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19화 (119/250)

119. 제발 사람 귀한 줄 좀 아세요!

“현도 사장님.”

“네, 회장님.”

“제가 K2 흑표 전차 200대 정도 발주하면은 도움이 되겠습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한마디로 제가 흑표 전차 200대를 사드리면 도움이 되겠냐는 말씀입니다.”

“200대요? 20대도 아니고 200대요?”

“네, 그렇습니다.”

“그야 당연히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애초에 흑표 전차가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 무려 2008년이다.

예정대로라면 그때부터 양산에 들어가서 2011년부터는 야전에 배치하기로 한 거였고.

그런데, 국산 파워팩 문제로 속을 썩이고, 양산 수량까지 공격 헬기에 치이면서 쪼그라들어서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까지 양산된 전차가 꼴랑 200대 정도인 것이다.

현도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상황.

헌데, 내가 여기서 200대를 추가로 사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너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말이라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때, 강인호 방사청장이 은근히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저 회장님.”

“말씀하세요, 청장님.”

“지금 하시는 말씀은 혹시 우리 육군을 긍휼히 여겨서 흑표 전차 200대를 사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왜 육군을 긍휼히 여겨야 하지요?”

“예? 아니 그래도 아직까지 노후화된 M48 패튼 전차를 운용하고 있기도 하고….”

어이없네.

지금까지 50년 된 전차를 사용하는 것은 본인들의 선택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아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까지 대체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 1세대 구닥다리 전차를 언제까지 쓸 거냐면서 맨날 타박하는데도, 육군에서 아파치 노래를 불러서 공격헬기를 선택한 것으로 아는데요?”

“…….”

“게다가 LAH 경무장 헬기는 200여 대를 양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한마디로 한반도 지형에서는 전차의 효용성에 의문을 가지고 항공 세력 쪽을 선택한 거잖습니까? 내 말이 틀린 건가요?”

“그,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만하자.

방위사업청장이 무슨 죄냐?

군에서 소요를 제기하면 만들어 주는 부서일 뿐인데.

보니까 국방부에서 나온 인원들만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육군은 육군이 알아서 하세요.”

“그럼 흑표 전차 200대를 왜 발주하신다는 건지…. 아시다시피 전차는 민간인이 함부로 발주하는 물건이 아닙니다만….”

“방사청의 업무 중에는 방위산업 육성도 포함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청장님도 수출을 위하여 고군분투를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아! 그럼 수출을?”

“네, 저와 인연이 있는 국가에서 제게 부탁을 한 것이 있어서요.”

“아니 그럼 그 나라가 직접 나서지 않는 겁니까? 무기 거래는 어디까지나 국가와 국가 간의 거래가 원칙입니다.”

“제가 그걸 모르는 것으로 보입니까?”

“그런데 왜….”

“그쪽 사정이 있어서 우선 제게 발주를 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저와는 비즈니스로 연결된 나라고요.”

“그럼 자금은 누가 내는 겁니까?”

“일단은 내가 비용을 댈 겁니다.”

“내에? 그러다가 그쪽에서 인수하지 않으면 어쩌시려고요?”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육군에 기부하지요.”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런 안 됩니까?”

“무기 수출은 정부의 승인을 받으셔야 합니다.”

“우리 우방국입니다. 됐습니까? 그리고 내가 승인을 못 받을 것 같아요? 국방부 차관님과 방위사업청 청장님은 방금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아실 텐데요.”

“…….”

회의장에 있는 사람 중, 최소한 이 두 사람은 알고 있다.

내가 원자력 잠수함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내가 우방국에 수출하겠다는데, 누가 막을 것인가?

수틀리면 잠수함이고 나발이고 돈줄을 끊어 버릴 것인데?

“그리고, 어쨌든 간에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단 한 대의 전차도 해외로 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후아아….”

“청장님, 그리고 국방부 차관님.”

“네.”

“예.”

“혹시 제가 이러면 안 되는 이유가 있으면 하나라도 알려 주시지요.”

“없습니다.”

“이의 없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나오자, 현도 로뎀의 사장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 그럼 정말 흑표 전차 200대를 발주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혹시 전차 가격을 아십니까? 전차는 매우 비싼 무기체계입니다.”

“과거에, 그러니까 2008년이던가?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보고하기를 Unit Cost로 83억 원이라고 한 것을 기억합니다만? 그동안의 물가 상승과 이런 거 저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량이 제법 되니까, 대당 100억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습니까? 나중에 부대비용은 따로 계산하면 될 것이고요.”

“맞습니다! 정확하십니다!”

“에이, 그럼 꼴랑 2조? 저 그 돈 없어도 먹고 사는 것에 전혀 지장 없습니다.”

“으아아아! 만세! 만세다!”

현대 로뎀 사장이 소리를 지르고 주먹을 허공에다 내지르고 난리고 아니었다.

저렇게나 좋을까?

“비용은 카르마 홀딩스에서 나갈 것이니, 바로 협상을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바가지 씌우지 마세요? 200대를 한꺼번에 발주하는 것은 육군에서도 없었던 물량입니다.”

“물론입니다! 정성껏 좋은 가격으로 모시겠습니다!”

“납기는 최대한 빨라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현재 3차 양산 준비를 하는 중인데, 아직 늦지 않아서 거기에 같이 얹어서 협력업체에 발주하면 내년부터는 인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파워팩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썽 많은 국산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독일의 MTU 엔진과 RENK 변속기로 갈 것이냐를 묻는 것이다.

“국산 엔진은 문제가 없지요?”

“네, 그렇습니다. 2차 양산부터는 국산 엔진과 RENK 변속기 조합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아, 정말 변속기는 어떻게 안 됩니까?”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물량이 200대면, 우리 3차 양산 물량 54대까지 합쳐서 254대나 됩니다. 이 정도 물량이면 변속기 업체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겁니다.”

“흐음, 그래서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시지요. 어차피 전차 조립은 내년부터나 가능할 것이니,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으면 국산 파워팩으로 가는 것이고, 안되면 기존대로 하는 겁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변속기 제조업체는 지금 터키의 알타이 전차에 들어가는 파워팩에 들어갈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터키가 수출 제재를 받고 있어서, 독일이 파워팩 수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산 파워팩으로 방향을 돌린 상태고요.”

“그렇다면 그렇게 하세요. 단! 납기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저기 마지막으로….”

“또 뭡니까?”

“비용은 어떻게….”

“하하!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남정원 부회장님.”

“네, 회장님.”

“현도가 오랫동안 고생을 했으니, 결제는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너무 빡빡하게 하지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서 날뛰는 현도 로뎀 사장을 내버려 두고 방사청장과 국방부 차관을 바라보았다.

“혹시 이의 있으십니까? 방사청장님?”

“하하!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아까 말씀하신 수출 승인절차만 제대로 지켜주신다면 전혀 이의 없습니다.”

“국방부는요?”

“뭐, 조금 섭섭하기는 합니다만, 저희도 이의 없습니다. 어쨌든 흑표 전차의 양산 수량이 늘어난다면 우리도 여러모로 좋으니까요. 다만, 회장님의 수출 물량 때문에 우리 육군 3차 양산 물량 납기에 지장만 없으면 됩니다. 그래도 수출이니까 약간의 지장이라면 몰라도 말입니다.”

“현도 로뎀 사장님?”

“양산 라인을 늘려서라도 납기는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렇다는데요?”

“하하하! 그럼 전혀 이의 없습니다.”

“좋습니다.”

이제 하나 해결했다.

“다음은….”

내가 입을 떼자마자 화나와 LYG 사람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앞에서 느닷없이 돈벼락을 맞는 것을 보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다음은 화나부터 하지요.”

“네! 회장님!”

아이고, 씩씩하기도 해라.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화나 회장인 줄 알겠네.

“앞에서 들으셨을 테니, 프로세스 설명 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되지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청장님과 차관님도요?”

“네, 현도의 사례에 따라서 승인만 제대로 받는다면 이의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화난 역시 K9 자주포 먼저 말씀드리지요.”

“자주포는 역시 K9입니다!”

“하하하! 알고 있습니다. 전차와 동일하게 200대를 발주하려는데, 납기가 어떻습니까?”

“전혀 문제없습니다. 우리 육군 소요량을 전부 납품하여 양산이 종료되어서요.”

“그럼 문제없겠군요. 내년에 100대, 내 후년에 100대 납품 가능합니까?”

“조금 빡빡하기는 하지만, 문제없습니다.”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합시다.”

“감사합니다! 우하하하!”

“…….”

역시나 겁나게 좋아한다.

“그런데 사양은 어떻게 할까요?”

“K9A1 국군 표준사양으로 하시지요. 아! 통신 장비는 제외입니다. 이건 흑표 전차도 마찬가지고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수출 사양이면 양압 장치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만….”

“음? A1 사양에 양압 장치 안 들어가요? 냉방이랑 결합해서요?”

“국군 사양에는 검토되다가 양압과 냉방장치가 빠졌습니다.”

“아니 왜요? 철판 떼기 안에서 여름에 어떻게 지내라고?”

“그건 우리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국군의 자금 상황이….”

뭐여?

구닥다리 전차라면 몰라도, A1 사양으로 개량까지 하면서 에어컨을 안 넣었단 말이냐?

그거 얼마나 한다고?

21세기에 말이다!

“국방부 차관님!”

나는 매섭게 국방부 차관을 노려보면서 외쳤다.

“예? 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째서 냉방장치가 빠진 것이지요?”

“그, 그게 예산 사정으로…. 그래서, A2 사양부터는 들어갈 예정입니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그걸 빼요? 장군들은 탈 일이 없으니까 상관이 없다는 겁니까? 그런 겁니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럼, 국회에서 잘랐어요?”

“아닙니다. 국회에서도 어서 해주라는 입장입니다.”

내가 알기로도 국회 국방위원회는 비교적 정치색이 덜한 상임위원회라 웬만하면 표를 의식해서라도 장병들 편익이나 복지를 위한 예산을 삭감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왜요?”

“기재부에서 사타를 안 거쳤다고….”

“사타? 사전타당성 검토 말입니까?”

“네, 그래서 양압 장치를 통합한 냉방기 예산이 삭감되었습니다.”

“쯧쯧! 기재부 핑계 대지 마세요. 그거 결국은 국방부에서 타당성 검토 의뢰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닙니까?”

“…….”

국방부 사전타당성 검토를 전담하는 KIDA(한국국방연구원)에서도 에어콘 예산에 대하여 나쁘게 보고할 이유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기재부도 장병들이 고생하는 문제고, 비교적 큰 예산도 아니라 그걸 삭감하지는 않을 것이고.

결론은 육군의 장군 놈들이 필요성 자체를 덜 느낀 것이다.

왜냐면 장군들이나 영관급 고위 간부들이 자주포를 탈 일은 없으니까.

젠장, 인제 와서 사전타당성 검토를 하여 예산을 태우더라도 최소한 몇 년 이상은 그냥 날아간다.

그동안 고생하는 것은 우리 장병들이고.

“하아, 젠장이네요.”

“…….”

“그 예산, 우리가 지원할 테니까, 사타고 예타고 자시고 간에 쓸데없는 짓들 하지 마시고, 바로 창정비 들어오는 것들부터 달아주세요. 더 빠르게 할 방법이 있으면 그렇게 하고요. 이건 전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가뜩이나 사람 모자라는데, 제발 사람 귀한 줄 좀 아세요!”

“네….”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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