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애들도 아니고?
엔비디아와 AMD를 정리하고 그 밖의 종목 몇 개도 정리하자, 4,500억 달러가 들어왔다.
여기서 지난번에 리엄이 강탈(?)하여 갚지 못한 2,000억 달러를 갚아버리자 남은 돈은 2,500억 달러.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리엄에게 추가로 투자하라고 하면서 1,000억 달러를 주었다.
알 만한 회사들은 모두 염주의 분석을 거쳤는데, 2022년에는 아무래도 에너지 관련 종목 외에는 오르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에너지에다 몰빵을 하는 것이 나았다.
에너지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한다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 자체 가격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조만간 있을 전쟁으로 인하여 에너지 지형 자체가 변동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큰 축이었던 러시아에서 에너지 수급을 더는 못한다면?
결국 러시아에서 사다 쓰던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수급해야 하고, 그에 따라서 유조선이나 LNG선 가격이나 운임도 폭등하게 된다.
당연히 석탄 같은 대체 에너지 수요도 늘어날 것이고.
실례로 타겟 호스피탈리티(Target Hospitality Corp)란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석유나 가스 시추, 광산, 대규모 행사 및 재해 구호에 사용되는 인력과 숙박 및 기타 임시 주택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이 회사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내년에는 급등할 것이다.
또한, 대체 에너지 성격인 석탄도 오를 것이다.
콘솔 에너지(Consol Energy Inc)라고 애팔래치아에서 석탄을 생산하는 기업인데, 이 역시 가스와 석유 가격 급등으로 석탄 수요가 늘면서 오를 것이다.
그리고 운송으로는 스콜피오 탱커스(Scorpio Tankers Inc)란 전 세계적으로 정제 석유 제품을 운반하는 유조선을 운영하는 업체가 있는데, 이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가가 급등할 거다.
물론 올라봤자 지금의 내게는 수십억 달러 정도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고작이라서 그저 언질만 주고 적당히 투자하라고만 했을 뿐이지만, 이런 것들이 모이면 나름대로 짭짤한 수익을 올릴 것이다.
결국, 존이 가져간 돈은 1,500억 달러가 고작이었는데, 적당히 란테우스 홀딩스나 트랜메딕스 등 그나마 염주가 좋게 반응해준 종목 몇 개를 찍어주고 알아서 굴리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일정 금액이 넘는 종목들이나 투자만 내게 가져와서 물어보고, 내가 염주의 반응을 보고서 정 아니다 싶은 것만 가려서 솎아내면 그만이다.
“정말 몽땅 정리했구나, 알렉스. 섭섭하게 말이야.”
“이거 왜 이러셔? 그래도 리사 누님 생각 때문에 10%나 남겨 두었는데?”
오랜만에 리사 수 누님과 저녁을 먹는데, 이 아줌마가 없는 소릴 하여 내가 발끈했다.
“시끄러워! 10% 남겼으면 뭘 해? 이젠 별로 신경도 쓰지 않을 거잖아?”
“그렇지 않다고요. 내가 AMD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사랑했었겠지.”
“흐흐흐!”
“어머, 얘 웃는 것 봐라?”
“하여간 고마워요, 리사. 리사 덕분에 내가 큰돈을 벌었어.”
“입으로만 고마워하면 뭘 하니?”
“에이, 연봉도 많이 받으면서 그러네.”
리사는 연봉 킹이다.
남녀 CEO 통틀어서 말이다.
1년에 7,000만 달러 이상을 받았다.
“흥! 그래도 네가 번 돈에 비하면 푼돈이지.”
턱!
나는 바로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뭐니? 이게?”
“열어보면 알 것 아니야?”
“어디….”
리사가 기대에 찬 눈으로 봉투를 열었다.
내 손이 큰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맞을 것이다.
“어머나! 이게 대체 얼마야?”
“보면 몰라요? 0이 몇 개인지 세면 되잖아요.”
“오, 오억 달러? 이거 5억 달러 맞아?”
“5억 달러 맞아요.”
“이렇게나 큰돈을 내게 준다고?”
“고마워서 좀 챙겼어. 세금도 우리 측에서 정리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이야! 역시 알렉스! 이거 고마워서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하냐?
리사 수 덕분에 번 돈은 5억 달러의 100배가 넘는데?
“그리고 내가 한 가지는 약속할게요.”
“뭘?”
“누님이 AMD의 수장으로 있는 한, 10% 지분은 무조건 누님 편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진짜?”
“그럼 가짜냐? 그리고 그런 것을 떠나서 우린 친구잖아? 혹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 내가 도와드릴 테니까.”
“호호호! 이거 5억 달러보다 그 말이 더 반가운데?”
“흐흐흐!”
에너지 쪽에 몰빵을 때린 상황이지만, 리사가 대충 알기로도 나는 세계 최고 부자다.
그런 부자가 뒤를 봐주겠다고 하니, 기쁠 수밖에.
어쨌든 AMD는 한동안은 무탈하게 갈 것이다.
비록 주가야 IT 기업들이 대체로 그저 그런 상황이라 횡보를 하거나 상당히 떨어지겠지만 말이다.
***
“제인, 인사드려. 누군지는 알지?”
“아이, 오빠도 참? 내가 바본가? 안녕하세요, 미스터 프레지던트. 제인 스미스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일찍 쉬는 곳에서는 벌써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12월 20일.
나는 제인을 데리고 백악관을 방문했다.
해가 가기 전에 얼굴이나 보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서 워싱턴으로 오는 김에 제인도 데리고 온 것이다.
“으허허허! 이렇게 이쁜 신부라니?”
“어머나! 알렉스! 너무 이쁜데?”
“에이, 너무 이쁜 게 어디 있어요? 질도 참.”
“호호호! 그렇구나. 하여간 반가워요.”
“네, 영부인. 환대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부인은 무슨 영부인이야? 그냥 질이라고 불러.”
“네, 고맙습니다. 질.”
제인을 본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은 이쁘다고 난리였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제인은 거의 사기적으로 이뻤다.
내 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 사람들도 제인을 처음 보면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같이 환담을 나누면서 저녁을 먹은 후, 나는 바이든과 서재로 자리를 옮겼고 제인은 질과 함께했다.
“왜 보자고 하셨어요?”
“어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우리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보나?”
“끅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그래왔으니까요. 진짜 용건 없어요?”
“허허! 바쁜 사람들끼리 알면서 왜 이래?”
“…….”
결론은 용건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뭐, 그럴 것이라 당연히 예상했었고.
바이든의 말처럼 바쁜 사람들인 우리가 단순히 얼굴 좀 보자고 미국의 동서 끝에서 끝인 LA에서 워싱턴까지 날아와서 만났겠냐는 말이지.
“뭔데요? 용건이?”
“사실 다른 것이 아니라, 네 생각은 정말 여전히 변함이 없냐?”
“뭐가요?”
“아니, 정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 같냐는 말이지.”
“아하….”
그게 그렇게 궁금했었나 보구나.
아무리 러시아가 군대를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으로 집결하고 있어도, 냉전 이후로는 워낙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긴가민가한 것 같았다.
“여기 정보부에서는 뭐라고 해요?”
“뭐라고 하기는? 무조건 침공한다고 하지.”
“그런데요?”
“야, 알렉스.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냐? 그것도 러시아쯤 되는 나라가? 러시아의 움직임도 그렇고 모든 것이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으로 나오지만, 단순히 위협일 것이라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거든. 특히 유럽에서는 푸틴이 그럴 리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해.”
“아니 병력을 저렇게 집결하고 있는데도요?”
“유럽은 너무 오래 평화로웠거든….”
“허어….”
미친 것 아닌가?
제정신들이야?
불과 2014년에 러시아가 무력으로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을 봤으면서도 여전히 푸틴 놈을 믿는단 말인가?
이러고 보면 트럼프가 완전히 미친 것만은 아니었네.
재임 기간 내내 그렇게 재군비를 하라고 외쳐댔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조가 듣고 싶은 말이 뭐예요? 설마 조도 유럽 사람들의 말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겠죠?”
“솔직히 심정적으로는 나도 유럽의 말에 동조하고 싶어. 지금 우리 미국의 상황은 유럽에서 새로운 전쟁이 일어난다면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거든.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였던 데다가, 이라크도 있었다. 게다가 간신히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빼려는 상황인데, 우리의 최대 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집중해야 할 시기니까.”
“거 참….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을 아시지요?”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머리가 아픈 것이 아니겠냐? 속 편하게 믿었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그나마 다행이네요.”
“우리 정보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난 네 말을 믿는다. 네가 한 말이 여태껏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그럼 뭐가 문제예요?”
“더 강한 확신이 필요해. 네 말을 듣고서 얼마 전에 사인한 내년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도 정말 낸시를 붙잡고 사정해가면서 이례적으로 탄약 확보에 집중했어.”
“잘하셨네.”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려면 확신이 필요한데, 아직은 그게 부족하구나. 내가 스스로 반신반의하는데 누굴 설득할 수 있겠니?”
“후유….”
바이든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정말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내 확언이 필요한 것이다.
합리적인 추론이고 나발이고 다 떠나서, 확률 100%를 자랑하는 내 말이.
어떻게 보면 무슨 계시라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황당하기는 했지만, 바이든도 다른 사람들이 잘 믿지 않으려는 일을 확신시키면서 대응책을 추진하려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조, 제 말 잘 들으세요.”
“말해 봐.”
“러시아는 반드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합니다. 그것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직후에 말입니다.”
“정말 확실한 거지?”
“조, 나는 일개 민간인이에요.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묻는다는 것은 내게 뭔가가 있다고 확신해서 아닙니까?”
“맞아. 내가 무슨 점성술이나 노스트라다무스나 오컬트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너의 판단을 무조건 믿을 수밖에 없어. 그만큼 너의 결정은 항상 옳았으니까.”
“그럼 이번에도 믿으세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전쟁은 무조건 일어납니다.”
“알았다. 고맙구나”
“그리고 하나 더요, 누가 뭐라건 간에 우크라이나는 결사적으로 저항할 것이고, 러시아 초기 공세를 이겨낼 겁니다. 객관적인 전력이 3일 컷이니 한 달 컷이니 같은 소리는 듣지도 마세요.”
“흐음, 전혀 의외인 말은 아니야. 우크라이나가 만만치 않게 준비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여간 우리 미국이든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고 해도,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이야. 자신들이 지원받을 자격이 있음을 말이다.”
“그들은 증명할 겁니다. 젤렌스키가 코미디언 출신이라고 너무 우습게 보지는 마세요.”
“만나보니 의외로 심지가 굳은 사람이었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습게 보지는 않아.”
“젠장,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니까 하는 말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다. 그가 자신을 입증하면 말이다.”
“…….”
그렇기야 하지.
“어쨌든 전쟁이 터지면 너는 또다시 큰돈을 벌겠구나.”
“혼자 먹을 생각은 없으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허허허!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넌 처음부터 보통 부자들하고는 달랐으니까.”
“하여간, 상황을 보면서 도울 것이 있으면 도와드릴 테니까 그리 아세요.”
“알았다. 아, 참! 너 중국대사하고 한판 붙었다면서?”
“에이, 그냥 말다툼 좀 했어요. 빌어먹을 자식이 자꾸 공갈을 치잖아요? 심지어는 우리 한국까지 거론하면서….”
“흐음, 그 일이 베이징 최고위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이더라.”
“최고위라니요? 누구?”
“누군 누구야? 그놈밖에 더 있어?”
“습가 놈?”
“그래, 그놈이 보고 받고서 난리를 쳤다는 첩보가 있었어.”
“헐….”
아니 뭘 이런 것을 가지고 습가 놈한테까지 이르냐고?
애들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