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60화 (160/250)

160. 평화는 이제 끝이 났다.

“와! 그냥 썩은 것이 아니라 아주 그냥 썩어 문드러졌네?”

“그러게 말이다. 원래 아무리 스포츠라도 홈 어드밴티지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아니 이러면 뭐 하러 경기하나? 그냥 중국 놈들에게 다 금메달 주지?”

“…….”

제프리 형과 2022년 동계올림픽을 보다가 하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피겨와 스피드 스케이팅을 대표하며 우리 국민에게 기쁨을 주던 두 분 여왕께서 은퇴하시고, 이제 우리나라가 기댈 수 있는 종목은 전통의 메달밭인 쇼트트랙뿐이다.

그런데…… 개판이다.

아니 편파 판정도 좀 적당히 해야지, 이게 대체 뭐야?

아주 그냥 중국 선수들을 밀어주지 못해서 안달이 났다.

세상에 계주에서 터치도 못 했는데 중국 선수가 1등이야?

무슨 블루투스냐고?

아니면 무협의 나라 중국답게 허공을 격하여 진기를 날려서 터치했나?

쇼트트랙 초장부터 이따구 판정이 난무하여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더니, 결국 쇼트트랙 최강국인 우리나라 선수들이 줄줄이 피해를 보고 있었다.

이건 뭐 경기를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를 정도였으니.

웃기는 것은 심판장이 원래는 명심판으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었단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심판을 볼 수가 있는지 황당했는데, 쇼트트랙 국제심판이자 우리나라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인 양반이 하는 말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 간혹 그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심판도 사람인데.’ 그런데 오심을 하는 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심은 한 번으로 족하지 한 번 이상이 되면 그건 오심이 아닙니다. 고의적입니다.

한마디로 명성이 자자한 명심판이 저렇게 판정을 내리는 것은 오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의라는 말이지.

거기다가 국제 병신 연맹인지 하는 것들도 대놓고 중국을 지지하고 있었다.

이렇다면 이건 중국 정부 차원에서 조작을 한다고 봐야 한다.

“확실히 습근평이가 무리를 하는 것 같아.”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제프리 형?”

“올해 말에 습근평이의 3연임이 결정되잖아?”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뻔한 것 아니냐? 경제도 시원찮은 판국에 뭔가 치적을 내세워야 할 것 아니야.”

“그 치적이 이거라고? 깨끗해야 할 스포츠를 조작하는 것이?”

“그렇지 뭐.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 그것도 중국 애들이 아주 승승장구하면서 말이야. 거기다 코로나를 완전무결하게 방역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지.”

“미친놈들이네…….”

“봐라. 중국에게도 쇼트트랙이 메달밭이라서 유난히 쇼트트랙이 집중적으로 조작 대상이 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종목에서도 엄청나게 심했을 거야.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중국이 아직은 동계올림픽에서 약하니까 망정이지.”

“허어…….”

화면에서 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중국 선수들이 비춰지고 있었다.

저놈들도 머릿속에 우동사리 대신에 정말 뇌가 있다면 자신들이 진정한 챔피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저렇게 기쁠까?

그리고 유난히 눈에 거슬리는 놈이 따로 있었다.

우리나라 쇼트트랙 대표선수로 쇼트트랙을 지배했던 놈이다.

빙상이 이름이 병신하고 닮아서인지는 몰라도 유난히 복마전이라고 알려진 우리나라 빙상계.

그 빙상계의 파벌 싸움에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로 귀화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젠 중국까지 가서 코치를 하면서 저리 환호를 하고 있었다.

러시아로 귀화할 때만 하여도 안타깝게 여기는 여론이 우세했는데, 이건 아니지.

게다가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그는 파벌의 희생자가 아니라 파벌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도 있었다.

마음에 심하게 안 들었다.

또, 성추문에 휘말려 중국으로 귀화한 선수.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으면 무죄 판결을 받고 한국 국가대표로 복귀했을 텐데 그걸 못 참고 중국으로 귀화했다.

아니 아무리 그렇더라도 귀화할 나라가 따로 있지, 습근평의 집권 이후로 날로 악화가 되어 사실상 잠재적인 적국이나 마찬가지인 중국으로 귀화하냐고.

그리고 피치 못하게 귀화했으면 좀 조용히 있든가.

이런 개판에서 왜 자꾸 중국에 절대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서 욕을 먹는지 모르겠다.

어린 친구가 안타깝지만 본인이 한 선택이다.

그 결과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게 성인이니까.

“이번 올림픽은 보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요…….”

그냥 신경 끄고 살련다.

지금 중요한 것이 올림픽이 아니고.

습근평이 푸틴과 만나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골자는 서방 나토의 동진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딱 보니 명분 쌓기용 성명이었고, 이는 조만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한다는 의미이다.

프랑스 대통령 마카롱은 지가 뭐라고 나서서 자신이 푸틴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침공은 없을 것이라고 헛소리를 늘어놓았는데, 그냥 좀 가만히라도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국경에 푸틴이 집결시킨 병력만 무려 20만이다.

그 20만 병력이 작년 말부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차디찬 북극의 공기를 맞아가며 한겨울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뻥카였으니 도로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명령할 수 있을까?

러시아에서 푸틴의 권력이 공고하더라도, 저런 소릴 했다가는 권력의 누수가 생긴다.

하다못해 뭐라도 얻어가지 않으면 이젠 병력을 물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외치고 다니는 유럽 지도자들을 보면 한심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인데,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바라보는 것 같았다.

뭐, 이러는 것이 인간이기는 하지만, 일국의 지도자라면 그 정도는 생각해야 하련만.

띠리링! 띠리링!

전화가 와서 번호를 보니 사성의 이정룡 부회장이다.

“아, 이 부회장님.”

- 강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네, 저야 뭐 무탈하지요. 그런데 무슨 일로?”

- 하하! 안부도 묻고 다른 것도 좀 상의 드리려고요.

“하하! 뭐가 궁금하신데요?”

- 우크라이나 사성 주재원들에게 철수 지시를 내렸습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은성이나 현도 모두 말입니다.

“허…….”

- 전쟁 말입니다. 곧 일어나겠지요?

“네, 조만간 일어날 겁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올림픽 기간 내라도 푸틴이 침공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아니고요, 올림픽이 끝난 직후에는 침공할 겁니다. 2월 내로 말이지요.”

- 이거 참! 정말 요즘은 머리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코로나가 덮치지를 않나, 냉전이 끝나지를 않나…….

내가 생각해도 참 어지러울 것 같았다.

이러다가 종말이라도 올 것 같은 생각까지 들 정도이니.

“난세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특별히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시대인 것 같으니, 늘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 휴우, 그래야지요. 아! 현도의 우성이가 통화하면 고맙다고 꼭 말씀드려 달라고 하더군요. 회장님 덕분에 러시아에 진출한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는데, 현도는 나름대로 여유 있게 대처하고 합니다. “

“호오? 그래요?”

- 네, 회장님. 우성이 그놈 지금 미친 듯이 자재를 러시아에 밀어 넣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축한 자재만으로도 1년 이상은 외부의 반입 없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 하더군요.

그래도 내 말을 잘 새겨들었나 보구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현도도 그렇지만 사성이나 다른 그룹도 슬기롭게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 고맙습니다, 회장님.

“별말씀을…….아! 참! 이 부회장님!”

- 네? 무슨 하문하실 말씀이라도?

하문은 무슨 하문이야?

이정룡 이 양반 요즘은 자꾸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데 상당히 부담스럽다.

“에이, 하문이라니요? 자꾸 그러지 마세요. 또 그러면 전화 안 받을 겁니다.”

- 하하하! 그럼 안 되지요. 하여간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 별건 아닌데요. 다름이 아니라 매제? 매부?”

- 제 여동생 남편 말입니까? 둘 다 맞는 말입니다만…….

“그 매제 분이 빙상에 관련이 있지요?”

- 비, 빙상이요? 네, 관련 단체 회장도 하고 현재는 국제 빙상연맹 ISU 집행위원으로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국제 빙상연맹 회장에도 도전할 예정이고요. 그런데 매제는 갑자기 왜요?

“제가 이런 말해서 송구합니다만, 거 잘 좀 하라고 해주세요. 이거 성질 뻗쳐서 어디 살겠습니까?”

- 죄, 죄송합니다. 제가 아주 특별히! 강 회장님께서 분노하고 있다고 전해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선수를 러시아에 뺏기지를 않나, 그리고 ISU 집행위원이면 뭐 해?

이런 개판이 벌어지는데도 찍소리도 못하는데 말이다.

에이! 다시 성질이 나네.

***

2월 20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폐막했다.

그러자 전 세계의 이목은 러시아로 집중되었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올림픽 기간 내에 침공할 것이라는 말을 했지만, 그건 누가 봐도 좀 에러였고 현재의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고려하면 당연히 러시아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에 움직일 것이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현지시각으로 2월 21일 저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과 주권을 즉각 승인한다는 것,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해외 식민 세력의 통치를 당하는 중이라고 하면서 아예 우크라이나 국가 존재 자체를 부인하듯이 말했다.

푸틴의 이 성명은 많은 사람들이 사실상의 선전 포고로 간주했다.

이제 전쟁이 임박한 것이다.

2월 23일.

푸틴이 러시아 상원에 해외 파병 승인을 요청했고, 러시아 상원은 이를 즉각 지지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세에서 60세 남자를 대상으로 예비군 소집령을 발표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가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천재적이다(This is genius)’라고 찬양한 것이다.

대체 미국인들은 어떻게 저런 병신 같은 늙은이를 지지했었고, 여전히 상당수가 지지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2월 24일.

“세르게이! 준비는?”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우리 자랑스러운 마더 로씨야의 자식들이 3일이면 키예프의 반동들을 쓸어버릴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10년 동안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역임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가 만삭의 임신부처럼 거대하게 튀어나온 배를 내밀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우크라이나 따위의 전쟁은 그저 가벼운 군사작전일 뿐이었기에.

그리고 그런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푸틴의 입이 열렸다.

“좋아! 세르게이! 방송을 준비하도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긴급연설을 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군사 작전을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말하며, 목표는 우크라이나군의 무장 해제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라고 밝혔다.

콰콰쾅! 쾅! 쾅!

“크아아악!”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화염과 포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30년의 평화를 끝내고 신 냉전을 시작하는 포성이었다.

적어도 유럽의 평화는 이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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