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존과 에이미는 이후에 서울에서 카르마 홀딩스의 남정원 부회장을 만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관광도 하며 지내다가 2022년 새해 첫날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물론 제인은 계속 나와 함께 있는 것으로 했고.
결혼식은 쿨하게 6월 4일에 하기로 했고, 예식장은 마곡 사옥으로 정했다.
어디를 뒤져봐도 우리 마곡 사옥만큼 독립되어 안전하고 주차하기도 좋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존과 에이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헨리가 한국에 입국했다.
“미얀마에 간다고요?”
“네, 올해는 제가 자주 미얀마에 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챙겨야 할 것도 많고, 미국 정부에서도 지원 통로를 저로 일원화하기를 원해서요.”
“고생이 많아요.”
“하하하! 전 차라리 지금이 좋습니다. 미얀마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유감이지만, 저는 모처럼 현역 시절로 돌아간 것 같으니까요.”
“미얀마 가서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하하하! 당연하지요. 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출되는 물자들은 4차례에 걸쳐서 모두 인수했습니다.”
“오! 벌써요?”
“네, 저희가 챙길 것은 전부 챙겼습니다. 일부 무기와 물자는 다른 곳으로 향했고요.”
“다른 곳이라니?”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습니다.”
“아….”
유럽으로 갔다는 말이다.
정확히는 우크라이나로.
“바이든 대통령이 제대로 작심했나 보네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물자뿐만이 아니라, 동원 가능한 무기와 물자 상당량을 우크라이나나 폴란드로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데, 시기가 안타까워요. 좀 늦은 것 같으니까….”
“하하! 미군입니다, 미군. 늦었지만,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성과가 있을 겁니다.”
헨리의 말처럼 미군이다.
지구 원탑 국가이자 천조국이라 불리는 나라.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믿어 보자.
“그건 그렇고 우리 미얀마는 미얀마대로 움직여야지요? 아프가니스탄에 받는 물자 말고 발주한 무기들은 어떻게 되었어요?”
“지난여름에 프랑스에서 발주한 세자르(CAESAR) 155mm 자주포 36문 중에서 18문은 다음 주 중으로 출고됩니다. 나머지는 다음 달 내로 받기로 했고요.”
“오, 생각보다 빠르네요?”
“다른 국가에서 먼저 발주한 것을 양보받기로 하여서 빨리 받게 되었습니다.”
“그, 그렇군요.”
“네.”
아무리 세자르 자주포가 차륜형으로 대형 트럭 위에 155mm 시스템을 올린 것이라 K9 같은 궤도형 자주포보다 간단하다고는 하지만, 명색이 자주포로 불리는 물건이 반년 만에 나올 리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가 양보를 해?
그럴 리가 있나.
차마 어느 나라인지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양보’라 표현하고 약간의 금전이 오고 갔을 것이다.
아마도 정치적으로 상당히 부패한 나라겠지.
“험험, 다행이네요.”
“좀 무리했습니다만, 말썽은 없을 겁니다.”
“잘 알겠지만, 뒷말이 안 나오게 조심하세요.”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2월 내로 1만 명의 구르카로 구성한 부대가 완편이 될 것 같습니다.”
“그거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네, 현재는 부대를 조직하고 훈련 중인데, 워낙 제대로 배운 친구들이라 3월부터는 실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럼 3월부터?”
“네, 구르카 1만, 그리고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의 특수부대 출신들 2,000명으로 구성된 우리 이지스 컴퍼스 소속 대원들, 마지막으로 5만의 미얀마 연방군이 본격적으로 진공을 시작할 겁니다.”
“호오!”
이거 가슴이 웅장해진다.
내 돈의 힘으로 나라 하나를 도모하게 된 것이다.
“좀 더 병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상대는 50만 대군인데?”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국민을 대상으로 학살이나 할 줄 아는 그런 놈들하고 우리 연합군은 질적으로 다르니까요. 그리고 구르카 부대는 계속 충원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5만이 될 때까지는 늘릴 것이고, 미얀만 연방군도 빠르게 그 수가 늘고 있습니다.”
“여하튼 최선을 다해주세요.”
“하하하! 그러려고 당분간 미얀마에서 지내는 것이지요. 현지에서 지휘해야 하니까요.”
“위험하지 않겠어요?”
“염려하지 마세요, 회장님. 제가 전선에 서는 일은 없습니다.”
“하여간 고생하고, 지원할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요. 뭐든 구해다 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조지 녀석을 통하여 바로 말씀드리지요.”
“그렇게 하세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헨리를 미얀마로 보내고 나서 존에게 전화했다.
“존.”
네, 보스. 말씀하세요.
“미얀마로 가는 헨리를 방금 배웅했어요.”
저도 이야기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모자란 부분이 없는지, 존이 좀 챙겨줘요. 자금도 넉넉하게 지원해주고요.”
알겠습니다.
“조지 녀석 쪽도 계속 돈이 들어간 것인데, 그냥 따지지 말고 주세요.”
네, 보스.
“그럼 2월 전까지는 제인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하하! 그렇게 하세요.
사람을 전쟁터로 보낸 것이 이리도 신경이 쓰일지는 몰랐다.
헨리가 아무리 전쟁의 프로고 총지휘관으로 가는 것이지만, 전쟁터는 전쟁터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다.
마음이 불편하여 존에게 전화하여 최대한 지원하라고는 했지만, 여전히 불편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저 무사하게 돌아오길 비는 수밖에.
***
1월 내내 미국은 러시아와 접촉하면서 전쟁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면서 외교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별 소용이 없었다.
러시아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병력을 집중했다.
병력의 숫자는 무려 20만.
이제 일반인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정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
침공하면 우크라이나가 며칠이나 버틸까?
사람들의 관심사는 대충 이 정도인 것 같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접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단지 며칠 만에 평정하냐는 것이지.
과연 그렇게 될까?
이러는 사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철수가 완료되었다.
예정보다는 반년 이상 늦어진 것인데, 다행히 해외로 피난하기를 희망하는 미국과 동맹국의 협력자들과 가족들은 반년 동안에 모두 피난시킬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서 난민을 받아들였는데, 사전에 희망자를 모두 받아들이는 대신에 우리 정화재단에서 난민들을 수용하고 정착할 때까지 돌보기로 정부와 약속하여서 그 수는 무려 2,000명이 넘었다.
“절반인 1,000명 정도는 우리 재단 시설에 수용했고, 나머지 1,000명은 사성하고 현도, 은성, 그리고 화나에서 협조해 주어 그들 연수원에 분산해서 수용했다.”
“정부에서는요?”
“뭐, 어차피 우리가 책임진다고 하여서, 아무래도 한 발을 빼는 모양새야. 알다시피 이슬람 사람들에 대한 공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잖니? 그것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다. 맨날 뉴스에서 폭탄이나 터지고 참수하는 모습만 봤는데, 국민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나 보더라.”
“하긴, 솔직히 나부터도 걱정이 되는데요.”
이번 일은 정화재단에 맡기로 하여 아버지가 주관하여 움직이고 있는데, 여론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그나마 정부하고 같이 20년간 우리 정부에 협력한 사람들이라고 계속 홍보하여 누그러뜨린 것 같지만, 난민 중에서 누구 하나라도 삑사리라도 타면은 바로 반대 여론이 폭발할 거야.”
“그래도 우리 정부에 협력한 사람들인데, 내버려 둘 수는 없었잖아요?”
“그건 나도 동감이다. 그래서 내가 기꺼이 총대를 멘 거였고. 하지만 계속 주의할 필요는 있어.”
“그런데 2,000명밖에 안 되나요? 나는 그래도 한 5,000명은 될 줄 알았는데요?”
“정부와 상의하여서 협력자들에게 미리 강력하게 경고했어. 종교를 믿는 것은 자유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들이나 아이들을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소유물로 인식하고 억압하면 절대로 안 되니, 자신이 없으면 포기하라고 말이야. 아직은 그리 혼란스럽지 않아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이 포기하더라.”
“쯧쯧! 바보 같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본인들 선택이니까, 어쩔 수 없지. 어쨌든 네 생각은 어떠냐? 미국이 그렇게나 지원했는데,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쉽게 탈레반 놈들에게 무너질까?”
“얼마 버티지 못할 거예요. 미국 정부도 길면 3개월, 짧으면 한 달을 예상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나 빨리?”
아버지는 내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반문했다.
아마 어처구니가 없을 거였다.
20년간 1조 달러를 들이부었는데 고작 몇 달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하니 말이다.
“미군이 점령하면서 사람을 잘못 골랐어요. 듣기로는 영어 잘하고 미국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사람이라 그냥 서둘러서 지도자로 앉혔는데, 알고 보니 무능하고 썩어 문드러진 인간이었어요.”
“그 초대 대통령 말이냐?”
“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요.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그보다는 부패는 덜 한 모양인데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
“허! 거 참! 그놈의 나라는 지도자 복도 없는 모양이네?”
“그런 것 같더라고요. 하여간 돈과 무기를 아무리 쏟아부으면 뭐 해요? 오늘 정부군에 쥐여준 무기가 다음 날에는 탈레반 손에 들어가 있다는데?”
“미쳤구나….”
“어쨌든 아프가니스탄은 조만간 무너질 거예요. 그러면….”
“지옥이 펼쳐지겠구나. 특히 여자들에게는….”
“…….”
미군의 철수가 반년 연기되면서 당장 큰 혼란이 없다고 해도 남은 사람들은 대가를 치를 거다.
그것도 여자와 아이들이 더 심하게.
“아버지가 그 사람들이 잘 정착하도록 신경 좀 써주세요. 자금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알았다.”
“특히, 근본주의적인 이슬람 생활방식을 버려야 우리나라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니까, 계속 교육을 해주시고요. 그래도 문제가 될 것 같은 사람들은 말씀하세요. 어차피 미국의 요청으로 받아들인 것이 크기 때문에, 미국에 말하면 어느 정도는 받아 줄 거예요.”
“흐음, 그건 나중에. 지금 그런 것이 알려지면 오히려 미국에 가려고 환장할 거다.”
“아, 그러네?”
“자식! 네가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사람 속성에 대하여는 아빠가 더 잘 알걸?”
“흐흐흐!”
“흐흐흐!”
***
전쟁에 대한 우려는 1월 20일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밝히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미 이틀 전인 1월 18일에는 주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까지도 모두 철수한 상태다.
미국도 자국민들의 러시아 여행을 금지했고, 우크라이나에서 서방 국가들의 외교 공관원들도 점차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전쟁의 공포가 서서히 올라갈 때쯤, 여러 가지로 말이 많았던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푸틴이 중국을 방문하여 습근평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