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81화 (181/250)

181. 계속 이럴 겁니까?

무기란 제품은 독특하다.

제품이라고 해서 단순한 제품이 아닌 것이다.

무기를 수출할 때도 그렇다.

단순하게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가 아니다.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파는 쪽 나라의 정부와 사들이는 쪽의 나라가 개입한다.

뭐, 사는 쪽이야 완제품이면 당연히 구매 주가 정부겠지만, 하여간 그렇다는 말이다.

이렇게 정부가 개입하거나 아니면 사실상 정부 간의 거래가 되는 것이 특성인 무기.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파는 것도 아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동맹이거나 적어도 동맹에 준하는 우방에만 판매하는 것이 무기인 것이다.

따라서, 판매할 때도 대부분의 무기 계약은 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조항을 명기한다.

타국으로 재판매를 하거나 공여를 할 때는 반드시 판매국의 승인을 얻도록 말이다.

레오파드 2 전차.

기갑의 명가 독일이 냉전이 한창일 때인 1970년대 말에 개발을 마치고 양산하여 배치한 이래로, 전 세계 MBT(Main Battle Tank) 전차 중에서는 항상 1등 아니면 2등으로 꼽히면서 최강으로 군림했던 괴물이다.

뭐, 오죽하면 우리나라 밀덕들이 ‘레오신’으로 불렀을까.

물론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최강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개발된 지 오래고 본가인 독일의 군비가 폭삭 망하다 보니 위세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 레오파드 2 전차는 냉전이 끝난 후에 유럽의 표준 전차가 되어버렸다.

독일이 2,400여 대의 전차 중에서 자국에는 300여 대만 남겨 두고 모두 중고로 판매하거나, 동유럽같이 과거의 은원으로 미안함이 있는 경우에는 거의 공여나 다름없는 저가로 줘버렸기 때문이다.

잘 사는 나라는 신규로 뽑아서 구매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현재 우크라이나에 공여할 서방의 최초 전차로는 레오파드 2가 딱 맞는 것이다.

유럽 전역에 퍼져 있으니, 십시일반으로 몇십 대씩만 내놓아도 몇백 대는 금방 만들어질 테니까.

실제로 몇몇 국가에서 우크라이나에 공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제공된 레오파드 2 전차는 다른 서방 전차들과 비교하면 유지 보수도 수월할 것이었다.

워낙 여기저기에 많이 퍼져 있으니까.

반면에 미국의 에이브럼스?

일단 그 전차는 기름 먹는 귀신이다.

디젤 엔진이 아니라, 무식하게 항공기용으로나 쓰는 제트엔진, 정확히는 가스터빈 엔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여 나아졌다지만, 초기에는 1리터에 200여 미터를 간다는 말도 있었으니.

어쨌든 이건 미국이나 감당할 수 있는 전차다.

솔직히 폴란드가 에이브럼스를 도입하는 것도 걱정될 지경이니까.

결론적으로 지금 우크라이나에 대량으로 공여할 수 있는 최적의 서방제 전차가 레오파드 2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문제는 역시 독일.

완강하다.

정말 완강하게 레오파드 2 전차의 우크라이나로의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은 다른 무기는 주어도 공세 전력의 핵심인 전차까지 주어서 러시아와 척을 지기는 싫은 것이다.

한마디로 아직도 전쟁이 끝난 후에 노르트스트림을 통하여 가스를 공급받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말이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마당에 말이다.

그런데 그걸 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아니, 두다 대통령님. 제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개 민간인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제가 왜 나옵니까?”

“회장님은 자신을 스스로 너무 과소평가하시는군요.”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회장님은 절대로 일개 민간인이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내가 민간인이 아니면?

공무원이냐? 정치인? 아니면 군인?

아, 군인은 예비역이기는 하지.

물론 두다 대통령이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인지는 대략 알겠지만, 이렇게까지 말려들기는 싫었다.

그저 단순히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두다 대통령, 저는 민간인입니다. 오히려 대통령께서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이거 참, 회장님. 우리 폴란드가 그리 강국은 아니지만, 그래도 들을 것도 듣고 볼 것도 보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이번에 성공한 에너지 투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들리는 소문의 절반만 믿어도 우리 폴란드 정도는 불면 날아가겠더군요.”

“험험….”

“G7의 나라, 그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상위권 국가를 능가하는 재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저는 얼마 전에 듣고서 제 귀를 의심할 정도였어요. 대체 그 ‘일개 민간인’이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그런 엄청난 부를 일군 사람이 있었습니까? 그 대단했다는 메디치가나 로스차일드가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환장하겠네.

어째 기겁할 정도의 재산이 나에게 주어질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염주님, 계속 이럴 겁니까?

“하아, 정말 그렇게 우크라이나에 전차가 필요합니까? 이미 많은 양의 T-72 계열 전차를 공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회장님께서는 군사에 해박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가 러시아입니다. 그 러시아 말입니다.”

“진짜 할 말이 없게 만드시네요.”

두다 대통령의 말처럼, 빌어먹게도 상대는 러시아다.

T-72 전차만 25,000대를 생산했다는 냉전의 괴물, 소련의 후신 러시아.

1990년대 보리스 옐친 시절에 나라가 철저히 망가졌었지만, 그래도 썩어도 준치다.

푸틴이 집권하면서 나라도 많이 추스른 상태고.

뭐, 치장 전차만 10,000대가 넘는다나?

물론 미국처럼 철저한 관리하에 치장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고철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일정 수량은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일정 수량’마저도 빌어먹게 많아서 문제지.

“지금은 미국과 우리를 비롯한 서방에서 지원한 자주포와 HIMARS 등으로 선전을 하고 있지만, 결국 공세 작전을 펼치려면 전차가 필요합니다. 전쟁 초기에 러시아 전차들이 재블린 등의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에 많이 당하여 전차 무용론도 나왔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회장님도 잘 아실 겁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너무 우습게 보고서 병신같은 전술을 펼친 거지요. 전차의 운용에 있어서 제병협동(諸兵協同)은 기본 중의 기본이거늘….”

“하하! 맞습니다. 역시 잘 아시는군요.”

“끄으응! 그래서, 우리 한국으로부터 전차와 자주포를 급히 수입하고, 레오파드 2 전차와 AHS 크라프 자주포는 전부 우크라이나로 넘길 생각입니까?”

“네,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한국은 아무래도 직접 무기 지원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럼 대체 저보고 독일을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그렇게나 완강한데, 독일이 제 말이라고 듣겠습니까?”

“부끄럽습니다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확률이 높잖습니까? 회장님께는 우리에게 없는 수단이 많으니까요.”

“수단이라니요?”

“이번에 에너지에 투자한 것을 대부분 정산하면서도 일부는 남겨 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에너지 포지션에 천문학적인 거액을 투자하고요.”

“…….”

참 나, 자세히도 알고 있네.

“독일은 급소가 에너지입니다. 그것만 해결해 주신다면 회장님 말을 들을 겁니다.”

“그래도 독일이 제 말을 듣지 않는다면요?”

“듣지 않는다면? 당근을 주어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채찍이지요.”

“채찍? 제가 가진 채찍이 뭐가 있을까요?”

“뭐겠습니까? 그 무지막지하게 많은 돈이지요.”

“예? 돈? 돈으로 어떻게요?”

독일이 예전과 같이 마르크화를 사용한다면 외환 시장을 박살을 내 버릴 수도 있지만, 유로화로 단일화된 이상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하하하! 이래서 제가 아까 회장님은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한다고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회장님의 자금력이라면 독일을 곤란하게 만들 방법이 많습니다. 물론 좀 치사하지만요. 그래서 ‘일개 민간인’인 회장님만이 사용할 수 있고요.”

“…….”

두다 대통령, 이 남자 은근히 위험한 사람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 일국의 대통령을 재선까지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해서 독일과 척을 질 이유는 전혀 없다.

“끙! 그건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실제로 하시란 말씀이 아닙니다. 그저 운만 띄워도 알아들을 테니까요.”

“제가 원하지 않습니다. 그만하시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독일을 제가 설득하는 문제는, 오늘 밤 중으로 생각을 해보고 내일 말씀을 드리지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후, 부부동반으로 만찬을 하고 그날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조지를 조지는 맛으로 편하게 호텔의 내 방에서 술 한잔을 하기 시작했다.

“임마! 너는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대체 무슨 말을 그렇게 떠들고 다닌 거야?”

“왜 성질이야? 술맛 떨어지게? 두다 대통령과 브와슈차크 장관이 자꾸 꼬셔서 자주 어울리기는 했지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적은 없다고.”

“그 거짓말 진짜냐?”

“응, 입에 침도 안 발랐잖아?”

“푸하하하!”

“흐흐흐!”

도대체 조지 이 자식에게는 화를 낼 수가 없다.

어떻게 한국식 유머는 이렇게 많이 아는지.

“마셔라.”

“그래.”

“하여간 네가 고생이 많아.”

“많기는 뭐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고생하는 것에 비하면 난 고생하는 것도 아니지.”

“그래? 그렇게 돌봐주는데도?”

“아무리 잘 돌봐주어도 어디 집만 하겠냐?”

“하긴….”

최소한의 의식주를 열심히 챙기고는 있지만, 아무렴 집만 할까?

삶이 고단할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란 이런 것이다.

“폴란드에서 열심히 받아주고는 있는데, 슬슬 한계가 오는 것 같아.”

“뭐, 벌써 반년이나 지났으니까.”

“아직은 그래도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 동병상련? 하여간 그런 것 때문에 폴란드 국민이 호의를 잃지는 않고 있는데,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도심 곳곳에는 우크라이나 사람들로 넘쳐나고, 소소하지만 작은 범죄들도 일어나니까.”

“폴란드에만 수백만 명이 넘는다면서?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폴란드 국민이 점점 피로해지기 시작했어. 지방 같은 곳에서는 혐오 범죄도 생기는 것 같고.”

“그건 어쩔 수 없어.”

“그렇다는 말이야.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나마 폴란드는 한반도의 1.5배 정도로 나라가 제법 큰 나라여서 다행이지, 우리나라에 수백만이 쏟아져 들어왔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똑똑!

“음? 이 시간에 누구지? 들어와요.”

“회장님.”

“어, 이 비서. 무슨 일이에요?”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응? 손님? 누군데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입니다.”

“엉?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금요?”

“네,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하나?

느닷없기는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찾아온 것인데?

“얼른 이리로 모시세요. 정중하게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화상으로 봤단 남자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덥수룩한 수염에 국방색의 복장을 한 남자,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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