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72화 (172/250)

172. 국뽕이 차오른다.

‘빨리빨리’는 우리나라의 대명사인데, 이젠 폴란드도 감염이 되었나 보다.

“그래서요?”

“그래서는요? 회장님께서 작년에 발주한 장비들이 있잖습니까? 다만, 당시 회장님이 언급한 나라가 폴란드인지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 확답을 주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여쭈어보는 것이고요.”

“흐음….”

잠시 곰곰이 따져 보았는데, 내가 작년에 단순히 꿈에서 보고 무지성으로 발주한 무기들은 확실히 폴란드로 갈 운명인 것 같았다.

나토 최전선에 있는 육군 대국으로, 러시아에 대한 공포와 증오가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내가 작년에 발주한 무기는 폴란드가 임자인 모양입니다.”

“호오? 그럼 회장님께서는 작년부터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신 겁니까?”

“에이,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런 것을 어떻게 압니까?”

“직업 점쟁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비슷한 수준이신 것 같습니다만….”

“…….”

이 양반이 이젠 아주 나를 거의 점쟁이로 보는구나.

“그런 것이 아니라, 나는 단지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정도만 예상했을 뿐이에요. 그에 따라서 무기 소요가 반드시 폭증할 것을 합리적으로 추론했고요.”

“그 ‘합리적인 추론’을 거의 ‘예언’ 수준으로 승화시키셨군요.”

“자꾸 이상한 말씀 하지 마시고, 어쨌든 폴란드에서 그 무기들을 원한다는 것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한국 정부에서 발주하지도 않은 무기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업체에서는 회장님께서 발주하신 것이라 자신들이 손을 못 댄다고 대답했고요.”

“허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넘겨야지요. 작년에 내가 발주한 무기는 모두 폴란드에 매각하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브, 브….”

“브와슈차크!”

“제가 이젠 나이가 있다 보니 발음이 빨리 입에 익지가 않네요.”

“에이, 아직 50대시면서 왜 그러세요?”

“어허! 회장님도 제 나이가 되어 보세요. 방금 본 것도 잊어버립니다.”

“…….”

겉으로 보면 아직도 40대로 보이는 양반이 별소릴 다 한다.

요즘 50대면 어디 가서 나이 먹었다는 소리도 못 하는 것으로 아는데 말이다.

정훈이가 그러는데 80대 개인택시 기사분들도 수두룩 하다더구먼

“하아, 그래서 그 브와슈차크가 뭐요?”

“네, 그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회장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나를요? 왜?”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조지 패튼에게서 말씀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패튼? 조지 패튼? 그 녀석이 폴란드 국방부 장관 입에서 왜 나오지?”

“패튼 부사장, 지금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휘하고 있잖습니까? 거기서 만났겠지요.”

“허어! 그 미친놈, 헛소리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하하! 패튼 부사장이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에이, 그 자식 친구만 아니었으면…. 하여간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도 내가 지금 누굴 만날 상황이 아니잖아요? 결혼이 코앞이라 정신이 없는데요.”

“그렇게 설명했는데도 꼭 뵙고 싶다고 합니다.”

“이거 참, 그럼 내일 저녁 늦게밖에는 시간이 없어요.”

“몇 시쯤에나 됩니까?”

“밤 9시는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해 보고, 그 시간도 괜찮다고 만나자고 하세요.”

“네, 회장님.”

대체 왜 나를 보자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형 고객이다.

가능하면 맞춰 주어야지.

***

다음 날 저녁,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을 만나게 되었다.

“반갑습니다, 브와슈차크 부총리님. 카르마 그룹을 이끌고 있는 알렉스 강입니다.”

정부에서도 부총리급 의전을 하는데, 이왕이면 부총리라 불러주는 것이 듣기 좋을 거였다.

영업 멘트지, 뭐.

“하하하! 드디어 뵙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폴란드 국방부 장관으로 있는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입니다. 다음 달에 부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겸하는 것으로 내정되어 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하하! 내정되었다면 지금부터 부총리님이라 불러드리는 것이 맞지요.”

“하하! 감사합니다. 회장님 말씀은 조지로부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 우리 부사장 말이군요. 실수나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스터 패튼도 아니고 패튼 부사장도 아니고 조지란다.

그 말은 즉 슨, 이미 여러 번 의기투합했다는 소리일 거였다.

이 망할 놈의 자식을 그냥,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술이나 퍼마시고 다니는 것 아니야?

“아닙니다.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지 몰라요. 정말 대단한 친구입니다.”

“하하….”

“아! 이거 감사를 드린다는 것이 늦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선견지명을 가지고 미리 막대한 물자를 지원해 주셔서, 우리 폴란드의 부담이 한결 줄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제가 가진 재산의 극히 일부를 그저 필요한 사람들에게 썼을 뿐입니다.”

“그게 말이 쉽지, 동서를 막론하고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이지요. 특히, 회장님께서는 정말,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기가 막힌 타이밍에 지원하셨습니다.”

“제가 투자가로 성공한 원인 중의 하나지요.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을 어느 정도 예측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여간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 폴란드 공화국 안제이 두다 대통령께서도 제게 이번에 한국에 가면 꼭 회장님을 뵙고 폴란드를 대표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회장님께서 결혼 준비로 바쁜 것을 알면서도 뵙게 해달라고 조른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찬사는 폴란드가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역사적인 앙금이 우크라이나와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피난민을 받아들일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역사적으로 우리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다시 동유럽을 위협하는 이상, 우리와 우크라이나는 공동운명체나 다름없습니다.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와 우크라이나는 굳건하게 단결해야 합니다.”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이보다 지금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관계를 잘 설명하는 말은 없을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우리 한국의 무기를 대량으로 사들이기로 하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저렇게 이빨을 드러냈으니, 우리 폴란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에게 있어서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은 제가 아는 한국의 역사를 따져 보면 일본이 될 것일 것이고요.”

“그러고 보면 정말 우리와 폴란드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하! 맞습니다.”

서쪽으로는 독일이 있고, 동쪽으로는 러시아가 있는 나라가 폴란드다.

두 나라 모두 20세기에 폴란드에 엄청난 고통을 주었던 아픈 역사가 있었고.

“그런데 어째서 우리 한국의 무기를 선택하신 겁니까? 아무래도 같은 나토나 유럽의 무기를 사라는 압박이 있었을 텐데요?”

“그게 우리 국내에서도 말들이 많은데,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유럽은 냉전이 끝난 이후에 너무 평화에 젖어 있었어요. 미국 따라서 어디 중동 같은 곳에 신속하게 파견할 소수의 군대나 유지하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냉전형 무기체계를 생산할 기반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레오파드 2 전차요? 그거 주문하면 언제 나오는지 아십니까?”

“예? 레오파드 2 전차요? 글쎄요?”

“독일 놈들이 기갑의 명가라는 말도 옛말이에요. 그놈들 자신들의 군대에서조차 제대로 기갑 장비를 유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뭐 좀 사려고 하면 아주 사람 속을 뒤집어 놓을 정도로 느려요. 헝가리가 5년 전인가에 주문한 소량의 레오파드2 a7 전차를 아직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게 대체 말이 됩니까? 꼴랑 44대밖에 안 되는데?”

“그, 그렇군요.”

“그리고 죽어도 기술이전이나 현지 기술도입 생산은 싫다고 합니다. 그럼 생산이나 제대로 하든가 말이지요?”

“허어….”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은 정말 핏대를 올리면서 독일을 규탄? 했다.

어지간히 속을 썩인 모양이네.

“비싸기는 또 오지게 비싸지요. 그놈들은 유럽 국가는 무조건 자기들 물건을 살 것으로 생각해요. 사실 그동안 대안이 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한국이 나타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어떻게요?”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이 처음에는 한국산 무기에 대하여 반신반의했을 겁니다. 아무래도 이미지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게 깨지기 시작한 거지요. 아마 핀란드가 K9자주포를 사들이면서부터일 겁니다. 구매하고 나서 대단히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오!”

“그러고 나서 마침 우리도 AHS 크라프 자주포 차대가 진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속을 썩일 때, 핀란드가 생각이 나서 한국산 K9자주포 차대를 가져다가 시험해 봤는데, 이게 진짜 기가 막히지 뭡니까? 거기다 납품도 빠르고 기술이전도 잘 해주었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속배달에 목숨을 건답니다!”

“그게 그렇더라고요. 이런 와중에 전쟁이 터지고 우리를 비롯한 전 유럽이 재군비하려고 하는데, 냉전형 생산 시스템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서방에서는 한국밖에 없었습니다. 나토 표준을 지키는 나라 중에서는 말이지요.”

“그럼요, 우리는 무조건 미군과 호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합니다.”

“결국, 아무리 따져 보아도 한국이 답이었습니다. 빠른 납기에, 괜찮은 품질에, 그리고 저렴하기까지!”

“오오!”

이거 내가 생각해도 혜자다.

“게다가 기술이전까지 넉넉하게 해준다고 하는데, 우리가 한국산 무기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렇군요!”

“우리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한국산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레오파드2와 K2 흑표 전차를 엄격하게 테스트한 노르웨이 자료를 노르웨이 정부의 협조를 받아서 은밀하게 입수했습니다.”

“그 결과는?”

이건 진짜 궁금했던 거였다.

“K2 전차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오오!”

“노르웨이도 당황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K2는 들러리였었거든요. 당연히 독일의 레오파드2 전차가 우수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답니다. 특히나, 레오파드2 전차는 오래전에 개발되어서 현수장치를 토션바를 사용하는데, 이게 주포 발사 후 연사하는 것에 진동이 오래가 발사 속도가 상당히 제한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K2 전차는 ISU 암내장형 현수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주포 발사 후에도 흔들림 없이 바로 사격할 수 있었고 말이지요.”

“하하하! 우리 전차가 좀 좋지요!”

이거 국뽕이 차오른다.

“이건 비밀이지만, 노르웨이가 차기 전차를 선택한다면 K2전차가 이길 겁니다. 정치적인 고려만 없다면 말이지요.”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의문이 있어요.”

“회장님께는 뭐든 말씀드리겠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대체 K9자주포와 FA-50 경전투기는 왜 주문하겠다고 하시는 겁니까? 폴란드도 자체적으로 크라프 자주포를 생산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K9자주포 차대까지 써 가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FA-50 경전투기는 기본인 T-50 고등훈련기가 이미 몇 년 전에 이탈리아의 M-346에 패했는데요?”

정말 이해가 안 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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