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40화 (140/250)

140. 혹시 그거와 관련이 있는 겁니까?

은성의 철천지원수, ‘그 망할 놈’은 경제학과 출신의 문돌이다.

그 사람이 은성전자를 망친 것은 그것뿐이 아니다.

어디서 이상한 물이 들어서 외국인 간부들을 잔뜩 영입하여 회사를 개판으로 만들어 놓았단다.

그러니 회사가 잘 돌아가면 이상한 거지.

하여간 이상하게 전무 경영인 복이 지지리도 없는 은성이다.

그 인간뿐만 아니라 통신회사인 은성 D 플러스도 마찬가지였지?

2013년, 은성이 도입하려는 중국 파웨이의 통신 장비가 동맹국의 의사소통을 감시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미국이 직접 경고까지 했는데, 당시 전문 경영인 부회장이 그저 싸고 저렴하다면서 밀어붙여서 파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말이다.

결국, 은성 D 플러스 기지국은 미군 기지 근처에서는 설치가 불허되었다.

그리고, 싸고 저렴하다면서 무작정 파웨이 장비를 밀어붙였던 그 부회장은 퇴사하자마자 파웨이 총괄고문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쯤 되면 이적행위 아닌가?

하여튼 그건 그렇고.

“여러분들 보잉 아시죠?”

“항공기 회사 보잉 말입니까?”

“네, 그 보잉 말입니다. 그 보잉이 요즘 아주 막장으로 가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항공 쪽은 우리와 거의 연관성이 없어서요.”

“제가 듣기로는 전방위적으로 품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민수 분야와 군수 분야를 막론하고 말입니다.”

“그래도 김 대표님 회사가 우주와 항공 쪽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서 잘 아시네요.”

“아, 그저 조금 들었을 뿐입니다.”

화나는 원래도 근본이 방산계열이었고, 사성의 방산 부문을 통으로 인수하면서부터는 우리나라 방산 업체의 수장 격이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김종건 대표 본인 스스로가 공군 장교 출신이라 관심도 있는 것 같았고.

“다들 아시다시피 보잉의 추락이 장난이 아닙니다. 베스트셀러인 737기종의 최신형인 737 MAX는 기체 결함으로 풍비박산이 나는 상황인데, 거기다가 간신히 런칭시켜서 인도 중인 787 드림라이너가 지난 5월 노즈 부분 결함으로 인도가 중지되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들은 것 같습니다.”

“네, 거기다가 군수 쪽도 마찬가지예요. 전투기의 록히드 마틴 독점을 우려한 미국 당국의 배려와 터무니없는 덤핑으로 수주한 미 공군의 고등훈련기 사업도 2주 전에 뉴스가 떴죠? 풍동실험조차 생략하고 억지로 진행하다가 윙 락(wing rock)이라는 결함이 발견되어 개발이 최소 1년에서 15개월 이상은 지연될 것이란 말입니다.”

“…….”

다들 무슨 소린가 하는 표정이다.

그나마 김종건이나 좀 알아듣는 것 같은데, 적당히 마무리하자.

밀리터리 분야는 예나 지금이나 소수의 관심사지.

“게다가 공중급유기 사업도 말아먹는 중이지요. KC-46 공중급유기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둘째치고, 재작년에 인도한 1호기 내부에 온갖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어서 미국 공군을 열 받게 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인수 거부했고요.”

“아니 보잉이 만든 항공기에서 쓰레기를 담아서 고객에게 넘겼다고요? 그게 말이나 됩니까?”

“그게 보잉의 현재 현실입니다. 그럼 기술의 보잉이라는 소릴 들었던 거대 항공사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원인은 맥도넬 더글러스와의 합병부터 시작합니다.”

“아….”

“우습게도 맥도넬 더글러스를 파산시킨 장본인인 당시 CEO 해리 스톤사이퍼가 합병 이후에 보잉의 이사회를 장악합니다. 그러고 나서부터는 보잉의 엔지니어들은 내치기 시작하지요. 예전이라면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즉각 보고하고 해결할 때까지는 모든 일정을 중지하는 회사가 보잉이었는데, 이제는 품질 문제를 상부에 제기했다고 징계하거나 심지어는 해고하는 지경까지 온 겁니다. 이러니 회사가 개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는 겁니다.”

“하아, 결국 강 회장님이 하시려는 말씀은 엔지니어들이 우대받는 풍조, 그리고 회사 내 상부와 하부 간의 적절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은성의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고 봅니다. 문과 출신 부회장이 마케팅을 부르짖으면서 피처폰이 잠시 반짝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전의 공돌이 출신 부회장이 개발해 놓은 기술적인 토대 위에서 이룰 수 있는 성과였습니다. 그것을 간과했던 것이죠.”

“아오! 그 인간을 정말!”

“너무 남 탓만 할 것은 아니에요. 결국, 그 사람을 부회장직에 앉히고 신임한 것은 오너 측이니까요.”

“…….”

최소한 반도체 재인수는 오너가에서 의지를 보였으면 가능했던 부분이다.

뭐, 그 이전에 TK가 먹는 것으로 정권 차원에서 결정되었다는 말도 나돌지만, 당시 은성이 TK 그룹에 밀리는 회사도 아닌데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의지만 있었으면 가능했던 것이다.

“제가 추태를 보였습니다. 너무 안타까워서요.”

“이해합니다. 사실 그 당시는 구 회장님이 경영 수업을 받던 시기잖아요? 결정권도 없었으니 많이 답답하셨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다행히 구 회장님께서 그룹을 책임지고 난 이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로봇, 전장 등 미래 주력 사업을 정하고 적자 사업도 잘 정리하시더군요. 초심을 잊지 않고 정진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은성 트윈스 팬으로서 응원하겠습니다.”

“아! 우리 트윈스 팬이세요?”

“하하하! 나름 골수팬이랍니다. 우리 집안 전체가 그래요.”

“하하하! 이거 강 회장님께서 팬이라고 하시니, 야구단에 투자를 늘려야겠습니다.”

“오오! 좋지요! 우승 한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하하하!”

구정모 회장은 내가 은성 트윈스 팬이라는 것에 정말 즐거워했다.

그런데, 이 좋은 분위기에 김종건 대표가 초를 치고 나섰다.

“아니 우리 화나 호크스도 있는데….”

“어흠!”

“종건아, 그건 좀….”

“나 같으면 진작에 팔아버렸다. 그러고 보면 김 회장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참 좋은 사람들 같아.”

화나 호크스.

일명 화나 보살스 또는 마리화나 호크스.

그렇게 져대는데도 꿋꿋하게 응원하는 팬들이 보살이라고 해서 보살스고, 안 보려 해도 안 보기는 그렇고, 막상 이기고 있어도 질 것 같고, 지고 있어도 이길 것 같은 똥줄 타는 마약 야구를 한다고 해서 마리화나 호크스란다.

진심으로 내가 인정하는 것인데, 저렇게 만년 꼴찌를 해대는데도 팔아치우지 않는 오너들이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김종건 대표가 한숨이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니 투자를 남들보다 덜 하는 것도 아닌데….”

“…….”

“…….”

“…….”

뭐 푸닥거리라도 하든가.

내로라하는 명장들이 다 거쳤는데도 안 되는 것을 보면 뭔가 마가 낀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식사는 그 후로도 한참 더 계속되었는데, 이젠 다들 얼근해져서 파할 시간이 되었다.

내가 눈치를 보이자, 장우성 회장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워낙 바쁘시고 주로 미국에 계시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군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말씀대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국에 있을 때는 종종 뵙도록 하지요.”

“그럼….”

그렇게 자리를 끝내려는데, 할까 말까 망설였던 말을 그냥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 기업들이니까.

“저기….”

“네? 하실 말씀이라도?”

“잠시만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그냥 참고로만 하세요. 남에게 흘리지도 마시고요.”

“무슨 말씀이신데 그러십니까?”

“모두 러시아에 진출하셨지요?”

“네? 러시아요?”

갑자기 내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면서 러시아를 거론하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러시아 말입니다.”

“러시아라면 우리 현도 자동차 그룹이 적극적으로 진출했습니다. 현지 공장도 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했고, 러시아 내수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핵심 시장으로 삼을 예정이고요.”

“우리 은성도 가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사성과 함께 가전으로는 러시아 최고 브랜드로 꼽히는 중이지요. 당연히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했고요.”

“우리 화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소소하게 진출했습니다. 사실 러시아와 우리나라 우호 관계도 그렇고, 시장 규모도 그렇고 해서 러시아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을 찾기 힘들 겁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갑자기 왜 말씀을?”

“분명히 참고만 하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가능하시다면 러시아 사업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말 뜬금없을 거다.

“자세하게 말씀드릴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올겨울쯤부터 러시아를 둘러싸고 상당한 정치적인 변동이 있을 것 같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그게 민간 기업들의 활동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만약에 그런 변동이 생긴다면 확실하게 영향을 받을 겁니다.”

“아니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굉장히 좋은 사이 아닙니까? 전 세계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호감도 조사에서 일등이 러시아예요. 우리나라와 정치적으로 걸리적거리는 문제도 없고요.”

“우성이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와 러시아 사이에 갈등이 생길 것은 없어 보이는데요?”

“그래서 참고로만 하라는 말씀입니다. 판단은 알아서 하세요. 어디까지나 선의로 말하는 것이니까요.”

“허어….”

당황스러울 것이다.

말이 참고지, 말하는 사람이 누군데 참고로만 하고 흘려들을까?

투자의 신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것이다.

아마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때 김종건 대표가 물었다.

“저기 회장님, 혹시 지난번에 우리에게 대규모로 발주하신 것이?”

“종건아, 그게 무슨 말이야?”

“형님, 거 있잖습니까? 로뎀이요.”

“로뎀? 아! 그거 강 회장님이 사비로 발주하셨다는?”

김종건이 눈치 있게 뭉뚱그려서 말을 하자, 장우성 회장이 알아들었다.

구정모 회장이 있기에 제대로 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내가 철저하게 대외비라고 했으니까.

“강 회장님! 혹시 그거와 관련이 있는 겁니까?”

“노 코멘트. 더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니 알아서들 판단하세요.”

“허어, 이거 참….”

“심각하네요.”

나는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장 회장과 김 대표는 그게 아니었다.

엄청난 숫자의 신형 전차와 자주포가 연관된 것으로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영문을 모르는 구 회장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형님.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야! 종건아! 왜 내게는 말을 안 하는 거야?”

“휴우, 형님. 이건 말 못 합니다. 계약상 발설할 수 없어요. 강 회장님은 물론이고 정부와도 관련이 있고요.”

“에이, 진짜 왜 내게만 이러는 거야?”

“구 회장님.”

“네, 강 회장님.”

“모른 척하세요. 구 회장님 기업체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에 하는 말입니다.”

“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지만, 누가 말하는데 거역할 것인가.

“저기 회장님, 그럼 말입니다. 만약에 그 변동이 생긴다면, 어느 정도인 겁니까?”

“모든 물류가 중단될 겁니다. 그런 이유를 떠나서 정치적인 환경이 러시아에서 사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요.”

“그, 그 정도로요?”

“네, 그 정도입니다.”

세 명의 표정이 동시에 심각하게 굳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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