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13화 (113/250)

113. 저항의 상징.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미얀마 군대는 50만이 넘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런 군대를 시민들이 어떻게 내쫓습니까?”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 길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얀마 국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평화적인 시민 항쟁으로는 절대로 군부 통치를 뒤엎을 수가 없으니까요.”

“미얀마 상황은 저도 대략적이나마 알아보았어요. 구조적으로 군부를 타도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력 항쟁이라니요? 자칫하다가는 수많은 시민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장 대표님께서도 방금 군부가 10만 명을 죽이든 100만 명을 죽이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하였잖습니까?”

“그래도 가야 하는 길입니다. 이건 제 의견이 아니라, 조만간 발족할 미얀마 국민 통합정부(NUG. The Republic of Union of Myanmar National Unity Government)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허어···.”

대체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토록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았을까?

“무력으로 군부를 완전히 뒤집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이 되었습니다. 1988년도에 3,000명 이상이 희생하면서 항쟁하였지만, 결론은 네 윈이 퇴진하고 그 자리를 소 마웅이 대신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군인 자리를 군인이 차지한 거지요.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이번에는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1988년의 8888항쟁 당시는 국제 사회의 압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는 소련이 해체되던 시기고, 중국도 미얀마 군사정권을 후원할 만한 힘도 없었고 천안문 항쟁이 발생하여 자신들 코가 석 자였을 때지요.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쿠데타 일으키기 직전에 습근평과 외교부장 왕의(王毅)가 괜히 미얀마를 다녀갔겠습니까?”

“······.”

또 중국이냐?

“미얀마인들이라고 무력 항쟁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그리고 적어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하여 죽음을 불사하고 총을 들겠다는 겁니다.”

“하아, 다른 대안은 정말 없는 겁니까?”

“없습니다. 군부는 이미 민족 자체가 다른 민족이 되었습니다. 경제 자체가 일반인과 완전히 분리되었고, 철저하게 군인으로서 우월주의 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그래서 일반 미얀마인들을 혐오하고 경멸하는 수준까지 갔지요. 마치 지배 민족인 피지배 노예민족을 바라보는 시선처럼 말입니다.”

“······.”

“혈통도 관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자기들끼리만 결혼하고 그들의 자식은 다시 군인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있는 군인들이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일반인들과 나누려 하겠습니까? 역사적으로 지배 민족이 피지배 민족을 자발적으로 풀어준 일이 있습니까?”

21세기 지구상에서 이런 나라가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하여간 장 대표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무력으로 봉기하여 군부를 타도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

미얀마인들에게는 두 가지의 길이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군부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거나, 아니면 총을 들거나.

나 같았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총을 들었을 것이다.

“휴우,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럼 그 뭐라고 하였지요? 조만간 발족한다는?”

“국민 통합정부입니다.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주도로 4월 1일에 발족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 통합정부는 10개 소수민족의 민족무장조직(EAO)과 연합하여 그 외의 100개 소수민족까지 설득하여 연방군을 조직할 예정입니다.”

“그럼 장 대표께서는 우리 카르마에 원하시는 무엇입니까?”

“자금과 무기입니다. 민간인으로 무기가 어렵다면 자금이라도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자금이 있다면 무기는 통합정부에서 어떻게든지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으음···.”

무기는 곤란하다.

내가 손을 쓸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자칫하다가는 내전에 무기를 지원한 전범으로 몰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무기는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자금은···. 음, 아버지!”

“듣고 있으니까 말해라.”

“남 부회장이 회사에 있으며 화상으로 연결 좀 해주시겠어요? 아니면 아버지 계시는 회의실로 좀 오라고 하시든가요.”

“알았다.”

잠시 후, 남정원 부회장이 아버지가 있는 영상 회의실로 들어왔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네, 다른 것이 아니라···. 아! 장 대표님.”

“네, 회장님.”

“잠시만 나가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오래 걸지는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장 대표가 나가자,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미얀만 민주 세력에 자금 지원을 하고 싶다는 내 의사를 밝혔다.

“이럴 생각인데, 남 부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흐음, 얼마나 지원하실 생각입니까?”

“일단의 10억 달러 정도를 지원하고, 상황을 봐서 계속 지원할 생각입니다.”

“많은 금액이군요.”

“50만 대군과 싸우는 일입니다. 그것으로도 금방 부족해질 겁니다.”

“회장님의 말씀은 결국, 회장님이 지원한 자금으로 무기를 사서 대항하라는 말씀이잖습니까?”

“결국은 그렇게 되겠지요.”

“이거,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얀마 민주 세력을 지원하면, 최종적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겁니다. 그 여파가 분명히 회장님이나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우리가 인수한 회사 중에 중국에 걸리는 회사가 있나요?”

“그럴 리가요. 우리 홀딩스에 속한 회사 중에 소비재를 판매하는 회사는 이재하 사장의 의류 부문이 유일한데, 거기도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야 아시다시피 대유 조선이나 건설도 그렇고, KAI도 해당 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아시안 항공이 조금 걸리기는 합니다만, 그조차도 현재는 코로나로 중국이 문을 닫다시피 한 상태라 당장은 영향이 없습니다. 나중에 중국 노선에 시비가 걸릴 우려는 있습니다만···.”

“그까짓 중국 시장은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상관없어요.”

젠장, 안 팔고 취역 안 하고 말지.

“그렇다면 미국의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는 어떻습니까?”

“전혀 상관없어요. 반도체 사기 싫으면 말든가. 아쉬운 것은 중국 놈들입니다. 테슬라는 어차피 연내로 지분의 절반 이상을 파 치울 것이고, 무엇보다 미국의 회사입니다. 미국 회사를 건드려요? 중국이? 아직은 최소 10년 이상은 멀었을 겁니다. 절대로 이런 사유로 중국이 미국을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건 다행입니다만, 지원할 때 지원하더라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와는 사전에 협의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와요?”

“네, 돈으로 지원하는 것이지만, 결국 그 돈의 대부분은 무기가 될 겁니다. 분명히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흐음···.”

“물론 우리 정부도 그렇고, 여야나 국민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과거 경험 때문에 유독 미얀마의 현 상황에 대하여 온정적이기에, 특별한 제지는 없을 겁니다만 그래도 사전에 상의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장님의 돈이지만 미국의 기업이 어떻게 보면 다른 국가의 내전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의 외부적인 입장은 명백하게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다시 민주 정부로 되돌리라는 것이지만, 중국의 개입이 분명하기 때문에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와는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셔야 합니다.”

“그거참, 내 돈을 쓰는 건데 더럽게 복잡하네요.”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번잡스럽더라도 감수하셔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민간인이신 회장님이 여기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니까요.”

“······.”

어째 살짝 나를 타박하는 것으로 들리는데?

“남 부회장님은 혹시 제가 미얀마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세요?”

“하하하!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솔직하게 말하면?”

“대단한 오지랖이라는 생각은 드는군요.”

“어흠···.”

“불쾌하셨다면 송구합니다.”

“아닙니다. 나도 내가 오지랖이라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이미 내 눈에 띄었고, 내 마음이 이미 돕지 않고는 불편할 것 같은데 어쩌겠어요?”

게다가 염주까지 도우라고 한 것이고.

“하하하! 알겠습니다. 저도 미얀만 뉴스를 보면서 마음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그럼 지원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네, 다만 한국의 카르마 홀딩스나 정화재단을 거치는 것보다는 미국의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괜히 여길 거쳐서 좋을 것이 없으니까요. 지원하더라도 미국의 민간 투자회사가 지원하는 모양새가 훨씬 좋습니다. 한국 정부에도 부담이 없을 것이고요.”

“음, 그렇게 하지요. 다만, 인도적인 지원은 한국에서도 하는 것으로 하면 되겠네요.”

“그 정도야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장봉호 대표를 다시 들어오라고 하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장 대표가 영상 회의실로 들어왔다.

얼굴에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지원만 해주신다면 3박 4일을 기다리게 하셔도 됩니다.”

“하하하! 그럼 3박 4일을 기다리실래요?”

“예? 아니 그건 좀···.”

“농담입니다. 하여간 우리 카르마의 결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장봉호 대표는 혹시라도 내가 지원을 거부할까 봐, 내 입이 열리기 전에 다시 한번 간절하게 부탁하였다.

이 양반도 참, 한국인인 사람이 왜 저리도 남의 나라 일에 자기 나랏일처럼 나서고 있을까?

듣자 하니, 자기 직업도 따로 있고, 과거에 미얀마에 몇 년간 살았다는 것, 그리고 미얀마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아는데 말이다.

장봉호 대표에 비하면 나는 오지랖도 아닌 셈이네.

“우리 결론은 이렇습니다. 미얀마가 민주화가 되어 새 세상이 열리는 날까지! 우리 카르마 그룹은 미얀마 국민과 함께할 것입니다.”

“오오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도적인 지원은 한국의 카르마 홀딩스와 정화재단에서 1차로 100억 원을 지원할 겁니다. 강만수 재단 사무총장님.”

“응? 나?”

“네, 아버지가 책임지고 장 대표와 상의하셔서 지원을 해주세요. 지원금이 적절하게 사용되는 지도 살펴보시고요.”

“알았다.”

“어디까지나 1차로 100억 원이니까, 추가로 필요한 비용이 있으면 남 부회장에게 말씀하세요. 그러면 돈을 더 드릴 겁니다.”

“응.”

“저기, 회장님···.”

“네, 장 대표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아무래도 인도적인 지원이라고 하니까, 장 대표가 불안해진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지원하여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혹시 그 자금의 용도가 인도적인 부분에 제한되는 것인지요? 그러면 조금 곤란하데, 송구합니다만 제한 좀 풀어주실 수가 없을까요? 부탁드립니다. 미얀마 국민 통합정부에는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한국에서 지원되는 자금은 무조건 인도적인 부분에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하아, 네. 잘 알겠습니다.”

대번에 낙담하는 장 대표였다.

이 양반아,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니까?

“실망스러우세요?”

“아, 아닙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에이, 아닌 것 같은데요?”

“······.”

“하하하! 그래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겁니다.”

“네?”

“별도로 미국의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에서 1차로 10억 달러를 제한이 전혀 없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10, 10억 달러요?”

“네, 1차로 그렇게 지원할 겁니다. 국민 통합정부가 출범하면 알려주세요. 그쪽 채널과 상의하여 바로 지원하겠습니다.”

“크흐흑! 10억 달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시는 장봉호 대표의 오른손은 어느새 가운데 세 손가락을 곧게 펴고 엄지와 새끼는 접혀 있었다.

미얀마에 민주화 운동에서 사용하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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