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35화 (135/250)

135. 자네가 참교육자구먼?

병원에 잠시 들러서 체크를 했다.

다행히 소미나 나나 이상은 없었지만, 119구급대로 후송된 선두 차량에 탑승한 인원들은 갈비뼈와 빗장뼈가 부러지는 등의 제법 큰 부상을 입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3시, 다행히 엄마와 아빠는 내가 소미와 함께 있는 것을 알고 있어서 걱정 없이 일찍 주무시는 듯했다.

소미 혼자서 새벽 3시에 들어왔으면 주무시지도 않고 난리 났을 텐데 말이다.

다음 날, 역시나 아침에 일어나려니 온몸이 뻐근했다.

교통사고가 원래 이렇다.

사고 당일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놀란 근육으로 인하여 온몸이 마치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기본 2주 진단을 때려주는 것이고.

소미도 늦게 들어온 데다가 모가지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회사에는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다고 보고하고 연차를 냈다.

나는 오후에 뻐근한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쉴까 생각하긴 했지만 소미와 내가 둘 다 쉬면 부모님 눈치가 보여서다.

둘 다 건강 체질이라 감기도 잘 안 걸리는 자식들이 갑자기 모두 앓아누워 버리면 사고 났던 것을 걸릴 테니까.

“끄응!”

마곡의 집무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는데, 남정원 부회장이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회장님? 어제 교통사고 났다면서요?”

“온몸이 뻐근하기는 한데, 스트레칭하고 하니까 그나마 좀 풀리네요.”

“동생분은요?”

“도저히 못 일어나겠다고 해서 연차 냈어요. 이삼일 쉬어야 할 것 같아요.”

“휴우! 천만다행입니다. 사진을 봤는데 큰 사고였습니다. 회장님 차가 워낙 튼튼해서 많이 안 다치신 거였고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부회장님도 차는 좋은 것을 타세요. 핵심 간부들 차도 모두 튼튼하고 좋은 차로 바꾸어 주시고요.”

“하하하! 회장님이 사고 난 덕분에 엉뚱한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군요. 알겠습니다. 검토해서 웬만하면 바꿔 주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우리 부모님 차부터 바꿔야겠다.

노인네들이라 그런지 남들 눈치 보인다고 극구 국산 차 최상급을 타고 다니는데, 영 불안하다.

똑! 똑! 똑!

마침 장 비서가 들어왔다.

“어서 와요. 우리 경호원들은요?”

“입원 중인데, 장기간 쉬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하필이면 뼈가 붙는 데에 장기간 걸리는 곳이 골절되어서 말이지요.”

“하아, 젠장….”

갈비뼈와 빗장뼈가 골절되면 의외로 오래간다.

둘 다 깁스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부위고 움직일 수밖에 없는 곳이니까.

내가 알기로는 갈비뼈는 이삼 개월은 걸릴 것이고, 빗장뼈는 더 부위가 애매하여 거의 6개월은 간다고 했다.

“다친 사람들 모두 걱정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해요. 넉넉하게 위로금도 보내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식들은요? 어떻게 처리되고 있어요?”

“회장님 차를 직격한 놈은 갈빗대가 금이 가고 에어백이 터지면서 안면에 타박상을 입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현재 입원하여 치료 중이고, 다른 놈은 전치 2주 정도로 거의 안 다쳐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였습니다.”

“귀가? 그런 놈들을 귀가시켰어요?”

“우리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음주로 만취 상태인 경우는 사고를 냈더라도 일단 귀가시키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다시 불러서 제대로 조사한다고 합니다. 그쪽 변호사가 와서 인수해 갔습니다.”

“변호사? 오밤중에 변호사가 왔어요?”

“병원에 입원한 놈에게도 이미 변호사가 다녀갔습니다. 회장님 차량을 직격한 차가 페라리 중에서도 기함 급인 812 슈퍼패스트고, 다른 놈의 차는 애스턴 마틴 DBS라고 합니다.”

“허어….”

어젯밤에 내가 확인한 놈은 20대 중반 정도밖에 안 보였다.

그런 놈들이 슈퍼카를 몰고 다닌다면 보통 집안 자식들이 아니라는 소리네.

당연히 집안일을 봐주는 변호사가 있을 것이었다.

하여간, 그 자식들 집구석이 어떤지는 내가 알 바가 아니다.

“하여간 그래서요? 그놈들 혈중 알콜 농도는?”

“페라리가…. 아, 편의상 회장님을 직격한 놈은 페라리로 하겠습니다. 페라리는 0.17, 애스턴 마틴은 0.15라고 합니다.”

“만취네! 만취야!”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보통 혈중 알콜 농도 0.1대 중반을 넘었다고 하면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만취했다는 말이다.

그런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고, 레이싱을 해?

진짜 미친놈들이잖아?

“그런데 회장님.”

“말해 봐요.”

“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석연치 않다니요?”

“어제 회장님께서 조용히 처리하라고 지시하셨다고 해서 깊이 파지는 않았습니다만, 경찰들 반응도 그렇고 언론도 이상합니다.”

“음?”

“먼저 경찰은 자꾸 무엇인가를 감추려는 듯이 보였다고 합니다. 혈중 알콜 농도도 알려주지 않으려는 것을 양 팀장이 강하게 나가니까 마지못해서 알려 줬다고 합니다.”

“그거 이상하네?”

“오히려 회장님 신분에 대하여 자꾸 물었다고 합니다. 누군데 방탄 리무진을 타고 다니냐고 하면서요. 양 팀장이 알 것 없다고 하는데도 집요할 정도로 말입니다.”

“호오?”

내 차들은 전부 카르마와 무관한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경호팀장에게는 내 신분에 대하여 알리지 말라고 했고.

그런데 단순한 방탄 리무진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집요할 정도로 물었다고?

피해자 신고는 제대로 들어갔으니 내 이름은 알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아는 사람들도 알렉스 강이라고만 알 뿐이고.

아, 정부 측 사람들 몇몇하고 국회의원 놈들 일부를 제외하고 말이다.

“더 웃기는 것이 언론입니다. 새벽에 꽤 많은 사회부 기자들이 취재해 갔다는데, 어디에도 기사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엉? 그게 말이 되나?”

무려 벤츠 마이바흐 S600 풀만이 나오고 페라리와 애스턴 마틴까지 등장하는 사건이다.

이렇게 뜨거운 기삿거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취재까지 해놓고서?

“괜찮으시면 제대로 파고 싶습니다만….”

“탈탈!”

“알겠습니다. 탈탈!”

장동철 비서는 지난번 옹녀 사건으로 탈탈거렸더니 한 번에 알아들었다.

***

다음 날 오전.

“상황이 석연치 않은 이유를 알았습니다.”

“보고해 보세요. 자세히!”

“페라리는 올해 23세의 조형기입니다. 마약 전과 1회, 음주운전 전과 2회로, 현재는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입니다.”

“뭐야? 무면허야? 게다가 마약 전과까지?”

“네, 그렇습니다. 미국 유학 중인데, 2년 전에 한국에 입국하면서 코카인을 가지고 들어오다가 걸린 바 있습니다.”

“이야, 대단하네. 23살이 2년 전에 마약으로 걸려?”

“더 대단한 것이 있습니다.”

“뭔데요?”

“아버지가 조만원입니다.”

“조만원? 그 조만원?”

“네, 그렇습니다.”

“허어….”

조만원이라면 나도 들어본 놈이다.

3선인가 4선의 국회의원으로 아버지부터 군사정권 시절에 집권당 국회의원을 한 집구석이다.

듣기로는 그 지방에서는 아무도 못 건드린다고.

“애스턴 마틴은 더 대단합니다.”

“조만원보다 더요?”

“네, 애스턴 마틴의 이름은 전응식, 23세로 조형기와 동갑이고 역시 유학 중입니다. 이놈도 특수폭행과 음주운전 전과가 각 1회씩 있습니다. 현재 집행유예 기간 중입니다. 그리고, 대동일보 회장 손자입니다.”

“이야야! 대박! 대동일보 회장 손자?”

“네, 그렇습니다.”

대동일보라면 요즘 애들 말로 킹정이지.

언론 재벌에 대형 건설사도 가지고 있는 나름 준재벌급 집구석이다.

무엇보다, 그놈들의 힘은 여러 언론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막말로 웬만한 국회의원 나부랭이들은 비교도 안 되는 권력자 집안이다.

“그 정도 되니까 언론들 입을 막을 수 있던 거네요?”

“예, 회장님. 벌써 검찰과 경찰에 모두 손을 썼습니다.”

“아니 이게 그렇게까지나 할 일인가? 박 변호사님?”

혹시 몰라서 잠시 건너와 달라고 한 박홍렬 변호사에게 물었다.

“자네가 미국에 있다 보니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변화를 모르는 모양인데, 한국도 이젠 음주운전에 엄벌하는 추세야. 특히 이번 건처럼 음주운전 전과자 놈들이 다시 음주하고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했을 경우는 형량이 굉장히 세졌지.”

“그래요? 얼마나 됩니까?”

“이건 특가법으로 들어가는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놈들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지.”

“호오? 제법 세네요. 예전에는 합의하고 변호사 잘 쓰면 다 풀려나던데.”

“세상이 많이 변한 거야. 게다가 이번 사고는 자네 경호원들이 모두 골절을 당했기 때문에 상해가 명백하지. 한마디로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빼지도 박지도 못한다는 말이네.”

“그럼 유력한 국회의원 자식과 그 이상의 권력을 쥐고 있는 대동일보 회장 손자라면요?”

“끄으응! 자네도 참, 사람 곤란하게….”

박홍렬 변호사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흘겨봤다.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까지 한 사람에게 돈과 권력이 있는 놈들에게는 솜방망이인 우리나라 사법체계를 쑤셔댄 것이니까.

“흐흐흐! 그러지 말고 편하게 말씀해 주시죠?”

“에효, 정상적으로는 이놈들 무조건 실형이야. 둘 다 음주운전 초범도 아닌 데다가 죄질도 굉장히 안 좋으니까 말일세.”

“그럼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는요?”

“조만원이가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대동일보지. 부끄러운 말이지만, 검사 놈들은 물론이고, 그놈들 눈치를 보지 않을 판사가 몇 명이나 될까 싶네.”

“그게 가능합니까?”

“대동이라면 가능하지. 검사부터 혐의를 축소 시켜서 기소할 것이고, 판사가 그에 맞출 테니까.”

“하여간 그래서요?”

“뭐가 그래서는이야? 제길! 대동에서 작심하고 제대로 달려들면 집행유예도 가능할 수 있어.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아유! 솔직한 고견 감사합니다.”

“자네 어째 즐기는 것 같은데?”

“에이, 천만의 말씀을 하십니까? 어디까지나 피해자인데요?”

“끄으응!”

불편한 표정으로 앓는 소리를 하는 박 변호사를 보면서 나는 전의가 불타올랐다.

이런 놈들에게는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어야지.

“변호사님, 하나만 더요.”

“뭔데?”

“제힘으로 대동일보가 수작 부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허이구? 이 친구 왜 이래?”

“왜요?”

“자네 가끔 자네 위치를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세상에는 돈으로도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지.”

“그래요?”

“그런데 말이야, 자네처럼 압도적인 돈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도 아니라네. 자네의 힘? 대동 따위는 자네 앞에서 고개도 못 들어. 그냥 불면 날아갈 테니까.”

“그렇군요.”

“지금 그놈들이 자네 신분을 모르니까 수작질을 하려는 모양인데, 알면 엄두도 못 낼 걸세.”

“흐흐흐!”

“그런데 왜 자네 신분을 알리지 못하게 하는 거지? 알면 대동 회장이 직접 득달같이 달려와서 머릴 조아릴 텐데 말이야.”

“그게 말이지요, 처음에는 그저 조용히 처리하려고 그랬던 건데요,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생각이 달라지다니?”

“저놈들이 저런 짓을 한두 번 했겠습니까? 사법체계 위에 올라서서 자기들 멋대로 하는 짓을 말입니다.”

“그렇겠지. 아마 앞에 전과들도 제대로 처리했으면 감방에 있을 놈들일 걸세.”

“그래서 이참 참교육을 시키려고요. 세상을 우습게 알다가 나 같은 놈을 만나면 인생 조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푸하하! 자네가 참교육자구먼?”

“맞습니다. 흐흐흐!”

망할 새끼들, 이참에 정말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알려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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