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71화 (171/250)

171. 배달의 민족.

“하여간 정말 못됐어…. 요.”

“에이, 편하게 해 바이어님, 우리 사이에 왜 이래?”

김현경은 뜬금없는 나의 출현에 잠시 정신 줄을 놓았다가 곧 수습하고, 후다닥 나머지 간담회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곧장 나를 끌고서 커피숍으로 와서는 타박을 시작했다.

“그래도 괜찮아…. 요? 강 팀장님, 어마어마한 거물이 되었다던데?”

“괜찮다니까 그러네? 우리가 술을 같이 마신 것이 몇 번인데 그래요?”

“히히! 그건 그래, 근데 뜬금없이 어쩐 일이야? 세계를 주름잡는 거물께서?”

“진짜 왜 그러냐? 그래도 생각나서 들렀구먼?”

“칫! 무려 만으로 7년 만에?”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이봐요, 강 팀장님. 대리였던 내가 벌써 차장이랍니다.”

“오오! 늦었지만 추카추카!”

“추카는 개뿔, 자기는 내가 쳐다보지도 못할 곳으로 갔으면서….”

“내 이야기 들었어?”

“그걸 말이라고 해? 우리 업계에서 얼마나 화제였는데? 덕분에 나도 좀 시달렸고.”

“응? 당신이 왜 시달려? 누구에게?”

“누구긴 누구야? 내가 강 팀장님하고 아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서 윗사람들에게 불려 갔지.”

“아….”

그건 생각하지 못했다.

“미안해….”

“미안하기는, 근데 소문이 사실이야? 처음에 미국에 가서 거부가 되었다는 소식도 믿기지 않았는데,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더라. 대성도 인수하더니만 몇 년 있으니까 아예 우리나라 어패럴계 공룡이 되었고, 더 나중에는 그것도 모자라서 우리 그룹 오너도 절절맨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니….”

“뭐, 아마도 사실이지 않을까?”

“그럼 진짜 자기가 카르마 그룹 오너야? 한국하고 미국 전부?”

“응, 100% 전부.”

“세상에나….”

김현경은 기가 막힌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운이 좀 좋았을 뿐이야.”

“나랑 마지막에 만났을 때도 부산 본점 매장 빠진다고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던 그 사람이? 홍 사장님에게 욕먹을까 봐서 전전긍긍했던 그 사람이?”

“흐흐흐! 그랬나? 나 기억이 안 나는데?”

“참 나, 어이가 없어서….”

“그건 그렇고 왜 연락 한 번 안 했어?”

“어머! 이이 좀 봐? 마지막에 퇴사하고 미국 간다고 전화하고 간 사람에게 내가 무슨 연락을 해? 그리고 얼마 있으니 대성이고 뭐고 깡그리 우리 업계를 인수하던데, 그런 거물에게 내가 어떻게 먼저 전화하냐고? 일개 월급쟁이인 내가?”

“에이, 진짜! 왜 그러냐?”

“세상이 그래요. 누가 성공했다고 연락하는 거, 그거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마치 뭐라도 바라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잖아?”

“…….”

김현경의 말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아프게 찔러 왔다.

내가 아무리 아싸로 살아왔다지만, 그래도 김현경 바이어처럼 소중한 인연들이 적지 않았다.

살아온 세월이 몇 개인데 그런 인연도 없을까.

그럼 그 사람들도 내게 먼저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거였다.

적어도 그나마 내가 친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속물들은 많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연락했어야 했는데.

“진짜 미안해. 바이어님 말 들으니까, 내가 찔리는 것이 좀 많네. 그럴 생각은 전혀 아니었는데….”

“바이어님은 무슨, 이젠 플로어장이라니까?”

“흐흐흐! 네, 플로어장님!”

“호호호!”

김현경 바이어는 이제야 마음을 푸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웬일이야?”

“웬일이기는? 오랜만에 보고 싶기도 하고 줄 것도 있어서 왔지.”

“뭐 줄려고?”

“이거….”

나는 청첩장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나, 결혼해.”

“어머! 진짜?”

“응, 6월 4일에 해.”

“칫! 진짜 이게 뭐냐? 몇 년 만에 나타나서?”

“흐흐흐! 미안, 그래도 축의금 안 받으니까, 와서 밥이나 먹고 가. 밥은 아마 맛있을 거야. 볼거리도 좀 있을 것 같고….”

밥이야 최고로 입증된 주방장들만 엄선하여 맡긴다고 하니, 맛이 없을 리는 없을 거다.

그리고 볼거리?

무려 톰 크루즈와 탑건 2의 주연 배우들,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찬조 출연할 예정이다.

이거 어디 가서도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될 거였다.

“어머! 이 남자 뻔뻔한 것 보소. 누가 밥값 아까워서 이러나? 황당해서 그렇지?”

“그래서 직접 찾아왔잖아? 나, 이래 봬도 얼굴 보기 힘든 사람이라고?”

“잘났다! 잘났어! 그래, 신부는?”

“미국 사람이야. 우리 회사 부회장 딸.”

“미국 사람? 몇 살인데?”

“스물….”

“엥? 스물?”

“스물셋.”

“어머! 이런 도둑놈이 다 있냐?”

“흐흐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 하여간 올 거지?”

“가야지 뭐. 아이고, 내 팔자야. 잘난 남자는 남들이 다 채가더니 이젠 하다하다 미국 여자까지 채가는구나!”

“어? 바이어님 아직 결혼 안 했어?”

“못 했다! 왜!”

“헐….”

김현경 바이어는 나보다 두 살이 어려서 지금 36살일 거다.

요즘 만혼이 유행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외모도 꽤 이쁜 편이고 성격도 괜찮았으며, 직장이야 대기업 사원이라 이미 했을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뭐, 곧 좋은 남자를 만나겠지.”

“아이, 그런 소리 고만해. 가뜩이나 엄마가 스트레스 주어서 심란한데….”

“흐흐흐, 알았어. 회사는 어때?”

“어떻기는 뭐가 어때? 죽을 맛이지.”

“왜?”

“왜긴 왜야? 아주 한국에는 관심도 없었네요? 우리 회사, 유통에서 아주 죽을 쑤고 있잖아. 현도하고 뉴월드는 날고 있는데 말이야. 몇 년 전부터 회사 분위기가 말도 못 해.”

“아….”

한때는 유통의 괴물이라고 불리면서 우리나라 백화점계를 지배했던 회사가 로체다.

그런데 내가 영업을 하던 시절부터 이미 좀 맛이 가기 시작했다.

이커머스가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로체는 이커머스에서 빌빌거렸다.

뛰어들기는 꽤 일찍 뛰어든 것으로 아는데 말이다.

게다가, 주력인 백화점과 마트도 죽을 쑤는 것은 마찬가지였지.

로체 백화점은 점포 수는 제일 많은데, 비효율 점포가 너무 많았다.

그야말로 속 빈 강정.

반면에 현도와 뉴월드 백화점은 대부분 알짜배기 점포들이다.

특히나 뉴월드가 그랬는데, 현도가 미아점이나 부산점 같은 비효율 점포가 몇 개 있는 반면에 뉴월드는 거의 하나같이 알짜들이다.

이러니 점포당 매출로 따지면 로체가 한참 아래였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드로 인하여 중국인 쇼핑객이 줄어든 타격이 로체가 월등하다는 거였다.

로체는 중국인 쇼핑객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소공동 본점은 사드로 한한령이 내려지기 전까지만 하여도 중국인으로 먹고산다는 소릴 들을 정도였는데, 현도와 뉴월드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쇼핑객들은 시끄러운 중국인들을 피하여 로체 백화점을 꺼리는 분위기까지 있었는데, 이게 한한령이 내려서 중국인들이 오지 않음에도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럽기까지 했고.

“진짜 말도 마셔. 그 찬란하던 로체가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몰라요.”

“좋아지겠지, 뭐. 로체가 그래도 저력이 있잖아? 여전히 백화점 업계에서는 매출로 여전히 1등이고 말이야.”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유! 이젠 나도 모르겠다. 하여간 결혼식에는 꼭 참석할게. 그리고 축하해요.”

“그래, 기다릴게.”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고.”

“고맙기는, 내가 미안하고 고맙지!”

띠리리링!

그때 김현경 바이어의 전화기가 울렸다.

“잠깐만, 우리 층 파트리더 전화야.”

“응, 받아.”

“여보세요? 왜? 뭐? 손님이 매장에서 난동을 피운다고? 아이 씨! 그런 건 좀 네가 처리하면 안 되니? 양 대리 짬밥이 몇 개야? 뭐? 점장 나오라고 한다고? 하아! 알았어, 갈게.”

“…….”

안 봐도 비디오다.

우리나라 유통업계는 기본적으로 손님이 난동을 부리면 잘못한 것이 없어도 죽고 들어간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구조지.

“미안,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가봐야 할 것 같아.”

“내가 이 동네 분위기 모르나? 가 보셔.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응, 결혼식 때 봐요.”

“그 전에 술 한잔하자.”

“진짜?”

“그럼? 우리 제인도 같이 만나지 뭐.”

“이름이 제인이야?”

“응, 제인 스미스.”

“호호호호! 이름이 좀….”

“…….”

가명스러운 거지 뭐.

“저기, 바이어님….”

“응?”

“아니야, 며칠 내로 연락한다고.”

“알써, 갈게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고 그냥 보냈다.

굳이 지금 할 말도 아니니까.

나중에 내가 떠나기 전에 박진호 부사장에게 신경을 쓰라고 할 생각이다.

사회에서 친하게 지낸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내가 이 정도도 못 해줄까.

***

“누구요?”

“브, 브와시착? 브와슈차크? 이거 참, 이름이 좀 어려워서요.”

“하여간 거 부왁?”

“그냥 브와슈차크로 하시지요. 발음은 브와시착이 제일 비슷한 것 같은데, 일단 공식적으로 브와슈차크로 표기하는 모양입니다. 폴란드 국방부 장관인데, 다음 달부터 부총리도 겸할 예정이라 부총리급의 의전으로 맞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그 사람이 왜요?”

“이번에 방한하여 믿기 어려운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제안인데요?”

“K2 흑표 전차 1,000여 대하고 그 외에도 K9자주포와 FA-50 경전투기, 그리고 천무 다연장로켓과 미정이지만 레드백 AS -21 보병전투차까지 엄청난 수량을 사겠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우와아아! 그게 정말이에요?”

“네, 회장님. 하도 엄청난 규모라 업계에서도 반신반의하더라고요.”

“허어….”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K2 흑표 전차야 몇 년 전부터 이야기되던 것이었으니 그런가 보다 하는데, K9자주포는 뭐고 FA-50 경전투기는 또 뭐야?

폴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거의 준전시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뚱딴지같았다.

내가 이렇게 황당한 것은, 폴란드는 우리 K9자주포 차대를 사용하여 이미 동등한 수준의 자주포인 AHS 크라프 자주포를 양산하고 있었고, FA-50은 몇 년 전 폴란드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물을 먹었기 때문이다.

당시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에 굳이 페라리가 필요 없다고 하면서, T-50의 영원한 숙적인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키의 M-346을 선택했고 벌써 도입 중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웬 K9이고 FA-50이여?

내가 작년에 전부 발주한 것은 꿈에서 보인 대규모 전쟁으로 반드시 급하게 필요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했지만, 그게 폴란드가 몽땅 당사자일 줄은 몰랐다.

전차 정도나 사갈 줄 알았지.

“그거 확실한 겁니까? K2 흑표 전차는 원래 후보로 검토 중이었으니까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K9자주포와 FA-50은 그럴 리가 없는데요? 남 부회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폴란드는 이미 비슷한 물건을 생산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수입 중이에요.”

“제가 그 바닥은 잘 모르지만, 확실하다고 합니다. 최대한 빨리 뽑아서 배송해 줄 수 있냐는 것만 집요하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신속하게 납품을 해준다면 전부 사겠다고 하면서요.”

“대체 언제까지요?”

“가능하면 일부라도 올해 안에 납품해 달라고 한답니다.”

무슨 로켓배송이냐?

아무리 우리가 배달의 민족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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