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55화 (155/250)

155. 어디 맘대로 해 보라고.

대사.

특명전권대사(特命全權大使. Ambassador)의 약칭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여 다른 나라에 파견되는 외교관의 수장이자 그 국가원수의 대리인으로, 나라에 따라서 그 지위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느 나라든지 자기 나라에서도 최고위급 인사이다.

특히나 파견되는 나라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라면?

당연히 최고 중의 최고위급 인사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일본, 러시아, UN, OECD와 더불어 몇 안 되는 장관급 인사가 발령이 나는 자리다.

심지어는 외교부 장관이나 국무총리 출신 인사가 발령이 난 경우도 여러 차례이고.

이것이 중국이라고 다를까?

사이가 좋든 나쁘든 간에 주 미국대사 자리는 개나 소나 오른 자리가 아니다.

역시 중국에서도 상당한 고위급 인사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중국의 주 미국대사가 왜 갑자기 나를 보자는 거야?

그것도 사전에 약속도 없이 말이다.

“지금 중국대사는 어디 있어요?”

“일단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정중히 1층 응접실로 모셨습니다.”

“흐음, 알았어요. 10분 후에 내방으로 들여보내세요.”

“만나시게요?”

“뭐, 좀 무례한 일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그쪽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리고 그 정도 되는 인물을 박대하여 쫓아내는 것도 좀 웃기잖아요.”

“알겠습니다.”

“아, 나가면서 존과 제프리도 내 방으로 오라고 하세요.”

“네, 회장님.”

잠시 후, 존과 제프리가 거의 동시에 내 방으로 왔다.

“야, 알렉스. 중국대사? 중국대사가 갑자기 왜?”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래서 일단 들어오라고 했어요.”

“혹시 미얀마 일 때문에 오는 것 아니야?”

“사실 그거밖에 생각은 안 나는데? 이렇게 쳐들어올 정도면?”

“참 나, 이젠 네 덕에 중국대사를 다 보는구나.”

“흐흐흐!”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비서가 중국대사가 왔음을 알렸고, 이내 중년의 중국인과 그보다는 덜 들어 보이는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회장 알렉스 강입니다. 여기는 부회장 존 스미스, 그리고 우리 회사 고문 변호사인 제프리 장입니다.”

“하하하! 그 소문의 주인공을 이렇게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주미 중국대사인 친강입니다.”

일단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인사를 하였더니, 중국대사도 웃으면서 화답하였다.

가까이서 보니 의외로 젊은 사람이다.

5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

“그래요, 친강 대사님.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도 없이 이렇게 왕림하셨습니까?”

“아,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마침 LA에 볼일이 있어 온 김에 소문만 무성하였던 회장님을 꼭 한 번 뵙고 싶었는데, 도무지 만날 방법이 있어야지요? 그래서 이렇게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만, 제가 자리에 없었으면 어쩌시려고요?”

“하하! 그렇다면 제가 운이 없는 것이겠지요. 다행히도 운이 좋아 이렇게 뵙게 되었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네, 운이 좋았습니다.”

놀고 있네.

이놈들은 내가 자리에 있음을 알고서 온 것이다.

중국 놈들이라면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을 테니까.

하여간 일단 넘어가 주자.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자, 대사님. 그럼 저를 꼭 보시려고 한 이유가?”

“하하하! 급하십니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둘이서만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만….”

“대사님!”

“네? 회장님?”

“제가 이렇게 무작정 방문하신 대사님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의를 보인 겁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외부인들과 잘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실 텐데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만 사안이 사안이라서….”

“여기 계신 두 분은 제게 가족과도 같은 분들입니다. 이분들 앞에서 말씀을 못 하시겠다면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군요.”

빈말이 아니라 존은 진짜로 내 장인이 될 사람이고, 제프리 형은 친형과도 같은 사람이다.

“허어, 알겠습니다. 제가 회장님을 뵙자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최근 회장님의 움직임에 대하여 베이징에서 약간 불편해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베이징에서 불편해하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는 중국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요?”

“미얀마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일을 하고 계시더군요.”

“미얀마? 그리 불필요한 일이라니요? 무슨 뜻입니까?”

“잘 아실 텐데요?”

“잘 모릅니다만?”

내가 등신이냐?

까놓고 말한다고 ‘아, 예. 그러셨어요.’ 하게?

어차피 중국대사도 내가 알면서 딴청 부린다는 것을 안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을 터이고.

“허허, 이것 참. 하여간 저는 분명히 베이징의 의중을 전달 드렸습니다. 회장님의 미얀마 개입으로 베이징에서 몹시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아까는 ‘약간’ 불편해한다는 것이, 이젠 ‘몹시’ 불쾌하다는 것으로 강도가 바뀌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역시 몹시 불쾌하군요. 일국의 대사라는 양반이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협박이라니요?”

“말씀이 상당히 거치십니다.”

“거칠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름 대단히 부드럽게 말씀드리는 건데요?”

“허어….”

정말 많이 참고 있는 거다.

“끄응! 이보세요, 회장님. 제가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리지요. 미얀마는 중국에 중요한 나라입니다. 대체 무슨 연유로 민간인인 회장님이 미얀마 반군을 지원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지 마세요. 이건 제가 진심으로 드리는 충고입니다.”

“정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설사 내가 그렇다고 치더라도 중국이 간섭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강 회장님, 정말 그러시다가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호오? 이건 정말 협박이네요? 뭐, 뒷골목 길을 조심해라, 이런 건가요?”

“회장님께서는 한국인입니다. 따라서 회장님의 행동으로 한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겁니다. 그러기를 원하십니까? 미국에서 사업한다고 본인이 미국인이라고 착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요?”

“소국이 대국을 거스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하게 한국인은 자신들의 분수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체 뭐라고….”

“푸하하하!”

“응?”

내가 발작을 하려는데, 느닷없이 옆에서 제프리 형이 폭소를 터뜨렸다.

뭐야? 갑자기?

“변호사님이라고 하였던가요? 뭐가 그리도 우습습니까?”

“크하하하!”

“아니 이 사람이….”

“크크큭! 아, 미안합니다. 너무 웃겨서요.”

“뭐가요?”

“방금 대사님이 한 말 말입니다. 소국이 대국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그게 어때서 그리 웃었습니까?”

“웃기지 않습니까? 그러는 중국대사님은 감히 우리 미합중국의 땅에서 미합중국의 법인인 카르마 인베스트먼트 오너를 협박하는 것이 말입니다?”

“뭐, 뭐요?”

“내 말마저 들으세요. 여기는 미국입니다. 그리고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는 엄연히 미국 법인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친 대사는 무슨 말을 함부로 하는 겁니까? 우리 미국이 우스워요? 중국이 컸다고 우리 미국까지 우습게 보는 겁니까?”

“그런 말이 아니잖소!”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중국 많이 컸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도 이말 한마디는 꼭 해야겠습니다. 우리 미국이 볼 때는 중국은 아직 소국이에요. 소국이 대국인 미국을 거스르는 것이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아직 100년은 이르다고요?”

“감히! 대사님께 무슨 무례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친강 대사가 말을 잇지 못하자, 이번에는 옆에 있는 놈이 버럭거렸다.

그런데, 그런다고 기가 죽을 제프리 형이 아니다.

“당신은 닥치고 있어! 그나마 참고 예의를 지켜주는 것은 대사 한 명뿐이니까!”

“나는 외교관이요!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서….”

“너, 병신이냐?”

“요, 욕을?”

“여기가 미국 국무부냐고 이 등신아! 왜 민간 기업에 기어들어 와서 비엔나 협약을 들먹이고 있어?”

“…….”

내 감정이 오묘해졌다.

제프리 형의 독설에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프리 형이 저렇게 시원하게 거침없이 쏴댈 수 있는 것도 다 형이 미국 시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중국이 미국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다.

나는 저렇게까지는 말 못 한다.

빌어먹을!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내가 딱 그 형국이네.

“제프리 형, 그만 하세요.”

“까불고들 있어….”

“휴우, 친 대사님.”

“말하세요. 듣고 있습니다.”

“그만 돌아가세요. 우리에게 협박은 통하지 않습니다.”

“후회하실 겁니다만? 사업하시는 분이 사업에만 신경을 써야지, 불필요하게 정치적인 영역까지 건드려서 사업에 지장을 받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강 회장님의 조국인 한국도 생각하셔야지요?”

“하아….”

이 빌어먹을 자라 새끼가 감히 내 회사에 들어와서 나를 공갈하는 것도 모자라서 내 나라를 가지고 협박해?

이게 선을 넘는구나.

그것도 아주 씨게 말이다.

그런데, 이 자라 자식은 내가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서 굴복하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허허허! 아직 젊으니 일시적인 충동에 휘둘릴 수 있습니다만, 젊다는 것이 뭡니까? 다 실수하고 그러면서 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중국은 앞으로 강 회장에게 기대하는 것이….”

“야!”

“많습…. 네?”

“됐으니까 꺼지라고!”

“뭐, 뭐요?”

“내가 내 돈으로 무슨 짓을 하든 간에 상관하지 말고 꺼지라고요. 이해하기 힘들어요?”

“후회할 거요!”

“이미 당신을 만난 것을 후회하고 있으니까, 그만 열 받게 하고 꺼져주세요. 끌어내 버릴 테니까!”

“이, 이익!”

“가시죠, 대사님. 험한 꼴을 봐야지 정신을 차릴 겁니다.”

그렇게 중국대사가 수하 놈에게 이끌려 문을 나가는데, 갑자기 휙 돌아서면서 기어이 한마디를 더 하였다.

“강 회장! 당신은 오늘 나 친강을 모욕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모욕한 거요! 그리고 그 대가는 당신과 당신의 나라가 처절하게 치를 것이고!”

뚜벅! 뚜벅!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놈에게 걸어갔다.

“마음대로 해 봐! 그 전에 당신도 조심해! 내가 사람 관상을 좀 보는데, 당신 미간에 흉(凶)이 가득하잖아?”

“이자가 정말….”

“당신이 지금 누굴 건드린 것인지 알아? 세상에서 제일 돈 많은 놈을 건드린 거라고.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으면 가면서 곰곰이 생각해 봐. 내가 가진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이야.”

“…….”

내 말에 친강 대사의 얼굴이 그제야 핼쑥하게 변하였다.

내가 가진 돈의 무게를 실감한 것 같았다.

“가, 강 회장….”

“꺼져!”

내게 뭐라고 더 하려던 중국대사는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이던 보안 요원들에게 끌려가다시피 하여 나갔다.

“알렉스, 괜찮겠어? 나야 상관없지만 말이다.”

“제길! 좀 피곤해지겠지만, 어쩌겠어요? 그렇다고 저런 개소릴 하는 놈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 하여간 대비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지요.”

내가 이런 힘을 가지고서도 중국놈들에게 고개를 숙이면, 저승에 가서도 정화 스님을 볼 면목이 없을 거다.

어디 맘대로 해 보라고.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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