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03화 (103/250)

103. 의외로 괜찮은데?

“대유조선은 현도의 품에 안기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잖습니까? 사성 중공업도 있고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강 회장님의 말씀처럼 코리안과 아시안 정도의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 기업 결합심사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현도에서는 자신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 관련 부처의 분석에 따르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LNG선을 걸고 넘어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아니 LNG선이 왜요?”

“현도와 대유가 한 회사가 되면 LNG선의 세계 점유율이 90%가 넘게 됩니다. 이걸 그냥 보고 넘길 유럽이 아니지요.”

“허어···.”

이거 너무 잘나가도 문제가 되는구나.

“문제는 또 있습니다. 현도는 자체 부품 제작 비율이 대단히 높습니다만, 대유조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말은 거제와 경남 일대에서 대유조선에 목을 매고 사는 기자재 납품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입니다.”

“인수할 다른 업체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사성 중공업은 진작에 인수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달하였고, 워낙 덩치가 큰 물건이라 인수할 의향 찾기가 워낙 힘이 듭니다.”

“그냥 지금 체제로 가는 것은요?”

“그러면 제가 왜 고민을 하겠습니까? 2015년 이후에 부은 돈만 4조 2,000억입니다. 게다가 주인이 사실상 없다 보니, 전문 경영인들이 당장 실적을 위하여 덤핑 수주를 예사롭게 하는 등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현도 중공업에서 대유를 인수하려는 것이 꼭 욕심이 있어서만이 아닙니다.”

“그럼요?”

“우리나라 조선소끼리 수주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유가 자꾸 덤핑하는 일이 많다 보니 현도의 채산성까지 나빠지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

결국,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말이구나.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유조선은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주관 조선소입니다. 이건 제 사견입니다만, 아무리 예산을 회장님께서 감당하신다고 해도, 상장회사인 대유조선 체제에서는 얼마 못 가서 발각될 겁니다.”

“그러면 중국이 난리를 치겠지요.”

“그렇습니다. 일본이야 회장님께서 달래놓았고 솔직히 난리를 친다고 해도 무시하면 그만입니다만, 중국은 다른 문제입니다. 수출 시장으로서의 중국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수입처로서의 중국이 무서운 상황입니다. 5대 제조업의 핵심 원자재 90%가 중국산이니까요.”

“참으로 거지 같은 상황이군요.”

“송구합니다.”

“······.”

결국, 대통령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하나네.

“그럼 대통령님께서는 제가 대유조선을 인수하여 상장까지 폐지하기를 원하시는 겁니까?”

“민망하지만 그렇습니다. 송구합니다.”

“대주주 현황이 어떻게 되지요?”

“역시 산업은행이 55%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타 하나은행 등 은행권에서 몇 퍼센트 정도 가지고 있고요. 기관보유만 합치면 68% 정도 됩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좀 조심스러운데요, 조선업 경기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가져가시면 손해는 보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지요.”

그거야 가봐야 아는 것이고.

나름 민망하니까 하는 말 같지만.

“알겠습니다. 대유조선도 우리 간부들과 긍정적으로 상의해 보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또 없어요? 또 터실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괜히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요.”

“저기 그러면 절박한 것은 아니지만, KAI도···.”

“······.”

이 양반, 국책은행이 들고 있던 회사들을 전부 나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 아냐?

***

짐 덩어리인지 선물 보따리인지 모를 파일을 한아름 가져다가 남정원 사장에게 주었다.

“이게 뭡니까?”

“남 사장님 선물이요.”

“······.”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가능한 빨리 검토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마무리 짓고 집에서 염주 테스트를 해봤는데···.

“응? 의외로 괜찮은데?”

염주가 그리 밝게는 빛나지 않았지만, 의외로 꽝은 아닌 것으로 나왔다.

특히, 정말 의외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즉 KAI였다.

KAI는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밝게 빛이 났다.

“이상한데? KAI에 호재가 있을 만한 것이 있나?”

KAI는 사실상 거의 순수한 방산 기업이다.

수리온 헬기 민수형이 있기는 하지만, 이조차도 산림청, 해양경찰청, 경찰청, 소방 등의 수요로 민간 수요라 볼 수는 없었다.

솔직히 일부에서는 사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강매하다시피 한 곳도 있었고.

그 외에는 전부 군용 헬기와 전투기를 생산하는데, 빈말이라도 장래가 밝다고 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는 말이지.

그런데, 빛이 나다니?

뭔가가 있나?

하여간 어쩔 수 없이 떠맡는 심정이었는데 염주가 그건 아니라고 하니, 봐서 남정원 사정이 반대하더라도 웬만하면 인수하자고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3일 후.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마곡 신사옥의 내 집무실로 들어오면 남 사장이 입을 열었다.

“네? 어떤 회사요?”

“아시안 항공, 대유조선, KAI 모두 말입니다. 조건만 괜찮으면 모두 인수하시지요.”

“그래요? 난 솔직히 크게 손해나 안 보면 봐서 인수할 생각이었는데요?”

“하하하! 코리안이나 현도 산업개발이 바보들은 아닙니다. 자기들도 나름대로 승산이 있으니 인수하겠다고 한 것이지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봐요.”

“먼저 아시안은 부실 원인이 자체에 있다고 보기는 힘든 회사입니다. 제2민항으로서 출범한 이후에 나름대로 제대로 성장한 회사지요.”

“흐음, 그런데요?”

“원인이 사주의 무리한 김호그룹 확장 욕심입니다. 과거에 대유건설과 한국통운을 무리하게 먹었다가 입은 상처가 컸고, 거기다가 사주가 이후로도 삽질을 많이 하였습니다. 뭐, 기쁨조 같은 소리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지.

여승무원들로 하여금 기쁨조를 운용하여 사주가 방문하면 뛰어나가서 환영하는 조, 꽃다발 선사 조, 팔짱을 끼는 조가 있었다니까.

“그리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자기들 소유 비행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코리안 항공의 항공 운용 리스 비율이 10%대에 불과한데, 아시안은 무려 64%나 합니다. 그러니 열심히 돈을 벌어봤자 리스사에다가 헌납하는 셈이었죠.”

“그런데 우리가 정상화하는 것이 가능하겠어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망가질 회사는 아니니까요. 우리 자금력으로 리스 비율을 줄이고, 건실하게 경영하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닙니다.”

“응? 뭐가 또 있나요?”

“회장님, 이참에 혹시 항공사를 키워 보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무슨 말이에요?”

“현재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많은 항공사가 파산하거나, 파산 직전에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세계 각국의 문이 닫혀 있으니···.”

백신이 공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비행기가 그라운딩 중이고 심지어는 객석을 떼어내고 화물기로 운용하는 실정이다.

조종사들이 비행을 못 하여 자격이 상실될까 봐 일부러 공해상을 한 바퀴 돌아오는 비행을 한다고 하고.

파산하는 회사가 나오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래 말입니다만, 이참에 아시아에 나온 매물들을 우리가 싹쓸이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예에? 싹쓸이요?”

“네, 일단 우리나라는 둘째치고서 아시아 각국의 파산하거나 파산 예정인 항공사들을 우리가 인수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적어도 아시아를 제패할 수 있지요.”

“파산하는 항공사가 그렇게 많아요?”

“그렇습니다. 태국의 플래그 캐리어인 타이 항공이 작년에 이미 파산보호 신청을 하였고, 필리핀 항공과 인도네시아의 가루다 인도네시아도 오늘내일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아시아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호주의 버진 그룹의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도 역시 작년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가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 캐피털에 넘어갔고요.”

“허어, 난리가 났구먼···.”

“세상의 문이 닫히니, 재무구조가 취약한 항공 회사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회사들을 전부 인수하자는 겁니까?”

“어차피 전부는 어렵습니다. 솔직히 플래그 캐리어들은 해당국 정부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절반만 인수하더라도 아시아권에서는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그렇게 되는 순간 에어버스와 보잉은 우리 앞에서 설설 기게 될 겁니다.”

“호오?”

이거 땡기는데?

“회장님, 세상의 문은 결국 다시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기회는 항상 이런 위기에서 찾아왔었고요. 무조건 자금력입니다, 자금력! 이것만 있으면 최소한 아시아의 하늘을 지배할 엄청난 기회로 봅니다.”

역시 크게 놀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보는 시야도 다르구나.

나는 그저 나쁘지 않으면 인수해서 그럭저럭 운영하다가 팔아버릴 생각이었는데.

“좋습니다! 추진하세요! 자금은 얼마든지 밀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꼭 아시아에 한정할 필요는 없어요.”

“엇? 그래도 됩니까?”

“그럼요. 이왕이면 세계의 하늘을 지배해 보자고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기필코 세상의 하늘을 지배해 보이겠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 테슬라 주가가 880달러까지 올라갔다.

존이 전화해서 뭐라고 외치는데 귀가 아플 정도였다.

제발 흥분하지 말고 쉬라고 하였고.

자금? 돈? 이젠 정말 빵빵하게 많았다.

남정원 사장의 말처럼 이참에 세계의 하늘을 지배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이젠 아시안 항공 따위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거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푸하하! 회장님도 그런 말을 쓰십니까?”

“왜 이러세요? 전 아직 삼십 대라고요.”

“하하하! 인정해 드리지요.”

뭘 인정해 드리나?

진짜 30대인 것을?

“그리고 다음은 대유조선입니다. 대유조선은 올해도 적자일 것이 확실합니다. 아니, 현도를 비롯한 다른 조선사도 마찬가지고요.”

“요즘 활황 아닌가요?”

“그게 조선업은 몇 년을 앞서갑니다. 몇 년 전에 저가로 수주받은 물량들이 지금 나가는 것이지요.”

“아···.”

“그래도 최근에 수주한 물량은 제값을 받는 것으로 압니다. 무엇보다, 중국의 조선업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문제도 있고요.”

“중국 조선소는 왜 그런 겁니까?”

“조선소는 인건비 비중이 큰 업종입니다. 배를 ‘짓는다.’라고 하지 제조한다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그런데 중국 조선소 노동자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우리 노동자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경쟁력이 있는 것 아닙니까?”

“문제는 기술이지요. 후판 등의 철강재 가격이야 우리나 그쪽이나 같다고 보지만, 엔진은 우리 도산 엔진 같은 해외에서 사가니까요. 게다가, 여전히 고부가가치로는 선박에서는 우리가 아직 우세합니다. LNG선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그쪽은 주력 선종인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에서 이익을 거의 못 내고 있습니다.”

“흐음···.”

“한마디로 우리와 완전하게 기술적으로 대등해지기도 전에 그들의 최대 강점인 인해전술이 먹히지 않는 시점이 너무 빨리 온 것이지요. 뭐, 중국이니까 언젠가는 반드시 따라오기는 하겠지만, 우리나라 조선업은 한 번 정리가 된 상태라서 꾸준히 고부가가치 선종을 주력으로 제대로 경영한다면 경쟁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대유조선의 문제는 주인이 없는 회사에서 오는 방만함도 크게 기인합니다. 그 잠수함 건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가격이라면 한 번 인수해볼 만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남정원 사장과 이야기하다 보니, 이번에 정부가 관리하던 회사들을 떠맡는 것이 우리에게 손해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국내에서 기반을 잡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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