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 그거 참 깔끔하네요.
헨리가 하루가 되기도 전에 귀환했다.
50명이 넘는 이지스 요원들을 데리고.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이지스 컴퍼니 첫 번째 존재 이유가 회장님의 안전입니다.”
“하여간 고마워요. 그래도 헨리가 오니까 안심이 되네.”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해리가 잘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휘·통제하면서 정부와 협력하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거의 회장님 경호만 전담했으니까요.”
“그래요, 잘 왔어요.”
“오면서 보고도 받고 미국 정보부와 계속 협의했습니다.”
“정부와도?”
“네, 먼저 연락이 오더군요. 바이든 대통령에게 엄청나게 깨진 모양입니다.”
“헐, 그 양반….”
어지간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모양이다.
게다가 난 바이든의 최대 후원자다.
고령의 나이가 재선 가도의 최대 걸림돌인 그에게는 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죽어버리면 곤란하지.
그런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을 거다.
물론 그동안 쌓인 인간적인 유대감도 당연히 있을 것이고.
“샌호아퀸에서 놈들을 처리하기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회장님 댁이 아무리 커도 놈들이 공격하면 주변 민가에 피해가 갈 것이고, 우리에게도 제약이 생길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결정한 거예요.”
“놈들이 드론을 동원한다고 하셨죠?”
“아마도….”
“정부에서 M-LIDS를 긴급하게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M-LIDS?”
“Mobile-Low, slow, small-unmanned aircraft Integrated Defeat System의 약자입니다. 미군의 신형 대 드론 시스템인 기동형 저고도 저속 소형 무인기 통합 방어 체계입니다.”
“호오?”
“신형 전술 차량인 JLTV 여러 대에 AESA 레이더+전자전+M230LF 30mm RCWS+12.7mm RCWS+유도 로켓 or 맨패즈 등등을 때려 박은 놈인데, 중대형 군용 무인기가 아닌 이상 모든 무인기 공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야, 역시 미군은 준비하고 있었구나!”
대단한 미군이다.
미군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이런 물건들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진짜 미국에는 개기지 말자.
골로 가는 수가 있다.
“당연하지요? 국방비가 얼마인데요.”
“역시 대단합니다. 그래, 이건 언제 준대요?”
“내일 중으로 은밀하게 샌호아퀸 캠프에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LA 곳곳에도요.”
“잘했네요. 정말 잘했어!”
이거면 정말 확실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바트루차 놈들이 난동을 피울 것에 대비하여서는 캘리포니아 주경찰과 LA 경찰국과 협의했습니다. 연방 정부에서도 FBI는 물론이고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 ATF(Bureau of Alcohol, Tobacco, Firearms and Explosives)의 특별 대응팀 들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ATF는 왜 끼지?”
“놈들이 대규모 불법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당연한 거지요. DEA도 놈들이 마약 판매를 주 수입원 중의 하나로 삼으니까 참여하는 것이고요.”
“뭐, 하여간 든든합니다.”
“그리고 연방 정부와 주립 경찰, LA 경찰국에서 연서하여 우리 이지스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우리는 정당하게 공식적으로 참전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나중에라도 법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요.”
“하하! 헨리가 오니까 확실하네요!”
“별말씀을….”
확실히 헨리가 오니까 모든 것이 착착 준비되었다.
이제 놈들이 오면 지옥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생겼다.
“제인, 이번에는 내 말을 들어.”
“싫어!.”
“아 좀 제발!”
“오빠! 뭐라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포기해.”
“하아….”
만약을 대지하여 제인을 피신시킬 생각이었다.
정 안되면 전용기에 태워서 안전한 공중에서 뱅뱅 돌게라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죽어도 나랑은 떨어지지 않겠단다.
죽어도 말이다.
“제인, 오빠가 네가 안전해야 마음이 놓일 것 아니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 말 좀 들어.”
“진짜 싫어, 오빠. 오빠 혼자 위험한 곳에 두고서 나보고 어딜 가라는 거야?”
“…….”
“혹시라도 만약에 오빠가 잘못되면? 나 혼자 살아가라고? 싫어 오빠. 나 죽더라도 오빠 옆에서 죽을 거야.”
“아니, 안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서 위험할 일이 없다니까?”
“그렇게 안전한데 왜 나는 피신시키려고 해?”
“그, 그야….”
진짜 할 말이 없게 만드네.
“그리고, 오빠는 이번 기회에 나쁜 놈들을 모두 잡으려는 거잖아? 오빠가 미끼가 되어서!”
“그, 그렇지….”
“그런데 내가 안 보여봐. 미국에 있으면서 내가 오빠랑 떨어져 있어?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나쁜 놈들이 보고서 어떻게 생각할까? 이거 함정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어?”
“…….”
그냥 졌다.
결국은 제인도 샌호아퀸의 캠프로 나와 같이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 * *
12월 22일 목요일 낮.
우리 카르마 인베스트먼트는 일찍 올해 업무를 마치고 휴가를 보냈다.
모두 넘칠 정도로 보너스를 받아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퇴근했다.
“전부 퇴근했어요?”
“네, 보스. 모두 퇴근했습니다. 강제로 컴퓨터를 다운시켰으니까, 남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헨리가 사옥을 통제할 겁니다. 존도 얼른 출발하세요.”
“저기 보스….”
“왜요?”
“에이미와 저도 캠프로 가면 안 되겠습니까?”
“흐음….”
존과 에이미는 경호원들과 함께 동부로 갈 예정이었는데, 남겠다고 하는 것이다.
“상당히 격렬한 전투가 벌어질 거예요. 존이라면 몰라도 에이미가 감당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하하! 헨리에게 물어보니 놈들은 독 안에 든 쥐라고 하더군요. 안전이 보장된다고 하니, 같이 있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잖습니까? 가족은 함께 해야지요.”
맞는 말이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지.
존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래도 딸과 함께 있고 싶은 모양이다.
부모의 마음이란 것이 그런 거니까.
“그래요. 같이 가시지요.”
“하하! 고맙습니다.”
“에이, 가족끼리 무슨 그런 말씀을?”
“하하하!”
“하하하!”
다음 날인 12월 23일 금요일 오전, 우리는 보란 듯이 샌호아퀸으로 출발했다.
너무 요란해도 자연스럽지 못하니까 살짝만.
이 정도면 충분히 내가 어디로 가는지 놈들이 알 것이다.
“해리, 헨리는요?”
“연방 요원들과 회의 중입니다. 끝나는 대로 캠프로 합류할 겁니다.”
“우리 간부들에게는 전부 경호원을 붙였죠?”
“네, 그렇습니다. 제프리 부회장 등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원에는 모두 넉넉히 배치했습니다.”
“후우! 이제 그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샌호아퀸 캠프는 완전히 요새로 만들었습니다. 안심하시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래요, 고생했어요.”
“네, 회장님.”
캠프에 도착하여 먼저 상태를 점검했는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이중 삼중으로 방어선을 쳐놨다.
게다가 드론 대비책을 미군에 제공한 M-LIDS 차량들은 위장막으로 가린 채 배치되어 있었고.
“내일까지는 편하게 쉬시면 됩니다. 놈들이 반경 50km 이내로 접근하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우리에게 걸리게 되어 있으니까요.”
“정말 잘해 놓았네? 우리 요원들은요?”
“답답하지만 훈련 캠프 내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이 개입한 정황이 확실하기 때문에 놈들의 첩보 위성에 걸릴 수도 있거든요.”
“망할 놈들 같으니라고….”
중국 놈들은 이번 일이 끝나고 나서 보자.
나를 건드린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다.
습근평이가 땅을 치도록 말이다.
병신 같은 놈들이 자기 나라 국민이 코로나로 죽어가고 있는데, 이런 짓이나 벌이고 있어?
더 웃기는 것은 그렇게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우리에게는 손을 절대로 내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사람이 죽어 나가면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심지어 남정원 부회장에게는 혹시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마지 못하는 척하면서 도와주라고까지 했었다.
싫어하는 나라지만, 백신이나 치료 약을 가지고 치사하게 굴기는 싫었으니까.
그런데도 아무런 요청도 없단다.
대체 사람이 얼마나 죽어 나가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캠프에 여장을 푼 다음에 별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비록 내일이면 놈들이 습격할 테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존과 에이미와 함께 있으니 정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다.
“하하하!”
“호호호!”
디데이 전날이라는 불안감이 약하게 깔려서 그런지, 우리는 약간 오버하면서 더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드디어 디데이인 크리스마스이브의 날이 밝아 왔다.
“LA 분위기는 어때요?”
“겉으로는 평온합니다만, 아무래도 공기가 무겁습니다. 시민들도 은근히 불안해하는 기색이 보이고요. 며칠 전부터 살바트루차 놈들이 무슨 일을 벌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거든요.”
“이거 LA 시민들에게 미안하네요. 괜히 나 때문에….”
“아닙니다, 회장님. 이번에 놈들을 때려잡고 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겁니다. 그동안 놈들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는데요?”
“아니 대체 어쩌다가 미국이 그런 갱단 따위에게 휘둘러지게 된 거예요?”
“이게 차라리 적국의 군대라면 쳐부수면 그만인데, 이놈들은 그게 아니거든요. 평소에는 시민들과 섞여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어쨌든 그래서 잘된 거라고 하는 겁니다. 여기저기서 첩보를 입수했습니다만, 이번에 놈들이 정말 무리했습니다. 거액의 청부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내부에서도 이번 거사에 대하여 반발하는 놈들이 많았나 보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난동을 피우면 조직이 와해한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왜?”
“두목을 비롯한 최상부층에서 정말 제대로 돈을 먹은 모양입니다. 막말로 윗놈들이야 아랫놈들이 죽어 나가든 조직이 와해하든 간에 자신들 배만 불리면 그만이거든요.”
“미친놈들 같으니라고.”
“어떤 조직이나 그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아, 그건 그렇고 한국과 통화하셨습니까?”
“좀 전에 통화했어요.”
“거기는 상황이 어떻다고 합니까?”
“깔끔하게 평택 미군기지로 들어갔습니다.”
“아! 캠프 험프리스로요? 하하하! 그거 참 깔끔하네요.”
“흐흐흐!”
원래는 우리 군부대를 알아봤는데, 우리 군부대는 아무래도 민간인이 들어가 있기는 여러모로 불편했다.
하지만 평택의 미군기지는 기지 안에 아예 미국의 도시 하나가 있는 것과도 마찬가지라 민간인들도 많고, 편의 시설도 훌륭하게 되어 있어서 지내기가 편리했다.
당연히 우리 가족들인데 기지 사령관이 마다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에서 잠입한 놈들의 신원을 대부분 파악했다고 한다.
아무리 눈에 띄지 않는 놈들을 선발했다고 하여도, 기본적으로 한국말도 못 하는 외국인을 정부에서 작심하고 달려드는데 못 잡아내는 것이 웃기는 일인 것이다.
한국이 무슨 미국처럼 인종의 용광로도 아니고.
하여간 한국의 우리 가족은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이윽고, 날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