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30화 (130/250)

130. 이것도 내가 뿌린 씨앗이냐?

바이든 대통령은 의외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내 조언을 진지하게 들은 것 같았다.

워싱턴으로 돌아가자마자 불과 지난달에 아프가니스탄에 철수하겠다고 말한 것을 번복한 것이다.

이게 좀 웃기는 것이 바로 번복하면 모양새가 사나우니까, 철수하기는 하는데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는 미국인과 동맹국 시민의 안전을 우려하여 철수를 연기한다고 한 거다.

한마디로 약속은 지킬 것이고, 언젠가는 철수하기는 하는데 시한을 두지 않겠다고 한 거지.

정가와 일반 시민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군부와 정가에서는 처음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너무 얽매여서 무리하게 철수를 추진한다고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일반 시민은 약간은 불만이 있겠지만 어차피 지금은 아프간 지원의 끝물이라 그렇게 많은 자금이 지원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야? 말 잘 들으시네?”

“그게 무슨 소리냐?”

제프리 형과 내 집무실에 한담을 나누다가 바이든의 아프간 철수 지연 발표를 보면서 한마디 하였더니 제프리 형이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내가 얼마 전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고 했잖아요?”

“응, 바이든이 보자고 해서 봤다면서?”

“그때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좀 천천히 하시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돌아가자마자 바로 저렇게 발표할 줄은 몰랐거든.”

“그래? 그런데 그게 이상한 거냐?”

“그럼 안 이상해요? 군에서도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을 대선 공약이라고 철수를 밀어붙이다가 내 말에 바로 번복하는 것인데.”

“너, 아직도 너를 그렇게 모르냐?”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널 아는 사람 중에서 네 말을 허투루 들을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내가 무슨 용한 점쟁이요? 내 말을 무조건 믿게?”

“임마! 결과가 말해주는 거잖아? 지금까지 네 말대로 안 된 것이 있었어? 그런 네가 지나가다 슬쩍 던지든 어쨌든 간에 한마디 하면, 그거 무시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야, 나 같아도 불안해서 네 말을 듣고 속 편하게 살란다.”

“그, 그런 건가?”

“그러니까, 이젠 네 위치를 알고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지 마. 네가 한마디 던지면 사람들이 다 믿는다고.”

“헐….”

이젠 진짜 어디 가서 말도 함부로 못 하겠구나.

제길 내가 무슨 삐삐도사도 아니고.

“그나저나 너 새로 집을 구한다면서?”

“응, 형도 알다시피 지금 집이 좋기는 한데, 경호팀에서 너무 주변에 노출된다고 뭐라고 해서요.”

“그럼 내가 소개해 주랴?”

“이젠 복덕방으로도 진출하시려고?”

“미친놈! 마침 아는 사람이 집을 내놓은 것이 있어서 말한 거지 복덕방은 무슨….”

“흐흐흐! 농담이잖아요.”

“시끄럽고, 관심 있으면 말해. 사옥에서도 멀지 않고 지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집이 있으니까.”

“그래요? 그럼 소개해 주든가.”

“가격은 1억 달러 좀 넘을 것 같은데 괜찮지?”

“10억 달러도 아닌데 상관없지. 아니, 10억 달러라도 물건만 괜찮으면 사야지.”

“허어! 너 정말 많이 컸다?”

“흐흐흐!”

“흐흐흐!”

진짜 나 많이 컸다.

불과 만으로 6년 전에 미국 로또로 10억 달러를 쥐고서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10억 달러 정도는 없는 셈 쳐도 되는 거물로 성장한 거다.

참, 세월 빠르네.

“그럼 알았다. 내가 신경을 좀 쓰지.”

“복비는 너무 많이 받으려 하지 말고.”

“이 자식이 진짜?”

“흐흐흐!”

띠리리링! 띠리리링!

“음?”

핸드폰에 뜬 번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아줌마가 왜?”

“누군데?”

“카멀라.”

“누구? 카멀라 해리스?”

“응.”

“그럼 얼른 받아!”

“알았어요.”

“야! 잠깐!”

“왜? 빨리 받으라면서?”

“조심해라, 지금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란 것을 잊지 말고!”

“알았어요.”

제프리 형의 말은 여러 의미가 함축된 말이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카멀라.”

아, 알렉스. 바쁜데 전화한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카멀라. 미국 부통령의 전화는 언제라도 우선하여 받아야지요.”

호호호!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나는 의식적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는 거리를 두어왔다.

내가 막대한 자금을 퍼부어서 바이든을 당선하게 만든 것을 아는 몇 안 되는 인사 중의 한 명이지만, 제프리 형의 말처럼 현재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통령이라는 자리.

명실상부한 대통령 승계 1순위 자리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통령 신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의 이야기고, 평시에는 얼굴마담이나 하는 자리이다.

물론 상원의 의장으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오죽하였으면 미국의 초대 부통령인 존 애덤스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 혹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하찮은 자리.”라고 하였고,

나중에 대통령에 오르는 해리 S. 트루먼은 “부통령의 업무는 결혼식과 장례식에 가는 것이다.”라고 하였을까?

그런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는 좀 다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고령일 정도로 나이가 많으니까.

솔직히 가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나조차도 그가 번번이 깜빡하고 정신줄을 놓는 것을 보면 불안할 지경이다.

아마 내일 아침에 부고가 뜨더라도 하나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 대통령 승계 1순위라는 부통령이라는 자리는 적어도 지금 시대는 무시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막말로 내일이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쓰러지면 졸지에 미국 대통령이 될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가까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가 뭐래도 지금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고, 바이든 대통령도 자신의 건강을 우려하여 사람들이 카멀라가 언제 승계할지 모른다고 설레발 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럴 때 처신을 잘못하면 한방에 골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내 막강한 자금력을 탐내어 은근히 따로 보자고 하는 것을 애써 안 만나고 있던 것인데, 형식적으로 인사하면서 주고받은 개인 전화번호로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이니 내가 당황할 수밖에.

아이, 알렉스? 내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를 하나? 이거 섭섭한데요?

“하하하!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사실은 내가 내일부터 캘리포니아에 일정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거든? 그래서 저녁이나 같이할 수 있을까 해서요.

“네? 캘리포니아에요?”

아니, 이 사람들이 여기다가 무슨 꿀단지라도 묻어 놓았나?

왜 갑자기 연달아 오고 난리냐고?

이거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네, 한 3일 있을 거예요.

“공식적으로 보자는 말씀인가요?”

아이, 참? 나도 알렉스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잘 아는데? 그저 저녁이나 먹자는 거예요.

“아! 그렇군요.”

이거 위험하다.

그런데, 도망갈 구석이 없네.

갑자기 한국으로 가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하지?

내가 대답이 없자, 카멀라가 쐐기를 박았다.

알렉스에게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우리 이제 만나서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어요?

“…….”

아줌마,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정말 도망도 못가잖아?

여기서 거절하면 척을 지자는 소리니까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만나서 용건이라도 들어봐야지.

“하하하! 그럼 편하게 시간을 정하세요. 즐거운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호호호! 다행이네요? 나는 싫다고 할까 봐서 걱정했는데?

“그럴 리가요?”

알았어요. 그럼 비서를 통하여 연락을 드릴게, 그때 보자고요.

“네, 카멀라.”

전화를 끊자 제프리 형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뭐야 너? 카멀라 그 여자하고 만나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요? 미국 부통령이 보자고 하는데?”

“그렇기는 하다만, 바이든이 알면 좋아하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 몰래 만나자고 하잖아요?”

“바이든이 그걸 모를까?”

“에이! 어쩌라고요?”

“제길! 외통수네….”

“형이 그 아줌마는 잘 알잖아?”

“아주 징그럽게 잘 알지.”

카멀라 해리스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에서 모든 이력이 있는 사람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검사를 하고, 주 검찰 총장을 지낸 데다가 부통령이 되기 전에는 상원의원까지 하였다.

그러니, 캘리포니아에서 잘나가는 변호사인 제프리 형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거였다.

“어때요? 이 아줌마?”

“너도 몇 번 만나 봤잖아?”

“에이, 그거야 다 공식 석상인 데다가 분위기가 따로 만나면 찍히는 분위기여서 특별히 개인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요.”

“그러냐?”

“네….”

“조심해, 그 여자 대단한 독종이야.”

“그 정도예요?”

“응, 생각해보라고. 카멀라는 순수한 흑인도 아니야. 아프로아시안(Afro-Asian)이면서 자신이 흑인임을 강조하는데, 사실 흑인 공동체에서는 그녀를 흑인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아. 뭐 대놓고 인도인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게 어때서요?”

“이도 저도 아닌 인도계 엄마와 자메이카계 흑인 아버지를 둔 여자가 캘리포니아주의 검찰 총장이 되고, 결국 부통령이 된 거다. 그 정도면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을 텐데?”

“하기는….”

“특히, 인종적인 부분에 대하여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절대로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고 실수하지도 마.”

“아니, 내가 황인종인데 그렇게까지 조심해야 하나?”

“조심해. 미국 사회에서 동아시아 사람들 포지션이 그러니까.”

“젠장! 하여간 형하고는 상당히 좋지 않게 엮였었나 보네?”

“끙!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하여간 내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

이틀 후, 카멀라가 머무는 곳으로 조용히 갔다.

확실하게 비공식적으로 만나기를 원하였는지, 공식 일정이 끝난 늦은 시간에.

“호호호! 반가워요! 알렉스!”

“으하하하! 반가워요! 카멀라!”

나는 일부러 격하게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저녁은?”

“저녁 먹자고 부른 것 아니었어요?”

“호호호! 그럼 잠시만….”

“네.”

잠시 후 식당으로 안내되어 갔더니 나와 카밀라 둘만 남았다.

문이라도 열어놓으라고 할까?

설마 갑자기 나를 덮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 서로 간을 보다가, 결국은 카멀라가 먼저 본론을 꺼냈다.

“알렉스.”

“네, 카멀라.”

“조의 건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이제 시작이다.

정신 차리자.

“뭐가요? 건강하시잖아요?”

“아이, 참? 이봐, 알렉스.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해볼까?”

“솔직하게 말하는 중인데요?”

“조가 좀 깜빡깜빡하는 것 같지 않아?”

“에이, 그거야 워낙 고령이시니까….”

“그걸 말하는 거야. 알렉스도 알지? 조가 재선까지 나서기는 좀 어렵다는 것을 말이지.”

“그거야 모르는 것 아니겠어요? 게다가 나는 한국인이에요. 미국 정치에는 그닥….”

“정말 이러기야? 사실상 조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

“…….”

나보고 어쩌라고?

“후유, 카멀라.”

“응, 알렉스.”

“제게 원하는 것이 뭡니까?”

“알렉스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조가 번복하면서 말들이 많아. 치매가 아니냐고 하면서….”

“엥?”

뭐냐? 이것도 내가 뿌린 씨앗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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