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63화 (163/250)

163. 얼마나 욕심이 났을까?

“그렇다면 혹시 무기도?”

브와시착 국방부 장관이 살짝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아, 무기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는 순수한 민간 투자회사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지요.”

“하지만 미국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미국 정부를 통해서라든지?”

“러시아가 바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이 정도로 지원하는 것도 러시아 입장에서는 불쾌할 겁니다. 방탄모와 방탄복까지는 순수한 방어 물자지만, 야간투시경과 홀로닷 사이트, 레이저 표적지시기 같은 것은 살상력을 극대화하는 물건이니까요. 우리 딴에 지원 리스트에 올리면서 나름 고민을 했던 품목입니다.”

“아, 도트 사이트와 표적지시기도 포함한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좀 아쉽군요. 러시아가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미국의 투자회사에 보복할 수단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우리 회장님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불똥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튈 겁니다.”

“후유,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네요. 아쉽습니다.”

“그래도 살상 무기가 아닌 것들은 최대한 지원 목록에 포함했습니다. 포드사의 F-150 픽업트럭 1,000대와 한국의 양용 자동차에서 나오는 넥스턴 스포츠 칸 픽업트럭 2,000대도 순차적으로 도착할 것입니다. 특히 넥스턴 픽업은 한국군에 납품하는 사양으로 주문했고요.”

“아….”

“오….”

“물론! 민간 구호용입니다.”

“그렇겠지요, 하하하!”

“민간용 맞습니다, 하하하!”

두다 대통령과 브와시착 국방부 장관이 아쉬운 표정을 지우고 동시에 탄성을 지르며 웃었다.

이들도 아는 것이다.

포드의 F-150이나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하여간 한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다는 사륜구동 픽업트럭이 전쟁에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아마도 상당수는 일명 ‘테크니컬’이라는 사제 전술 차량이 되어버릴 것이 뻔했다.

비록 방탄 기능은 없지만, 꽤 유용할 것이다.

“하하하! 하여간 고맙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뚫리면 바로 우리 폴스카가 다음이라, 우리는 이번 전쟁을 남의 전쟁이라 보지 않습니다.”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에서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겁니다. 폴란드 정부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우리 폴란드 정부의 모든 여력을 동원하여 협력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귀사의 회장님을 뵙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네, 말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두다 대통령과 말을 마친 조지는 다시 뛰어가더니 알 수 없는 말을 소리치며 직원들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저 조지라는 친구, 어째 군인 냄새가 나지 않나?”

“확실히 군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일반 군인 출신으로는 보이지 않는군요.”

“그렇지?”

“네, 마치 우리 그롬(GROM. 폴란드 특수군)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정도인가?”

“제가 그 친구들을 어디 한두 번 봅니까? 아마 네이비실이나 그린베레, 아니면 델타 출신일 겁니다.”

“거 참,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 서열 3위라는 사람이 미군 특수부대 출신이라니? 그거 웃기는 이야기군.”

“뭐,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시업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카르마 인베스트먼트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대로 파 보게. 재밌을 거 같으니까. 특히나 회장을 집중적으로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한국과 이야기되는 것이 제법 있지?”

“네, 2018년부터 전차 구매 상담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상당히 많은 품목을 구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방 국가 중에서 냉전형 군대를 유지하고 방산업계가 돌아가는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터키가 비슷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질적으로도 많이 떨어지고 아무래도 터키는 좀….”

“아무리 급해도 에르도안 그 미친 영감탱이와 손을 잡기는 싫네. 한국과 집중적으로 협력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3월이 되자 나는 한국으로 입국했다.

“오! 철식아! 어서 오너라!”

“건강하시지요? 이사장님?”

서울로 와서 장영동 이사장님을 찾아뵈었다.

뭐, 마곡 사옥에 같이 있으니 올 때마다 인사드리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바로 주례를 부탁드리려고.

사회적인 위상으로 보나 뭐로 보나 이만한 분은 찾기 어렵지.

게다가 아버지와는 뽕짝이 맞아서 거의 의형제 비슷한 사이가 되어버려 사실상 백부님 같은 분이다.

“그래, 제인은 어디 가고?”

“에이, 이번에는 미국에 두고 왔어요.”

“응? 왜? 죽어도 안 떨어질 것처럼 굴더니만?”

“그게 떨어져 있기 싫었는데, 제인이 마지막 학기잖아요. 어떻게든 같이 오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아, 그래서였군. 허허허!”

“뭐, 5월 말에는 졸업이니까요.”

“그래, 전화로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지? 무슨 일이냐?”

“6월에 하는 제 결혼 말입니다.”

“그래, 6월에 한다고 했지.”

“이사장님께서 우리 결혼 주례를 서주셨으면 해서요.”

“뭐, 주례? 내가?”

장 이사장님은 의외로 놀라서 말을 꺼낸 나까지 민망하게 만들었다.

“아니, 왜 그렇게 놀라세요? 주례 많이 하셨을 것 아니에요? 설마 우리 주례를 보기 싫다는….”

“무슨 소리냐? 그럴 리가 있나? 단지 내가 처음이라….”

“엥? 처음이라니요? 이사장님이 여태껏 주례를 보신 적이 없다고요?”

그게 말이 되나?

장영동 이사장님 위치에서 주례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네가 좀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가 계속 공직에 있었잖니? 그것도 가장 불편부당해야 할 판사로 말이다. 그래서 내게 슬슬 주례 청탁이 들어오던 50대 중반부터 아예 선언했었어. 나는 누구의 주례도 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주례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누구와 친하다는 등의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라서….”

“아….”

“그런데 내가 대법원 판사까지 하다 보니 그 세월이 길어졌고, 퇴직한 이후로도 나는 원래 주례를 안 보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버려서 애초에 아무도 내게 주례 서달라고 부탁을 하지 않지 뭐냐?”

“푸하하하!”

“웃지 마, 이 녀석아! 한동안은 그게 편하기도 했었는데, 나중에는 좀 그렇더라. 내가 인생을 잘 못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흐흐흐! 알겠습니다. 이번에 제 주례를 시작으로 주례 계에 입봉하시지요?”

“됐다! 네 주례만 보고 다시는 안 보련다.”

“어쨌든 감사해요.”

“허허허! 내가 아주 멋진 주례사를 해주마!”

“…….”

우리 이사장님 결혼식도 잘 안 다닌 것 아니야?

혹시 주례사를 30분씩 하시는 것은 아니지?

약간의 불안감이 내 뒤통수를 타고 올라왔다.

***

“초청할 사람들은 전부 정하셨습니까?”

“거의 정했는데, 아직 일부는 결정하지 못했어요.”

사무실에서 남정원 부회장이 내 결혼식 초청 대상자들에 대해 물었다.

“이거, 결혼 선배로서 말씀드리는데요, 가능하면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물론 나중에 다시 볼 사람들 기준으로 말이지요. 내 딴에는 좀 어중간한 사이라고 생각하여 배려한답시고 청첩장 보내지 않았다가 두고두고 싫은 소리 들었습니다.”

“그, 그래요?”

“그럼요. 이게 좀 웃기는 일인데, 솔직히 직장인들 축의금도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르고 지나가길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참작해서 안 보내면 또 원망하거든요?”

“헐….”

“물론 회장님은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마구잡이로 초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볼 사람들은 보내세요. 안 보내면 십중팔구 돈 좀 벌었다고 무시한다는 말이 나올 겁니다.”

“하아, 이거 결혼하기도 힘드네요.”

“흐흐흐! 그래서 결혼식 끝나고 나면 두 번 다시 이 짓을 안 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그런데도 두 번, 세 번 하는 사람들 보면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하지요?”

“뭐가 말입니까?”

“바이든 대통령이 자꾸 오겠다고 생떼를 부려서요.”

“누, 누구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요.”

“헉!”

“…….”

내가 그렇지 오지 말라고 하는데도 기어이 오겠다고 한다.

아니 바쁜 사람이 대체 내 결혼식에는 왜 오냐고?

번거롭게시리?

“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러게 말이에요. 그렇게 오지 말라고 하는데도 자꾸 온다고 난리를 치네요.”

“허! 그럼 결혼식이 엄청나게 복잡해질 텐데요.”

“누가 아니랍니까?”

자그마치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 대통령이 움직이면 사전에 경호실에서 몇 개월 전부터 현지답사를 하고 모든 체크를 한다.

또한 당일에도 검색대 설치는 물론이고 참석자 명단까지 달라고 할 것이 뻔하다.

“하여간 말려 볼 텐데, 그렇지 않으면 남 부회장님이 신경 좀 써주세요. 아마 미국에서 협조 요청이 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아! 청와대 가셔야 할 시간인데요?”

“네….”

“울상 짓지 말고 가시지요?”

“…….”

내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VIP로부터 보자는 연락이 왔다.

내 말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니, 아마도 시국에 대하여 궁금한 것을 물어보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7년 전까지 대성 어패럴 영업 팀장이던 내가, 어쩌다가 대통령들을 만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

“하하하! 어서 오세요! 회장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건강하시지요?”

“하하! 저야 건강하지요. 이거 자주 뵙고 싶은데, 회장님께서 썩 내켜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자주 못 뵙습니다.”

“에이,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용건 있으면 편하게 연락주세요.”

“하하! 그거 정말 반가운 말씀입니다. 자! 들어가시지요.”

“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거다.

그게 잘 안 되어서 문제지만.

“회장님 말씀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정말 놀랍더군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겁니다. 다만 너무나 오래 세상이 평화롭다 보니 믿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겠지요.”

“휴우!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떻게, 대처는 잘하고 있으십니까?”

“일단 정석대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G7과 나토 등의 우방들과 공조하고 있지요. 하지만, 회장님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완전히 척을 지기는 어렵습니다. 주변 강대국 중에서 그나마 다툼이 없었고 우호적인 나라이니까요.”

“그렇지요.”

“그래서 어렵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우리에게 무기를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현실적으로 줄 수 없거든요.”

“아, 우크라이나가 그랬어요?”

“휴우! 말씀도 마십시오. 전쟁이 터지던 날에 신임장을 받은 포노마렌코 우크라이나 대사가 아주 그냥….”

“아주 그냥?”

“무기를 달라고 온갖 군데를 쑤시고 다니면서 사정하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정말 난처했습니다.”

“허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자신의 조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체면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을 거였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서방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냉전형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대사도 알고 있을 터이니, 얼마나 욕심이 났을까?

당장 불곰사업으로 들어온 T-80U 전차 30여 대와 BMP-3 보병전투차 70여 대가 우리 한국군에는 계륵 같은 신세로 퇴역 직전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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