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이젠 자중지란인가?
카르마 홀딩스는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초등학생도 아는 유명 회사다.
그간 정화재단을 통한 선행이 널리 알려진 지가 오래되었고, 결정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펜데믹이 발생하면서 그것을 미리 예견하고 백신을 만들어 인류를 구원한 회사로 칭송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 대하여는 여전히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다.
재계에 있는 사람들이나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뿐이었는데, 그조차도 제대로 실상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내가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였으니까.
게다가 일반인들은 투자사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것이 보통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중에서도 부동의 1위인 블랙록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운용 자산이 무려 7조 달러가 넘는데?
그리고 뱅가드 그룹은 알까?
자산운용사 중에서 블랙록 다음의 2위로, 이름을 들어본 다국적 기업의 지분을 보면 단골로 등장하는 회사인데?
또한, 설립한 지 50년이나 된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 캐피탈은?
세콰이어 캐피탈의 라이벌인 클라이너퍼킨스커필드&바이어스(KPCB)는?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에게 물어보면 열 중의 한 명 정도나 안다고 대답할 것이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알 일도 없을 것이고.
거기다가 나는 더했던 것이,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는 100% 내 개인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사다.
이러니 정말 관심이 있어서 알아보지 않는 이상에는 모르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 카르마 홀딩스의 미국 모회사로, 그리고 가십 거리로 내가 세계 최고 부자일 거라는 뉴스가 뜨고는 하지만, 그때뿐이다.
내가 철저히 베일 속에 있는 것을 원하여 언론과는 상종도 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는 미국이나 한국 양쪽의 대형 언론사에는 압박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너무 심했나?
아무리 내가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지만, 어떻게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놈들이 내게 와서 이런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것이지?
“거기 3성 장군 출신 의원님 성함이?”
“날 모르나?”
“…….”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내가 널 어찌 아느냐고?
“모르겠는데요?”
“이런! 어떻게 나를 모를 수 있지? 나 심종호야! 욱군 중장 출신이고! 자네가 군대에 있을 때는 나를 쳐다보지도 못했을걸?”
“그래서 지역구가 어디신데요?”
“그건 왜 묻는데?”
“그냥 궁금해서요.”
“끙! 비례대표일세.”
제길, 그나마 비례 나부랭이가 여기서 유세를 하는 거냐?
“뭐야? 그 표정은? 지금 비례하고 우습게 보는 건가? 응? 그런 거야?”
“허어…. 참….”
나는 멘붕이 왔다.
내가 왜 이런 인간들하고 내 회사에서 드잡이를 하고 있는 거지?
“남 부회장님.”
“네, 회장님.”
“이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겁니까?”
“편하신 대로 하시시오. 회장님께서는 그래도 되십니다.”
“그렇죠?”
“그렇습니다. 웬만한 나라 대통령들도 회장님 얼굴을 못 보는데, 어디서 감히….”
그랬다.
이게 현재의 내 위상이다.
유럽 등의 어느 정도 정보력이 있는 나라들에서는 코로나 백신 건을 계기로 나에 대하여 파악한 상태고, 백신 수급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에도 투자 문제로 미국에만 오면 나를 보고 갈려고 안달하는 상태다.
물론 내가 볼 이유도 없고, 쓸데없이 주목을 받는 것도 싫어서 대부분 정중하게 사양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디 비례 국회의원 쩌리가 내게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니?
가뜩이나 국회의원이란 자들을 싫어하는 판국에?
“당신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에이, 진짜 시끄럽게.”
“뭐, 뭐? 시끄럽게? 당신들 한국에서 사업하기 싫어? 그런 거야?”
완전히 선을 넘는구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남정원 부회장이 대답을 하였다.
“이보세요, 3성 장군 출신 심 의원님!”
“뭐요!”
“마음대로 해보세요. 우리 한국에서 사업하지 않아도 됩니다.”
“뭐?”
“한국에서 사업하기 싫다고요. 당신들 같은 국회의원 보기 싫어서 사업 접겠습니다.”
“이게 무슨….”
“회장님!”
“네, 부회장님.”
“한국 사업 다 접으시지요. 저도 이참에 회장님 따라서 미국에 가렵니다.”
“그러실래요?”
“그러지요. 이번에 인수한 회사들 전부 정리하겠습니다.”
“쓸데없이 임자 찾는다고 고생하지 말고, 그냥 다 폐업시키세요.”
“알겠습니다.”
“언론에다가는 3성 장군 출신 비례대표 국회의원께서 한국에서 사업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시고요.”
“물론입니다.”
“…….”
“…….”
남정원 부회장과 나의 대화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설마 이런 소릴 할 줄은 몰랐을 거다.
사성이고 은성이고 현도고 간에 국회에서 부르면 회장들이 끌려와서 굽신거리니까.
물론 대부분 재벌이 잘못한 것이 있으니까 그런 것도 있고, 의원 놈들이 마음먹고 훼방을 하면 사업하기 귀찮으니 그런 것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잘못한 것도 없고, 저놈들이 훼방을 놓는다고 귀찮거나 아쉬울 것도 없다.
진짜로 열 받으면 폐업하면 그만이지.
결국, 당황한 3성 장군이 더듬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다, 당신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겁박하는 거야?”
“하아, 진짜 혓바닥을 잘라 먹었나?”
“뭐?”
“반말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어디서 반말이에요!”
“감히! 내 자식뻘밖에 안 되는….”
“반말하지 말라니까! 내가 당신 자식이야! 반말은 당신 자식에게나 하라고!”
“…….”
“이봐요, 3성 장군님. 한 번만 더 반말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리 아세요. 그리고 남 부회장님.”
“네, 회장님.”
“한국 법인 카르마 홀딩스 폐업 절차 밟으세요. 인수한 기업들 조업 중지 지시를 내리고, 모두 회사 밖으로 내보내시고요. 임금은 3년 치 정도 해서 준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언론에는 남 부회장님이 마지막으로 수고 좀 해주세요. 오늘 여기 온 국회의원들, 특히 3성 장군 심종호 의원님이 한국에서 사업 못 하게 한다고 해서 떠난다고 발표하시고!”
“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남 부회장은 바로 인터폰을 눌러 비서를 들어오게 하였다.
“조 비서.”
“네, 부회장님.”
“우리 카르마 홀딩스가 인수란 회사들, KAI, 대유조선, 대유건설, 아시안 항공 등 대표이사들 지금 전부 소집하세요.”
“지금 당장 말입니까?”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안건은 무엇이라고 할까요?”
“회사 폐업이라고 하세요.”
“네? 폐, 폐업이요?”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사업 전부 접을 것이니까, 그리 알고 진행하세요. 우리 홀딩스 변호사들과 회사 변호사들도 전부 소집하고.”
“네,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가자, 3성 장군을 비롯한 의원 놈들이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자, 원하는 대로 한국에서 사업 접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나요?”
“저기, 강 회장님….”
이번에는 다른 의원이 입을 열었다.
“누구신지요? 아니 의원님은 별이 몇 개세요?”
“억! 저는 이정진이라고 합니다. 6개월 방위 출신이고, 지역구 있습니다.”
“그래요, 이 의원님. 그런데 왜 불렀어요?”
“조금 흥분하신 것 같은데, 일단 진정하시고….”
“아니 내가 지금 열 안 받게 생겼어요?”
“그래도 진정하시지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냉철해야 하지 않습니까? 회장님이 한국에 투자한 돈이 얼마나 막대한데 그러십니까? 그것도 폐업이라니요?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타격이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그렇게 노동자들 걱정하시는 분들이 한국에서 사업하기 싫냐고 협박합니까?”
“아니 그게…. 저는 회장님이 걱정되어서 그렇습니다. 회장님 역시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잖습니까?”
“뭐가 막대한 손해에요? 나는 그깟 몇십조 없어도 됩니다. 그거 다 합쳐도 내 재산의 3%도 안 되고, 몇 주면 우리 자금 운용팀에서 복구하는 수준이에요.”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돼….”
상상도 하지 못하였던 내 재산 규모에 의원 놈들의 입이 자동으로 벌어졌다.
“왜? 믿기지 않아요? 깜빵에 가서 사성 이정룡 부회장에게 물어보시던가? 그 양반이 그래도 나에 대하여는 가장 잘 아니까? 아니면 화나의 김 회장에게 물어보시던가? 그것도 못 믿겠으면 직접 알아보시던가?”
“…….”
“다음은 뭡니까? 아! 미얀마에 대한 무기 지원 때문에 이 난리였지?”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래요, 내가 미얀마 국민이 불쌍해서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무슨 문제 있어요?”
“그게 그렇습니다. 미얀마 뒤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이게 중국에라도 알려지면 국익에 얼마나 큰 피해가 갈지….”
“국익 같은 소리 하고 있네요.”
“…….”
이 자식들 뭐여?
중국 놈들 사주받고 온 거 아니야?
“어험, 게다가 민간인이 그런 무기를 함부로 거래하면….”
“함부로? 누가 함부로라고 했나요?”
“중국도 중국이지만,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우국충정으로 이렇게 찾아뵌 겁니다. 그러니 일단 대화로 풀어나가지요. 우리 심 의원이 아직 군물이 좀 빠지지 않아서 회장님께 결례를 한 것은 사과를….”
“우국충정? 미국? 말씀 잘하셨네?”
“예? 무슨 말씀이신지?”
“미얀마에 지원하는 무기가 어디서 나온 것 같아요?”
“네?”
“이 의원님 말대로 민간인인 내가 그런 많은 양의 무기를 대체 어디서 구하겠냐고요?”
“글쎄요….”
“내가 미국 영주권자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내가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을까요?”
“그, 그 말씀은….”
“이 양반들아! 함부로 입 열고 다니지 말라고! 어디서 얻은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무기에 대하여는 입도 뻥끗하지 말라고!”
“허억….”
“당신들이 입을 여는 순간, 세계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사람을 건드리는 것일 테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냐고!”
“서, 설마….”
“내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
“설마는 사람을 잡지요. 알겠습니까?”
“…….”
의원들의 얼굴이 꺼멓게 죽어갔다.
설마 자신들이 미국의 대통령을 건드리고 있을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러고 보면 바이든이 이런 일이 생길 것까지 예상하지 않았나 싶었다.
은밀한 무기 지원에는 반드시 이런 똥파리들이 꼬일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파고들다가 미국 대통령이 나오면 알아서 꺼져 줄 것이고.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이게 새어나가는 순간에, 그분이 어떻게 나올 줄은 나도 모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대체 국회의원씩이나 되시는 분들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사시는 것 같은데, 내가 미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와서 떠드시지요? 내가 지난 미국 대선에 퍼부은 돈이 얼마인데?”
“마, 망했다….”
“그러니까 잘 좀 알아보라고 했잖아!”
“제기랄! 어째 누가 카르마는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더구만….”
“그걸 인제 와서 말하면 어쩌나!”
“그런데 왜 반말이세요?”
“뭐야? 어디서 초선 따위가!”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몇 살이나 많은데!”
얼씨구?
이젠 자중지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