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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43화 (143/250)

143. 오늘부터 1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존?”

“집사람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들었습니다. 보스께서 제인과 좀 문제가 있었다고요.”

“문제? 무슨 문제요?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요. 아니 왜 자꾸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지? 이러면 불편해집니다. 존도 잘 알잖아요?”

“워워! 보스, 제가 단어 선택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일단 진정하시지요.”

존이 ‘문제’라고 하는 바람에 살짝 흥분했다.

일단 진정하자.

“알았어요. 천천히 말해 봐요.”

“그냥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보스, 제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뭘 어떻게 생각해요? 그냥 내 조카 같은 아이지. 올해로 7년째인가요? 존과 내가 만난 것이?”

“네, 맞습니다. 벌써 7년이나 되었네요.”

“처음에 중3, 그러니까 9학년이었죠? 이쁜 조카가 생겼다고 생각했고, 그동안 우리 한 식구처럼 살았잖아요? 제인은 나보고 삼촌이라고 불렀고.”

그랬다.

미국에서 홀로 사는 나에게 존의 가족은 내게 한 식구였다.

조지 그 빌어먹을 자식은 늘 여자 꽁무니나 쫓아다녀서 막상 내가 외로울 때는 자기 혼자서 꿀 빨고 있었는데, 언제나 내게 가족이 되어주고 외로움을 달래준 것은 존의 가족이었다.

존과 에이미, 그리고 제인.

진짜 우리 식구 제외하면 제프리 형과 더불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말이다.

“그랬지요. 그런데, 제인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게 아니라니요?”

“저와 에이미도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처음부터 보스를 이성으로서 마음에 두었던 모양이더라고요.”

“네에? 에이! 그거야 10대 사춘기 소녀가 다 한 번씩 겪는 거 아닌가? 학교 총각 선생님 좋아하는 것처럼?”

“우리 부부도 그런 것으로 알고서 그냥 웃고 지나갔었습니다만,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인 그 녀석, 보스를 마음에 두고서 여태껏 남자 한 번 사귄 적이 없습니다. 에이미를 닮아서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인근에서 소문난 미녀로 성장했는데 말입니다.”

“헐, 제인이 지금 몇 살이지요?”

“생일이 지나서 21살입니다. 아! 한국식 그 이상한 나이로는 22살이겠네요.”

“…….”

22살이면 대학교 3학년 나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그 나이 때까지 남자 친구가 없었다고?

이게 말이 되나?

그렇게 이쁜 아이가?

지구상의 모든 미녀가 모인다는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드문 미녀라고 톰 형이 인증해 준 미모의 소유자가 제인이다.

제인을 한 번이라도 본 또래 남자아이들이 적어도 1개 대대 병력은 달려들었을 텐데?

“혹시 성적 취향이?”

“보스!”

“아이구! 깜짝이야! 아니면 말지 왜 소릴 지르고 그래요?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우리 제인의 취향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렇군요….”

“네, 그렇습니다. 하여간 우리 부부도 그랬어요. 제인이 나이가 들고, 보스께서도 이미 결혼 적령기이시니 결혼하시고 나면 잊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보스가 세월이 흘러도 계속 혼자 계시고 본인도 성인이 되니까, 자신의 꿈을 이룰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

결론은 이것도 내 탓인가?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못해서?

“하아, 그래서 존이 하고 싶은 말은 뭐예요?”

“제인도 이젠 성인인데, 누굴 좋아하던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어디 갱단 두목이나 살인마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요? 그저 조용히 뒤에서 응원할 뿐이지요.”

“으, 응원? 뭘 응원해요?”

“그거야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세상의 모든 부모 마음이 그렇잖아요? 자식의 꿈과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거 말입니다.”

“에에?”

“제인은 지금 결혼해도 좀 이른 편이기는 하지만, 하나도 이상한 나이가 아닙니다. 그런 딸자식이 건강하고 잘생긴 데다가 성격도 좋고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할 예정인 보스를 좋아한다는데, 그럼 싫다고 합니까?”

내가 그렇게 잘났나?

하여간 지금 핵심은 그게 아니지.

“아니, 조카와 삼촌처럼 지내왔잖아요? 나이 차도 엄청 나고?”

“조카와 삼촌처럼 가깝게 지냈다는 것이지, 실제로 조카와 삼촌 사이는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나이 차요? 15살이 제법 나이 차가 나는 편이지만, 그게 어때서요? 한국에서는 그럼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요? 막말로 저와 에이미도 10살 차인데, 거기서 5살 더 차이 나는 것하고 뭐가 다릅니까? 보스 여동생인 소미 양하고도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어, 어….”

“제가 이렇게 따로 뵙자고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아까 있었던 일을 들어보니, 보스께서는 그동안 제인과 삼촌과 조카처럼 지냈다고 뭔가 윤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시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아 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윤리적으로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겁니다.”

“허어….”

“우리 까놓고 말해 볼까요? 제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우리 제인이 여자로서 어떻습니까? 이쁘지, 똑똑하지, 착하고 사려도 깊은 편이죠. 동의하십니까?”

“도, 동의합니다.”

“그럼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공평하게 기회라도 주세요. 존 스미스의 딸이 아닌 한 사람의 독립적인 여자, 제인 스미스로 봐달라는 말입니다. 그래도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요.”

“…….”

“아! 보스와 제 딸이 어떻게 되더라도 저와 보스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에요.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거니까요.”

“네….”

“그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존이 나가고 나서 나는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연거푸 마셨다.

머리가 멍해서 정리가 필요했는데, 웃기는 것이 존의 말이 맞다고 계속 생각이 드는 것이다.

존은 존이고, 제인은 제인이다.

나이가 우리 나이로 22살이면 한국이고 미국이고 떠나서 좀 이르다는 소리는 듣겠지만, 결혼한다고 해서 이상할 나이도 아니다.

진짜 그러면 뭐가 문제지?

문제될 것이 없네?

물론 내가 한국식 사고방식으로는 도독 놈 소리는 좀 듣겠지만 그게 뭐 어때서?

게다가 우리 부모님이 외국인과 결혼에 부정적인 분들도 아니고 말이다.

제인과 추억을 상기하여 보았다.

나만 보면 언제나 밝게 웃는 아이였다.

존의 말처럼 미모야 극강 수준이고, 머리도 똑똑하다.

성품?

제인은 사랑받는 법을 아는 아이다.

아니, 천성적으로 누구에게서도 사랑을 받는 아이다.

존재 자체로도 주변을 밝히는 아이, 그게 제인이었다.

“뭐냐? 바로 옆에다 인연을 두고 엄한 곳에서 썡쑈를 하고 다녔다는 말이냐?”

한 번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자, 점점 제인이 여자로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복잡하고 미묘한 밤이었다.

***

이틀 후,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제인에게 전화했다.

저녁이나 먹자고.

다음 날 저녁에 LA에서 가장 분위기 좋다는 식당에서 제인을 만났다.

저녁을 따로 고급 식당에 둘이서만 먹자는 말에 한껏 차려입고 나온 제인은 그야말로 여신 같았다.

며칠 사이에 마음고생을 했는지 살짝 살이 빠진 것 같았고.

“알렉스 오빠….”

“제인, 너무 아름답구나.”

“진짜?”

“응, 정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해.”

“…….”

내 말에 제인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으로 내게서 여자로 인정받았다는 안도감이 든 모양이다.

“울지 마, 제인. 오빠가 밉지?”

“웅, 너무 미워.”

“미안해. 내가 네 마음을 너무 몰랐어.”

“지금은 알아?”

“그래 알 것 같아. 제인, 오빠가 그렇게 좋아?”

“웅, 처음 본 순간부터 오빠가 좋았어.”

“그랬구나….”

“나, 오빠가 내가 성인이 되기 전에 결혼할까 봐서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몰라.”

“그랬어?”

“웅.”

“하하하!”

미치겠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인이 있을까?

이런 여자를 놔두고서 색녀에게 물려 몹쓸 병이나 걸리고 다닌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제인.”

“웅, 오빠.”

“우리 사귈까?”

“웅!”

“그래 우리 사귀자.”

“히이잉….”

자신의 오랜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서일까?

제인은 이번에는 약간 소리 내서까지 어깨를 들썩이면서 울었다.

주변에서는 저 미친놈이 저런 미녀를 왜 울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제, 제인, 울지는 말고.”

“히이잉, 오빠 미워.”

“…….”

그렇게 돌아오는 차 안, 난 뒷좌석에서 제인을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제인과의 처음 키스는 오래오래 이어졌다.

참으로 달고나!

제인을 집에 데려다주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띵동!

문자가 온 소리에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화면을 봤다.

‘오늘부터 1일!’

“푸하하하!”

이것도 한류인가?

***

“보스, 보고서입니다.”

“네, 앉아요.”

다음 날, 보고서를 들고 온 존.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는 것 같았지만, 숨길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입꼬리가 엄청나게 올라가 있었다.

“존.”

“네, 보스.”

“이야기 들었어요?”

“뭘 말입니까?”

“에이, 왜 능청을 떨고 그래요? 제인에게 이야기 들었죠? 우리 사귀기로 한 것?”

“네, 들었습니다.”

“거기에 대하여 할 말 없어요?”

“기쁩니다.”

“그게 전부예요?”

“아주 기쁩니다! 크하하하!”

“…….”

결국은 포커페이스를 버리고 광소를 터뜨리는 존이다.

“그렇게 좋아요?”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흐흐흐!”

“나 참, 하하하!”

“하하하!”

한참을 웃고 난 뒤에 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보스 성품이야 제가 워낙 잘 아니까 다른 걱정은 없습니다. 다만, 아비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우리 제인은 생각보다 마음이 여린 아이입니다. 많이 아껴주세요.”

“워워! 마치 결혼이라도 한 것처럼 말씀하시네?”

“흐흐흐! 저도 나름대로 예측으로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이미 길은 정해져 있어요.”

“쩝….”

뭐, 내가 생각해도 그러네.

“걱정하지 마세요.”

“네, 보스.”

제인과 1일이 시작된 후,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다.

제인이 방학 중이라 시간이 남아돌았고, 나는 뭐 내가 회사 주인이니까.

매일 회사로 찾아오는 제인과 내 방에서 포옹하고 키스를 해댔다.

정말 제인은 입에서 꿀이라도 나오는 것 같았는지, 어찌나 단지 몰랐다.

쪼오옥!

“하아, 우리 제인의 입은 왜 이렇게 달까?”

“아잉, 오빠도 참?”

“왜 싫어?”

“아니 좋아!”

“그럼 다시?”

“웅!”

쪼오옥!

벌컥!

“야! 알렉스! 엉?”

이런 젠장!

내방을 유일하게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오는 사람, 제프리 형이다.

“아! 좀! 노크 좀 하라고! 노크 좀!”

“놀고 있네. 이것들이 회사에서 뭐 하는 짓이야? 하려면 집에 가서 해!”

“…….”

“…….”

그렇게 며칠 후, 제프리 형의 충고에 따라서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와인을 마시며 키스를 했다.

그리고.

“제인, 사랑해.”

“알렉스 오빠, 사랑해요.”

나는 와인 잔을 내려놓고 제인을 들어서 내 침실로 향했다.

곧 우리는 둘 다 나신이 되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제인이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오빠 믿지?”

“웅, 믿어.”

나는 그렇게 제인의 믿음에 밤새 보답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생명체가 내 품에 안겨서 잠이 들어있었다.

이젠 나는 혼자가 아닌 것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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