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복은 벌써 받았네요.
10월 셋째 주가 지나자, 우리 한국에서는 접종 대상자의 9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였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딱 석 달 만에 이룬 쾌거다.
결국, 철저한 방역과 백신 접종으로 우리 한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코로나 청정국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아니 줘도 못 먹나?
우리와 거의 동시에 접종을 시작하였는데 접종률이 왜 이 모양이야?
접종 대상자의 40%만 접종을 하였고, 거기서부터는 지지부진이란다.
개인의 자유를 들먹이면서 안 맞겠다고 개긴다는데,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나서서 그렇게 애를 써도 접종률은 찔끔찔끔 올라갔다.
“대체 미국은 왜 이런데요?”
“알렉스야, 이게 미국이란다.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크크큭!”
“...”
나와 합치고 나서부터는 매일 차를 마시러 오는 제프리 형에게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다.
하여간 트럼프가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을 열심히 권장하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허어! 트럼프가 불쌍해 보이기는 처음이네.
그리고,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11월 3일 0시.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다.
나라가 넓다 보니 투표만 무려 25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는데,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그리 압도적이지 못하였기에 좀 초조해졌다.
설마 트럼프 그 인간이 재선하려고?
트럼프가 백신 등으로 막판에 분전하기는 하였지만,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너무나 개차반이었다.
즉, 그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시민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뭐, 이게 정상이지.
대체 미국의 중부와 남부는 뭐 하는 사람들이야?
왜 그리 트럼프를 물고 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반면에 바이든은 여러 가지로 무난하였으나, 역시 고령의 나이가 문제였다.
이건 나도 직접 만나면서 불안하게 느꼈던 부분이었고.
솔직히 바이든이 내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제프리 형, 당선을 위해서 확보해야 하는 선거인단이 몇 명이라고 하였지?”
“선거인단 538명 중에서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면 이기는 거다.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경우는 없어. 주별로 승자 독식을 하여 선거인단을 몽땅 가져가는 구조다 보니 270명에서 확 미달이거나 넘치거나 하지”
미국의 대선 제도는 참 독특하다.
주별로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하는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표를 몽땅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이러다 보니 전체 득표수에서는 이기고도 선거에서는 지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고.
“결과가 언제쯤 나올까요?”
“글쎄다, 6일 오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참 미국은 뭐든 느리네. 우리나라는 그날 저녁이나 새벽이면 결판이 나는데 말이야.”
“이게 미국이라니까?”
“...”
11월 6일 오후.
엎치락뒤치락 치열하게 이어지던 미국 대선은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정말 간발의 차이로 바이든이 선거인단을 쓸어가면서 273명의 선거인단 채웠다.
이로써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 된 것이다.
“건배!”
“미국의 민주주의 재건을 위하여 건배!”
나보다도 더 좋아하는 제프리 형과 간단히 축배를 들었다.
다음 날, 조 바이든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하하하! 조! 진심으로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 하하하! 고맙네! 고마워! 자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야. 내가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투표율 66.9%를 기록하면서 1920년 이후로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던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돈의 선거였다.
추정되는 총 선거비용이 150억 달러로 2016년 선거의 두 배가 넘을 거라니 말 다 한 것이지.
물론 여기에는 나도 일조하였다.
막판에 추가로 5억 달러를 더 바이든의 캠프에 지원하였고, 바이든 이 돈으로 그야말로 광고를 싹쓸이하여 융단 폭격을 하였다.
이러니, 누가 뭐래도 바이든 승리 1등 공신은 나였다.
외부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 알렉스, 무엇이든 불편한 점이 있으면 편하게 전화하게. 내가 힘이 되어 줄 터이니까.
“하하!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 그래, 내 취임식에는 참석할 거지?
“아닙니다. 괜히 노출되어봤자 꼬투리나 잡히겠지요. 그냥 TV로 지켜보며 축하드리지요.”
- 허허허! 자네는 조심해서 참 좋아.
좋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한 사람이 은둔형이라서.
특별하게 요구하는 것도 없고 말이야.
- 백악관에 들어가면 조촐하게 저녁에 초대할 것이니, 그때나 보세나. 아! 집사람 질이 옆에서 고맙다고 꼭 전해달라는군.
“하하하! 백악관 초대는 꼭 가지요. 영부인께도 안부 전해주십시오.”
- 알겠네.
그러는 와중에 테슬라 주가는 거침없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2월 7일, 드디어 주당 600달러를 넘어서 640달러로 마감하였다.
“하하하! 이거 너무 올라가는 것 아닙니까?”
“계속 고입니다! 고!”
정상적인 판단을 하면 진작에 손을 터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염주는 여전히 테슬라의 앞날을 환하게 비추고 있으니 매각할 수가 있나?
물론 대부분 주식은 아직 머스크와의 계약으로 보유를 해야 하는 사정도 있었고.
하여간 테슬라의 우리 카르마 보유 지분의 현재 가치는 무려 2,100억 달러가 되었다.
이거 실화냐?
엔비디아는 140달러 안팎에서 횡보 중이었지만, 조만간 다시 올라갈 기세였고, AMD는 90달러를 돌파하였다.
그래, 이대로만 쭈욱 가자!
무함마드 빈 살만!
기다리거라!
12월 31일.
장이 한해를 마감하는 날이다.
이날 테슬라는 700달러를 넘었다.
“으하하하! 직원들 보너스는 넉넉히 챙겼죠?”
“물론입니다, 보스! 사무실에서 종이가 날아다니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푹 쉬라고 하세요.”
“네, 내년 1월 10일까지 쉬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날까지 빡쎄게 일하다가 1월 초는 푹 쉬는 것이 우리 회사의 전통이 되어버렸다.
“존도 푹 쉬어요. 한 해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이젠 재미로 일하는 법을 터득하였습니다. 너무 재밌는 한 해였습니다. 뭐, 항상 그랬지만요, 하하하!”
“그럼 이거 가져가세요.”
“앗! 내 보너스!”
“하하! 맞아요. 세금은 전무 제프리 팀에서 알아서 한다고 하였으니까, 거기에 적힌 액수를 고스란히 가져가면 됩니다.”
“이야? 이거 기대되는데요?”
존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슬그머니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엇! 10억 달러!”
“만족해요? 존?”
“보스! 이건 너무 많습니다!”
“하하하! 존이 나에게 벌어다 준 돈이 얼만데요? 그만한 자격이 있으니, 두말하지 마세요.”
“아니, 그래도···.”
“물론 매년 그렇게 줄 수는 없다는 것은 알죠?”
“아유! 물론입니다, 보스! 고맙습니다, 보스!”
“하하! 그래요.”
존은 이미 5억 달러가 넘는 돈을 가지고 있는 부자다.
해마다 늘어나는 보너스가 그를 이미 억만장자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한방에 10억 달러는 차원이 다른 돈이다.
그야말로 그를 슈퍼 리치로 완벽하게 만드는 금액이니까.
그리고, 존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
한해를 마감하는 날, 나는 이렇게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이 참 즐거웠다.
높게는 존부터 시작해서 회사 청소부들까지도 빠트리지 않고 챙겼다.
남들은 전부 받아 가는데 빠트려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으니까.
퇴근하면서 회사 로비에서 마주친 경비들과 청소부들의 인사가 오늘따라 더 우렁찼다.
“보스! 내년에 뵙겠습니다!”
“보스! 올해도 두둑한 보너스 감사드립니다!”
“복 받을 겁니다! 보스!”
복은 벌써 받았네요.
회사를 퇴근한 나는 곧장 공항으로 가서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언제나처럼 한국에서 연초를 지내기 위해서.
찰싹! 찰싹!
“아악! 아프다니까! 대체 왜 때려요!”
1월 3일 일요일 아침이다.
올해 신정은 금요일이라, 대부분 회사 3일 내리 쉬었다.
나와는 상관없었지만, 어제는 오랜만에 정훈이를 만나서 과음을 하고 늦잡을 처자고 있었는데, 돌연 엄마가 내방을 난입하여 내 등짝을 때리는 것이었다.
“이놈의 새끼! 잠이 와! 잠이 오냐고!”
찰싹! 찰싹!
“아우! 정말! 아, 왜요?”
“너 올해 벌써 서른일곱 살이야! 대체 장가는 언제 갈 거냐고!”
“아잉, 난 엄마랑 계속 살···.”
찰싹! 찰싹!
“악!”
“이놈의 자식이 미쳤나? 너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이런 개수작을?”
“...”
젠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했는데 이젠 안 통하는구나.
“진짜 너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 거야? 응? 말 좀 해봐!”
“아우···. 조금 있다가···.”
“뭐 조금 있다 가야! 너 서른일곱이라니까!”
“에이, 미국 나이로는 서른다섯인데 왜 그래요?”
“여기가 미국이야!”
“...”
나라고 여자가 안 필요하겠냐?
남보다 강력한 피지컬로 아침마다 빤스가 찢어질 정도로 텐트를 치는데?
그렇다고 내가 여자를 안 만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나만한 재력에, 이만한 외모에 여자가 없으면 우리 엄마 표현처럼 개소리지.
톰 형이나 제리가 소개해 주는 여자 여럿과도 길게 사귀지는 않았지만 사귀었고 데리고 잠도 꽤 잤었다.
대부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백인 미녀들이 다수였고, 간혹 스패니쉬나 심지어 피부가 검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도 잔 적이 있었다.
잔다고 잠만 잤겠냐?
손도 잡고 잤지?
어흠, 하여간 그런데 도통 관계가 오래가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소개받는 루트가 루트다 보니, 거의 대부분 여자가 나의 재력을 대충이나마 알고 만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나와 사귐으로써 수반되는 럭셔리한 생활이었다.
원하는 옷이면 옷을, 보석이면 보석을, 그리고 여행을 가고 싶으면 내 전용기를 타고서 어디든지 날아갔다.
배역을 원하면 제프리에게 말해서 적절한 배역을 찾아주라고 부탁하기도 하였고.
이러니 오래갈 리가 있나?
보통 짧으면 한 달, 길면 두세 달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여자들이 나를 돈으로만 볼 것이라는 내 경계심은 더 깊어만 갔고.
한국에 어디 좋은 여자 없으려나?
엄마 말처럼 이젠 나도 슬슬 가정을 가질 때가 되었는데.
“엄마!”
“왜!”
“좀 기다려봐요.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나?”
“아니 왜 남들 다 사귀는 여자를 못 데려오냐고!”
“어허! 한 여사! 고만하시지? 나도 노력할 테니까 말이유”
“너 진짜지?”
“에이, 나도 장가가고 싶다고”
“좋아! 딱 2년 줄게. 너 그때도 장가 못 가면 무조건 엄마가 찍어주는 여자와 결혼하는 거다?”
“에이! 그건 아니지?”
“시끄러워!”
“...”
하아, 세계를 주름잡으면 뭐하나?
아침에 엄마에게 등짝이나 처맞는 신세인데···.
얼른 씻고 도망이나 치자.
다음날인 1월 4일, 마곡 사옥으로 출근하여 업무를 보고 있는데, 내 전화기가 울렸다.
“잉? 대통령?”
우리나라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다 주고 웬일이지?
예전에 자신의 개인 전화기라고 하면서 번호를 주길래 알았다고 받아서 저장해 놓은 번호가 틀림없었다.
“네, 대통령님. 전화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