이 죽도록 싫을 테니까.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일본은 귀사의 카르마 백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공급순위를 조정해 주시지요.”

이거 봐라?

죽어도 귀국이 아니라 귀사란다.

한마디로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카르마 홀딩스의 모회사인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에게 요청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나오겠다는 말인가?

나를 일본까지 불러 놓고?

“아베 총리님, 제가 좀 헷갈려서 그러는데요, 지금 부탁을 하는 겁니까? 아니면 요구를 하는 겁니까?”

“아니···.”

“백신 맞기 싫어요? 일본 국민들 그냥 이렇게 코에 걸리는 마스크만 쓰면서 살 겁니까? 그중에 상당수는 죽어 나갈 것이고?”

“...”

“나는 투자가이자 기업인이지만, 엄연히 당신들 일본의 요청으로 기꺼이 한국 정부를 대표하여 일본까지 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귀사? 내가 귀사로 보여요? 싫으시면 중국제 백신 사세요. 저, 우리 한국 백신 쓰라고 강요한 적 없습니다.”

아베는 얼굴이 벌게져서 분을 참는 듯하였다.

바보같은 인간.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일본 총리였으며 무릎을 꿇라고 해도 꿇겠다.

일국을 책임지는 총리란 놈이 뭐 이래?

“더 하실 말씀 없으세요? 그럼 전 이만 가보지요. 우리 다신 보지 맙시다. 에이!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하여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래도 되냐고?

응, 난 이래도 된다.

내가 아쉬울 것은 1도 없는데다가, 이런다고 누가 나보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저기 강 회장님!”

“뭐니까? 나 바쁜 사람이에요. 부자가 놀면서 부자 되는 줄 압니까?”

“저기···. 송구합니다.”

“뭐요? 안 들리잖아요?”

“송, 아니 죄송합니다. 그만 노여움을 푸시고, 계속 대화를 하시지요.”

아베는 고개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말하였다.

귀밑까지 벌게진 것을 보니, 어지간히 수치스러운 모양이군.

진정성이 보이는 사과는 아니지만, 이만하면 되었다.

이제야 좀 대화할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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