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78화 (178/250)

178.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내가 곧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는지, 올림픽 주경기장에 울리는 함성은 더 커지는 것이 대기실에까지 들려왔다.

“제인.”

“웅, 오빠.”

“우리 같이 나가자.”

“엉? 나도?”

“응, 바늘이 가면 실도 당연히 따라가야지.”

나 혼자 죽을 수는 없지.

“칫! 알았어, 오빠.”

역시 내 짝이다.

제인은 내가 지옥에 간다고 하더라도 따라갈 기세다.

좋은 자세다.

이윽고, 함성이 점점 올라가는 상황에서 진행요원과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무대에 올랐다.

“여러분! 열렬한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여러분이 가장 보고 싶어 하던 강. 철. 식 회장님입니다!!”

“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회장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오빠~~~!”

여기가 어디고 난 어디지?

통일되지 않은 호칭들이 나를 찾았고, 내 정신도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좌석 수가 무려 7만에 가깝고, 스탠딩석까지 포함하면 10만 명도 수용이 가능한 대형 경기장이다.

물론 한쪽을 무대로 사용하고, 또 안전을 우려하여 5만 명만 입장시켰다고 하지만 5만 명도 엄청난 인파다.

그 많은 젊은 인파가 외치는 각양각색의 외침이 내 고막을 찢어 버리는 줄 알았다.

한동안 열광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가능한 많은 아이를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참으로 다양했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부터 내가 아이라고 부르기에는 큰 실례인 20대 후반의 청년까지.

그런데 그들이 나를 보고 열광하고 있었다.

대체 내가 뭐라고 나를 보고 이러는지.

기이할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자! 회장님! 반갑습니다! 여기서 회장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같이 나온 천사 같은 분은 누구십니까?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얼마 전에 결혼한 제 아내입니다.”

“오옷!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제가 연예계에 20년을 있었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분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사회자가 제인을 보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하긴, 할리우드의 톱스타인 톰 형이 인정한 미녀가 제인이다.

호들갑을 떨만 하지.

그런데, 이 사람 이름이 뭐였지?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잠시 사회자가 오두방정을 떠는 것에 단답형으로 답변하니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역시 난 무대 체질은 아닌 듯.

“그럼 우리 사다리 회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모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 음….”

대충 뭐라고 하려고 할 말을 생각했었는데,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거 참, 난감하네.

5만여 쌍의 눈이 초롱초롱 빛내면서 나를 보고 있는데.

에이, 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떠들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가 강철식입니다.”

“반갑습니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우와! 잘생겼다!”

“오빠!”

“…….”

이거 뭐, 한마디만 해도 반응이 이러니….

“이렇게 밝은 여러분의 모습을 보니,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입니다.”

“…….”

“말재주가 없는 편이라서, 그저 제 마음이 가는 대로 몇 마디만 할게요. 먼저 제가 정화재단을 만든 계기부터 말씀을 드릴까요?”

“네!”

“좋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시작이 어떻게 되냐면은….”

나는 정화 스님과의 인연으로 앙혜원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열악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당연히 염주에 얽힌 이야기나 내가 미국 파워볼 복권에 당첨되어 횡재했다는 일 따위를 말했다가는 큰일이 나니까, 적절하게 조미료를 뿌려가면서.

그리고, 양혜원에 있는 아이들은 그나마 국가에서 어떻게든 최소한의 생존과 학교에 다닐 수 있게는 해주지만, 성년이 되면은 얄짤없이 냉혹한 사회로 내동댕이를 당하는 걸 보고서 지원하기로 했다는 일 등등을 말했다.

“말이 안 되더라고요. 대체 집도 절도 없는 이제 막 성년이 된 젊은이가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죽어라고 일을 해도 월세를 내고 입에 간신히 풀칠하면 그만인데?”

“…….”

“그조차도 조금만 헛발을 디디는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부모가 있고 집이 있는 아이들은 재수도 할 수 있고, 해외로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또 막말로 좀 논다고 하더라도 집에서 먹여주고 용돈도 주고 하는데?”

고작 5분 남짓한 이야기였지만, 5만에 이르는 사다리 회원들이 내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게 느껴졌다.

“소도 비밀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당당한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려면, 최소한 자립할 수 있게는 해주어야지 않겠어요? 안 그렇습니까?”

“네!”

“맞습니다!”

“마침 나는 하늘이 도와주셨는지 투자가 잘 되어 그럴 능력이 있었습니다. 내가 의지가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습니다. 그럼 망설일 이유가 없지요.”

“아….”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최소한도로 자립할 수 있는 언덕이 되어주자! 내가 조금만 도와주고, 아이들 본인들이 의지가 있다면, 이 아이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부가 하고 싶다고? 그럼 하라고 하자! 의사가 되고 싶든, 변호사가 되고 싶든 무엇이든!”

“오오!”

“공부에 뜻이 없으면 또 어떻습니까? 기술을 배우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럼 기술을 가르쳐 주자! 그리고 그들이 배운 기술을 사용하여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

“또한! 사람이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막 스물 넘은 젊은이가 그런 일을 당하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의논할 곳이나 있어요? 아니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뛰어다녀 주는 부모가 있어요?”

“우린 없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엉엉!”

내 말에 격하게 공감이 가는지, 이젠 흐느끼며 외치는 아이들도 많았다.

“맞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어떤 집의 자식은 부모를 잘 만나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허구한 날 술을 처먹고 사고를 치고 다녀도 잘난 아버지가 다 무마해 줍니다! 단속하는 경찰을 두들겨 패도 말이지요! 또 어떤 자식은 행복에 겨워서 마약 같은 것에 손을 대고, 심지어는 직접 약을 들고 국내에 들어와도 잘난 부모 덕에 제대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

“엉엉….”

이 아이들은 정말 한 발만 삐끗해도 끝장이다.

부모 잘 만난 것들은 열 번을 삐끗해도 잘 먹고 잘사는데 말이다.

서러운 것이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학비를 내줄 사람도 없습니다! 용돈을 줄 사람도 없습니다! 먹여주고 재워 줄 사람도 없습니다! 곤란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도와줄 사람도 없습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이! 더러운 세상! 그냥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막살아요? 더러운 세상을 증오하며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하면서? 아니면 젊었을 때 몸뚱이를 막 굴리고, 짧게 굵게 살아야 할까요?”

“…….”

“억울하지 않습니까? 열 받지 않아요? 어쨌든 세상에 태어났는데, 남들 못지않게 잘살아 보고 싶지 않아요? 좋은 남편, 이쁜 아내를 만나서 토끼 같은 자식을 낳아 잘 살고 싶지 않냐는 말입니다! 그 부모 잘 만난 놈들에게 보란 듯이 말입니다!”

“잘 살고 싶습니다!”

“우리도 살고 싶어요!”

“정말 그렇습니까?”

“네에!!!”

“좋습니다! 그래서 내가 여러분에게 기회를 주고 있고, 앞으로도 줄 것입니다! 오직 필요한 것은 여러분의 의지! 의지입니다! 비록 남들보다 열악한 조건이지만, 굳건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 말입니다!”

“…….”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은 공부하세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걱정하지 말고 공부하세요! 비용이 얼마가 들든 내가 지원합니다! 음악에 재능이 있어요?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그럼 열심히 연습하세요! 그 역시 내가 지원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든 열심히만 하면 말입니다!”

“우와아아아!!”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와중에 곤란한 일이 생겼어요? 우리 정화재단이 여러분을 지원할 겁니다! 우리가 여러분의 사다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아아아아아!!”

“또한,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까? 내가 지금 약속합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자식도 우리 사다리 회원을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떳떳한 이상! 그 누구도 말입니다! 설사 그것이 국가라 하더라도!”

“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

“엉엉엉엉….”

“사랑합니다, 회장님!”

“오빠아아!!”

“아빠!!!”

아, 아빠?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여간 잠실의 올림픽 주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마치 무슨 신흥종교 행사장처럼.

이 아이들, 보호받고 싶은 것이다.

누구에게 이유 없이 처맞으면 달려가 이를 곳이 필요한 거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들에게도 든든한 빽이 생겼다.

바로 역대급 세계 최고 부자인 내가 그들의 빽이니까.

“우리는 형제입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서로서로 사랑합시다! 우리 가족을 사랑합시다! 우리 가족의 명예를 소중히 합시다!”

“사랑하겠습니다!! 우리 가족을 사랑하겠습니다!!!”

이제 드디어 끝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 마이크에서 손을 떼었다.

“여러분!”

“…….”

“사랑합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이윽고 폭발했다.

“꺄아아아악!!”

“사랑합니다! 회장님!!”

“엉엉엉! 오빠! 사랑해요!”

“우와아아아아!!!”

장내는 정말, 마치 사이비 종교가 방언을 외치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열광, 또 열광….

감격으로 눈물, 콧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태반을 넘었으니까.

잠시 후 열기를 넘어서 광기로 흐른 분위기가 가라앉자, 사회자가 역시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휴우! 정말! 제가 사회를 본 것이 수백 번이 넘지만, 이렇게 감동이 넘치는 행사는 단연 처음입니다. 저조차도 가슴이 뜨거워져서 주체를 못 할 지경이었습니다. 우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강철식 회장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 저도 사랑합니다!”

“와하하하!”

됐거든?

“그럼, 2부 스테이지! 오늘의 이 감동적인 행사를 축하하기 위하여 멀리 미국에서 달려온 분들이 있습니다! 방탄 돌격단!!!”

“꺄아아아!!”

내가 무대 제일 앞에 자리를 잡고 앉자, 바로 2부 스테이지가 시작했다.

첫 무대는 역시 방탄돌격단.

그들이 그들의 공전의 히트곡 ‘니트로글리세린’을 부르자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방탄돌격단에 이어서는 블루핑크가, 그리고 블루핑크 다음에는 이지금이 나와서 열창을 했다.

그다음 타자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기환입니다!”

“…….”

반응이 급다운했다.

대부분 아이들이 누군지 모르는 것이다.

아마도 노래를 시작하여야 아! 하고 알 것이다.

안기환 가수 본인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씨익 하고 웃더니, 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

뿜빠 뿜빠 뿜빠 뿜빠~.

“아아아아!!”

바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노랠 부른 가수가 누군지는 몰라도 이 노래는 다들 아는 것이다.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와아아!”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꺄아아악!”

와, 무슨 노래가 지금 우리 상황과 이리도 딱 맞을까?

설마 아버지가 여기까지 생각을?

에이, 설마?

“누가 뭐래도! 다 같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떼창이 터져 나왔다.

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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