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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46화 (146/250)

146. 쑥스럽게 별말을 다 하시네.

꿈을 꾸고 난 후부터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방면으로 조사를 했다.

역사부터 시작해서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뺏기 일, 그리고 최근의 상황까지.

꿈에서 현직 대통령인 젤렌스키가 결연하게 항전의 의지를 다졌고, 며칠이면 무너질 것으로 모두가 예상한 것을 깨고 분전하는 보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상대는 러시아다.

미국과 더불어 20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를 양분했던 바로 그 나라.

냉전이 무너지면서 한동안 나라가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혼란을 수습하고 여전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2위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

근소한 차이고 의미도 없지만, 미국보다도 많은 핵탄두를 보유 중인 나라.

이게 바로 러시아다.

그런데, 이런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을 우크라이나가 이겨낸다?

아무리 염주의 영험함을 익히 경험한 나로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내 생각은 바뀌었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빼앗긴 이후로 이를 박박 갈고 군대를 개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애국노,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있었다.

페트로 포로셴코.

로셴이라는 브랜드로 초콜릿 사업을 벌여서 초콜릿의 왕이라 불리던 남자다.

그렇게 우크라이나의 7대 갑부가 되어 정치에 뛰어들고 결국에는 대통령까지 되었는데, 임기를 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전쟁으로 시작한 그였기에 다시 무력함을 맛보지 않기 위하여 국방력 재건에 박차를 가했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개혁적인 인물로 보이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이 미친 인간은 국방력을 강화한답시고 심지어는 러시아 올리가르히를 통하여 러시아 무기까지 밀수했는데, 그냥 밀수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다 자기 숟가락을 얹어서 착실하게 해 먹었다.

국방력 강화는 강화고 자기 주머니 챙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국방 하나는 끝내주게 개혁했다.

거지발싸개 같던 과거 러시아식 체제를 버리고 군대 시스템 자체를 나토식으로 편제하고 훈련도 서방 국가들과 하면서 실질적인 군대로 변모시켰다.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터키산 바이락타르 무인기 같은 무기들도 도입했고.

하여간 우크라이나 군대는 포로셴코에 의하여 2014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병이 되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부국강병은 아니니, 부패 강병이라고 해야 하나?

이 다면적인 인간은 알면 알수록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군대를 2014년의 그 무력한 군대로 보시면 안 됩니다. 포로셴코 대통령에 의하여 엄청난 강병이 되었으니까요.”

“허! 거 참, 회장님 말처럼 특이한 캐릭터네요. 자기 배는 챙기면서 대통령으로서 할 책무는 다했다는 말이잖습니까?”

“그렇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군대는 사실상 포로셴코의 공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말입니다만, 그래도 상대는 러시아입니다. 국력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님의 말씀대로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강력하게 항전을 한다면?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지원한다면? 또한, 러시아의 군사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면?”

“그, 그럴 리가요?”

러시아란 이름이 주는 의미는 이만큼 강력하다.

썩어도 준치고, 푸틴이 집권하면서 무너진 과거 소련 군대를 재건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밀덕이라고 자부하는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꿈에 의하여 의심을 품게 된 이후로 냉정하게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러시아의 군사력은 의외로 약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원래도 과거 소련의 유산으로 행세하는 나라였기는 하지만, 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제대로 결과물이 나온 적은 없었다.

혼란의 90년대야 그렇다고 쳐도, 대체 혼란이 끝난 2000년 이후로 러시아가 제대로 만든 무기가 있었나?

미국의 F-22 전투기를 쌈 싸 먹겠다고 공언한 Su-57?

2010년 시제기가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양산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오히려 중국은 J-20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찍어내고 있는 판국에.

세계 최강이 전차라는 T-14 아르마타 전차?

그건 대체 언제 만들 거야?

처음 공개한 것이 2015년이었는데?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정보로는 푸틴의 절친이 아르마타 전차를 양산할 공장 예산을 횡령하여 공장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황당한 소식이 들려오는데…. 에이, 설마?

아무리 막장이라도 그럴 리가 있나?

이거 내가 믿고 싶지가 않았다.

해 처먹어도 최소한의 도리가 있는 법이지.

해군은 거론하지도 말자.

오죽했으면 프라모델로는 일등이라는 소릴 들을까?

항상 프로젝트 1293 어쩌고 하면서 멋지게 모형은 등장하는데, 한참 후에도 소식이 없어 찾아보면 늘 취소였다.

밀덕으로서 일명 ‘다보탑 구축함’이라는 소릴 들었던 리데르급은 정말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구축함에다 다보탑을 올리다니?

얼마나 멋지냐? 컬트적이잖아?

하여간 어딜 찾아봐도 제대로 군비가 쓰인 흔적이 없었다.

사실상 소련 유산을 파먹고 살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그 유산이란 것도 대체 언제 거냔 말이지.

전차를 1만 대를 넘게 물려받았지만, 그 전차들이 지금 정상적인 상태이냐는 것에 대하여는 심하게 의심이 갔다.

쇳덩이로 만든 기계인데 제대로 치장을 하지 않으면 얼마 못 가서 고철 덩어리로 변했을 테니까.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국방부에 물어보세요. 푸틴이 집권한 이후로도 군비가 제대로 쓰인 흔적이 없습니다. 말만 항상 요란했지요. 그놈의 핵폭탄만 아니었으면 솔직히 세계 2위라는 타이틀은 어림도 없을 겁니다.”

“허어, 그럼 회장님께서는 우크라이나가 의외로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제 투자가로서의 본능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우는군요.”

“흐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복잡해지는데요….”

냉정하게 말하면, 대통령의 말처럼 우크라이나가 무너져도 문제고, 선전해도 문제다.

우크라이나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네, 그렇습니다. 일단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특히 유럽이 말이지요.”

“맞습니다. 2014년에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도 애써 외면했지만,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도모한다면 나토가 위협을 받습니다. 사실상 신냉전이 벌어질 겁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세상은 변할 겁니다. 우리 한국도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고요.”

“허어! 그나마 주변 3강 중에서 러시아가 우리와는 제일 우호적이었는데….”

대통령 말처럼 과거 소련 시절에 우리나라 분단과 한국전쟁에 대한 책임은 둘째치고서 의외로 우호적인 나라가 러시아다.

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나라 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나라란다.

무려 94.8%가 긍정적이라니,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일본은?

20%도 안 되었다.

여하간 산업적으로 겹치는 것도 없고, 특별히 우리와 싸울만한 이슈도 없는 것이 러시아다.

통일이 돼서 국경을 접하게 되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두만강의 퇴적작용으로 연해주 쪽으로 붙어버린 녹둔도 정도가 문제가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현재도 서방의 제재로 중국과 러시아가 한편이 되는 모양새인데, 전쟁이 일어나면 그런 현상이 더 심화할 것입니다. 당연히 북한과도 가까워질 것이고요.”

“하아,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요. 그럼 회장님의 말씀이 맞는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러시아는 전쟁의 승패를 떠나서 고립될 겁니다. 푸틴이 죽고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그렇겠지요.”

“일단 에너지 문제로 세상이 요동칠 겁니다. 그동안 유럽은 너무 안일하게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했어요. 최소한 2014년 크림반도 침공 이후로는 의존도를 낮췄어야 했는데요.”

“아니 지금도 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올라간다는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지금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올라갈 겁니다. 유럽은 더 이상 러시아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할 테니까요.”

“허어….”

“우리나라야 러시아산 에너지 비중이 낮으니 당장은 충격이 덜하겠지만,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하여 달려들면….”

“아수라장이 펼쳐지겠군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 가능한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거야, 원. 저야 솔직히 회장님 말씀을 믿습니다. 그동안 강 회장님이 보여주신 혜안이 그것을 증명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 대통령이더라도 명확한 근거도 없이 폭등 중인 에너지를 확보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발이 심할 거라는 말이다.

나중에 혹시 잘못되었을 때 책임 소재도 있을 것이고.

“주무부서 책임자들에게 말씀하세요. 제가 책임지기로 했다고.”

“예? 아니 그러셔도 되겠습니까? 그렇게까지 하기는 좀….”

대통령은 민망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어차피 내가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염주가 틀린 적은 없으니까.

뭐, 이참에 애국자 소리 좀 듣는 거지.

“상관없습니다.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소요하는 에너지 정도에서 손해가 나 봤자 몇 푼이나 되겠습니까?”

“그, 그렇군요.”

존에게 싫은 소리 좀 들으면 그만이다.

“나중을 위하여,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하여 서면으로 보증해 드릴 테니까 적절하게 사용하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중국 놈들까지 달려들어서 물량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이겠습니다.”

“정 어려우면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한국 물량 정도는 우리가 움직이면서 적당히 껴 놓으면 되니까요.”

“아! 카르마에서 에너지에 투자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습니까?”

“네, 우린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 대단하십니다! 음? 이미 움직이신다면? 만약에 회장님 말씀대로 전쟁이 난다면…. 헉! 수익률이!”

“에, 뭐 조금 벌 겁니다. 조금요.”

“…….”

대통령은 할 말을 잊은 듯했다.

“험험, 그건 그렇고 신냉전이 벌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안보 수요도 폭증하겠군요. 유럽은 재군비에 나설 것이고요. 회장님은 이것도 예상하여 미리 전차와 자주포, 그리고 전투기를 발주하셨군요.”

“겸사겸사였습니다. 어쨌든, 그거야 수출용이지만, 우리나라도 좀 더 국방을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제가 에너지도 에너지지만, 굳이 이 시기에 말씀을 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기재부에 요청하여 내년도 국방예산 칼질을 자제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평화로운 세상은 적어도 당분간은 없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할 말을 끝내고 청와대에서 나오려는데, 대통령이 입구까지 배웅하면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아닙니다. 그 누가 이렇게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겠습니까? 마치 이회영 선생을 보는 듯합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요.”

쑥스럽게 별말을 다 하시네.

그렇게 출발하는데 돌아보니, 대통령이 나를 향하여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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