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자네 이름이 뭐였지?
뉴욕의 한 호텔.
밤늦은 시간, 나는 조 바이든의 방으로 은밀하게 안내되었다.
내 신분이 노출되는 것은 양쪽 다 사양하는 상황이었다.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의 알렉스 강입니다.”
“어서 오시게, 내 이름은 알겠지?”
“물론입니다.”
“허허! 조, 조라고 부르게. 자넨 그럴 자격이 있어.”
“감사합니다, 조.”
무려 10억 달러를 쏟아부어서 획득한 자격이다.
“자, 앉게.”
“네, 감사합니다.”
“그래, 자네가 도와주어서 무척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이건 진심이야. 내가 많은 부자로부터 후원을 받지만, 자네처럼 엄청난 거액을 선뜻 내주는 사람은 처음일세.”
“그저 조가 당선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허허! 진심인가?”
“당연히 진심이지요. 제가 돈이 많기는 하지만, 10억 달러는 제게도 거액입니다.”
“그야 그렇겠지. 그런데, 난 처음에 자네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줄 알았네.”
“방역 물자와 백신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신 겁니까?”
“그렇지. 사실 그거 때문에 트럼프의 지지율이 많이 올라서 힘들었거든.”
“방역 물자와 백신은 누가 대통령이든 지원이 되었을 것이고, 지원해야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렇지! 나도 미국 시민이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네. 그것을 탓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게나.”
결국은 공교롭게도 왜 그렇게나 많이, 그리고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지원했냐는 소리겠지.
어차피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 것이고,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알게 될 일, 차라리 지금 털어놓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조가 궁금한 것은 이거 아닙니까? 한국과 미국의 특수한 동맹 관계를 생각하더라도, 너무 좀 과하였다는 것?”
“맞네. 아무리 동맹이고 혈맹이라고 하지만, 자네의 지원은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었거든. 게다가 공교롭게도 백신의 지원 시점과 맞물려서 한미 미사일 지침도 폐기되었고 말이야.”
“한미 미사일 지침은 거의 폐기되기 일보 직전의 문제였습니다. 마지막 제한이 사라진 것이고요.”
“그건 그렇지만, 시기적으로 공교로운 것은 맞지.”
“제 솔직한 말을 듣고 싶으시지요?”
“그래 줄 수 있겠나?”
“한 가지만 지켜주신다면요.”
“뭐지?”
“제가 말하는 것은 조만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불법적이거나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내용만 아니라면 그렇게 하겠네.”
“불법도 아니고 미국의 국익에 반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민들의 백신 접종이 빨라졌으니 이익이지.
“그럼 나만 아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미국에 대한 방역 물자의 지원과 백신 공급은 원래도 최우선순위였습니다. 애초에 지원 순위를 그렇게 정하였으니까요. 한국전 참전국, 그중에서도 미국은 무조건 1순위였습니다. 내가 미국 시민은 아니지만, 영주권자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있었고요.”
“그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네, 허허허!”
“네, 하지만 조의 말처럼 그 지원 강도가 좀 강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후에 말이지요?”
“음? 자네 트럼프와 만났었나?”
“네, 트럼프 대통령이 절 먼저 보자고 하였습니다.”
“흐음,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였길래 자네가 예정하였던 것보다 강도가 세진 것이지?”
“약간의 공갈을 받았습니다. 별것은 아니지만요.”
“무슨 이유로?”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트럼프가 제 신상에 대하여 언론에 노출하겠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봤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저는 제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편이라서요.”
“하긴, 자네 같이 경이적이라고 할 만한 투자 실적을 내는 거부가 언론에 거의 언급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지.”
“네, 저는 시끄러운 것은 질색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그 공갈에 굴복하여 지원 강도를 더 높여 주었다는 말인가?”
“뭐, 굴복한 것은 아니고, 어차피 지원할 거 좀 더 신경을 쓰기로 한 것이지요. 어쨌든 간에 상대는 현직 미국 대통령입니다. 맘먹고 꼬장이라도 부리면 저만 피곤해지니까요.”
“으하하하!”
제기랄, 지구 연방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것이 미국 대통령이다.
현실적으로 누가 거역하겠냐고?
“다만 거기에 그냥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거래를 하였지요.”
“어떤?”
“개인적인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직 제 능력으로 투자하여 여기까지 온 사람입니다. 제가 미국 대통령에게 바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흥미로 51구역이나 구경시켜달라든가, 아니면 케네디 진짜 암살범이 따로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면 모를까요.”
“푸하하! 맞네! 맞아!”
진짜로 물어볼까?
51구역에 외계인이 있냐고?
“공갈까지 받은 것 때문이라도 뭔가 받긴 받아야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만한 것은 없더란 말이지요? 그렇다고 자그마치 미국 대통령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그냥 쌩으로 날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지! 미국 대통령에게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그렇게 날려서는 안 되지!”
“그래서 한국에 있는 제 참모들과 상의했습니다. 뭐가 있겠냐고요. 다들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보안 부분을 맡은 대표가 아이디어를 제공하였습니다.”
“뭐라고 말인가?”
“이대로 날리게 생긴 기회, 차라리 나라 좋은 일이라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이지요.”
“음? 나라? 나라라니?”
“저 한국 사람이잖습니까? 당연히 대한민국을 말하는 겁니다.”
“아, 그렇군. 자네 영주권자라고 하였지?”
“······.”
이 양반 왜 이래?
내가 여기서도 몇 번을 말했는데?
내가 눈을 새초롬하게 뜨고 쳐다보자, 바이든도 의식하였는지 손사래를 쳤다.
“허허! 내가 요즘 선거운동에 시달리다 보니 가끔 깜빡하지. 중요한 것은 아니네.”
“네···.”
좀 수상하지만 넘어가자.
“하여간 그분이 말하기를···.”
“그분?”
“아, 군대 시절 제 상관이셨습니다. 해군의 전역 제독입니다.”
“오! 어드미럴! 그런데 군대라니? 자네 군인 출신인가?”
“해군 예비역 중사입니다.”
“허허허! 자네 정말 대단하군! 군 출신이 이렇게 성공하다니?”
“······.”
왜, 군 출신은 성공하면 안 되나?
그리고, 정말 수상하다.
바이든은 상원의원만 수십 년을 하였고, 미국의 부통령을 지냈던 사람이다.
게다가 현재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이고.
이런 포지션이면 충분히 나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받아 보았을 터인데?
무려 10억 달러나 자신에 쾌척한 사람이 나라는 사람이다.
그래서 외국인이 이러는 것이 부담스러워 나를 보자고 한 것일 텐데 말이다.
점점 수상해지는 바이든이다.
“하여간 그 제독이 한국에 이익이 되는 것으로 부탁하자고 하였습니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고요.”
“그게 뭐지?”
“첫 번째는 아시고 계시는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기입니다.”
“역시 그랬군!”
“네, 조의 예상이 맞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은 물론이고, 중국이 군사 대국화하는 상황에서 계속 우리나라만 묶어두는 것은 분명히 불합리한 일이었으니까요.”
“인정하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바로 풀어주었을 것이야.”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은? 이게 다가 아니니 그렇게 비밀을 유지해 달라고 하였을 것인데?”
“네, 진짜는 따로 있습니다.”
“뭔가?”
“우리 대한민국의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보유에 대한 미국의 승인입니다.”
“뭐! 원자력추진 잠수함? 그걸 트럼프가 승인했다고?”
“네, 승인하였습니다.”
“허어! 그건 문제가 되겠는데? 아니, 그리고 트럼프가 아무리 개차반이라도 그런 것을 쉽게 승인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이지?”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였습니다. 대만이라도 침공하는 날에는 우리나라도 중국과의 전쟁에 미국과 함께 말려들 공산이 큰데, 재래식 잠수함만으로는 중국에 대항하기 어렵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잖습니까?”
“흐음···.”
바이든은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야. 중국의 위협은 더는 내버려 둘 수 없을 정도인 것이 맞네. 내가 트럼프의 정책 중에서 유일하게 찬성하는 것이 대중국 압박 정책이니까.”
“맞습니다, 조.”
역시나 중국에 대한 정책은 민주당이고 공화당이고 대동단결이구나.
“그리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였을 경우, 한국군이 말려들 공산이 크다는 것도 맞네. 분명히 우리 미국은 주한미군을 움직일 걸세. 대만 전선에서 중국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지상군과 공군력이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승인은 그렇게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닌데, 트럼프가 경솔하였군. 뭐 원래 경솔한 인간이지만.”
아니 이 영감탱이가?
여태껏 계속 동감하다가 왜 삐딱선을 타?
그것도 내 돈을 10억 달러나 드셔놓고서?
“조, 한국군이 강해지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겁니다. 중국이 점점 노골적인 패권주의로 나아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그건 나도 인정하네. 트럼프의 실정 중의 하나가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동맹들을 무시한 것이었으니까.”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많은 경제학자가 중국이 적어도 10여 년 내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미국 혼자서 중국을 견제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동맹을 믿으세요.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한국은 혈맹이 아닙니까?”
“정말 그런가?”
“그렇습니다. 혈연적으로 동질적인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파이브 아이즈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한국은 미국의 그 다음가는 동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는 그것을 입증하였고요. 베트남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피를 흘린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입증하였잖습니까?”
“자네가?”
“방금 말했는데 잊으셨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공갈이나 요구가 없었더라도 미국은 백신 공급 최우선 대상국이었다고 말입니다.”
“아, 그랬었지?”
“······.”
정말 이 노인네 치매 증세가 있는 것 아닌가?
“하여간 이만하면 충분히 입증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우리가 브라질만도 못한 동맹이라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역시나 전가의 보도처럼 나오는 것이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우리보다 한참 먼저 원자력추진 잠수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니까.
“당연하지! 어떻게 브라질과 한국을 비교하나? 브라질은 단지 남미의 맹주라는 상징성 때문에 주요 우방 국가로 분류될 뿐이네.”
“그렇다면 조도 기쁘게 인정해 주시지요?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휴우! 알았네. 어차피 이미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가 승인한 일이고,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고맙습니다, 조.”
하아, 이제 넘을 산은 다 넘은 셈인가?
대체 원자력 잠수함 하나 가져보겠다고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하는 거야?
솔직히 좀 치사하고 더럽다.
제기랄, 우리나라가 통일만 되어서 국력이 지금보다 강했다면 이런 쇼를 벌이고 다니지 않아도 될 텐데.
“어쨌든 간에, 그래서 본의 아니게 트럼프 지지율을 올리는 것에 제가 일익을 담담하게 된 셈입니다.”
“그랬군.”
“그래서 제가 조에게 거액의 선거 자금을 드리면서 후원하는 것이고요.”
“아! 오늘 자넬 부른 목적이 그거였지? 그래서 자네가 나에게 그토록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가···.”
“저로 인하여 올라간 트럼프의 지지율을 상쇄해야 하였으니까요.”
“호오! 그 말은 진심으로 나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들리네만?”
“맞습니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는 무조건 조가 당선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도록 제가 10억 달러가 아니라 그 이상도 기쁜 마음으로 지원할 겁니다.”
“하하하! 이거 정말 고맙네. 그런데, 자네는 정치, 특히 타국의 정치에 관하여는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왜 그렇게까지나 하는 것인가? 나는 당선이 되어도 원자력 잠수함 같은 것을 줄 것도 없는데?”
“대가는 필요 없습니다. 진심으로 트럼프가 재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조를 지지하는 것이니까요. 이유요?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정말 3차대전이라도 일으킬 것 같았거든요. 그게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나에게는 바라는 것이 없나?”
“정말 없습니다. 물론 가끔 소소한 부탁 정도는 하겠지만, 조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는 절대로 아닐 겁니다.”
“하하하! 내가 지원을 받으면서도 사실 좀 찜찜하였네. 혹시나 나중에 무슨 게이트로 비화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네. 그런데, 이젠 안심하고 지원받을 수 있겠군!”
“······.”
뭐여? 더 달라는 말인가?
“어흠, 혹시라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우리 제프리가 알아서 계속 지원할 겁니다.”
“으하하하! 자넨 정말 지혜로운 사람 같군! 젊은 사람이 세상의 이치를 알아!”
“하. 하. 하···.”
“자넨 내 친구일세! 언제든지 내 직통 전화로 편하게 연락하게나!”
“알겠습니다, 조.”
“그래!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네. 당선되면 종종 만나서 이야기하세나. 아···.”
“아?”
“자네 이름이 뭐였지? 아 뭐였는데?”
“······.”
왜 내가 다 불안해지지?
이 영감 이러다가 치매가 심해져서 핵미사일 버튼을 막 눌러대는 것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