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84화 (184/250)

184. 아주 따뜻할 것이라서요.

그의 말은 이런 거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자극하는 나토에 연연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나마 거부감이 덜한 EU에 가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개혁을 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으면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고, 국가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 놓아 강력한 국가가 된 다음에 나토 가입을 시도했다면 러시아도 함부로 못 했을 거라는 말이다.

뭐, 듣기에 따라서는 일리가 있는 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처지에서는 그게 쉬우냐?

당장 2014년에 기습을 당해 크림반도를 빼앗겼다.

거기에 더해 돈바스 지역마저 러시아 사주를 받은 반군으로 내전이 발생했고 통제력을 상실했다.

심지어 러시아군이 참전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었고,

그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로서는 나토에 연연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당장 돈바스 지역에서 매일같이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냥 이건 입장 차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특히 서유럽이야 냉전 이후로 누리고 있는 평화가 깨진 것이 그저 싫은 것이다.

더불어 달달하게 빨고 있던 에너지가 끊어진 것에 대한 불만도 있고.

이러니 러시아의 위협을 잊지 않고 있던 폴란드를 비롯하여 동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의 반응이 서유럽과 다른 것이다.

언제나 러시아를 패는 것에 진심인 영국을 제외하고 말이다.

하여간 이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아조우 연대가 뭘 어쨌든, 또 그들의 대통령들이 판단을 잘못하여 러시아를 자극했든 말이다.

팩트는 한때 같은 나라였든 뭐든 간에 지금은 엄연히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쳐들어가서 풍비박산을 내고 있다는 거다.

자기들이 뭔데 남의 나라를 박살 내는데?

그리고 자기들은 깨끗하냐?

탈나치?

어디서 되지도 않는 소릴 하고 있어?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예상외로 선전하고 서방의 지원이 쇄도하니까 핵으로 전 세계를 협박해?

적어도 내게 불투명한 것은 없었다.

막말로 이제는 북한과 붙어먹으려는 꼴을 봐서라도 말이다.

어쨌든 슐츠 총리가 의외로 진심으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렇게 나오면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국익을 위해서 그렇게 하겠다는데 뭐라고 하냐고?

그렇다고 이대로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만.

“제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회장님께서 민간인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국가 수반들에게는 솔직하게 말하자고 하여도 이런 식으로는 말할 수 없지요. 한 마디 한 마디가 국가 정상들끼리 하는 말이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전차 공여를 승인하겠습니까?”

“흐음,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 왜 그렇게까지 하시려는 겁니까?”

“저는 한국인이니까요.”

“예?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 한국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우리에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같은 존재지요.”

“그런데요?”

“이런 식으로 강대국이 이웃 나라를 침공하여 좌지우지하는 것이 선례가 되는 것은 우리 한국에 절대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미 중국이 패권주의 길을 걸으며, 대만의 무력 병합을 공언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고요. 어떤 식으로든 우리 한국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음….”

“이번 전쟁에서 만약에 러시아가 쉽게 우크라이나를 먹었다면? 이건 중국에도 좋지 않은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아, 저렇게 쉽게 되는 것이구나. 우리도 대만은 물론이고 한국이 까불면 손을 봐주어도 되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누누이 말했지만,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차피 신냉전은 진행되고 있다.

진영과 진영의 최선봉에 우리나라가 끼어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 우리에게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가 될 것이다.

“음, 이해가 가기는 하네요.”

“거기다가 저는 힘 좀 세다고 옆 나라를 무력으로 두들겨 패는 이런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것이고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회장님이 돈이 아무리 많고 에너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우리 독일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말씀이라도 해보시지요? 혹시 압니까?”

“첫 번째로, 우리 독일이 주도적으로 전차를 공여하는 그림은 절대로 안 됩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러시아에 찍히는 것은 사양하고 싶으니까요.”

“그럼?”

“다른 나라도 필요 없어요. 어떻게 하든 러시아는 우리가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할 테니까요. 미국! 미국이 먼저 나서고 우리도 마지못하여 따라나서는 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미국이 주도했다는 것으로 인식이 될 것이니까요.”

결론은 미국 엉덩이 뒤로 숨겠다는 말인데….

거 참,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란 타이틀이 아깝다.

전 유럽을 휩쓸던 그 기상은 전부 어디로 가버린 거지?

아무리 국익이 중요하다지만, 너무 구차하지 않나?

“미국이 먼저 전차 공여를 하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지 않을 겁니다.”

“확신해요?”

“네?”

“미국이 전차를 안 줄 것이라고 확신하냐고요.”

“그렇습니다만?”

“미안하지만 틀렸습니다. 미국은 전차 공여를 곧 발표할 겁니다.”

“그럴 리가?”

“제가 직접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확답을 받았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말이지요.”

“마, 말도 안 돼….”

“말 됩니다. 직접 들어보실래요? 지금 바로 전화할 테니까?”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미국이 에이브럼스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줄 리가….”

“누가 에이브럼스라고 했어요?”

“예?”

“슈퍼 패튼! 정확히는 M60 A3 TTS 전차를 줄 겁니다.”

“패, 패튼이요?”

“네, 당장은 에이브럼스를 줄 상황이 아니니, 대신에 슈퍼 패튼 전차를 주기로 한 겁니다. 어쨌든, 전차잖아요? 그것도 T-72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만한?”

“어….”

어안이 벙벙한 슐츠 총리를 내버려 두고 바로 전화기를 꺼내서 송신 버튼을 눌렀다.

이런 일은 바로 종결을 짓는 것이 좋다.

나중에 무슨 소릴 할지 모르니까.

또한, 바이든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에도 그만이고.

흔히 족보를 판다고 하는데, 평소에는 그다지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라면 이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뚜르륵! 뚜르르륵!

- 어, 알렉스! 그러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하하하! 조, 지금 독일 슐츠 총리님과 같이 있습니다.”

이렇게 친근하게 서로 이름을 부르면 효과는 더욱 좋다.

아주 친해 보이잖아?

- 오! 그래? 안녕하신가? 슐츠 총리?

“아, 네. 바이든 대통령. 이거 너무 급작스럽게 송구합니다.”

- 으하하하!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 알렉스가 추진하는 일인데, 전혀 상관없어요.

“우리 알렉스?”

- 하하하! 우리 알렉스가 좀 엉뚱하기는 한데, 미국과 우리 동맹의 이익과도 합치가 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잘 좀 부탁해요.

“네, 네….”

“조! 그건 그렇고, 전차 공여 발표는 언제 하실 겁니까? 여기 슐츠 총리께서는 반신반의하셔서요.”

- 아, 그거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내가 그거 때문에 너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그게 좀 결론이 이상하게 났어.

“뭐, 뭡니까? 그렇게 큰소리치시고!”

나는 심하게 당황했고, 슐츠 총리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번져나갔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아니, 이 영감님이 인제 와서 이러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이게 무슨 개망신이냐?

- 야, 알렉스! 그게 아니라….

“아니 그게 아니고 저게 아니고 간에, 이건 아니잖아요? 나 미국 대통령이라며?”

- 쓰읍! 너, 내 말 먼저 안 들을래?

“하아, 말씀하셔요….”

- 일단 슈퍼 패튼은 못 준다.

“아오….”

- 대신에 M1A2 SEPv3 에이브럼스 신형 전차로 보내기로 했어.

“예, 예? 뭐라고요?”

에이브럼스를 보내준다고?

그것도 M1A2 SEPv3 라면 현재 SEP v4 버젼이 아직 적용 직전이라 최신 사양인데?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듣던 슐츠 총리가 비명을 질렀다.

“크헉! 말도 안 돼!”

- 옆에서 무슨 소리야?

“어, 신경 쓰지 마시고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에이브럼스는 못 준다면서요? 그런데 신형을, 그것도 새것으로?”

- 마침 찾아보니 있더라고. 수출용으로 제작 중인 것이 말이야.

이게 무슨 소리냐?

폴란드에서 주문한 것은 나오려면 멀었는데?

대체 누가 주문한 신형 수출용 에이브럼스 전차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누가 주문한 것인데요?”

- 대만!

“대, 대만? 아! 대만!”

맞다!

대만이 있었구나!

대만은 트럼프 시절인 2019년에 에이브럼스 전차 100여 대를 주문했으니, 이제 슬슬 나오기 시작할 때가 맞다.

당연히 수출 사양일 것이고.

가만?

그럼 대만은?

대만도 똥줄이 탈 텐데?

“그럼 대만은요?”

- 어쩔 수 있냐? 한 1년만 더 기다리라고 해야지. 여기가 더 급한데.

“…….”

채씨 총통 아줌마 절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말처럼 여기가 더 급하다.

여기는 지금 전쟁 중이니까.

“얼마나 보내주시려고요?”

- 아무리 명분용이라지만, 그래도 50대는 보내야 제대로 운용할 거야.

“흐흐흐! 그 정도면 훌륭하네요. 어차피 주력은 레오파드 2니까요.”

- 자! 그럼 되었지? 되었소, 슐츠 총리?

“아, 네…. 일단은….”

- 그럼 나는 이만 들어갈 터이니, 알렉스와 잘 상의해 보시오. 개인이라고 우습게 보면 큰코다칠 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 독일 정보부서도 놀고 있지는 않습니다.”

- 하하하! 그럼 나중에 봅시다.

전화가 끊어지자, 잠시 묘한 침묵이 우리 사이를 흘러갔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자, 어떻게. 되었습니까? 미국이 먼저 총대를 메겠다고 했습니다. 이만하면 승인하시지요?”

“어흠, 일단 그렇기는 합니다만….”

“합니다만?”

“여전히 우리 독일이 에너지 문제에 시달린다는 문제는 남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미국이 앞장을 선다지만 결국, 주력은 우리 레오파드 2입니다. 부끄럽습니다만, 그래도 많이 망설여집니다. 당장 올겨울을 나는 것부터가 걱정인 상황이라서요.”

“하아…. 총리께서는 나라를 책임지는 입장이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지만, 너무 재시는 것도 절대로 독일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니까 남들보다 더 지원하고서도 비난을 받는 것이고요.”

“비난이야 지나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몇 달 후에 닥칠 혹독한 겨울은 현실이지요.”

“이미 비축 목표 가스의 90% 가까이 확보한 것으로 압니다만?”

“목표 자체가 굉장히 빡빡하게 잡은 겁니다. 혹한이라도 장기화되는 날에는 비극이 벌어질 겁니다.”

“…….”

기가 막히네.

무슨 정치인이 이렇게 죽는소릴 잘하는지 모르겠다.

독일이다 독일.

그냥 세계 4위가 아니라, 30여 년간 죽을 쑤고 있는 3위 일본과도 별 차이가 없는 경제 대국이다.

아무리 러시아산 에너지가 끊긴다고 하여도 엄살이 너무 심했다.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무슨 비극 타령이야?

결론은 내게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소리다.

제길, 부자 나라인 독일이 정말 왜 이래?

정말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독일에 퍼줄 돈은 단 1원도 아깝다.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아닙니까? 유럽의 가스 가격은 네덜란드 TTF 기준으로 8월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입니다. 게다가 11월에는 귀국의 빌헬름스하펜에 건설 중인 LNG 터미널도 완공될 것이고, 노르웨이로부터의 수입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할 정도일 텐데요?”

“그건 회장님이 작년의 혹한을 겪지 않으셔서 그렇습니다. 작년 같은 추위가 다시 덮친다면 방법이 없어요.”

“그래요?”

나는 듣고 싶은 말이 나오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상관이 없겠네요.”

“무슨 말씀입니까?”

“이번 겨울은 엄청! 아주 따뜻할 것이라서요.”

“네?”

난 꿈에서 봤다.

얼마나 기상난동이 심한지, 심지어는 반팔을 입고 다니는 시민도 부지기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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