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22화 (122/250)

122. 우리 오빠가 어디 보통 오빤가.

“저희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음, 그렇게 하세요.”

길이 막힐 것을 고려하여 마곡 사옥에서 일찍 출발했는데도 오늘따라 유난히 길이 막히는 바람에 서초동에 도착하니 5시 반이 넘었다.

내 으리으리한 차를 타고 사성 타운에 갈 수는 없기에,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게 하고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물론 경호원들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나를 따랐고.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니 이내 강남역 사거리 옆에 있는 사성타운이 눈에 들어왔다.

“호오! 이거 대단하군!”

최고 높은 빌딩이 44층이라는 3개의 마천루.

사성타운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성 전자 인원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이정룡 부회장의 현장경영 방침에 따라서 대부분의 사성 전자 인력은 모두 수원의 사성디지털시티로 이사로 갔다고 한다.

여기 사성 타운에는 전자의 일부만 남았는데, 마침 소미의 부서도 여기 있는 거였다.

소미의 말로는 여기도 곧 이사할 것 같다고.

건물도 매각했다고 하고 말이다.

하여간 처음 지켜보는 사성타운의 위용은 참으로 대단했다.

“흐음, 이건 좀 부러운데? 나도 마곡을 좀 키울까?”

나도 가끔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단 말이지.

하여간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소미와 만나기로 한 지하 아케이드에서 잠시 기다리자, 퇴근하는 사성맨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1층부터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어서 지하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보안 한번 겁나게 빡쎄네.

이윽고, 우리 소미가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오는 것이 보였다.

캬아! 내 동생이지만 정말 이쁘구나!

그 많은 사성 사람들의 무리 중에서 가히 군계일학이라 할 만했다.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도 눈에 번쩍 띌 정도니.

대체 어떤 자식이 우리 소미를 데리고 갈 건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어쨌든 아무나에게는 절대로 못 준다.

내가 조상부터 시작해서 사돈의 팔촌까지 다 뒤져서 이상 없는 놈에게만 허락할 생각이니까.

“오라방!”

“소미야!”

소미가 내게 와서 얼른 팔짱을 끼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질투하는 수컷들의 눈총이 쏟아졌다.

이 자식들아!

난 친오빠라고!

“야! 좀 떨어져! 사람들이 보잖아!”

“오빠는? 보면 어때서?”

“소미야, 보통의 남매는 이렇게 팔짱을 끼는 짓을 하지 않는단다.”

“흥! 우리 오빠가 어디 보통 오빤가?”

“하아….”

반쯤은 딸 같은 내 동생 소미.

그거는 소미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나이 터울도 워낙 많이 날뿐더러 집안을 일으켜 세운 오빠이니까.

“시끄러워! 그런데 네 치마는 왜 이렇게 짧은 거야?”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스커트가 너무 짧았다.

늘씬한 소미의 다리가 보이는데, 이거 같은 층에 있는 놈팽이들이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았다.

“아이! 오빠는? 요즘 다 이렇게 입는다고. 왜 이래, 꼰대같이!”

“닥쳐라! 꼰대라니? 장가도 아직 못 간 사람에게!”

“크크큭! 진짜 오빠는 장가 언제 갈 거야?”

“몰라, 자식아! 여자가 있어야 가지.”

“아니, 오빠가 인물이 딸려, 아니면 돈이 없어? 왜 여자가 없지?”

“난들 아냐? 괜찮아 보이면 다 돈 보고 달려드는 것 같아서 싫다.”

“쯧쯧! 오빠, 그거 병이야 병. 세상의 모든 여자가 다 돈돈 하지는 않는다고?”

“적어도 대부분은 돈돈 하는 것 같은데?”

“그건 킹정이지! 호호호!”

“아흐….”

“하여간 가자. 배고파 오빠.”

“뭐 먹을 건데?”

“우리 두루치기 먹으러 가자!”

“두, 두루치기?”

웬 두루치기?

세계 최고 부자에 가장 근접한 오빠에게 두루치기라니?

“응, 인근에 맛집이 있다는데, 난 한 번도 못 가봤어. 우리 거기 가자!”

“야! 너 잘 생각하고 말해. 오빠하고 이렇게 먹을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거 아니다?”

“왜? 두루치기가 어때서? 오빠는 싫어?”

“아니 좋아하는데?”

“오케이! 그럼 가자!”

“…….”

참 우리 소미도 입맛이 정말….

하여간 두루치기든 돌려치기든 소미가 좋다면 가야지 뭐.

결국, 소미에 이끌려간 두루치기 집.

벌써 인근의 회사원들로 바글바글했다.

조금 더 늦었으면 자리도 없을뻔했다.

안내를 받아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오! 계란말이?”

“응, 이 집 계란말이가 맛있대.”

“어디?”

생각 외로 맛있었다.

그리고 두루치기가 보골보골 끓으면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오빠, 술은?”

“소주 먹을까?”

“알써.”

소주가 나와서 소미와 내 잔에 따르고 건배를 했다.

“카!”

“크!”

“하하하!”

“히히히!”

참 감개가 무량했다.

내가 소미 이 녀석 퇴근을 기다렸다가 이렇게 소주를 마실 날이 올 줄이야.

대체 언제 이렇게 큰 거지?

중학생 때 내가 기저귀를 간 것만 수박 장은 될 터인데?

“오빠, 무슨 생각해?”

“그냥, 우리 소미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서. 내가 네 기저귀를 간 것만 수백 장은 넘을 텐데 말이야.”

“아이 씨! 밥 먹는데 더럽게!”

“이 자식아! 더럽기는 뭐가 더러워? 다 네가 싼 건데?”

“아우! 정말 이러니 여자를 못 사귀지!”

“아, 아프다.”

계집애가 뼈를 때리냐?

“소미야.”

“응.”

“회사 생활은 할 만하냐? 누가 괴롭히는 사람은 없고?”

있다고 하면 야산에다가 묻어버릴 생각이었다.

“일이 너무 재밌어. 사람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고.”

“진짜? 진짜 괴롭히는 사람 없어?”

“오빠는? 내가 누가 괴롭힌다고 괴롭힘당할 사람인가?”

“하기는.”

“게다가 요즘 회사에서 누가 괴롭히냐? 그러다가 말 들어가면 큰일 나는데? 반말도 함부로 못 합니다요!”

“그, 그러냐?”

왜 이렇게 내 직장 생활하고 다르지?

우린 사장부터 시작해서 쌍욕이 난무했는데.

“오빠.”

“응?”

“진짜로 내가 오빠 동생이란 거 알리지 않은 거지?”

“당연하지? 나도 네가 제대로 사회생활 해보기를 원했잖아? 왜 누가 아는 눈치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사람들이 다들 너무 잘해 줘서.”

“전혀 알리지 않았어. 이정룡 부회장이 네가 입사한 것을 어떻게 알고서 전화가 온 적은 있었지만.”

“그래? 뭐라고 했는데?”

“뭐라고 하기는. 그냥 조용히 직장 생활을 배우고 싶어 하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지. 신신당부했으니까, 아마 인사팀 고위직 아니면 모를 거야.”

“그럼 다행이기는 한데….”

“혹시 너희 팀에 남녀 비율이 어떻게 되냐?”

“나 빼고는 전부 남자야.”

그럼 그렇지.

“이 밥탱아! 너같이 젊고 이쁜 애가 입사했는데, 누가 널 괴롭히겠냐?”

“히히히! 그런 건가?”

“잘해 준다고 건방 떨지 말고 잘해. 여자라고 빠지거나 그러지 말고.”

“응! 가끔 너무 배려해 준다 싶으면 내가 대놓고 말해. 여자로 보지 말고 똑같이 대해 달라고.”

“그래, 잘하는 거다. 직장에서 제일 재수 없는 것들이 뻑하면 여자를 내세우면서 뒤로 빠지는 것들이야.”

“오빠가 다녔던 회사는 그런 일이 많았나 보네? 우린 그런 거 없는데?”

“거기야 뭐. 워낙 중소기업이다 보니 웬만하면 직원들이 다 하거든. 한 1년 지나니 내가 잡부인지 영업맨인지 모르겠더라.”

“…….”

내 말에 급격하게 시무룩해지는 소미였다.

오빠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생각나서 일 거다.

이런, 괜한 말을 했네.

“하여간 잘하라고. 한 2년 정도는 다닐 생각하고. 홍일점이라고 여왕벌 놀이 같은 것 할 생각하지 말고.”

“아이, 여왕벌 놀이가 뭐냐?”

“있어 임마! 그리고 너에게 대시하는 놈들은 없냐?”

“히히히! 왜 없겠어? 같은 층의 미혼남들은 다 날 쳐다보지.”

“지랄한다. 하여간 이상한 놈하고 사귀기만 해봐라.”

“오빠는 진짜!”

“시끄러워!”

“소미 씨?”

“엉?”

“응?”

느닷없이 들려온 소미 씨에, 소미와 나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거기에는 웬 남정네들이 있었다.

“어머!”

“소미 씨가 여기는 무슨 일로….”

무슨 일이긴 이 사람들아.

밥집에 밥 먹으러 왔지.

“저녁 먹으러 왔습니다.”

“그건 아는데…. 이분은….”

여러 개의 눈총이 나에게 쏟아져 내렸다.

거의 눈총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 우리 오빠예요.”

“오빠? 어떤 오빠?”

오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교회 오빠도 있고, 동네 오빠도 있고 말이다.

“호호호! 우리 친오빠세요.”

“친, 친오빠? 친오빠란다!”

“우와아! 친오빠다!”

“만세! 만세!”

“…….”

순식간에 살기 어린 눈총이 사라지고, 대신에 호감이 잔뜩 어린 눈길로 변했다.

이거 참, 사람의 시선이 이렇게도 변할 수가 있구나.

게다가 만세까지 부르는 놈은 대체 뭐냐?

“누구시냐?”

“오빠, 우리 팀 선배님들이에요.”

“아, 그래?”

“안녕하십니까! 강소미씨 직장 동료 이홍만 대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직속 사수! 전진호 대리입니다! 충성!”

“안녕하십니까! 이 오지리들의 직속 상사 오창준 과장입니다! 소미 씨 친오빠를 만나 뵙게 되어 일생의 영광입니다!”

“조용히들 해라! 소미 씨 친오빠님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인가! 안녕하십니까?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는데, 아랫것들이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차장 여진구입니다.”

“…….”

“…….”

젊은 놈들이야 이해가 가는데, 이 차장이라는 놈은 뭐야?

나와 나이가 얼추 비슷해 보이는데?

요즘 결혼들은 늦게 하거나 안 한다고 하더니, 이놈도 총각인가?

그러고 보니 왼손에는 반지를 낀 흔적도 없었다.

환장하겠다.

하여간 소미에게 잘해 주는 사람들이라고 하니, 나도 정중하게 인사를 해야 했다.

“아, 네. 저는 강철식이라고 합니다. 방금 들으셨다시피 소미의 친오빠 되고요.”

“오오! 이렇게 훌륭하신 오빠가 있으셨다니! 정말 우월한 유전자가 있기는 있나 봅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디 가서 모델이라고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

이 사람들이 참.

계속 세워 놓는 것도 민망하여 마침 옆 테이블이 비워졌기에 잠시 앉으라고 했다.

“그럼 다들 식사를 하시러 오신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소미 씨가 약속이 있다고 먼저 퇴근했는데, 오빠를 만나러 간 줄을 몰랐습니다.”

“하하! 그래요. 하여간 우리 소미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이라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많이 부족할 겁니다.”

“아닙니다.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모릅니다.”

“그렇습니까? 참 다행이군요. 하하하!”

그렇게 잠시 이야기를 하는데, 하다 보니 이 친구들 분위기가 점점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응? 왜 이러지?

“그, 그럼, 식사를 방해하여서 죄송합니다. 저희는 이만….”

“아! 이 자리가 빈 모양인데 같이 하시지요?”

“아, 아닙니다. 소미 씨.”

“네, 차장님.”

“우리 갈 테니 맛있게 먹어요.”

“네, 차장님.”

“소미 씨 우리 갈게요.”

“…….”

처음의 활기찬 분위기는 어디로 가버리고, 주눅이 잔뜩 든 채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뭘 잘못했나?

“소미야.”

“응.”

“내가 뭘 잘못했냐? 너희 팀 사람들 분위기가 이상하네?”

“오빠는 모르지?”

“응? 뭘?”

“나도 지금 깨달았는데, 오빠 아우라가 장난 아니네?”

“뭐?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는 모르겠지만, 오빠 포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응? 포스?”

“응, 오빠는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어 친절하게 말하는데도, 이상하게 우리 선배들을 압도하더라고?”

“내가?”

“마치 까마득히 높은 분이 말하는 것 같았어.”

“말투는 안 그랬는데?”

“그러니까, 그래서 아우라나 포스라고 표현한 거야.”

“허!”

“오빠가 너무 높은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그런 것이 아닌가?”

“그, 그런가?”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 거물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세계적이 기업가들, 그리고 한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대통령까지.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내가 변한 것 같았다.

그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 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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