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86화 (186/250)

186. 그동안 고생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정부에서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는데요?”

“이거 참….”

9월 말, 미국이 얼마 전인 9월 22일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올해 1월에 0.25%였던 기준금리가 무려 3.25%가 된 것이다.

1년 동안에 3%나 인상했으니, 미국으로 달러가 몰려드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죽을 맛인 모양이다.

남정원 부회장이 내가 한국에 오자마자 묻는 것을 보니.

“남 부회장님, 그렇게 심각한 겁니까?”

“뭐, 일단은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니까요. 좀 전에 1,440원도 돌파했습니다.”

“난리겠구먼….”

“말도 마세요. 한 달 전부터 핸드폰 끄고 살고 있습니다. 회장님께 직접 연락을 못 하니까 아주 그냥 저만 가지고 못 살게 하는데….”

“고생하셨네요.”

“흐흐흐! 뭐, 이 정도야….”

“그럼 좀 더 하실래요?”

“아이고! 왜 그러십니까?”

남정원 부회장이 아주 죽는 시늉을 했다.

정말 많이 시달린 모양이네.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쯤 지원하는 것 말이에요.”

“적당하다고 봅니다. 달러당 1,500원 이상을 보는 전망도 있는 모양인데, 그래봤자 오래 못 갑니다.”

“흐음….”

“이쯤에서 도와주시는 것이 생색도 낼 수 있고, 또 환차익도 제법 짭짤할 겁니다.”

“그럼 얼마나?”

“1,000억 달러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IMF 당시처럼 판잣집 경제도 아니고, 일단 회장님이 지원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솔직히 카르마에서 움직인다는 소리만 나도 1,200원대로 떨어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아, 먼저 돈부터 박고 그다음에 정부에는 통보하시지요?”

“네?”

“정부에서 먼저 회장님이 지원한다는 것을 발표해버리면 환차익이 날아갑니다.”

“아….”

“흐흐흐!”

“흐흐흐!”

일단 지원하기로는 했지만,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았다.

우리 한국의 저질 체력이 다시 한번 민낯을 드러낸 것이니까.

대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니 뭐니 하면서, 어떻게 된 나라가 미국이 기침만 해도 폐병에 걸려서 중환자가 되냔 말이다.

지금이 IMF 당시처럼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닌데!

심하게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우리에게 이익이 나는 것도 있었고.

곧바로 미국에 전화했다.

“존, 접니다.”

- 네, 보스. 한국에 가시자마자 무슨 일이십니까?

“우리 한국의 외환 시장 상황이 영 좋지 않나 봅니다.”

- 그거참,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왜 그런대요? 유난히 좀 심하네요.

“…….”

부끄럽게 왜 이러세요? 장인어른?

“험험, 그건 나중에 따지자고요.”

- 얼마나 보낼까요?

“일단 1,000억 달러만 보내지요. 그 정도만 되어도 바로 안정될 것 같다네요.”

- 알겠습니다. 그럼 방식은 어떻게 하지요?

“카르마 홀딩스에 증자하는 것으로 하지요.”

- 알겠습니다.

이거면 될 거다.

존에게 전화로 요청한 지 얼마 안 돼서 1,000억 달러가 입금되었고, 남정원 회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했다.

카르마 홀딩스가 미국의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 달러의 증자를 추가로 받기로 했다고.

정부에서는 미리 연락 좀 해주지 그랬냐고 난리를 치는 모양인데, 그냥 무시했다.

이렇게 도와주는 게 어디냐?

효과는 확실했다.

며칠 되지도 않아서 달러당 환율은 1,200원 대로 안정되었다.

“한 달 내로 1,100원 대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흐흐흐! 그건 그렇고, 감사합니다. 140조씩이나 주셨네요?”

“혼자 꿀꺽하지 말고, 일부는 재단으로 돌리세요.”

“당연한 말씀이지요. 아버님과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아, 이제 회의실로 가실 시간입니다.”

“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네, 미리들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양반들 참, 괜히 나만 민망하게….”

“약간의 선물이 있을 거라고 했더니, 득달같이 달려오더군요. 하하하!”

“젠장, 내가 부끄러워서….”

회장실 옆에 딸린 회의실로 곧바로 들어갔더니, 10여 명의 사람이 황급히 일어나서 나를 맞이했다.

“이거 본의 아니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저희가 일찍 온 것입니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방위사업청장이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르겠다.

몇 달이 지났다고 전부 물갈이가 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국방부 장관 정기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강철식입니다.”

“합참의장 김정균입니다.”

“반갑습니다.”

“육군 참모총장 이장호입니다.”

“네, 강철식입니다.”

“기동화력사업부장….”

“하하하! 저는….”

“현도 로뎀 이종배 사장님, 우리는 자주 봤잖아요?”

“으하하하!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나 해서요.”

“…….”

내가 무슨 붕어인 줄 아나?

하여간 현도 로뎀 이종배 사장은 얼굴이 아주 활짝 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로뎀의 방산 부문을 팔아치워 버리네 마네 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내가 작년에 200대 발주를 넣어 주고 폴란드에서 대박이 터지면서 아주 살판이 난 것이다.

“자, 제가 여러분을 이렇게 모신 것은 말이지요….”

내가 운을 띄우자마자 눈들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고대하는 것처럼.

하긴 산타 할아버지가 따로 있나?

“얼마 전에 바이든 대통령과 이야기하다가 우리 한국군이 여전히 M48 패튼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묻지 마세요. 비밀이니까.”

“당연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주 기절을 하더라고요. 대체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고대 유물을 아직까지 사용하냐고 말이지요.”

“고, 고대 유물이요?”

“네,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전차를 나름 강군으로 알려진 한국군이 쓰고 있다니까 아예 믿지를 못하더군요. 나보고 네가 잘못 아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요.”

“험험….”

“하아!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얼마나 쪽팔리던지!”

“회장님, 말씀이 좀 저렴하십니다.”

내가 쪽팔리다고 하자, 남정원 부회장이 옆에서 눈치를 주었다.

너무 속된 표현인가?

“어험, 미안합니다. 그때의 쪽팔림이…. 아니 부끄러움이 너무 커서 저렴한 표현을 썼습니다.”

“아, 아닙니다.”

“하여간 그래요, 내가 그래서 그때 속으로 이를 갈았습니다. 한국에 가면 반드시 패튼 할아버지를 쉬게 해드리자 하고 말입니다. 인간적으로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노인 학대도 유분수지, 대체 몇 년이에요?”

“기동화력 부장 조재필입니다.”

“말씀하세요.”

“M48 패튼 전차의 양산은 1952년부터 1961년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한국군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그, 그렇게나 오래되었어요?”

“부끄럽습니다.”

“아니 우리나라 도입분도 전부 그때 생산이 된 것이냐고요?”

“맞습니다. 생산은 그때가 전부입니다. 나중에 개량을 70년대에 들어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겁니다.”

“우와아! 놀랍구나!”

오래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대체 몇 년이야?

“그럼 최소한 60년 이상은 되었다는 말이잖아요? 차대는?”

“네, 그렇습니다.”

“대단하다! 대단해! 우리 한국군의 정비 실력이 신의 경지에 도달했군요!”

“어험!”

“험험!”

“…….”

다들 겸연쩍은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하아, 이 양반들을 타박해서 뭐하냐?

“저기, 그나마 90mm 주포를 쓰는 M48a3k 전차는 올해 해병대에 완전히 퇴역했습니다.”

“그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죄, 죄송합니다.”

“아니, 조재필 준장님이 죄송할 필요는 없지요. 하여간, 남은 것이 몇 대예요?”

“105mm 주포 사양인 M48a5k와 미군 전시비축물자에서 가져온 M48a5kw 합쳐서 400대가 좀 넘습니다.”

“그것들 굴러는 갑니까?”

“신통치는 않아도 굴러는 갑니다. 유지비가 폭증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

굴러는 간단다.

글자 그대로 굴러는 가는 모양이다.

움직이는 데 의의가 있나?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언제까지 운용할 거냐고요? 아니, 전력으로서 의미나 있어요?”

“그래도 보병지원 전차로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하아, 그래서 언제까지 운용할 건데요? 방사청장님?”

“이게 좀 예민한 문제인데, 육군에서 선택한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 K2 흑표 전차 3차 양산이 54대로 반 토막이 난 이유도, 육군에서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그러니까 아파치 AH-64E 공격헬기를 추가로 들여오기를 원해서였습니다.”

“전차를 반 토막 내고 공격헬기를 들여오겠다?”

“네, 그렇습니다.”

환장할 노릇이다.

60년 된 전차를 계속 사용하면서, 신형 공격헬기를 들여올 생각이라니….

“그럼 전차 수량을 줄이겠다는 겁니까? 그럼 M48 전차들을 전부 퇴역시키던가요?”

“험험, 합참의장 김정균입니다. 그건 아니고요, 우선순위에 밀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M48 전차를 계속 쓰시겠다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요, 휴우! 우리 육군도 노후화된 M48 전차 문제에 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K2 흑표 전차의 4차 양산을 최대한….”

“몇 대나요?”

“지금으로선 160대 정도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방사추위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고요.”

“그걸로 전량 교체가 가능해요?”

“전량은 아니더라도 대체로는….”

“아우 답답합니다! 합참의장님! 참모총장님! 전차 필요해요? 안 해요?”

“필요합니다!”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들 그러셨어요?

물론 이 양반들이 결정한 것은 아니다.

전임자들이 전차 대신에 공격헬기를 선택한 모양인데,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더라도 좀 위험한 선택 같았다.

우리 육군이 공격헬기 세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LAH 경전투 헬기는 무려 200대 이상을 양산할 예정이다.

그런데, 또 아파치야?

아파치에 무슨 한이라도 맺힌 건가?

“그럼 K2 전차 3차 양산은 언제 마무리됩니까?”

“원래 예정은 24년 전반기까지입니다.”

“4차 양산은요?”

“아마도 27년이나 28년까지….”

“그때까지는 여전히 M48을 사용하겠네요? 70년 채우시려고요?”

“…….”

그만하자.

이 양반들 타박하는 것은….

“로뎀 이종배 사장님!”

“네, 회장님! 하명하시지요!”

이 양반은 벌써 캐치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를.

“생산라인 늘리고 있지요?”

“으하하! 작년부터 회장님 분부에 따라서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육군과 상의하여서 빨리 양산하세요.”

“오! 그럼?”

“돈 걱정은 하지 말고요.”

“크하하하! 예산만 주신다면 얼마든지 생산하겠습니다! 몇 대나 할까요?”

“정부에서 3차와 4차로 200여 대 양산한다니까, 거기에 300대 추가시키세요.”

“망극하옵니다!”

무슨 망극까지.

패튼 할배, 그동안 고생이 많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쉬게 해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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