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로또로 역대급 재벌!-194화 (194/250)

194. 이건 꿈이야.

“빌어먹을! 하필이면 이런 곳으로 오다니….”

사내는 미간을 심하게 찌푸렸다.

미얀마의 양곤 로체 호텔에서 마웅과 마주했던 후안이라는 자였다.

이틀 전까지만 하여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정예 대원들도 모두 밀입국에 성공했고, 마라 살바트루차 놈들도 선금으로 준 1억 달러에 눈깔이 돌았는지 나머지 잔금을 받기 위해서 예상보다도 더 순순히 협력했다.

그렇게나 성질이 더러운 놈들이 말이다.

그런데 이틀 전에 갑자기 목표가 집을 떠나 이 빌어먹을 샌호아퀸으로 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일단 목표가 들어간 샌호아퀸의 별장은 주변 몇십 km 이내로 민가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인 데다가 글자 그대로 완전히 벌판이어서 자신들이 은밀히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미얀마 놈들이 지정해 준 정보원의 말로는 대부분 요원이 작전을 나가거나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났다고는 하지만 그 ‘이지스 컴퍼니’의 훈련 캠프가 있는 곳이다.

많지는 않겠지만 이지스 요원이 있을 확률이 있었고, 공격이 시작되면 지원하러 올 가능성이 컸다.

그나마 살바트루차 놈들이 LA에서 난동을 피우는 계획은 순조로워서 LA 경찰이나 캘리포니아주 경찰이 이쪽으로 출동할 일이 없으리라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처음에 정보를 접했을 때, 혹시 놈이 알아차리고 함정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라고도 의심했다.

시기와 장소가 너무 공교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정보를 취합한 결과 함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놈은 세계 최고의 부자다.

그것도 전무후무한 최고의 부자.

그런 놈이 자신을 미끼로 내세워?

심지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끔찍하게 사랑한다는 새신부를 데리고서?

후안은 세상의 많은 부자를 고객이나 목표로 접했지만, 그런 미친놈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부자라는 종족은 원래 그런 존재니까.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자기애의 화신인 존재들이 부자다.

물론 목표인 놈은 좀 특이해서 이상한 짓을 벌이고 다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목숨을 두고 도박할 정도로 미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은 그대로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다.

미국 특수부대 중에서도 난다 긴다 하는 놈들만 채용한다는 이지스 컴퍼니의 위명이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자신의 부하들도 모두 중남미에서는 한가락 하는 부대 출신들이다.

자신부터가 브라질 헌병군 소속 최강의 특수부대인 BOPE(Batalhão de Operações Policiais Especiais. 경찰 특수작전대대) 출신이고 부하들 태반이 같은 소속이었다.

나머지도 대부분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해병대 출신으로 실전을 밥 먹듯이 겪었던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이지스에 그리 꿀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번 작전에 성공하면 천문학적인 거액이 들어온다.

어쩌다가 인생이 삑사리가 나서 카를로스 마르케스라는 이름 대신에 후안으로 불리며 조직들 뒤치다꺼리나 하는 암흑가의 용병대를 이끄는 신세지만, 이번 일만 성공하면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일은 완수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샌호아퀸이 다가오니 지형이 너무 좋지 않았다.

이미 너무 멀리 왔지만….

시계를 보니 오후 5시가 다가온다.

겨울이라 서서히 어둠이 내리는 시각.

이제 LA에서는 쓰레기 같은 살바트루차 놈들이 난동을 시작할 것이다.

“파울로!”

“네, 대장!”

“작전을 시작한다! 정찰용 드론부터 띄워!”

“네, 대장!”

대원 둘이 익숙한 솜씨로 소형 무인기를 조립했다.

정보원이 제공한 중국산 CH-803 무인기인데, 가벼우면서 반경 30km 이상을 2시간 30분 동안 최대 1km 상공에서 조용히 정찰할 수 있었다.

이윽고 대원이 손으로 던지자 무인기가 하늘로 날아올랐고 곧 영상을 송신하기 시작했다.

“흐음….”

“대장님, 잘해야 50명 정도입니다. 훈련 캠프 쪽에는 40여 명 정도가 고작이고요. 이거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것 같은데요?”

“그렇게는 한데, 이거 너무 인원이 적지 않나?”

“크리스마스이브 아닙니까? 대부분 휴가 간 것이 틀림없습니다. 양키들은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환장하는 놈들이잖습니까?”

“좋아, 5km 전방의 야트막한 언덕까지 전진한다. 모두 라이트 끄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네, 대장님!”

200여 명이 넘어 보이는 용병들이 일제히 픽업트럭을 타고 조용히 전진했다.

***

같은 시각 LA 도심 할렘가.

망한 정비 공장 내부에는 수십 명의 사내가 득실거리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온몸은 물론이고 얼굴까지도 문신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AR 계열의 자동소총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알라의 요술봉 RPG-7까지도 들고 있었다.

하나 같이 알 수 없는 광기로 희번덕거리는 눈빛을 가진 그들은 흥분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때, 가운데에 있던 사내 하나가 시계를 보더니 총을 들고 일어섰다.

“살바트루차의 자식들아! 이제부터 우리의 시간이다! 나가서 마음껏 날뛰어 보자!”

“우와아아!”

“죽이자! 모두 죽이자!”

이미 약을 잔뜩 먹어 광기로 가득 찬 수십의 짐승들이 총을 들고 괴성을 질러대었다.

드르륵!

이윽고 셔터가 올라가자 미친 듯이 굶주린 개떼처럼 튀어 나갔다.

아니, 튀어 나가려고 했는데 곧바로 발을 멈춰야 했다.

엄청남 헤드라이트의 빛이 그들의 눈을 뜨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윽!”

“뭐, 뭐야!”

짐승들이 눈을 뜨지 못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확성기에서 단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LA PD다! 우리는 LA PD다! 너희들은 포위되었으니 모두 무기를 내려놓아라! 다시 한번 말한다! 무기를 내려놓아라!”

짐승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으면 그건 짐승이 아니다.

“에이! 퍽큐! 이거나 먹어라!”

타다다다다! 타다다다!

자동소총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 발사되는 순간, LA PD라고 주장하는 쪽에서 엄청난 불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따당! 타타타타타타!

“크아아악!”

“아아악!”

쏟아지는 엄청난 화력에 짐승들은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쓰러지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탕!

“으억!”

“억!”

그렇게 3분이나 지났을까?

“Cease Fire! Cease Fire!”

확성기에서 사격 중지 명령이 떨어지자, 이내 총성이 멈추었다.

그리고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잦아들자 20여 명의 군복을 입은 사내들과 5명의 경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과 군복을 입은 사내들은 손에 든 무기도 달랐고, 앞에 펼쳐진 지옥 같은 풍경에도 다른 반응을 보였다.

평범한 M4 카빈을 들고 있던 경찰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일조하여 만든 풍경에 경악하거나 심지어는 오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반면에 HK-416에다 M320 GLM 유탄 발사기, 심지어는 M249 SAW 분대 지원 경기관총으로 중무장을 한 군복의 사내들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이다.

“우욱! 대체 이게….”

“어이! 경찰 양반! 뭘 그렇게 놀라나? 쓰레기 청소하는 것 처음 보나?”

“당신들은 대체 이런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뭐, 일상이었으니까.”

“…….”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딕! 청소 끝났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라는 지시입니다!”

“오케이! 이거 하늘에서 산타가 지켜보고 있으니 농땡이도 못 치겠군. 그나저나 그럼 크리스마스 선물은 총알인가?”

“젠장, 그럼 산타는 리퍼냐?”

“흐흐! 그런 셈인가? 자! 형제들! 가자! 산타 할아버지가 다른 놈들에게도 선물을 주라신다!”

“그려, 얼른 끝내고 집에 가자고!”

“경찰 양반들도 갑시다! 뒤처리는 지원팀에서 알아서 할 거요.”

“…….”

하늘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실제로 있었다.

MQ-9 Reaper라는 이름의 산타가 지상을 샅샅이 흩어 보면서 총알을 선물로 주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LA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는데, 나중에 LA 시민은 이날을 블러디 크리스마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는 샌호아퀸 캠프의 상공에도 대기하고 있었다.

***

“오는군요.”

“네, 회장님. 대략 200명이 좀 넘어 보입니다. 참, 대단하네요. 저 정도의 인원이 중무장하고 미국 땅에 있다는 것이….”

“어떻게 저럴 수 있죠? 헨리?”

총기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도무지 현실감이 없어 보였다.

어떻게 저만한 인원이 중무장하고 몰려다닐 수 있는 것인지.

“배후에 국가 단위의 세력이 있으면 밀입국 정도는 일도 아닙니다. 무기야 돈만 있으면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요.”

“허어! 기가 막히네.”

“뭐, 누가 뭐래도 미국은 총기의 나라니까요.”

“무섭네요.”

한국 사람인 나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나라가 미국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2022년 11월 말까지 총기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만 9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살이나 사고를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12월까지 포함하면 4만 명이 넘는다는 소린데, 이런 상황에서도 규제할 길은 멀기만 하다.

아니, 심지어 2020년에는 총기 판매량이 기록적으로 폭증하여 1년 동안 2,300만 정의 총기가 팔렸다.

무려 2,300만 정!

정말 대단한 나라야, 대단하고말고.

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만.

“5km 전방까지 접근했습니다!”

“일단 내버려 둬. 좀 더 접근할 거다.”

헨리의 말대로 놈들은 캠프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의 약간 언덕배기가 진 곳까지 온 다음에 정지했다.

그리고, 속력을 줄여서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2km까지 접근했습니다!”

“1.5km!”

“1km! 아! 하차합니다!”

MQ-9 리퍼 무인기가 실시간으로 놈들이 오는 것을 중계했는데, 놈들은 1km 정도까지 와서는 하차했다.

그리고 픽업트럭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무인기군요.”

“네, 회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까지 올 수도 없습니다. M-LIDS팀! 대응 준비하라!”

이윽고, 20여 대의 쿼드콥터 무인기가 동시에 하늘로 떠올랐다.

저놈들 하나하나에 모두 폭탄이 달려 있을 것이다.

“M-LIDS팀! 대응 시작!”

“대응 시작합니다!”

“박격포 팀! 발사 준비!”

“박, 박격포?”

“박격포 발사!”

박격포라니?

웬 박격포?

황당하여 되묻는 내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헨리는 바로 발사 지시를 내렸다.

쿵! 쿵! 쿵!

81mm로 짐작되는 굉음과 진동이 캠프까지 들려왔다.

흔히 미필들이 영화에서나 보고 잘못 아는 경우가 많은데, 81mm 박격포만 되어도 발사 시 굉음과 진동이 장난이 아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퐁! 퐁! 이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정부에 요청했더니, 다섯 문을 지원해 줬습니다.”

“그래도 돼요?”

“됐잖습니까? 저놈들 정도라면 침략입니다. 미국에 대한 침략!”

“…….”

캠프 후방에서 차폐막으로 은신하고 있던 81mm 박격포 진지에서 불을 뿜어 내기 시작했고, 이내 거의 수직으로 치솟던 고폭탄은 놈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콰앙! 콰쾅!

“으악!”

“바, 박격포다! 박격포야!”

“끄아아악!”

후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회심의 일격으로 준비했던 드론 폭격은 근처에도 가기 전에 무엇인가에 의하여 방해를 받더니 땅으로 처박히거나 심지어는 도로 돌아와 아군 진영을 때렸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벼락들.

10년 가까이 키워 온 알토란 같은 부하들이 사지가 찢어지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이, 이건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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