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06화 (106/250)

106.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대유건설의 대표와 임원들은 내 돌연한 행동에 어안이 벙벙한 것 같았고, 정훈이는 오도 가도 못 하고 심하게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때, 김수형 사장이 정훈이를 향하여 물었다.

“자네, 강 회장님을 아나?”

“휴우! 친구입니다, 사장님.”

“오오! 어느 부서 누구지?”

“주택사업본부 도시 정비 사업팀 유정훈 과장입니다.”

“호오! 이런 인연이 있었군!”

대답하던 정훈이가 슬쩍 나를 째려보았다.

째리면 어쩔 건데?

“회장님, 평소 말씀하시던 그 제일 친한 친구분입니까?”

“네, 맞아요. 그저께도 같이 술을 먹었는데, 오늘 이렇게 또 보네요?”

“하하하! 그렇군요.”

여기에 남정원 부회장이 시의적절하게 양념을 쳐주었다.

평소 말하던 제일 친한 친구.

이거면 끝이지.

크크큭, 넌 이제 찍히는 거다.

“정훈아.”

“왜, 왜요···.”

“왜요는 임마, 일본 노래가 왜요고.”

“······.”

“······.”

“······.”

농담이 좀 그랬나?

다들 내 농담에 경악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남 부회장까지.

“회, 회장님, 말씀이 좀···.”

“좀 시대에 뒤떨어졌나요?”

“네, 그렇습니다. 참담합니다.”

뭐 참담할 거까지야.

“흐흐흐, 하여간 정훈아. 이따가 연락할게?”

“아흐···.”

“크크큭!”

정훈이는 고개를 흔들면서 일행들에게 돌아갔는데, 둘러싸여서 난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러라고 일부러 집요하게 달라붙은 거였으니.

“상당히 친한 친우분이신가 봅니다, 회장님.”

“네, 친구 하나를 꼽으라면 저놈밖에 없습니다.”

“허어! 그렇군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네,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층으로···.”

“아니요,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사무실이 사무실인데, 내가 뭐하러 돌아다니나.

목적을 달성하였으니 이제 가야지.

***

다음 행선지로 가는 차 안, 정훈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 너 이 자식아! 이럴래?

“시끄러워! 명색이 내 제일 친한 친군데, 그럼 가만히 내버려 둘 줄 알았냐? 닥치고 일이나 해. 우리 남 부회장하고 상의해서 자리 옮길 테니까!”

“······.”

“너 임마, 나만 만나면 맨날 회사의 불합리한 것들에 대하여 늘어놓았잖아?”

- 그야 그렇지만···.

“어느 정도 네 뜻을 펼쳐볼 자리로 이동시켜 줄 테니까, 잘해봐.”

- 그럼, 말이라도 미리 하든가!

“지랄한다. 새끼가 겉멋만 들어 가지고. 임마, 나 같은 친구 둔 것도 네 복이야. 그러니까, 군소리하지 마.”

전화를 끊자, 남정원 부회장이 내게 묻는다.

“아까 그 친구분입니까?”

“네.”

“그저께 같이 술도 마셨다면서 미리 말씀을 하지 그러셨어요.”

“이놈이 좀 겉멋이 들어서요. 원래 성격이 줄을 타고 누구 덕을 보고 그런 것을 싫어하거든요.”

“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부회장님이 신경 좀 써주세요. 대유건설을 인수하지 않았더라도, 조만간 회사 그만두게 하고 부회장님 밑으로 데려오려고 했었거든요.”

“알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김포공항에 있는 아시안 항공 본사였다.

“지금 아시안은 누가 대표로 있나요?”

“사장은 없고,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되어있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관리자격으로 부사장만 있습니다.”

“흐음, 빨리 사장을 임명해야겠네요?”

“네, 그렇지 않아도 시급하게 사장감을 찾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고 있으니까, 조만간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을지로에서 강서구의 아시안 항공 본사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윽고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부사장인듯한 사람하고 임직원들이 본관 앞에 도열해 있었는데, 지나치게 사람이 많았다.

대유건설의 족히 서너 배는 나와 있는 듯.

이 사람들이 오버는, 부사장하고 핵심 임원만 나오면 될 것을.

슬쩍 남정원 부회장을 보니, 그도 예상하지 못하였는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남 부회장도 이런 허례를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고, 이젠 제법 나와 꽤 붙어있다 보니 내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남정원 부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 부사장님!”

“네, 부회장님”

“이게 뭡니까? 업무 시간에 일들 보지 않고, 뭐하러 이리 잔뜩 몰려나왔어요?”

“그, 그게 그래도 인수 후에 처음 방문하시는데···.”

“하아, 들어갑시다.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불필요한 임직원들은 전부 올려보내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대유건설 같이 웃으면서 소개도 하지 않고, 그냥 1층 로비 안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회장님을 뵙는 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었죠~ 이제야 회장님께 감사하단 말 대신 한 송이 빨간 장미를 두 손 모아 드려요~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

“으헉!”

“억!”

이, 이게 뭐꼬?

웬 여자 승무원들이 떼로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냔 말이다!

그것도 우리를 둘러싸면서!

“이, 이게 뭡니까? 부회장님?”

“그, 글쎄요? 오 부사장님!”

“네, 부회장님.”

“이게 대체 뭡니까?”

“우리 여승무원들이 부회장님을 환영하여 자발적으로···.”

“······.”

“······.”

자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부회장님.”

“네, 회장님.”

“여긴 문제가 좀 심각한데요?”

“휴우, 그러게 말입니다. 오 부사장님! 당장 승무원들 돌려보내세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

“죄, 죄송합니다. 전임 회장님부터 늘 하던 일이라···.”

“우리가 전임 회장입니까?”

“그래도 약식으로 한 겁니다. 전에는 조를 짜서 울기도 하고, 안아드리기도 하고···.”

“······.”

“······.”

졌다, 여기가 무슨 북괴냐?

무슨 기쁨조냐고?

나도 여동생이 있는 입장에서 열이 받았다.

저 승무원들은 누군가의 딸이고, 여동생일 텐데,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고?

하여간 전임 회장 그 미친 인간, 이러니 회사를 말아먹었지.

“그만!”

참지 못하고 여전히 손에 빨간 하트 카드를 들고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여승무원들을 제지하였다.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 그만이요?”

“네, 그만하세요.”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거든?

“정말 그만해도 될까요?”

선임으로 보이는 여승무원이 오씨 성의 부사장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오 부사장은 남 부회장에게 물었다.

“저기··· 이분은 실례지만 누구신지···.”

“우리 회장님이십니다. 한국과 미국의 모든 카르마 그룹의 오너이십니다.”

“네에? 이렇게 젊으신 분이?”

“조용히 하세요! 회장님께서 말씀 중이잖습니까!”

“헙!”

역시 우리 남 부회장은 내 맘을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데, 끼어들면 안 되지.

“이런 일에 동원하여 대단히 죄송합니다. 새로 회사를 인수한 카르마 홀딩스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니, 돌아들 가서 일 보세요.”

“정말이세요?”

“네, 정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너무 모욕적이었지만, 어쩔 수 없어서 참았거든요.”

“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부 회장님!”

“네, 회장님.”

“이런 일에 동원된 여승무원들에게는 공식적으로 사과하시고, 적절하게 보상을 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우와아아아아!”

“너무 멋지세요!”

“진짜 회장님이세요? 어쩜! 정말 잘생기셨어요!”

“아, 아니···. 왜들···.”

갑자기 나를 에워싸는 여승무원들로 인해서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와와와! 찐이다!”

“그러게? 존잘이잖아!”

“회장님이라면 정말 자발적으로 환영해 드릴 수 있어요!”

“어, 어 그러지 말고···.”

“어머! 부끄러워 하시는 것 좀 봐!”

“꺄르르르르!”

“······.”

강제로 동원되어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던 여승무원들, 이들도 젊디젊은 20대 초반의 여자들이다.

한 번 분위기가 풀리자 바로 젊음을 발산하면서 떠들기 시작하는데, 아주 혼이 나갈 것 같았다.

그래, 이런 것이 본모습이지.

그런데 나 좀 풀어주지 않으련?

나는 여인의 향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날, 나는 남정원 부회장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즉시 회의실로 임원들을 소집하여 사자후를 터뜨렸다.

“21세기에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러니 회사가 망하지!”

“······.”

“우리 카르마가 회사를 인수한 이상,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여승무원들의 강제 동원에 연루된 인사들은 조사하여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겁니다!”

“저기···. 전임 회장님 시절의 관성으로···.”

“시끄러워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래,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아무래도 아시안 항공은 대대적인 쇄신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마곡 사옥으로 돌아오자마자, 남정원 부회장은 나에게 아시안의 대대적인 개편을 할 것을 주장하였다.

“아무래도 아시안 항공은 전임 회장의 손길이 닿아 있는 인사들은 모조 갈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기본이 아주 잘못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아주 근원부터 갈아엎으세요. 내버려 두면, 잠시 조용하다가 반드시 사고를 칠 겁니다.”

“맞습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법이 아니라 하였습니다.”

“응? 아, 예···.”

미안합니다.

존을 고쳐 쓰고 있어서.

뭐, 존이 특별한 경우지, 대체로는 남정원 부회장의 말이 맞을 것이다.

“아시안은 그렇게 알아서 하세요. 그건 그렇고, 대유건설은 어떻게 할 겁니까?”

“회장님만 괜찮으시다면, 일단은 김수형 대표 체제로 계속 가볼까 합니다. 조사를 해보니, 경력도 나무랄 데가 없었고 실적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흐음, 그렇게 하세요. 단!”

“네? 단이라니요?”

“단, 혹시라도 정치권 줄을 타고 들어오거나, 산업은행의 줄을 타고 들어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모두 정리하세요. 이건 이번에 인수한 4개 회사 모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모조리 정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정치권 줄을 탄 사람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면 뒷말이 좀 나올 터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런 인사들은 더 확실하게 정리하세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시원하게 밀어버리겠습니다.”

“항상 지금 제가 하는 말을 염두에 두세요. 우리 카르마는 이쪽이고 저쪽이고 간에 정치판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정말 듣고 싶었던 말씀입니다. 하지만 보복은···.”

“보복? 하려면 하라지요?”

“오오!”

“권력은 화무십일홍이래잖습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돈의 힘은 다릅니다. 게다가 나는 많은 돈을 가지고 있고요. 그 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하하! 든든합니다! 믿습니다!”

정말 나 많이 큰 거 같았다.

하지만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서 누군가에게 쫄리고 싶지는 않았다.

상대방이 쫄리면 쫄렸지.

보복?

막말로 건드리면 끝까지 상대하지 뭐.

아주 지옥을 보여 줄 것이다.

악착같이 말이다.

***

다음 날, 마지막 일정으로 남쪽으로 향하였다.

이번에는 대유조선과 KAI가 남아 있었는데, 현장이 있는 경상도로 가는 것이다.

둘 다 방산업체라 기대가 큰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