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10화 (110/250)

110. 왜 그렇게 사세요?

2021년 2월 22일.

존의 보고를 기다리는 동안, 미얀마에서는 쿠테타를 일으킨 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항쟁이 격화되고 있었다.

미얀마 국민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2월 28일.

2차 총궐기를 맞아 다시 미얀마 전국에서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유엔 인권사무소는 이날 하루 동안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휴우!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끝이 날지 모르겠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프리 형과 내 집무실에서 뉴스를 보는데,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제 시작인 것을.

앞으로 다 많은 미얀마 국민이 학살을 당할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다.

“미얀마는 쉽게 끝나지 않을 거다. 상황을 보니까, 미얀마 군부는 정말 악질 새끼들이더라고. 군부 자체가 하나의 지배 계층이야. 결혼도 자기들끼리 한다더라.”

“그거 나도 봤어요. 심지어 따로 자기들끼리 모여서 살고, 누가 죽으면 재혼 자리도 다른 군인으로 알선해서 혼인시킨다고 하더라고요.”

“안타깝다, 안타까워. 저 크고 풍요로운 땅덩어리에, 저 많은 인구에, 그리고 지하자원까지 없는 것이 없는 나라인데 저 모양이라니. 정말 발전 가능성이 많은 나라인데 말이야. 국민성도 괜찮은 것 같고···.”

“나도 잘 알지요. 예전에 회사 다니면서 미얀마에 출장 갈 뻔해서 자세히 알아보았던 적이 있었거든···.”

“그래? 네가 지금 인수한 대성 말이지?”

“네, 거기 홍 사장이 그때 국내 생산이 너무 비싸진다고 해외생산을 알아보았거든요. 당시만 해도 베트남도 인건비가 올라서 점점 경쟁력이 떨어질 때였어요. 그래서 봉제는 점점 더 못사는 나라로 생산이 옮겨지고 있었죠.”

“하긴,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젠 베트남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

“봉제는 이젠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 아니면 힘들어요.”

“그렇군. 하여간 안타깝다, 안타까워.”

정말 안타깝다.

그때 출장 갈 뻔했던 일을 계기로 알게 되면서, 언젠가는 꼭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라다.

군부가 막장인 나라지만, 시민 저항도 만만치 않게 일어나서 굉장히 정이 가는 나라였고.

그나마 민정으로 정권이 이양돼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껍데기만 간 거였다.

군대에 대한 권력은 단 한 톨도 민간 정부로 이양되지 않았으니까.

한마디로 말만 정권을 이양한 것이지, 사실은 여전히 군사정권이었던 거다.

하여간, 꿈에서 미얀마가 나왔다는 것은 염주가 나에게 시킬 일이 있다는 뜻일 터.

아직은 민간 정부나 시민단체가 제대로 조직되지도 않아서 특별히 할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제프리 형.”

“응? 왜?”

“형도 가만히 있지 말고, 우리가 후원하는 의원들에게 미국이 계속 압박 좀 하라고 말이라도 전해봐요.”

“뭐? 너 미얀마 일에 개입하려고?”

“아직은 개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닌데, 그래도 힘이 닿는 대로 도와주려고.”

“야! 그건 좀 오바 아니냐? 네가 좋은 일 못 해서 안달 난 놈인 것은 잘 아는데, 상대는 50만이나 되는 군대를 가진 놈들이라고? 아무리 네가 부자라도 개입할 일이 아니야!”

“내가 무슨 50만 군대와 싸우기라도 할까 봐?”

“하여간 오지랖도 좀 적당히 부려. 나도 안타깝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네가 다 책임질 수는 없는 거야. 막말로 미얀마는 도와주면서 아프리카는 왜 안 도와주는 건데? 내전으로 오랫동안 시달리는 시리아는 또 뭐고?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또 어떻게 하려고? 인마! 적당히 해라, 적당히!”

“에이, 형.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 나도 잘 안다고요. 세상의 모든 고통을 내가 짊어질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런데 왜? 잘 알면서 미얀마에는 왜 개입하려는 건데?”

아웅, 나도 염주께서 꿈에 보여주는 것을 어쩌란 말이냐고?

게다가, 항상 여행을 꿈꾸던 곳이라 마음이 가기도 하고.

“형, 아프리카나 중동이나 남미는 솔직히 나도 몰라요. 내가 거기까지 어떻게 책임을 지냐?”

“그런데?”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같은 동아시아에 살고 있고, 왠지 마음이 가는 나라 정도는 도와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아, 미치겠네. 너 가끔 이상한 고집 부리는 것 보면 정말 이상해.”

“게다가 우리나라도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한국에서도 여론이 굉장히 동정적이던데.”

“그건 맞다. 중국 눈치 보느라 다들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던데, 유독 한국에서만 이상할 정도로 들끓더라.”

“그게 다 군사정권을 종식한 자랑스러운 경험이 있어서잖아요.”

“그래서 어쩌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도, 미국 의원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압박하자고 할 수는 있잖아요?”

“차라리 네가 바이든에게 직접 말하지 그러냐?”

“내가 바이든에게 직접?”

“그래, 미국도 지금 분위기는 아프가니스탄 철수 문제나 이라크 문제로 골치가 아픈 상황이어서, 미얀마에 온정적이지만 적극적인 개입을 삼가는 분위기야. 미얀마 군부 뒤에는 중국이 있으니까.”

“그래서?”

“정 미얀마를 돕고 싶으면, 지금은 좀 이르고 나중에 바이든과 직접 이야기 해봐. 방향이야 미국의 정책과도 같으니까 잘 이야기하면 신경을 쓸 거다. 그리고 나도 우리가 후원하는 의원들에게 말은 해놓을게. 됐냐?”

“흐흐흐! 알았수!”

“으이구! 하여간 내가 너 때문에 못산다, 못살아.”

확실히 당장은 내가 해줄 것이 별로 없었다.

일단은 이 정도로 만족합시다, 염주 양반.

나도 할 만큼 하고 있다고요.

이상한 놈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

3월이 시작되었다.

“존, 에너지 투자 건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

“며칠만 시간을 더 주시지요. 지금 에너지 팀 인선을 거의 마쳤으니까 투자 기안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냥 물어본 거예요. 평소하고는 다르게 시간이 좀 걸리길래요.”

“에너지 쪽은 제가 손을 뗀 지 좀 오래되어서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투자금이 한두 푼이 아니잖습니까? 4,000억 달러면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투자금이라고요.”

하기는, 4,000억 달러면 우리 돈으로 따지면 현재 환율로 거의 500조에 가까운 돈이다.

말이 500조지 세계 10위 안팎의 경제 대국이라는 우리 대한민국의 2021년 정부 예산이 558조였다.

거의 한국의 정부 예산과 비등하다는 소리다.

웬만한 일로는 잘 흥분하지 않는 존이 흥분할 정도의 천문학적인 거금이다.

솔직히 나도 흥분이 될 정도였고.

이런 매머드급 투자다 보니, 존이 저리 신중한 것도 이해가 가는 것이다.

존은 며칠 사이에 얼굴이 꽤 상했다.

아마도 하루에 몇 시간 자지도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

“존.”

“네, 보스.”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며칠 늦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하하하! 염려하지 마시지요. 제가 좋아서 하는 겁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지만···.”

“정말입니다. 제가 이쪽 바닥으로 직업을 선택한 것도 투자할 때 느끼는 짜릿함 때문이었습니다.”

“짜릿하다니요?”

“월가의 인간 중에 저와 같은 놈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거금을 주무르면서 투자하고, 그 투자가 성공할 때의 그 짜릿함 말이지요.”

“호오? 그래요?”

난 솔직히 모르겠다.

그저 좋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것도 일종의 중독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목표했던 바를 이루어도 이 바닥을 못 떠나는 것이지요. 마약이나 다름없습니다. 또, 그래서 월가에 마약 중독자들이 많은지도 모르고요.”

“······.”

존은 이제는 마약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다시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이다.

하긴, 나와 같이 일하면 워낙 익사이팅하니까, 마약 따위는 필요가 없을 거였다.

“하여간 짜릿한 것도 좋지만, 몸도 봐가면서 일하세요. 앞으로 몇십 년은 더 나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푸하하하! 맞습니다! 오랫동안 보스 옆에서 일하려면 건강도 챙겨야겠습니다.”

“하하하!”

존에게 건강을 조심하라고 하면서 퇴근 준비를 하는데, 이대로 집에 가기는 너무 그랬다.

어디 가서 한잔할까?

“제프리 형.”

“왜?”

“술이나 한잔하지?”

“미안한데 나 선약이 있어서 오늘은 어렵다. 다음에 먹자.”

“에이, 알았어요.”

일단 제프리 형은 틀렸고,

“조지야.”

“왜?”

“술이나 먹지?”

“나 애인하고 약속 있는데?”

“이 자식은 맨날 여자만 만나냐?”

“왜 화를 내고 난리냐? 그럼 너도 애인을 만들든가.”

“······.”

이 망할 조지 놈은 가끔 뼈를 때리는데 그게 무지하게 아프다.

나쁜 새끼.

하아, 존이 제일 만만한데 저렇게 눈이 퀭하면서까지 일하는데, 어떻게 술을 먹자고 하냐고?

“로이.”

“네, 보스.”

“우리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할까?”

“제 피앙세가 보스하고 술 마시지 말라고 하던데요?”

“뭐? 왜! 왜! 내가 어째서?”

“보스하고 술 마시면 너무 늦게까지 많이 마신대요. 그리고 오늘 근사한 식당에서 피앙세와 저녁 먹기로 해서 어차피 안 됩니다.”

“아···.”

이젠 슬슬 오기가 생긴다.

기어이 누군가와 술을 마실 것이다.

“보스.”

“왜?”

“보스도 이제는 정착을 하세요. 밤마다 이게 뭡니까?”

“야! 로이! 내가 무슨 피해준 거 있냐?”

“그게 좀 그렇습니다. 존이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자꾸 존을 붙잡고 술을 드시니까 존의 부인이 가끔 싫은 소릴 하는 모양입니다. 여긴 미국이라고요. 들어보니 한국에서는 업무 끝나고 직장 동료들끼리 한 잔씩 하는 문화가 있는 모양이던데, 여긴 그렇지 않아요.”

“그, 그랬어? 그런 거였어?”

“네, 존이 워낙 보스를 좋아하다 보니 전혀 내색을 하지 않은 겁니다.”

“하아···.”

“좋은 여자 많잖아요? 보스 정도면 결혼할 여자 구한다고 하면 전 세계에서 여자들이 달려들 거라고요. 왜 그렇게 사세요?”

“······.”

정말 몰랐다.

내가 한국에서 젊은 직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회식 좋아한다는 상사가 되어있을 줄을 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꼰대가 되어있었다니.

난 내게 실망했다.

“로이 고마워. 난 정말 몰랐어.”

“그러실 것 같아서 말씀드린 겁니다.”

“그런데, 그게 또 그래. 여자가 많으면 뭐하냐? 좀 만나다 보면 전부 내 돈을 보고 달려든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야.”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니에요. 돈을 떠나서 사람 알렉스 강을 좋아하는 여자도 많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그런 여자가 어디 있느냐고?”

“그거야 보스가 찾아야지, 저에게 물으면 어떻게 합니까? 정 세파에 찌든 여자가 싫으시다면, 대학가라도 가보세요. 보스는 워낙 어려 보여서 옷만 캐주얼하게 차려입으면 전부 대학생으로 알 겁니다.”

“그, 그럴까?”

“그럼요. 당장이라도 옷을 갈아입으시고, 가까운 USC 근처라도 가보시지요? 근방에 대학들이 엄청 많아서 젊은 애들이 득실거린다고요.”

“로이!”

“네?”

“너 좋은 놈이구나.”

“······.”

로이에게 사의를 표하고, 바로 옷을 갈아입고 출전했다.

오늘은 절대로 혼자 집에서 소주나 퍼마시는 궁상을 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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