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그 빌어먹을 놈을 어떻게 하지?
“운이 좋았습니다. 중국이 미친 듯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사들이기 시작하는 시점 직전에 우리가 먼저 손을 댈 수가 있었으니까요.”
“중국이 그 정도예요?”
“지금까지 액화천연가스 세계 최대 수입국은 일본이었습니다만, 올해부터는 중국이 그 타이틀을 가져갈 것이 확실합니다.”
“진짜 아슬아슬했네요?”
“하하하! 우리가 항상 그랬지요.”
“흐흐흐! 하긴….”
6월이 시작될 무렵, 가스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JKM LNG 선물가격이 3월 5달러 초반대에서 이미 10달러를 돌파했다.”
“장난이 아니네요.”
“네, 그렇습니다. 리엄의 말로는 지금 시장 분위기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그럴 겁니다. 계속 자금을 때려 박으세요.”
“흐흐흐! 알겠습니다.”
“자금은 부족하지 않아요?”
“이미 리엄에게 4,000억 달러를 내주었습니다.”
“추가로 주기로 한 1,000억 달러는요?”
“이번 주 내로 집행할 예정입니다.”
“자금 융통에는 차질은 없지요?”
“이자가 살짝 올라가기는 했지만, 문제없습니다. 우리 주식의 담보 여력도 충분한 상태에다가 금융시장에서 카르마란 이름이 뜻하는 것이 차원이 달라졌으니까요.”
“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제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회사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습니다, 보스. 그래서 서로 빌려주려고 아우성치는 것은 물론이고, 이자도 비슷한 조건의 다른 회사들보다는 저렴하게 차입할 수 있지요.”
“흐흐흐!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개인이든 회사든 간에 신용은 좋고 볼 일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IMF 시절에 100억 달러, 200억 달러가 없어서 그 수모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불과 이십여 년 만에 나는 자체 조달 자금 1,000억 달러를 제외하고 4,000억 달러를 차입하는데 이렇게 쉽게 하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했다.
“그런데, 에너지 투자는 언제까지 가실 예정입니까?”
“응? 끝까지 간다고 했잖아요. 왜요?”
“흐음, 이미 정산 시기가 멀어서 그렇지 상당한 이익을 본 상태라서요. 벌써 수익률이 90%를 넘어섰습니다. 워낙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요.”
“에이,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래요? 우리 존의 간이 많이 약해졌네?”
“흐흐흐! 그게 아니라 워낙 천문학적인 자금이 오가 가고 있어서요. 하여간 알겠습니다. 끝까지 가시지요. 다만, 연말에는 우리 빅3 종목들을 어느 정도라도 정리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겁니다. 솔직히 그쪽으로는 재미 볼 만큼 보고, 아마도 연말 정도에 한계가 올 거예요. 그럼 문제가 될 것이 없지요?”
“하하하! 그럼 딱 맞습니다.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오케이!”
“넵!”
예상대로 에너지 가격을 6월에도 급등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요, 헨리가 내방 문을 두드렸다.
“아, 헨리. 들어오세요.”
“네, 회장님.”
헨리와 테이블에 마주 앉으니, 갑자기 태국에 출장을 가겠다고 했다.
“태국에요? 거긴 왜요?”
“우리 교관단이 미얀마와 태국 접경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캠프를 차리고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그렇구나.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네, 전쟁터는 아니지만, 우리 직원들만 보낸 것이 마음에 걸려서요.”
“하하하! 그런 것이야 알아서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기 지원은 차질 없지요?”
“네, 1차 물량은 이미 캠프로 이동했습니다.”
“태국 정부가 잘 협조하던가요?”
“배송도 무기상이 책임지기로 하여서요. 아시다시피….”
“그렇군요.”
말이 무기상이지 사실은 CIA 놈들이 위장한 회사다.
미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들인데 태국 놈들이 미치지 않는 이상 대놓고 시비 걸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약을 좀 뿌렸습니까? 하여간 그 돈만 생각하면 열이 받아서….”
“하하하!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말아요. 그냥 비웃어주면 그만입니다. 그러니까 태국 꼬락서니가 수십 년간 제자리에서 그 모양 그 꼴이라고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태국은 100년이 지나도 그 모양일 겁니다. 저도 이번에 안 것인데, 나라 꼴이 참….”
태국이란 나라.
땅덩어리가 우리나라의 거의 다섯 배인 51만 k㎡에 인구도 7,000만이나 되는 큰 나라.
그리고, 유일하게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고, 경제 규모도 5,000억 달러에 1인당 명목 GDP도 7,000달러가 넘어서 동남아에서는 나름 방귀 좀 뀌는 중진국이다.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지.
그런데, 이번에 미얀마 지원 건으로 협조를 받으려다 보니 알아본 나라 꼬라지는 참으로 한심했다.
극심한 부정부패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 1인당 명목 GDP 7,000달러대이지 실상은 극소수의 중국계 태국인들인 시노 타이(Sino Thai)들이 부와 권력을 대대손손 세습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거지나 다름없었다.
부의 편중이 중국보다도 심하다니 말 다 한 것이지.
게다가 몇 년 전에 왕이 된 마하 와치랄롱꼰은 천하의 개새끼고.
뭐, 전임 왕인 푸미폰 아둔야뎃이 성군으로 추앙받지만, 그놈도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뒤에서 쿠데타나 조장하는 짓이나 하고 했는데, 오죽했으면 태국 식자층에서 뒤에서는 여유라고 불렀다고 했을까.
하여간, 이 나라는 조만간 1인당 명목 GDP 4,000달러대에 진입한 베트남에도 몇 년 이내에 잡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동남아에서 제일 비전이 없는 나라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부정부패한 정치 체제가 뇌물 먹이기는 딱이었다.
가뜩이나 코로나바이러스로 나라 문이 닫혀 있어서 경제가 박살이 나다시피한 상태다 보니, 얼마나 뇌물을 잘 처먹던지.
“그건 그렇고, 2차 무기는요?”
“무기상 쪽에서 준비 중입니다. 이번에는 105mm 야포와 RPG-7이나 M72 LAW 같은 것들도 적당히 넣어 주기로 했고요.”
“에이, 155mm까지 해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
“하하! 조금씩 봐가면서 하지요.”
“그래요, 하여간 수고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도 상황 봐서 한번 가보도록 할게요.”
“흐음, 그건 존이나 제프리와 상의하여서 신중하게 결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응? 왜요?”
“우선 태국에는 미얀마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거기에 군부의 끄나풀들도 당연히 있고요. 회장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다음으로 태국 정부나 왕실에 귀찮게 할 수도 있습니다. 미얀마와는 별개로 그놈들도 회장님이 세계 최고의 부자로 추정된다는 것을 알 테니까요.”
“에이, 그런가? 하여간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알겠습니다.”
헨리의 말처럼 내가 아무리 노출되지 않으려 노력하여도, 정부 수준이라면 알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즉, 입국했다가 귀찮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거지.
생각 좀 해보고 움직여야겠다.
***
“우와아아! 멋지구나!”
“이야아! 진짜 멋있는데요?”
나는 지금 사천 KAI에 내려왔다.
KFX 1호 시제기가 4월 9일에 출고되었는데 그때는 미국에 있어서 출고식에 참석을 못 했고, 이제야 한국에 입국하여 처음 보는 것이다.
KFX에서 새롭게 KF-21 보라매로 명명된 전투기는 정말 멋있었다.
마치 F-22 전투기의 배다른 동생 같아서 미끈하고 자태가 죽여줬다.
심지어는 밀덕도 아닌 남정원 부회장도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무기는 남자의 무언가를 자극하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아! 정말 멋있습니다! 최고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안 사장님과 임직원 모두가 말입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회장님.”
“남 부회장님!”
“네, 회장님.”
“주머니 좀 터시지요?”
“하하! 그게 어디 내 주머니입니까? 회장님 주머니지요?”
“그게 그거 아닙니까? 하여간 통 크게 격려금 좀 내주세요.”
“나중에 다른 말씀 없으시기입니다?”
“콜!”
“하하하!”
“우와아아!”
우리 말을 듣고서 임직원들이 좋다고 물개박수를 쳐대고 환호했다.
내 금일봉이 세다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요, 이제 이 미녀가 언제 하늘을 나는 겁니까?”
“내년이 예정입니다. 지금으로서는 6월이나 7월 정도가 될 것 같고요.”
“하하하! 그때는 꼭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아주 좋은 기분으로 KAI 사무동 응접실로 올라왔는데, 안 사장의 보고에 기분이 확 잡쳐버렸다.
“뭐요? 아직도 돈을 안 냈어요?”
“네, 그렇습니다.”
“아니 뭐 그런 자식들이 다 있어? 지난번 1호기 출고식 동영상을 보니까 거기 실세 국방부 장관이란 놈도 왔던데?”
“그리고 그게 끝이었습니다, 회장님.”
“와아! 진짜! 인도네시아 정도 되는 나라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
아니 돈을 왜 안 내냐고?
계약을 했잖아? 계약을!
내가 이렇게 열이 받는 것은 KFX 사업에 공동개발국가로 참여하여 개발비용의 20%인 1조 7,000억 원을 분담하기로 한 인도네시아가 계약대로 돈을 안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막말로 형편이 안 되면 협의하여 조금 늦게 내거나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건 너무하잖아?
시제 1호기까지 출고되었는데, 아직도 안 내?
인구가 2억 8,000만 명이나 되는 거대한 나라에서?
인도네시아가 계속 돈은 안 내고 버티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번 시제기 출고식에 인도네시아 실세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내겠구나 싶었다.
아무리 뻔뻔해도 낯짝이 있으면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아직도 안 내고 있다니?
계약대로라면 지금쯤 9,000억 원을 넘게 내야 했는데, 지금까지 2,000억만 내고 배째라를 시전 중이라니.
“이유가 뭐랍니까? 대체?”
“표면적으로는 돈이 없다고….”
“아니 그런 놈들이 그 비싼 라팔 전투기에 기웃거리고 있어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오! 성질나네?”
아니 돈이 없다는 놈들이 비싼 라팔 전투기에 기웃거리고 있냐고?
말이 안 되잖아?
진짜로 돈이 없으면 계약을 끝내던가?
이미 납부한 2,000억은 당연히 포기하고 말이다.
“그럼 진짜 이유는 뭐랍니까?”
“그게, 지난번에 출고식에도 참석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장관 나부랭이가 뭔데요?”
“그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은 그냥 장관이 아니라, 현재 인도네시아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의 정적입니다.”
“정적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해요?”
“지난 대선에 2위를 했는데, 부정선거라고 선동을 하면서 불복하여 폭동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아니 요즘 대체 왜 그러냐? 무슨 지가 트럼프예요?”
“험험, 게다가 집안이 워낙 명문가라 인도네시아 정계를 쥐고 흔들 힘이 있다고 합니다. 결국, 그래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국방부 장관에 임명했는데, 사사건건 엇박자를 놓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 대선에 출마할 때 국방부 장관 재임 시의 업적이 있어야 하기에….”
“에라이! 더러운 놈들….”
정말 열이 받네.
국방을 자신의 정치 수단으로 삼다니?
그때 남정원 부회장이 한마디 더 했는데, 그 말에 나는 폭발했다.
“대유조선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그건 또 뭔데요?”
“그 수비안토란 놈이 대유조선과 계약한 잠수함도 어깃장을 놓는 모양입니다.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대놓고 떠들고 계약금도 안 주고 있다고….”
“이야야야!”
그 빌어먹을 놈을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