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11화 (111/250)

111. 일단 물이 좋아요.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우리 말로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로, 예전에는 남가주 대학교라고 불리었다.

주립 대학인 UCLA와 UC 버클리와 함께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명문 대학 중의 하나로, 전미 대학교 순위에서도 20위 안팎에 있는 좋은 사립대학교다.

게다가, LA 도심 한복판에 소재하고 있어서 학교에서 20분만 달리면 밤새워 놀 수 있는 축복 받은 환경도 가지고 있었다.

“이든, 저기가 제일 핫하다는 동네지?”

“네, 회장님. USC는 물론이고 인근에 있는 학생들이 제일 많이 몰리는 동네입니다.”

지금 나는 캐주얼로 갈아입고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을 불태우러 가는 길이다.

내 나이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이다.

미국 나이로는 고작 서른다섯이고.

그런데, 하고많은 날 존이나 제프리 같은 꼰대들하고 어울리다 보니 내 나이를 잊고 살았다.

그렇다고 좋은 소리나 들었나?

각자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한국의 좋소 기업에서 배운 버릇을 그대로 하고 있었던 거다.

존이나 제프리나 나와 워낙 친하다 보니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썩 즐겁지 않은 자리에 불려 나와서 나와 대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너무 나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요즘은 한국에서도 욕먹을 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로이 말을 듣고서 옷을 갈아입은 후, 나도 젊은 애들하고 놀고 싶다고 경호 팀장인 해리에게 말했더니 배를 잡고 웃더라.

보스도 남자는 남자네, 하면서.

그럼 내가 여자냐?

그래서 경호원 한 명을 붙여주었는데, 내 경호팀 막내가 USC를 다니다가 중퇴하여 이쪽 동네를 잘 안다고 한 것이다.

근접 경호도 할 겸해서 말이다.

그게 이든이다.

잘생긴 백인 놈인데, 이제 미국 나이로 서른이라고 하였다.

“이든, 어디가 제일 좋지?”

“회장님은 어떤 곳을 좋아하세요?”

“나? 글쎄?”

생각해보니 먹고 사느라 바빠서 제대로 놀아 본 적도 없었네.

늘 소주에 술이나 마셨지.

“솔직히 제대로 놀아 본 적이 없어서···.”

“네? 아니 젊으셨을 때는 그래도 좀 노셨을 거 아닙니까?”

“나 아직 젊거든?”

“······.”

“그리고 이십 대 때도 못 놀았어. 초반에는 알다시피 군대에 있었고, 그 후로는 가족들 부양하느라 정신없이 일을 해야 했거든···.”

“회장님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까?”

“그럼. 이든이 내 경호팀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모르는 모양인데, 나도 고생 많았어. 고등학교 때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친척 집을 전전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대학도 포기하고 군대에 자원해서 입대했고.”

“그, 그렇군요”

이든은 좀 황당한 모양이었다.

그냥 윗사람들에게 이지스의 오너고 세계 최고 부자 중의 하나로만 들었을 테니까.

그런데 들어보니 똥수저 출신인 거다.

“그러니까, 이든이 추천 좀 해봐.”

“흐음···.”

이든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기, 솔직히 말씀드려도 좋습니까?”

“그럼? 당연하지! 솔직히 말해줘야 나도 내 포지션을 알고 제대로 놀 거잖아?”

“그러면 말입니다, 일단 젊은 애들 가는 곳은 피하지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모처럼 젊은 애들하고 같이 놀라고 나온 건데, 젊은 애들하고 놀지 말라니?

“회장님 외관은 일단 합격입니다. 옷을 좀 모범생처럼 입으시기는 했지만, 그래도 워낙 핏이 좋으신 데다가, 보통 동안인 동양인치고도 정말 어리게 보이시니까요. 솔직히 이십 대 초반이나 중반이라고 해도 미국인들은 믿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말입니다. 외모가 아무리 젊으시면 뭐 합니까? 입을 열면 꼰대들하고 어울려 온 것이 바로 들통날 텐데요?”

“그, 그런가?”

제길이다.

“여기 대학생 애들, 대부분 이십 대 초반이에요. 신입들이나 그 위는 십 대 후반도 많고요. 솔직히 저도 대학생 애들하고 놀라고 하면 걔들이 피할 텐데요? 이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도 말입니다?”

“그, 그렇군.”

막상 오니까 좀 그렇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십 대 후반이나 이십 대 초반하고 놀 수는 없잖아?

윤리적으로도 그렇고?

신랄한 이든의 말에 나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회장님은 지금 돈질해서 여자를 만나고 싶으신 것도 아니잖습니까? 회장님이 돈이 많다는 것을 슬쩍 보여주기만 하면 물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쭉쭉 빠지고 빵빵한 대학생 여자아이들과도 놀 수 있습니다만, 그러기를 원하십니까?”

“에이, 그건 절대로 아니지!”

“그렇습니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파생되는 겁니다!”

이 자식이, 사람을 가지고 노나?

USC 중퇴 출신이라고 배운 티를 내는 거야 뭐야?

하여간 아쉬운 것은 나다.

이든의 말이 합리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쩌라고? 설마 대안도 없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든!”

“네, 회장님.”

“다음 말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좋을 거야. 대안도 없다고 하면 나는 이든에게 실망할 테니까.”

내가 실망한다는 말은 해리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든이 힘들어질 거다.

그것도 아주 많이.

좀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오늘 이상하게 달아올랐다.

절대로 이대로는 집으로 가지 않을 생각이다.

“헙! 있습니다! 대안이 있고 말고요!”

“그래야지. 그럼 말해 봐.”

“여기서 10분 정도 가면 주로 대학원 이상에 재학 중인 애들이 노는 곳이 있습니다.”

“호오? 그게 또 그렇게 나누어지나?”

“그럼요. 아무래도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의 정말 혈기 왕성한 애들하고 석부 이상에 재학 중인 애들은 다르지요. 말하는 것부터 다릅니다. 1년, 2년이 달라질 시기 아닙니까?”

“그렇군, 그래서 지금 가는 곳은 보통 석사 이상인 애들이 온다는 거지?”

“네, 마셜 경영대학(Marshall School of Business)이나 프라이스 공공정책대학원(Sol Price School of Public Policy), 그리고 굴드 법학전문대학원(Gould School of Law) 같은 USC 산하의 명문대학원생들이 많이 오는 곳인데, 회장님께는 더욱 좋은 것이 LA의 상급 화이트칼라들도 많이 온다는 것이지요.”

“음? 일반인도 많이 오나?”

“네, 심지어는 로펌 같은 곳에서 일부러 오기도 합니다. 괜찮은 직원들을 구하러 말입니다. 물론, 대체로 삼십 대 정도의 젊은 축에 속하는 팀장급 직원들을 보내지요.”

“그런데 그게 왜 나에게 좋은 것이지?”

“만나면 회장님을 뭐라고 소개하시려고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라고 하면 일단 외모를 보고 믿겠지만, 이야기하다 보면 금방 들통이 날 텐데요? 대학교는 근처는 가보지 않으셨다면서요?”

“······.”

이든 이 자식이 자꾸 뼈를 때리는구나.

하지만, 아파도 피가 되고 뼈가 되는 이야기다.

참자.

“맞는 말이야.”

“그래서 회장님께는 좋다는 말입니다.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팀장 정도로 소개하시면 딱 좋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성공한 화이트칼라니까요?”

“오오오! 그렇군!”

“그래서 제가 그곳을 추천하는 겁니다. 게다가 일단 물이 좋아요.”

“오오오오! 물이 좋아?”

“그럼요! 최소 이십 대 중반에서 삼십 대 초반이나 중반 정도의 늘씬한 여자들이 가득합니다. 대학원은 사회생활 하다가도 많이 오니까요.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입니다. 설마 이십 대 여자들만 고집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 삼십 대면 또 어떤가?”

내가 무슨 어린 애들에게 미친놈도 아니고 말이다.

내 나이도 있는데, 나 그렇게 파렴치한 놈은 아니다.

삼십 대 초반이나 중반이면 훌륭하지.

다만 나와 비슷한 나이는 좀 그렇고.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든.”

“네, 회장님.”

“이든은 대학생이었다면서 어떻게 그런 곳을 잘 알지?”

“하하! 저도 군대를 다녀와서 학교에 간 겁니다. 군에서 장학금을 주어서요.”

“아···.”

“그러다 보니 또래들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고등학교 친구들 몇몇이 대학원생으로 있었습니다. 그놈들하고 어울리다 보니 알게 되었지요.”

“아, 그렇군. 근데 왜 학교는 때려치운 거야? 이런 거 물어보면 실례인가?”

“원래는 실례지만 회장님이니까 괜찮습니다. 제 나이에 연봉 2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디 흔합니까?”

이지스를 인수하고 나서 내 경호팀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해리의 연봉이 기본 50만 달러가 넘고, 일반 경호원도 막내가 최소 20만 달러부터 시작한다.

그만큼 이지스에서도 정예들이고, 내가 믿을 수 있도록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나를 24시간 경호하다 보면 온갖 비밀을 알게 되는 수가 있으니까.

이러니 나도 이들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고, 가끔 고생하는 것 같으면 아낌없이 용돈을 주었다.

적어도 돈 때문에 유혹받지 않도록 말이다.

“하여간, 적성이 도무지 맞지 않았습니다. 전쟁터를 뛰어다니면서 성격도 좀 변한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2년까지 다니고 말았습니다.”

“후회되지 않아?”

“아유! 후회는요? 전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회장님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우리 이지스에 아무나 들어오는 줄 아십니까? 입사하기가 얼마나 빡센데요.”

“그래? 그 정도야?”

“그럼요. 전쟁터에 나가서 눈먼 총알에 맞아 죽거나 재수 없게 급조 폭발물을 밟아서 죽을 염려도 없지요, 거기다가 연봉도 후한 데다가 복지도 최상입니다. 가족 전부까지 최상급으로 의료 보험을 들어주는 곳은 아마 이지스 말고는 없을 거예요. 게다가 회장님 경호팀은 더 대우를 받고 말입니다. 저도 회장님 팀에 들어오려고 1년 넘게 기다렸습니다.”

“만족한다니 나도 기분이 좋군.”

“하하! 전 쫓겨날 때까지 다닐 생각입니다.”

“그래, 우리 오래 보자고.”

늘 붙어 있는 사람들이라, 특별히 실수하거나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경호팀은 거의 그대로다.

인원이 계속 늘어서 새로 들어오는 것이고.

“자! 그럼 갈까?”

“좋습니다! 그럼 그곳으로 모실까요?”

“Go!”

“알겠습니다! 모시겠습니다!”

10여 분 후, 다운타운이지만 복잡하지 않은 거리에 도착했다.

“저기입니다, 회장님.”

“저기?”

“네, 그럼 들어가기 전에 말을 정해 놓아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지.”

“전 일단 회장님의 직장 동료로 하겠습니다. 팀원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흐흐, 그거 좋네.”

“그리고 송구합니다만, 회장님 이름을 불러야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알렉스라고 부르고, 스스럼없이 행동해.”

“하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상황을 리드할 테니까, 적당히 따라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케이!”

“마지막으로···. 음, 회장님 셔츠 윗단추 좀 푸르시지요.”

“단추를?”

“네, 회장님도 운동을 열심히 하셔서 근사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데, 살짝 가슴이 보이는 것이 좋지요. 그게 또 섹스 어필하는 겁니다.”

“오오오! 섹스!!”

“······.”

“어험”

너무 나갔나?

하여간 차에서 내려 이든이 앞장을 서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거 엄청나게 긴장이 되는데?

끼이이익!

오오오오!

여기 괜찮다!

정말 물 반, 고기 반이다.

이든의 말이 사실이잖아?

“이든”

“네, 회···. 아니 알렉스.”

“고맙다.”

“······.”

정말 이든에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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